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7,450엔짜리 2인 소파와 5,790달러짜리 2인 소파가 한 회사에서 나온다. 목재를 대는 곳도, 도장 라인도, 아이치의 같은 공장. 다른 건 이름뿐이다. 지난달 그 이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지난 7월 3일 신요코하마 쇼룸을 시작으로, 가리모쿠가구(カリモク家具)가 'HOUSE OF KARIMOKU'라는 제목을 걸고 2026년 신작 전시를 전국 세 곳에서 순차로 열었다. 본사 쇼룸은 7월 10일, 간사이 쇼룸은 7월 17일. 한자리에 모인 브랜드와 컬렉션이 최대 열다섯 개다. 회사를 집으로 보고 브랜드 하나하나를 그 안의 방으로 봤다는 게 전시의 설명이고, 공간 연출은 NOTA&design이 맡았다.
2.회사는 1940년 아이치현 가리야(刈谷)에서 목공소로 출발했다. 지금 본사는 지타군 히가시우라초(知多郡東浦町), 자본금 4,500만 엔, 목제 가구를 국내에서 만드는 회사로는 일본 최대다. 비상장이라 최근 실적은 공표되지 않고, 확인되는 마지막 매출은 2017년도 232억 엔. 그룹 전체 종업원은 1,700명 선.
3.방을 하나씩 열어 보면 값의 층이 먼저 눈에 든다. 맨 아래가 카리모쿠60. 1962년에 처음 만든 K체어를 되살린 라인이고 2인용 소파가 8만 7,450엔인데, 앉는 자리의 깊이가 70센티미터로 흔한 소파의 85~100센티미터보다 얕다. 일본 주택의 좁은 방에 맞추려고 줄인 치수를 60년 넘게 안 건드렸다. 좌판이 닳으면 그 부분만 갈아 끼우면 그만.

4.한 층 위가 Karimoku New Standard. 2009년에 붙인 이름이고 소재부터 다르게 간다. 굵기가 안 나와 종이 펄프용 칩으로 갈려 나가던 활엽수 소경목, 밤나무와 단풍나무와 참나무를 가구로 세운다. 옹이와 색 얼룩을 지우는 대신 불투명한 색을 얹어 덮었고, 좌판을 손바닥으로 쓸면 결의 굴곡이 손에 걸린다. 값싼 재료를 비싸게 파는 게 아니라, 아무도 안 사던 재료에 가격표를 처음 붙인 쪽에 가깝다.

5.맨 위가 Karimoku Case. 2019년 도쿄 세타가야(世田谷) 기누타(砧)의 1980년대 아파트 36세대 가운데 두 세대를 고치면서 시작했다. 덴마크의 Norm Architects와 아시자와 게이지(芦沢啓治)가 그 집에 맞춰 짠 가구 열두 점이 그대로 첫 컬렉션이 됐고, 여기서 나온 2인용 소파 N-S01의 해외 판매가는 5,790달러부터. 브랜드가 먼저 있고 물건이 나온 게 아니라, 한 채의 집이 브랜드를 낳았다.


6.여기서 물어야 할 건 왜 이 회사가 남의 디자인 언어를 이렇게 잘 받아 내느냐는 것. 답은 창업기에 있다. 자기 이름을 붙인 가구를 내놓기까지 20년 넘게 남의 도면대로 남의 규격에 맞춰 깎았고, 국산 가구 생산·판매를 시작한 해가 1962년이다. 하청을 오래 하면 두 가지가 남는데, 어떤 도면이든 받아 내는 공정이 하나이고 자기 취향에 대한 집착이 없다는 게 다른 하나.
7.그 둘이 지금 무기가 됐다. 덴마크 건축가가 그린 선을 아이치 공장이 군말 없이 깎고,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가 던진 형태를 폴리에스터 수지를 갈아 낸 도장으로 받는다. 브랜드마다 생김새가 전혀 다른데도 마감의 수준은 한 줄로 선다. 손님이 산 것은 취향이 아니라 그 일관성이다.

8.욕망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하나 더 붙는다. 일본 소비자가 30년 동안 배운 것은 싼 가구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었고, 그다음에 배운 것은 그 가구가 5년을 못 간다는 사실이었다. 부품 하나만 갈아 끼우면 되는 소파, 60년째 치수를 안 바꾼 의자가 팔리는 자리가 그 학습의 끝에서 열린다. 카리모쿠60이 부품 단위 교체를 계속 광고할 수밖에.

9.니토리(ニトリ)홀딩스의 연결 매출은 9,288억 엔(2025년 3월기)이고, 일본 가구 시장은 메이커 출하 기준으로 1조 1,400억 엔쯤 된다. 가리모쿠 232억 엔은 니토리의 40분의 1, 시장 전체의 2%. 이 체급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는 회사가 지금 일본에 거의 없다.
10.국내 공장을 안고 간다는 건 고정비를 안고 간다는 뜻이고, 고정비는 물량으로만 덮인다. 그런데 물량을 받아 줄 시장이 해마다 줄어든다. 남는 답은 둘. 밖으로 나가거나, 단가를 올리거나. 브랜드를 열다섯 개로 쪼갠 것이 두 답을 한꺼번에 쓴 방법이다. 같은 공장을 지난 2인용 소파의 값이 8만 7,450엔과 5,790달러로 갈리는데, 환율을 어떻게 잡아도 열 배 가까이 벌어진다.
11.벌어진 값의 정체를 조금 더 보자. Karimoku Case는 애초에 건축 프로젝트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개인 손님보다 호텔·주거 프로젝트로 물건이 나간다. 이쪽은 한 번에 수십 점씩 움직이고 견적서에 가구가 인테리어 공사비의 한 줄로 들어간다. 개인이 소파 한 점을 놓고 망설이는 자리와, 시공사가 서른 세대에 같은 소파를 까는 자리는 값을 다르게 읽는다.
12.판로도 브랜드마다 갈라 놨다. 주력 라인은 전국 가구점과 자사 온라인으로 나가고, 상위 라인은 도쿄 니시아자부(西麻布)와 교토에 낸 Karimoku Commons에 둔다. 2021년 2월에 연 도쿄점은 세 개 층짜리 복합 공간이고, 2023년 교토점은 나카교구의 오래된 집을 고쳐 넣었다. 이런 곳은 팔려고 만든 매장이 아니라 값을 설명하려고 만든 매장이다. 팔 물건이야 이미 전국 가구점에 깔려 있으니까.

13.계보를 짚으면 이런 사다리는 유럽 가구 회사가 잘 안 만드는 물건이다. 한 이름 아래 컬렉션과 디자이너를 늘릴 뿐 브랜드를 새로 파는 일은 드물다. 이름을 쪼개는 순간 광고비와 유통망이 그 수만큼 갈라지기 때문. 가리모쿠가 그 비효율을 감수한 이유는 마케팅 교과서에 없다.

14.답은 공장 스케줄표 쪽에 있다고 본다. 목재 가구의 수요는 계절과 경기를 크게 타서 한 브랜드에 주문이 몰리면 다른 라인이 논다. 성격이 다른 브랜드를 열다섯 개 걸어 두면 봉우리가 서로 어긋나고, 그만큼 라인이 고르게 돈다. 브랜드를 쪼개는 일은 마케팅이기 전에 가동률 관리다. 회사가 이렇게 밝힌 적은 없고, 여기까지는 내 해석.

15.1940년에 하청 목공소로 출발한 회사가 이름을 열다섯 개까지 늘려 같은 공장에서 열 배 값의 물건을 내고 있고, 올해 5월에는 그 가운데 wagetsu 하나를 들고 부산의 아트페어에 처음 나왔다. 기억할 숫자는 열다섯이 아니라 열 배 쪽이다. 다만 이 사다리를 국내에서 짜면 디자인이 아니라 공장에서 먼저 걸리는데, 국산 목가구 제조는 이미 소수 공방과 대형 유통사로 갈라졌고 중간 규모의 자체 공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브랜드는 반년이면 만들지만 도장 라인은 그렇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