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45㎡짜리 칵테일 바에서 출발한 Experimental Group이 10월 10일 로마에서 82실 호텔을 연다. 호텔을 16곳 연 지금도 그룹 매출의 절반은 바와 식당에서 나온다. 로마 호텔은 그 구조를 한 건물 안에 다시 쌓았다.
1.로마 루도비시(Ludovisi) 지구, 비아 루도비시(Via Ludovisi) 46번지의 옛 은행 건물이 10월 10일 호텔로 문을 연다. 이름은 Experimental Roma. 방은 스위트를 합쳐 82개, 등급은 4성. 실내는 파리 건축가 로돌프 파랑트(Rodolphe Parente)가 맡았고, 일찍 예약하면 15%를 깎아 주는 개업 요금을 걸었다.
2.운영사는 호텔 회사로 출발하지 않았다. 2007년 파리에 연 45㎡짜리 바 Experimental Cocktail Club이 시작이고, 올리비에 봉(Olivier Bon)·피에르샤를 크로(Pierre-Charles Cros)·로메 드 고리아이노프(Romée de Goriainoff)가 1인당 2만 유로대를 모아 차렸다. 지금은 호텔 16곳을 연 그룹이 됐고 2025년 매출은 1억 유로다. 그 매출의 절반은 아직도 바와 식당에서 나온다.

3.방 82개를 객실 타입 11개로 나눴다. 가장 작은 방은 17㎡짜리 1인실이고, 가장 큰 그란데 루도비시 시그니처 스위트(Grande Ludovisi Signature Suite)가 39㎡다. 나머지 아홉 타입은 전부 21~29㎡ 사이. 23~24㎡ 디럭스는 창이 정원 쪽이냐 거리 쪽이냐, 발코니나 테라스가 붙었느냐로 이름이 넷으로 갈린다.
4.파랑트는 방을 두 갈래로 나눴다. 이탈리아 바로크를 끌어온 로마풍 방이 하나, 선을 덜어 낸 현대풍 방이 다른 하나다. 이탈리아 대리석과 테라코타 옆에 광을 낸 스테인리스와 크롬 파이프를 붙였고, 197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을 군데군데 인용했다. 로비 한가운데에는 조각처럼 깎은 계단 하나.


5.금사를 섞어 짠 루렉스 카펫은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올마다 반짝이고, 크롬 파이프는 그 빛을 길게 늘여 되비친다. 운영사는 디스코를 떠올리게 하는 재료를 일부러 골랐다고 설명한다. 밤에 바에서 놀다 올라온 손님이 복도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꺼지지 않게 하려는 선택.

6.식음료 업장은 셋. 식당 Ludovisi e Cadore는 로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이름을 얻은 셰프 조반니 파세리니(Giovanni Passerini)가 맡는다. 중심 메뉴는 내장과 꼬리 같은 부위로 만드는 로마 요리 퀸토 콰르토(quinto quarto). 옥상 La Terrasse에는 공중에 걸린 듯한 수영장 옆에 바를 놓았고, 그룹 첫 가게의 이름을 그대로 단 Experimental Cocktail Club Roma가 밤늦게까지 연다.


7.예약 사이트에 뜬 표준 객실 요금은 1박 277~579달러 범위다. 이탈리아 호텔 실적을 집계하는 Trademark Italia에 따르면 2025년 로마 호텔 평균 객실단가는 189.63유로, 가동률은 78% 이상. 4성 간판을 달았지만 요금은 시장 평균의 두 배 가까이에서 시작한다.
8.첫해 평균 객실단가를 400유로로 잡고 가동률은 개업 첫해라 로마 평균보다 낮은 70%를 대 본다. RevPAR는 280유로, 1년 객실 매출은 838만 유로쯤 된다(전부 추정).
9.바 매출을 가늠할 잣대는 그룹의 첫 가게. 45㎡짜리 파리 Experimental Cocktail Club은 개업 2년째에 연 매출 70만 유로를 냈다. 로마는 같은 이름의 바에 식당과 옥상 바를 더했으니, 식음료 매출을 500만 유로 안팎으로 잡는다(추정). 그러면 전체 매출의 37% 안팎이 객실 밖에서 나온다.
10.성급 호텔이었다면 객실 밖 매출은 조식과 연회, 기업 행사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 호텔에는 연회장이 없고 회의실도 작은 회의용 하나뿐이며, 큰 행사는 바깥 제휴 장소로 돌린다. 대신 돈이 들어오는 시간은 밤. 방 82개가 하루에 재울 수 있는 손님은 160명 남짓이지만, 옥상 바와 칵테일 클럽에서는 문을 열어 둔 동안 로마 사람들이 몇 번이고 자리를 바꿔 앉는다.

11.2021년 그룹은 3억 8,000만 유로를 모았다. 그중 3억 5,000만 유로는 캐나다 운용사 Brookfield Asset Management가 과반을 쥔 부동산 회사로 들어갔고, 브랜드를 키우는 데 3,000만 유로를 남겼다. 그전까지는 건물을 빌려 운영만 했는데, 이때부터 건물을 함께 사는 구조로 바꿨다. 로마 은행 건물의 소유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12.같은 해 창업자들은 프랑스 업계지 인터뷰에서 자기들이 하는 일 가운데 호텔이 가장 단순하다고 말했다. 호텔 손님은 정해져 있고 많아야 100명 남짓인데, 바는 손님이 끝없이 바뀌고 잔이 깨지고 소음이 따른다는 이유였다. 바 회사가 호텔로 간 건 객실이 더 벌어서가 아니라 덜 흔들려서다. 그럼 손님을 부르는 쪽은 어디일까. 여전히 바.
13.호텔 앞 비아 베네토(Via Veneto)는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1960년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의 무대로 알려진 거리. 이 거리에서 여행객이 사려는 건 방보다 밤이고, 밤을 파는 일이라면 호텔 회사보다 바 회사가 먼저 해 왔다.

14.그룹의 첫 호텔은 2015년 파리 피갈(Pigalle)에 낸 Grand Pigalle Hôtel, 투자금은 700만 유로. 그 뒤 런던 코번트 가든의 18실 Henrietta Hotel, 베네치아·메노르카·베르비에로 이어지는 동안 호텔마다 바를 들였다. 봉은 올해 3월 인터뷰에서 그룹 크기가 해마다 거의 두 배가 된다고 했고, 올해 매출 전망은 1억 4,000만 유로다.
15.로마에는 2025년부터 2026년 초까지 5성 호텔 14곳, 객실 1,500개가 새로 들어온다. 이 호텔은 4성 등급에 대부분 21~29㎡인 방으로 원가를 눌렀다. 위험은 옥상. 수영장과 바가 붙은 옥상은 여름 매출을 끌어오지만 겨울에는 손님이 줄고, 그 공백은 실내 바와 식당이 메워야 한다(추정).
파리의 45㎡짜리 칵테일 바로 시작한 회사가 로마 옛 은행 건물에 방 82개를 연다. 연회장 없이 식당과 옥상 바, 칵테일 클럽을 넣었고, 객실 밖 매출이 전체의 37%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도심에서 업무용 건물을 호텔로 바꾸며 옥상에 바와 수영장을 올리려 하면 먼저 구조에서 걸린다. 물을 채운 수조의 무게를 옛 슬래브가 견디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옥상을 손님이 머무는 영업 공간으로 쓰면 피난 계단과 난간 기준이 따라붙는다. 바를 어느 회사에 맡길지는 그다음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