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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코를 직접 배합했다 · 도산공원 골목에 선 메종 서울 파사드. ⓒBrochu Walker, 사진 윤태훈
스투코를 직접 배합했다도산공원 골목에 선 메종 서울 파사드. ⓒBrochu Walker, 사진 윤태훈
데일리 리테일

다섯 층을 빌려서, 두 층만 판다 (서울·리테일)

2026.08.04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니트 브랜드가 첫 해외 매장을 도산공원에 냈다. 664.3제곱미터, 다섯 층. 그런데 물건이 걸린 층은 둘뿐이다. 이 회사가 미국에 가진 매장은 전부 부촌 소도시의 작은 부티크이고, 맨해튼에는 한 곳도 없다.

1.지난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6에 브로슈 워커(Brochu Walker)의 '메종 서울'이 문을 열었다. 664.3제곱미터, 약 201평, 다섯 층. 회사가 메종이라는 이름을 붙여 낸 첫 매장이자 첫 해외 매장이기도 하다. 사흘 앞선 15일 저녁 초대 행사에는 첫 한국 앰버서더로 뽑힌 배우 차주영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Danny Koo)가 왔다.
2.다섯 층인데 물건을 파는 층은 둘. 나머지는 프라이빗 VIP 스위트와 스타일링·피팅으로 갔다. 회사는 200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했고, 2013년 카린 두브너(Karine Dubner)가 사들여 지금의 캐시미어 니트 브랜드로 다시 짰다.
3.미국 매장은 다섯 곳. 캘리포니아 카멜(Carmel)과 몬테시토(Montecito), 코네티컷 웨스트포트(Westport), 뉴욕 사우샘프턴(Southampton), 애틀랜타 벅헤드 빌리지(Buckhead Village)에 있다. 전부 부촌 소도시이고, 맨해튼에도 로스앤젤레스 시내에도 한 곳이 없다. 손님이 여름을 나는 곳을 따라다니던 회사가 첫 대도시 매장을 서울에 낸 것.
몬테시토, 다섯 번째 가게 · 2025년 여름에 연 미국 매장. 이 회사가 미국에서 고른 자리는 전부 이런 규모다. ⓒBrochu Walker
몬테시토, 다섯 번째 가게2025년 여름에 연 미국 매장. 이 회사가 미국에서 고른 자리는 전부 이런 규모다. ⓒBrochu Walker
4.공간은 서울의 블러커 디자인 스튜디오(Blurker Design Studio)가 두브너와 함께 짰다. 파사드의 스투코는 기성 제품을 쓰지 않고 따로 배합해 발랐고, 표면이 매끈하게 떨어지지 않아 흐린 날에는 벽이 빛을 조금 머금는다. 1층 한가운데를 잡은 재료는 붉은 옻칠. 조선 이전까지 거슬러 가는 한국 칠기 전통에서 가져왔다는 게 회사 설명이고, 붉은 래커를 입힌 거울과 문에 맞춤 브론즈 손잡이를 달았다.
1층, 붉은 칠 · 조선 이전으로 거슬러 가는 옻칠 전통을 1층 중심 재료로 삼았다. ⓒBrochu Walker, 사진 윤태훈
1층, 붉은 칠조선 이전으로 거슬러 가는 옻칠 전통을 1층 중심 재료로 삼았다. ⓒBrochu Walker, 사진 윤태훈
5.2층 천장에는 고소미 작가가 이 자리를 위해 만든 캐시미어 샹들리에가 걸린다. 캐시미어를 파는 회사가 캐시미어로 조명을 짠 셈인데, 유리 샹들리에처럼 빛을 튕기지 않고 실이 빛을 먹어 아래로 흘린다. 이탈리아산 대리석과 석영, 천연 참나무, 올리브나무, 그래스클로스 벽지가 나머지를 채운다.
파는 층, 둘 · 다섯 층 가운데 물건이 걸린 층은 둘이다. ⓒBrochu Walker
파는 층, 둘다섯 층 가운데 물건이 걸린 층은 둘이다. ⓒBrochu Walker
6.VIP 스위트에는 국내 채석장에서 직접 골라 온 돌 하나를 들여놨고, 이명진 작가의 세라믹 기둥이 그 옆에 선다. 피팅룸은 한지로 감쌌다. 한지는 빛을 통과시키되 흩뜨려서 옷을 입어 보는 사람의 그림자 경계가 흐려지는데, 옷의 실루엣을 파는 브랜드가 왜 이 재료를 골랐는지는 거울 앞에 서 봐야 안다.
VIP 스위트 · 돌 하나를 국내 채석장에서 직접 골라 들였다. ⓒBrochu Walker, 사진 윤태훈
VIP 스위트돌 하나를 국내 채석장에서 직접 골라 들였다. ⓒBrochu Walker, 사진 윤태훈
7.왜 서울이었나. 첫 번째 답은 이 브랜드가 파는 물건의 성격에 있다. 로고가 없는 옷은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팔리고, 그 눈은 시장이 몇 년에 걸쳐 길러야 생긴다. 현대백화점 집계로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조용한 럭셔리 계열 브랜드의 매출이 1년 전보다 32.8% 늘었다. 로고를 지운 옷에 돈을 더 내는 훈련이 이미 끝난 시장에서는 브랜드를 설명하는 비용이 덜 든다.
8.두 번째 답은 골목이다. 도산공원 일대 대지 거래가는 3.3제곱미터당 2021년 2억 1,000만~2억 2,000만 원에서 2025년 3억 2,000만~4억 5,000만 원으로 올랐다. 4년 새 69%. 같은 기간 이 골목에 들어온 것이 프랑스 아웃도어 에이글(Aigle)의 국내 첫 플래그십, 닥터마틴(Dr. Martens), 비바이아, 폴뉴아 같은 대형 매장이다. 브랜드가 먼저 들어오고 땅값이 따라 오른 순서.
층을 오르게 만드는 일 · 파는 층이 위에 걸린 구조에서는 손님을 올려 보내는 동선이 매출을 가른다. ⓒVogue Korea
층을 오르게 만드는 일파는 층이 위에 걸린 구조에서는 손님을 올려 보내는 동선이 매출을 가른다. ⓒVogue Korea
9.세 번째 답은 얼굴. 브랜드는 한국 진출과 거의 동시에 배우 차주영을 첫 앰버서더로 세웠다. 미국에서 같은 인지도를 사려면 얼마가 드는지 생각하면 계산이 선다. 국토가 좁고 매체가 몰려 있는 시장에서는 얼굴 하나가 전국에 닿는데, 이 효율이 아시아 첫 매장의 자리를 정하는 데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회사가 밝히지 않았다.
도산공원 · 공원을 낀 골목이 4년 만에 강남 최대 패션 상권 후보로 올라섰다. ⓒWikimedia Commons
도산공원공원을 낀 골목이 4년 만에 강남 최대 패션 상권 후보로 올라섰다. ⓒWikimedia Commons
10.도산공원 상권의 평균 임대료는 3.3제곱미터당 46만 원인데, 같은 상권 안에서도 20만 원대부터 110만 원대까지 다섯 배 넘게 갈린다. 1층과 위층의 임대료가 다르기 때문. 층당 40평으로 놓고 1층에 90만 원, 2층에 45만 원, 3층 위로 22만 원을 각각 걸어 보면 월 8,000만 원 언저리가 나온다. 회사가 밝힌 조건이 아니라 상권 평균에서 역산한 추정치다.
다섯 층, 값을 받는 층은 둘 총 664.3㎡ 약 201평 · 층별 면적은 균등 배분으로 가정한 추정 파는 층 2개 약 80평 · 니트와 기성복이 걸린다 VIP 스위트 약 40평 · 예약제 · 채석장 돌과 세라믹 기둥 스타일링·피팅 약 80평 · 한지로 감싼 피팅룸 임대료는 다섯 층 전부에 붙는다 도산공원 평균 3.3㎡당 46만 원 · 입지에 따라 20만~110만 원 1층 90만 · 2층 45만 · 3층 위 22만 원으로 잡으면 월 8,000만 원 안팎 이를 파는 면적 80평으로 나누면 판매 1평이 지는 임대료가 월 100만 원 층별 임대료 단가와 면적 배분은 상권 평균에서 잡은 가정치이며 실제 계약 조건이 아니다. 이 건물의 보증금·권리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 매장 면적 664.3㎡와 리테일 2개 층·VIP 스위트 구성은 회사 발표. 층별 면적 배분은 추정.
면적의 40%만 판매 면적이다나머지 60%도 임대료는 똑같이 낸다.
11.파는 층이 둘이니 판매 면적은 80평. 월 8,000만 원을 그 80평으로 나누면 판매 1평이 지는 임대료가 100만 원이 된다. 임대료를 매출의 20%로 잡는 흔한 기준을 대면 필요한 매출은 월 4억 원. 이 브랜드의 온라인 평균 주문액이 600달러대이니 1달러 1,400원으로 놓고 84만 원, 월 480건, 하루 16건쯤 팔아야 한다.
12.하루 16건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다만 판매 면적 1평이 월 500만 원을 만들어야 성립하는데,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나 나오는 밀도이고 로드숍에서는 드물다. 이 계산이 잘 안 맞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 매장을 읽는 열쇠다. 물건을 걸지 않은 세 개 층은 애초에 매출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역산하면 하루 16건 임대료 추정치에서 거꾸로 푼 숫자 · 회사 발표가 아니다 월 임대료 추정 8,000만 원 · 다섯 층 전부 필요 월매출 4억 원 · 임대료를 매출의 20%로 잡았을 때 평당 월매출 파는 면적 80평 기준 500만 원 · 로드숍에서는 높은 편 객단가 84만 원 · 온라인 평균 주문액 600달러대를 1달러 1,400원으로 환산 하루 판매 약 16건 · 월 480건 임대료 20% 기준은 의류 로드숍에서 흔히 쓰는 어림값이고, 브랜드 직영은 이보다 높게 잡기도 한다. 인건비·감가·본사 배부는 이 계산에 넣지 않았다. 넣으면 필요 매출은 더 올라간다. ※ 객단가는 미국 온라인 기준이라 국내 매장 실제 객단가와 다를 수 있다. 환율은 가정치.
역산숫자가 빡빡하게 나온다는 것이 이 매장의 성격을 말해 준다.
13.계보를 보면 이 형식은 유럽 하우스가 쓰던 문법이다. 매장을 집처럼 꾸미고, 층마다 역할을 나누고, 위층에 예약 손님용 방을 둔다. 파는 면적을 줄이고 머무는 면적을 늘리는 대신 한 사람이 쓰는 돈을 키우는 구조인데, 이걸 감당하려면 보통 브랜드의 매출 규모가 상당해야 한다.
서울 플래그십 · 다섯 층을 통으로 쓰지만 물건을 파는 층은 그중 둘. ⓒBrochu Walker
서울 플래그십다섯 층을 통으로 쓰지만 물건을 파는 층은 그중 둘. ⓒBrochu Walker
14.그런데 이 회사의 체급은 그쪽이 아니다. 매출의 72%가 온라인에서 나오고 나머지 28%가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노드스트롬(Nordstrom) 같은 도매 거래처와 230여 개 편집숍에서 나온다. 두브너가 공개적으로 말한 장기 목표는 매장 10~15개와 연 2억 달러 매출인데, 목표로 걸었다는 것은 지금 그 아래라는 말. 참고로 르메르(LEMAIRE)는 5년 만에 1,000만 유로에서 1억 유로로 올라섰고 토템(TOTEME)은 2024년에 3억 유로를 넘겼다. 온라인 회사가 첫 브랜드 하우스를 지어 보는 실험을, 서울이 가장 싸게 시켜 준 것으로 본다. 뉴욕 소호나 비벌리힐스에서 같은 다섯 층을 잡으면 임대료도 공사 기간도 이 골목과 비교가 안 된다.
미국의 가게 · 2025년 몬테시토 개점 당시. 서울에서 처음으로 다른 형식을 시도했다. ⓒWWD
미국의 가게2025년 몬테시토 개점 당시. 서울에서 처음으로 다른 형식을 시도했다. ⓒWWD
15.로스앤젤레스의 온라인 니트 브랜드가 도산공원에 201평 다섯 층을 잡고 그중 두 층만 물건을 걸었다. 기억할 숫자는 다섯도 201도 아니고 40%. 판매 면적의 비율이다. 이 구조를 국내에서 따라 하면 디자인이 아니라 계약서에서 먼저 걸리는데, 이 골목의 A급 자리는 바닥 권리금만 5억 원까지 붙고 그 권리금은 매출을 안 내는 층에도 똑같이 매겨진다. 층을 비워 두는 결정은 임대인이 아니라 브랜드가 감당한다.
로고가 없다 ·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팔리는 물건이고, 그 눈을 기르는 비용이 매장 면적으로 나온다. ⓒBrochu Walker
로고가 없다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팔리는 물건이고, 그 눈을 기르는 비용이 매장 면적으로 나온다. ⓒBrochu Walker
참고: PR Newswire 브로슈 워커 공식 보도자료(2026년 7월 17일 발표, 메종 서울 664.3㎡·7,152평방피트, 다섯 개 층·리테일 2개 층·프라이빗 VIP 스위트,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6, 설계 Blurker Design Studio 협업, 이탈리아 대리석·석영·천연 참나무·올리브나무·한지·그래스클로스 벽지·붉은 래커·맞춤 브론즈 하드웨어·맞춤 스투코 파사드, 2층 고소미 작가 캐시미어 샹들리에, VIP 스위트 이명진 작가 세라믹 기둥과 국내 채석장 원석, 사진 윤태훈, 7월 15일 초대 행사·7월 18일 현지 일반 공개, 앰버서더 배우 차주영·바이올리니스트 Danny Koo, 2026년 하반기 내슈빌·오스틴 개점 예정)·WWD·Inside Retail Asia(직접 진출, 미국 매장 5곳 Carmel·Montecito·Westport·Southampton·Buckhead Village)·FashionUnited·보그 코리아·패션비즈·Forbes(2013년 Karine Dubner 인수, 2008년 로스앤젤레스 창업)·Glossy(직접판매 72%·도매 28%, 230개 이상 편집숍, 평균 주문액 600달러 이상, 장기 목표 매장 10~15개·연매출 2억 달러)·뉴시스·한국경제·뉴스핌(도산공원 상권 평균 임대료 3.3㎡당 46만 원, 20만~110만 원대 편차, 대지 3.3㎡당 2021년 2.1~2.2억 원에서 2025년 3.2~4.5억 원으로 69% 상승, A급 바닥 권리금 최대 5억 원, 에이글·닥터마틴 등 플래그십 입점)·현대백화점(2025년 9~11월 조용한 럭셔리 매출 전년 대비 32.8% 증가)·삼성물산 패션부문 뉴스룸·BUYING SQUARE(르메르·토템 매출 규모). 월 임대료 8,000만 원, 필요 매출 4억 원, 하루 16건은 상권 평균에서 역산한 필자의 추정이며 회사가 공개한 수치가 아니다. 층별 면적 배분도 균등 가정이다. 달러 환산은 1달러 1,400원 가정치이고, 객단가는 미국 온라인 기준이라 국내 매장과 다를 수 있다. 사진 ⓒ각 매체·촬영자(캡션 표기). 보도·홍보 이미지이며 출처를 밝혀 인용했다. 국내 접목 관련 서술은 업종 일반론이며 개별 사업에서는 임대차·권리금·인허가 조건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