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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문으로 빛을 받는 본채 객실 · 벽과 장지문, 전등갓에 이 마을 공방들이 뜬 종이를 썼다. ⓒSOE
장지문으로 빛을 받는 본채 객실벽과 장지문, 전등갓에 이 마을 공방들이 뜬 종이를 썼다. ⓒSOE
데일리 호텔

사흘 동안 5만 5,000명이 다녀가는 종이 마을에 방 5개짜리 숙소를 냈다

2026.10.04

일본 후쿠이현의 와시 산지에 방 셋짜리 숙소 SUKU가 지난해 문을 열었고, 이번 달 1일 방 둘짜리 별채가 붙었다. 운영사는 호텔 회사가 아니라 공방 개방 행사를 여는 지역 관광 법인이다. 이 숙소는 방값보다 손님이 마을에 남기고 가는 돈을 보고 지었다.

1.10월 1일, 후쿠이현(福井県) 에치젠시(越前市) 이마다테(今立)의 이와모토초(岩本町)에 방 두 개짜리 숙소 SUKU hanare가 문을 열었다. 걸어서 1분 거리의 본채 SUKU가 지난해 11월 9일 방 셋으로 먼저 열었으니 이제 방은 다섯이다. 운영은 이웃 사바에시(鯖江市)의 일반사단법인 SOE. 별채의 개업일은 이 법인이 여는 공방 개방 행사 RENEW(10월 9~11일) 바로 앞에 잡혔다.
2.이마다테는 에치젠 와시(越前和紙)를 1,500년 동안 떠 온 마을이고, 지금도 공방 50곳 넘게 종이를 뜬다. 손으로 뜬 와시 출하액에서 이 산지는 전국 몫의 22.2%를 차지해 1위다(2009년 기준). 종이 뜨기 체험은 반나절이면 끝나고, SOE는 이 산지를 하룻밤 머무는 여행지로 바꾸겠다며 숙소를 냈다.
종이의 신을 모신 오카모토 신사 · 이마다테의 오카모토 신사(岡太神社)는 이 마을에 종이 뜨는 법을 전했다는 신을 모신다. 숲속에 선 본전이다. ⓒNaokijp · CC BY-SA 4.0
종이의 신을 모신 오카모토 신사이마다테의 오카모토 신사(岡太神社)는 이 마을에 종이 뜨는 법을 전했다는 신을 모신다. 숲속에 선 본전이다. ⓒNaokijp · CC BY-SA 4.0
3.본채는 백 년 넘은 옛 상가 주택과 130년 된 곳간(蔵)을 고친 건물이다. 두 동을 합친 면적은 약 180㎡. 원래의 기둥과 들보를 드러낸 채 1층에 거실을, 2층에 침실을 두어 방마다 위아래 두 층을 쓰게 했다. 설계는 zelt, 전체 기획은 사바에의 디자인 회사 TSUGI.
종이로 마감한 1층 거실 · 벽 한 면을 섬유 알갱이가 그대로 박힌 종이로 덮었다. ⓒSOE
종이로 마감한 1층 거실벽 한 면을 섬유 알갱이가 그대로 박힌 종이로 덮었다. ⓒSOE
4.방 이름은 와시의 원료 세 가지에서 따왔다. 고조(楮)·미쓰마타(三椏)·간피(雁皮). 미쓰마타 방은 5명까지 묵고, 곳간 한 동을 통째로 쓰는 간피 방은 3명까지 받는다. 세 방을 다 채워도 10명.
들보를 드러낸 2층 침실 · 원래의 들보를 감추지 않고 침실 천장에 그대로 두었다. ⓒSOE
들보를 드러낸 2층 침실원래의 들보를 감추지 않고 침실 천장에 그대로 두었다. ⓒSOE
5.종이를 바른 벽은 빛을 튕겨 내지 않고 머금는다. 장지문을 지난 낮 빛은 방 안쪽까지 고르게 번지고, 밤에는 종이 갓을 씌운 등이 섬유의 결을 벽 위로 띄운다. 벽과 천장, 장지문, 조명에 들어간 종이는 이 마을 장인 16명이 떴다. 그러니 벽이 곧 견본이고, 마음에 든 종이가 있으면 이튿날 그 공방을 찾아가면 된다.
원형 탁자 위의 종이 그림 · 방마다 원료 이름을 딴 종이 작품을 걸었다. ⓒSOE
원형 탁자 위의 종이 그림방마다 원료 이름을 딴 종이 작품을 걸었다. ⓒSOE
6.별채는 옛 창호점(建具店) 건물을 고쳤다. 6명까지 묵는 KETA(桁)는 안마당을 둘러 거실과 침실을 놓고 항아리 모양 욕조를 들였으며, 2명용 KAI(櫂)는 오래 머무는 사람과 원격 근무자를 겨냥했다. 두 방 모두 부엌이 있고, 에치젠 도자기(越前焼)와 에치젠 칠기(越前漆器) 그릇, 에치젠 우치하모노(越前打刃物) 칼을 갖춰 놨다. 방 이름은 종이 뜨는 틀(桁)과 원료를 휘젓는 노(櫂)에서 왔고, 실내는 현지 창작 집단 SEN이 맡았다.
안마당을 낀 별채 KETA의 식탁 · 개업 전 공개된 별채 이미지. ⓒSOE
안마당을 낀 별채 KETA의 식탁개업 전 공개된 별채 이미지. ⓒSOE
별채의 안마당 · 거실과 침실이 이 마당을 둘러싼다. 개업 전 공개된 별채 이미지. ⓒSOE
별채의 안마당거실과 침실이 이 마당을 둘러싼다. 개업 전 공개된 별채 이미지. ⓒSOE
7.본채는 사람 수로, 별채는 방 단위로 요금을 매긴다. 개업 전 지역 신문에 소개된 본채 요금은 1인 1박 1만 5,000~2만 엔(식사 별도). 별채 KETA는 방 하나에 2만 2,000엔부터라 6명이 나눠 쓰면 1인 3,700엔 남짓이 된다.
한 사람이 이 마을에 내는 돈 단위 엔. 연한 막대는 당일 체험, 짙은 막대는 1박 숙박(식사 별도) 종이 뜨기 · 엽서 크기 2장 700 종이 뜨기 · 큰 종이 2,500 별채 KETA · 6명이 쓸 때 1인 3,667~ 별채 KAI · 2명이 쓸 때 1인 9,250~ 본채 · 1인 최저 15,000 본채 · 1인 최고 20,000 종이 뜨기는 공영 체험관 파피루스관 요금표, 별채는 방 요금을 정원으로 나눈 값이다.
당일 체험과 1박의 차이본채 요금은 개업 전 지역 신문 보도, 별채는 운영사 발표(세금 포함) 기준이다.
8.본채 세 방에 두 사람씩 들고 1인 1만 7,500엔을 받는다고 치면, 방이 다 찬 밤의 매출은 10만 5,000엔이다. 일본 관광청 통계에서 료칸의 객실가동률은 40% 안팎이고, 이 숫자를 대면 본채의 1년 객실 매출은 1,500만 엔쯤 된다. 별채 두 방을 같은 가동률로 돌리면 600만 엔이 더해져 합계 2,100만 엔 안팎, 우리 돈 약 2억 원이다(전부 추정).
방 다섯 개의 1년 단위 만 엔. 객실 매출과 인건비는 추정, 보조금은 보도된 금액 1년 객실 매출 가동률 40% 가정 본채 1,530 별채 590 상주 직원 2명 1인 연 400만 엔 가정 800 이상 본채 개보수 보조금 현 1,000 · 시 1,000 2,000 객실 매출은 본채 1인 1만 7,500엔·방당 2명, 별채 KETA 2만 2,000엔·KAI 1만 8,500엔으로 계산했다.
방값으로 남는 돈은 크지 않다보조금은 한 번 받는 돈이고, 인건비는 해마다 나간다.
9.상주 직원은 컨시어지 2명뿐. 지방 인건비로 1인 연 400만 엔 남짓을 잡으면 사람에게만 800만 엔이 넘게 나간다(추정). 여기에 백 년 넘은 목조 두 동의 냉난방과 청소, 린넨이 붙는다. 본채 개보수에는 후쿠이현과 에치젠시가 1,000만 엔씩 보조금을 댔고 고향 납세(ふるさと納税)로도 기부를 받았다. 방값만으로 이익이 넉넉히 남는 숙소는 아니다.
10.성급 호텔이었다면 객실 밖 매출은 호텔 식당과 연회장, 매점에서 나왔을 것이다. 1박 2식으로 저녁까지 쥐는 료칸도 식사를 집 안에서 판다. SUKU는 그 돈을 바깥으로 보낸다. 저녁은 이웃 에치젠초(越前町)의 프랑스 식당 MarPe의 셰프 다니하시 요헤이(谷橋洋平)가 감수한 요리를 객실에서 내고, 종이 뜨기는 근처 공방에서 하며, 별채의 부엌은 손님을 동네 장보기로 내보낸다.
에치젠 그릇에 낸 아침 · 지역 식재료로 차린 식사를 이웃 산지의 그릇에 담는다. ⓒSOE
에치젠 그릇에 낸 아침지역 식재료로 차린 식사를 이웃 산지의 그릇에 담는다. ⓒSOE
11.그 돈을 묶어 파는 쪽은 숙소가 아니라 운영사다. SOE는 2022년 7월에 세워진 지역 관광 법인(DMO)으로 여행업 등록도 갖고 있어, 숙박에 공방 견학과 체험을 묶은 상품을 직접 팔 수 있다. 사바에·에치젠 일대 공방이 사흘 동안 문을 여는 RENEW도 이 법인이 맡는다. 숙소는 법인이 파는 산지 여행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다.
공방에서 종이를 떠 보는 손님 · 숙박 손님은 근처 공방에서 종이 뜨기를 한다. ⓒSOE
공방에서 종이를 떠 보는 손님숙박 손님은 근처 공방에서 종이 뜨기를 한다. ⓒSOE
12.2025년 RENEW에는 사흘 동안 연인원 5만 5,000명이 왔고, 공방과 회사 122곳이 문을 열었다. 2024년 3월 호쿠리쿠 신칸센(北陸新幹線)이 쓰루가(敦賀)까지 이어지며 생긴 에치젠타케후역(越前たけふ駅)에서 SUKU까지는 차로 10분이다. 그럼 사람이 몰리는 사흘 말고 나머지 362일은 무엇으로 채울까. SOE가 내건 답은 '연중 산업관광'.
논 너머의 에치젠타케후역 · 2024년 3월 개업에 앞서 공사 중일 때 찍었다. SUKU까지 차로 10분 거리다. ⓒSONIC BLOOMING · CC BY-SA 4.0
논 너머의 에치젠타케후역2024년 3월 개업에 앞서 공사 중일 때 찍었다. SUKU까지 차로 10분 거리다. ⓒSONIC BLOOMING · CC BY-SA 4.0
13.공영 체험관 파피루스관(パピルス館)에서 엽서 크기 종이를 뜨는 데 700엔. 같은 사람이 SUKU 본채에 묵으면 숙박비만 그 20배가 넘는다. 당일치기 손님은 공방 일과의 한 토막만 보고 간다. 묵는 손님이 사는 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종이를 뜨는 사람들 곁에서 보내는 하루.
물에서 틀을 들어 올리는 손 · 원료를 푼 물을 나무틀로 떠서 종이 한 장을 만든다. ⓒSOE
물에서 틀을 들어 올리는 손원료를 푼 물을 나무틀로 떠서 종이 한 장을 만든다. ⓒSOE
14.옛 민가 여러 채를 한 숙소로 묶는 방식은 일본에서 앞선 예가 있다. 2015년 효고현(兵庫県) 사사야마(篠山)의 NIPPONIA HOTEL이 성 아랫마을의 빈집들을 객실로 고쳐 연 뒤 같은 방식이 전국으로 퍼졌다. SUKU에서 달라진 건 운영 주체다. 숙박 회사가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 온 산지 행사를 맡은 관광 법인이 숙소를 쥐었다.
15.방 다섯에 상주 직원 둘이면 방 하나에 0.4명. 무인 운영 없이 체크인 시간 15~18시에 맞춰 사람이 손님을 맞는다. 별채에 부엌을 넣고 방 단위로 요금을 매긴 것도 그 무게를 덜려는 선택에 가깝다. 아침을 차릴 손이 덜 들고, 6명이 한 방을 쓰면 체크인도 한 번이다(추정).
별채의 부엌 · 손님이 직접 장을 봐 와서 차려 먹도록 조리대를 길게 냈다. 개업 전 공개된 별채 이미지. ⓒSOE
별채의 부엌손님이 직접 장을 봐 와서 차려 먹도록 조리대를 길게 냈다. 개업 전 공개된 별채 이미지. ⓒSOE

1,500년 된 종이 산지에 방 다섯 개짜리 숙소가 생겼고, 운영하는 관광 법인은 방값보다 손님이 공방과 식당에 쓰는 돈을 본다. 방값만 따진 1년 매출은 2,100만 엔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내 공예 산지에서 오래된 집을 숙소로 고치려 하면 먼저 숙박업 신고에서 막힌다. 농어촌민박이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은 운영자가 그 집에 실제로 살아야 하고, 한옥이 아닌 옛 상가 주택을 일반숙박업으로 돌리려면 용도변경과 함께 소방·주차 기준이 따라붙는다. 지자체 보조금이 개보수비를 얼마나 덜어 주느냐가 그다음 계산이다.

데일리 호텔 #061 · 2026.10.04
출처. SOE 보도자료 「越前和紙を体感する工芸宿『SUKU』、越前市今立にグランドオープン」(PR TIMES · 2025년 11월 9일 개업 · 3실 · 장인 16명 · zelt · TSUGI · MarPe), SOE 보도자료 「SUKU hanare」(PR TIMES · 2026년 10월 1일 개업 · KETA 최대 6명 2만 2,000엔부터 · KAI 최대 2명 1만 8,500엔부터 · 세금 포함·식사 별도 · SEN), 福井新聞(후쿠이신문) 「越前和紙産地に古民家ホテル開業準備」(옛 상가 주택과 곳간 · 약 180㎡ · 최대 10명 · 1인 1박 1만 5,000~2만 엔 · 현과 시 보조금 각 1,000만 엔 · 상주 직원 2명), 福井新聞 「越前和紙の魅力満載、古民家改修の宿『SUKU』オープン」, みんなの経済新聞(Yahoo!ニュース) 「越前市に宿泊施設『SUKU hanare』開業へ」(옛 창호점), STRAIGHT PRESS(2026년 8월 25일), ZENBIRD 「New Echizen washi paper craft lodging SUKU hanare opens in Fukui」, fu-po 「越前市岩本町の宿『SUKU』」(미쓰마타 최대 5명 · 간피 최대 3명 · 체크인 15~18시), hotelbank(설계·시공), SOE 「RENEW/2025 開催報告」(사흘간 연인원 5만 5,000명 · 122곳), MICE TIMES 「RENEW/2026」(10월 9~11일), 越前和紙の里 パピルス館 요금표(엽서 크기 2장 700엔 · 큰 종이 2,500엔), 越前市 「和紙の産地 越前市」 및 일본 위키백과 「越前和紙」(1,500년 · 공방 50곳 이상 · 손으로 뜬 와시 출하 전국 1위 22.2%, 2009년), 일본 관광청 숙박여행통계(료칸 객실가동률).
1인 평균 1만 7,500엔·방당 2명, 가동률 40%, 1년 객실 매출, 인건비 1인 연 400만 엔, 별채의 노동 부담에 관한 해석은 공개 실적이 아니라 발표된 요금과 공공 통계에 가정을 더한 추정치다. 감각 묘사는 공개된 사진과 와시의 보편적 성질에 근거한 서술이며 현장 취재 결과가 아니다. 사진 ⓒSOE(보도자료 제공), 오카모토 신사 ⓒNaokijp(CC BY-SA 4.0), 에치젠타케후역 ⓒSONIC BLOOMING(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