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이현의 와시 산지에 방 셋짜리 숙소 SUKU가 지난해 문을 열었고, 이번 달 1일 방 둘짜리 별채가 붙었다. 운영사는 호텔 회사가 아니라 공방 개방 행사를 여는 지역 관광 법인이다. 이 숙소는 방값보다 손님이 마을에 남기고 가는 돈을 보고 지었다.
1.10월 1일, 후쿠이현(福井県) 에치젠시(越前市) 이마다테(今立)의 이와모토초(岩本町)에 방 두 개짜리 숙소 SUKU hanare가 문을 열었다. 걸어서 1분 거리의 본채 SUKU가 지난해 11월 9일 방 셋으로 먼저 열었으니 이제 방은 다섯이다. 운영은 이웃 사바에시(鯖江市)의 일반사단법인 SOE. 별채의 개업일은 이 법인이 여는 공방 개방 행사 RENEW(10월 9~11일) 바로 앞에 잡혔다.
2.이마다테는 에치젠 와시(越前和紙)를 1,500년 동안 떠 온 마을이고, 지금도 공방 50곳 넘게 종이를 뜬다. 손으로 뜬 와시 출하액에서 이 산지는 전국 몫의 22.2%를 차지해 1위다(2009년 기준). 종이 뜨기 체험은 반나절이면 끝나고, SOE는 이 산지를 하룻밤 머무는 여행지로 바꾸겠다며 숙소를 냈다.

3.본채는 백 년 넘은 옛 상가 주택과 130년 된 곳간(蔵)을 고친 건물이다. 두 동을 합친 면적은 약 180㎡. 원래의 기둥과 들보를 드러낸 채 1층에 거실을, 2층에 침실을 두어 방마다 위아래 두 층을 쓰게 했다. 설계는 zelt, 전체 기획은 사바에의 디자인 회사 TSUGI.

4.방 이름은 와시의 원료 세 가지에서 따왔다. 고조(楮)·미쓰마타(三椏)·간피(雁皮). 미쓰마타 방은 5명까지 묵고, 곳간 한 동을 통째로 쓰는 간피 방은 3명까지 받는다. 세 방을 다 채워도 10명.

5.종이를 바른 벽은 빛을 튕겨 내지 않고 머금는다. 장지문을 지난 낮 빛은 방 안쪽까지 고르게 번지고, 밤에는 종이 갓을 씌운 등이 섬유의 결을 벽 위로 띄운다. 벽과 천장, 장지문, 조명에 들어간 종이는 이 마을 장인 16명이 떴다. 그러니 벽이 곧 견본이고, 마음에 든 종이가 있으면 이튿날 그 공방을 찾아가면 된다.

6.별채는 옛 창호점(建具店) 건물을 고쳤다. 6명까지 묵는 KETA(桁)는 안마당을 둘러 거실과 침실을 놓고 항아리 모양 욕조를 들였으며, 2명용 KAI(櫂)는 오래 머무는 사람과 원격 근무자를 겨냥했다. 두 방 모두 부엌이 있고, 에치젠 도자기(越前焼)와 에치젠 칠기(越前漆器) 그릇, 에치젠 우치하모노(越前打刃物) 칼을 갖춰 놨다. 방 이름은 종이 뜨는 틀(桁)과 원료를 휘젓는 노(櫂)에서 왔고, 실내는 현지 창작 집단 SEN이 맡았다.


7.본채는 사람 수로, 별채는 방 단위로 요금을 매긴다. 개업 전 지역 신문에 소개된 본채 요금은 1인 1박 1만 5,000~2만 엔(식사 별도). 별채 KETA는 방 하나에 2만 2,000엔부터라 6명이 나눠 쓰면 1인 3,700엔 남짓이 된다.
8.본채 세 방에 두 사람씩 들고 1인 1만 7,500엔을 받는다고 치면, 방이 다 찬 밤의 매출은 10만 5,000엔이다. 일본 관광청 통계에서 료칸의 객실가동률은 40% 안팎이고, 이 숫자를 대면 본채의 1년 객실 매출은 1,500만 엔쯤 된다. 별채 두 방을 같은 가동률로 돌리면 600만 엔이 더해져 합계 2,100만 엔 안팎, 우리 돈 약 2억 원이다(전부 추정).
9.상주 직원은 컨시어지 2명뿐. 지방 인건비로 1인 연 400만 엔 남짓을 잡으면 사람에게만 800만 엔이 넘게 나간다(추정). 여기에 백 년 넘은 목조 두 동의 냉난방과 청소, 린넨이 붙는다. 본채 개보수에는 후쿠이현과 에치젠시가 1,000만 엔씩 보조금을 댔고 고향 납세(ふるさと納税)로도 기부를 받았다. 방값만으로 이익이 넉넉히 남는 숙소는 아니다.
10.성급 호텔이었다면 객실 밖 매출은 호텔 식당과 연회장, 매점에서 나왔을 것이다. 1박 2식으로 저녁까지 쥐는 료칸도 식사를 집 안에서 판다. SUKU는 그 돈을 바깥으로 보낸다. 저녁은 이웃 에치젠초(越前町)의 프랑스 식당 MarPe의 셰프 다니하시 요헤이(谷橋洋平)가 감수한 요리를 객실에서 내고, 종이 뜨기는 근처 공방에서 하며, 별채의 부엌은 손님을 동네 장보기로 내보낸다.

11.그 돈을 묶어 파는 쪽은 숙소가 아니라 운영사다. SOE는 2022년 7월에 세워진 지역 관광 법인(DMO)으로 여행업 등록도 갖고 있어, 숙박에 공방 견학과 체험을 묶은 상품을 직접 팔 수 있다. 사바에·에치젠 일대 공방이 사흘 동안 문을 여는 RENEW도 이 법인이 맡는다. 숙소는 법인이 파는 산지 여행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다.

12.2025년 RENEW에는 사흘 동안 연인원 5만 5,000명이 왔고, 공방과 회사 122곳이 문을 열었다. 2024년 3월 호쿠리쿠 신칸센(北陸新幹線)이 쓰루가(敦賀)까지 이어지며 생긴 에치젠타케후역(越前たけふ駅)에서 SUKU까지는 차로 10분이다. 그럼 사람이 몰리는 사흘 말고 나머지 362일은 무엇으로 채울까. SOE가 내건 답은 '연중 산업관광'.

13.공영 체험관 파피루스관(パピルス館)에서 엽서 크기 종이를 뜨는 데 700엔. 같은 사람이 SUKU 본채에 묵으면 숙박비만 그 20배가 넘는다. 당일치기 손님은 공방 일과의 한 토막만 보고 간다. 묵는 손님이 사는 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종이를 뜨는 사람들 곁에서 보내는 하루.

14.옛 민가 여러 채를 한 숙소로 묶는 방식은 일본에서 앞선 예가 있다. 2015년 효고현(兵庫県) 사사야마(篠山)의 NIPPONIA HOTEL이 성 아랫마을의 빈집들을 객실로 고쳐 연 뒤 같은 방식이 전국으로 퍼졌다. SUKU에서 달라진 건 운영 주체다. 숙박 회사가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 온 산지 행사를 맡은 관광 법인이 숙소를 쥐었다.
15.방 다섯에 상주 직원 둘이면 방 하나에 0.4명. 무인 운영 없이 체크인 시간 15~18시에 맞춰 사람이 손님을 맞는다. 별채에 부엌을 넣고 방 단위로 요금을 매긴 것도 그 무게를 덜려는 선택에 가깝다. 아침을 차릴 손이 덜 들고, 6명이 한 방을 쓰면 체크인도 한 번이다(추정).

1,500년 된 종이 산지에 방 다섯 개짜리 숙소가 생겼고, 운영하는 관광 법인은 방값보다 손님이 공방과 식당에 쓰는 돈을 본다. 방값만 따진 1년 매출은 2,100만 엔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내 공예 산지에서 오래된 집을 숙소로 고치려 하면 먼저 숙박업 신고에서 막힌다. 농어촌민박이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은 운영자가 그 집에 실제로 살아야 하고, 한옥이 아닌 옛 상가 주택을 일반숙박업으로 돌리려면 용도변경과 함께 소방·주차 기준이 따라붙는다. 지자체 보조금이 개보수비를 얼마나 덜어 주느냐가 그다음 계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