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외탄의 백 년 된 옛 시청 건물 안에 화랑이 하나 생겼다. 입장료는 없다. 낸 곳은 미술재단도 화상도 아니고, 전 세계에 매장 8,485개를 굴리는 잡화 체인이다. 이유는 손익계산서 안쪽, 가장 빨리 자라는 원가 항목 하나에 있다.
1.지난 5월 17일, 상하이 한커우로(汉口路) 201호 옛 시정부 건물에 미니소 갤러리(MINISO Gallery)가 문을 열었다. 첫 전시는 인도네시아 작가 리오 락사마나(Ryo Laksamana)의 개인전 「내 방 구석에서의 삶(Life from the Corner of My Room)」이고,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걸린 것은 회화와 조각과 설치.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2.미니소(名创优品)는 화장품 솔과 슬리퍼와 인형을 파는 회사다. 2025년 말 기준 매장이 8,485개, 그중 해외가 3,583개. 지난해 매출 214억 4,000만 위안, 위안당 195원으로 환산하면 4조 1,800억 원쯤. 그 회사가 학예 큐레이션을 붙인 전시장을 열고, 락사마나를 '글로벌 전속 작가' 1호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3.자리부터 보자. 옛 시정부 건물은 1922년에 올라간 공공조계 공부국 청사이고, 상하이 사람들은 아직도 라오스푸(老市府)라 부른다. 화강암을 두른 외피 안쪽을 2015년부터 손대 2024년 5월에 마쳤다. 지상 4만 2,000제곱미터에 지하 2만 6,000제곱미터를 오피스 70%, 문화 20%, 상업 10%로 나눠 채우기로 했는데, 미니소가 들어간 자리가 그 문화 20% 몫이다. 임대인이 채워야 할 칸에 잡화 회사가 손을 들었다.

4.전시장 자체는 갤러리 문법 그대로. 조명과 동선과 벽면 처리를 미술관 기준으로 짰다고 회사는 설명하고, 면적과 층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백 년 된 몰딩이 천장 끝에서 꺾이는 자리 아래로 흰 가벽이 서 있고, 그 위에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물들이 걸린다.

5.락사마나가 그리는 인물은 어린아이의 얼굴에 어른의 표정을 얹은 것들이라 오래 보면 편하지가 않다. 팝 서리얼리즘이라 부르는 계열이고, 이 계열은 화랑보다 굿즈 매대에서 더 잘 팔린다. 캐릭터로 떼어내기 쉬운 얼굴을 그리는 작가라는 말이기도 하고.

6.그럼 이 화랑은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미니소가 지난 10년 동안 판 물건은 대부분 남의 얼굴을 붙인 것이었다. 디즈니, 산리오, 바비, 해리 포터. 매대에 캐릭터를 얹으면 같은 머그컵이 두 배로 팔린다는 사실을 이 회사만큼 정확히 아는 곳이 드물다. 문제는 그 얼굴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

7.캐릭터를 빌리면 값을 낸다. 국내 상품화 계약도 보통 해당 상품 매출의 5~10%를 로열티로 잡는데, 미니소처럼 잡화를 원가 100~200원 단위로 굴리는 회사에서 이 몇 퍼센트는 마진표를 흔든다. 2025년 12월 분기 라이선스 비용이 1년 전보다 107% 늘어 매출의 3% 선까지 올라왔다. 2026년 1분기에도 42% 증가.
8.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41.2%에서 2024년 44.9%, 2025년 45.0%로 올라 그해 12월 분기에 46.4%를 찍었다. 그런데 2026년 1분기에 43.3%로 0.9%포인트 내려앉았고, 조정 순이익률은 9.7%로 좁아졌다. 회사는 해외 비중과 신제품 구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같은 분기 명세서에서 가장 빠르게 자란 항목이 IP 사용료였다.

9.같은 시장에 비교 대상이 하나 있다. 팝마트(POP MART)의 2025년 매출은 371억 2,000만 위안, 1년 만에 184.7% 늘었다. 매출총이익률은 67% 언저리. 라부부(LABUBU) 한 캐릭터가 141억 6,000만 위안을 팔았고 그 라인의 매출총이익률은 72.1%였다. 2024년 기준 팝마트 매출의 85.3%가 자사가 계약한 작가 IP에서 나왔고, 남에게 빌린 IP는 12.3%에 그친다.

10.두 회사의 매출총이익률 차이가 22%포인트. 미니소의 지난해 매출에 그 차이를 대 보면 47억 위안, 9,200억 원어치가 된다. 물론 잡화와 아트토이는 객단가도 회전도 달라 이 차이를 전부 IP 몫으로 돌릴 수는 없고, 내가 크기를 가늠하려고 대 본 값. 그래도 빌린 얼굴과 가진 얼굴 사이에 벌어진 간격이 조 단위에 가깝다는 것은 이 회사 경영진이 매달 보는 숫자다.
11.그래서 자체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2025년 6월에 내놓은 YOYO가 반년 만에 1억 위안을 넘겼고, 회사는 2026년 3월까지 트렌디 아트 IP 18개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목표는 3년 안에 매장 1만 개, 그중 80%를 캐릭터 중심 매장으로 바꾸는 것. 예궈푸(叶国富) 회장이 파트너 총회에서 내건 문장은 소매 회사에서 IP 운영 회사로 간다는 것.

12.계보를 따라가면 화랑을 연 이유가 나온다. 라부부는 팝마트가 그린 게 아니다. 홍콩 출신 작가 카싱 룽(龍家昇)이 만든 캐릭터이고, 2019년에 팝마트와 전속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상업화 권리가 넘어갔다. 저작권은 지금도 작가 쪽. 6년 뒤 그 계약서 한 장이 141억 위안짜리 라인이 됐고, 작가가 가져간 몫은 1,000만~2,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13.미니소가 사려는 것도 결국 그 계약. 다만 계약을 한 건씩 쫓아다니는 대신 계약이 만들어지는 자리를 통째로 사기로 했다. 무료 전시장은 매출을 한 푼도 내지 않지만, 아직 값이 붙지 않은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여는 자리이자 그 작가를 먼저 만나는 자리. 회사는 이 형식을 상하이에 이어 홍콩·베이징·도쿄·파리·뉴욕까지 여섯 도시로 늘리겠다고 했다.
14.여기서 한 번 꺾자. 자체 IP가 답이라는 결론은 팝마트 쪽에서도 흔들리는 중이다. 라부부 한 캐릭터에 매출이 쏠린 구조 때문에 2025년 실적 발표 뒤 주가가 밀렸고, 다음 캐릭터가 뭐냐는 질문이 실적 발표마다 따라붙는다. 빌린 얼굴은 사용료를 내지만 끊을 수 있고, 가진 얼굴은 사용료가 없는 대신 식으면 갈아탈 데가 없다. 미니소가 화랑에서 사려는 것이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작가가 계속 흘러 들어오는 파이프인 것도 그래서다.

15.매장 8,485개를 굴리는 잡화 회사가 백 년 된 관청 건물에 무료 화랑을 열었고, 그 뒤에는 1년 만에 두 배로 뛴 IP 사용료 명세서가 있다. 기억할 숫자는 22%포인트, 빌린 얼굴로 파는 회사와 가진 얼굴로 파는 회사의 마진 차이다. 국내에서 이 순서를 밟는 유통사는 전시장 임차료가 아니라 계약서 양식에서 먼저 걸리는데, 국내 캐릭터 상품화 계약은 품목과 기간을 잘게 쪼갠 단발 계약이 관행이라 캐릭터가 커져도 유통사에 남는 지분이 없다. 작가를 먼저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전에, 만나서 무엇을 나눌지부터 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