도쿄 시부야의 옛 화류가 마루야마초에 오늘 아파트먼트 호텔 하나가 문을 열었다. 1인실도 2인실도 없이 방마다 부엌과 세탁건조기를 넣었다. 1인당 가격은 시부야 비즈니스호텔의 절반 아래인데, 방 하나가 하룻밤에 버는 돈은 그보다 많다.
1.2026년 10월 1일, 도쿄 시부야구 마루야마초(円山町)에 VADE HOTEL SHIBUYA가 문을 열었다. 게이오 이노카시라선(京王井の頭線) 신센(神泉)역에서 걸어서 2분, 시부야역에서는 8분 거리. 철근콘크리트 지상 7층에 연면적 3,918㎡, 방은 74개이고 건물 전체 정원은 304명.
2.사업주는 JR서일본프로퍼티즈(JR西日本プロパティーズ)와 부동산 재생 회사 라아토레(ラ・アトレ)이고, 설계와 시공은 다카마쓰건설(髙松建設)이 맡았다. 운영은 민박과 단기 임대 방을 전국 4,000실 넘게 관리해 온 matsuri technologies. 이 회사가 처음 내놓은 호텔 브랜드이면서, JR서일본프로퍼티즈가 처음 손댄 아파트먼트 호텔이기도 하다.

3.1인실과 2인실은 하나도 없다. 74실 가운데 70실이 33~44㎡ 크기에 4명을 재우는 방이고, 6명이 자는 66~77㎡짜리 큰 방이 4실 붙는다. 방마다 부엌과 식탁, 세탁건조기, 레인 샤워를 단 욕실이 들어갔고 열쇠는 스마트락이다. 도쿄 비즈니스호텔이 1인 출장객에 맞춰 방을 쪼개 온 길과 정반대로 갔다.

4.방 면적을 모두 더하면 약 2,774㎡로 연면적의 71%쯤 된다. 로비는 유리문 안쪽 원탁에 분재 하나를 올려 둔 정도로 작고, 프런트 뒤편 사무 공간도 줄여 그 자리를 공용 공간과 1층 식당으로 돌렸다고 운영사는 설명한다. 벙크 객실은 철제 틀에 원목 판을 얹은 2층 침대를 창가에 세우고, 방 가운데를 둥근 식탁에 내줬다.


5.객실 벽은 채도를 한 칸 낮춘 파랑과 짙은 회색이다. 운영사는 이 색을 「어른의 파랑(大人の青)」이라 부른다. 세면대 뒤로 남색 타일이 줄눈을 하얗게 드러내고, 그 옆에 세탁건조기가 문을 닫은 채 선다. 저녁이면 누군가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다른 누군가는 세탁기를 돌리는 방. 호텔보다 집에 가까운 소리가 나는 방이고, 이 호텔이 파는 것도 그 소리다.

6.운영사가 밝힌 1인당 가격은 1박 8,000~12,000엔 선이다. 4명이 한 방에 묵으면 방 하나가 하룻밤에 3만 2,000~4만 8,000엔을 번다. 호텔 가격 분석 회사 메트로엔진리서치(メトロエンジンリサーチ) 자료로 2025년 7월부터 1년간 시부야구 비즈니스호텔의 평균 객실단가는 2만 3,500엔.
7.방 하나에 평균 3.5명이 1인당 1만 엔을 내고 묵는다고 치면 객실단가는 3만 5,000엔이 된다(추정). 운영사가 내건 목표 가동률 85~90% 가운데 낮은 쪽인 85%를 대면 RevPAR는 약 2만 9,800엔, 1년 객실 매출은 약 8억 엔이다(추정). 연면적 평당으로 나누면 1년에 약 68만 엔.
8.돈이 남는 자리는 청소다. 하룻밤 머물고 나간 방 하나를 치우면 4명분이 한 번에 끝나고, 비즈니스호텔로 치면 방 두 개를 따로 치울 일이다. 방에 세탁건조기가 있으니 연박 손님은 옷을 스스로 빨고, 수건과 시트를 매일 갈아 달라는 요청도 그만큼 줄어든다(추정).

9.프런트에는 사람이 서지만 체크인은 미리 태블릿으로 받고, 방 열쇠는 스마트락으로 대신한다. 예약과 객실 관리는 matsuri technologies가 민박 운영에 쓰던 자사 소프트웨어 m2m Systems가 맡는다. 운영사는 이렇게 아낀 손을 프런트 업무 대신 손님에게 뒷골목 가게를 안내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10.성급 호텔이라면 객실 밖 매출은 조식당과 연회장에서 나왔을 텐데, 이 호텔은 그 일을 외식 회사에 넘겼다. 1층 약 183㎡에 70석 규모 식당 CHICAMA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고, 운영은 외식 회사 MOTHERS가 맡는다. 후타코타마가와(二子玉川)에 이은 2호점으로, 장작 화덕 피자와 숯불 요리를 낸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조로 보면 호텔은 임대료를 받고 주방 인력은 두지 않는 쪽이다(추정).

11.운영사는 일본에 오는 외국인 여행객 가운데 50.1%가 3명 이상 함께 온다는 수치를 근거로 든다. 가족 넷이 도쿄에서 한 방에 묵을 곳은 드물다. 보통은 비즈니스호텔 트윈 두 개를 잡고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갈라 자는데, 여기서는 한 식탁에 둘러앉아 편의점 음식을 펼칠 수 있다.

12.부엌과 세탁기는 체류 일수를 늘린다. 사흘 넘게 머무는 가족에게 필요한 건 넓은 욕실보다 빨래를 돌릴 곳과 아이 우유를 데울 곳이고, 1인 출장객에 맞춘 비즈니스호텔 방으로는 줄 수 없는 것들이다. 운영사가 겨냥한 손님은 대만을 비롯해 일본을 여러 번 와 본 아시아 여행객.
13.마루야마초는 1887년 무렵 게이샤 집이 들어서며 화류가가 됐고, 1921년에는 게이샤가 402명에 이르렀다. 요정이 줄어든 뒤로는 러브호텔 골목과 클럽이 그 자리를 채웠다. 몇 시간 머물다 가는 방이 모여 있던 동네에, 이제 가족 넷이 사흘을 묵는 방 74개가 들어섰다.
14.위험은 어디서 올까. 인원이다. 1인당으로 값을 매기는 구조라면, 4명 방에 2명만 드는 날 객실단가는 2만 엔 선으로 내려가 시부야 평균 아래가 된다(추정). 게다가 33~44㎡짜리 방을 통째로 파는 구조라, ㎡당으로 따지면 15㎡ 안팎의 좁은 방을 촘촘히 채운 비즈니스호텔보다 하룻밤 수입이 낮을 수 있다(추정). 이 모델은 방이 넓어 비싼 게 아니라, 방마다 사람이 꽉 차서 남는다.
15.matsuri technologies는 2027년 4월까지 VADE HOTEL을 1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계약을 협의 중인 곳이 20곳이 넘는다고 전했다. 땅과 건물은 부동산 회사가 대고, 운영사는 소프트웨어와 손님 명단을 들고 들어가는 방식. 민박 수천 실을 원격으로 돌리던 회사가 자기 이름을 건 호텔 브랜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부야의 옛 화류가에 방 74개를 모두 4명 이상이 자는 방으로 지은 호텔이 오늘 문을 열었다. 1인당 1만 엔을 받아도 방 하나가 하룻밤에 3만 5,000엔쯤 벌어 시부야 비즈니스호텔 평균의 1.5배가 되고, 청소는 4명분을 한 번에 끝낸다(추정). 국내에서 같은 방을 만들면 먼저 객실 안 부엌에서 걸린다. 관광진흥법상 취사시설을 객실별로 둘 수 있는 건 가족호텔업이고, 공중위생관리법으로 가면 생활숙박업이 되는데 생활숙박시설은 주거 사용 논란으로 몇 년째 용도변경과 이행강제금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부엌을 넣을지, 넣는다면 어떤 업종으로 등록할지를 정한 뒤에야 도면을 그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