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평 드럭스토어가 올해 3월에 문을 열었다. 걸어서 1분이 안 되는 거리에 같은 회사의 80평 드럭스토어가 이미 2년 반 전부터 있었다. 한쪽은 흰색, 한쪽은 검정. 회사는 두 매장이 서로 매출을 갉아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1.2026년 3월 7일, 도쿄 시부야 우다가와초(宇田川町) 22-3. 마쓰모토키요시(マツモトキヨシ)의 SHIBUYA SCRAMBLE FLAG가 문을 열었다. 매장 면적은 약 278제곱미터, 84평.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세 개 층을 쓴다. 취급 품목은 약 1만 3,400개이고 그중 95%가 헬스&뷰티. 통째로 뜯어 고쳐 쓴 자리는 1995년에 열었던 시부야 Part1점.
2.걸어서 1분이 안 되는 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하나 더 있다. 우다가와초 23-4의 SHIBUYA DOGENZAKA FLAG. 2023년 9월 29일에 열었고 면적은 약 264제곱미터, 80평, 취급 품목 1만 500개. 회사는 두 곳을 묶어 트윈 타워라 부르면서 잠식 우려는 없다고 했다. 손님이 골라서 들어가면 된다는 것.

3.새 매장은 흰색을 바탕에 깔고 외관 모티프를 천사로 잡았다. 먼저 있던 매장의 바탕은 검정, 모티프는 악마. 84평과 80평, 흰색과 검정, 천사와 악마. 한 상권 안에서 같은 회사가 손님에게 두 번 말을 건다.
4.주소를 한 번 더 보자. 우다가와초 23-3의 2026년 공시지가는 제곱미터당 3,530만엔, 평으로 고치면 1억 1,669만엔이다. 시부야구에서 가장 비싼 지점이다. 검정 매장이 바로 그 옆 번지에 있고 흰 매장도 같은 블록 안이다. 시부야구 상업지 평균은 평당 3,073만엔이니, 이 자리는 구 평균의 네 배 가까운 땅이다.

5.1층에 놓이는 건 의약품과 건강식품, 위생용품, 계절 상품. 천장은 거울이고 선반 위 띠는 네온이다. HEALTH CARE와 BEAUTY CARE, Supplements가 초록과 노랑으로 떠 있고 거울에 뒤집힌 같은 글자가 한 벌 더 붙는다. 좁은 통로 양옆에 바퀴 달린 진열대를 세워 폭을 더 좁혔다.

6.층을 잇는 건 계단과 LED다. 폭 60센티미터 기둥형 사이니지가 10미터 높이로 서고, 11미터짜리 LED 두 장이 천장에 매달려 손님을 안쪽으로 끈다. 계단 쪽 천장과 사이니지 밑면도 거울이라, 광고 한 편이 위아래로 수십 장씩 늘어나 보인다. 84평이 84평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7.지하 1층에는 스킨케어와 토일러트리, 남성 화장품. 피부과학을 앞세운 더마코스메 진열대에 타카미(TAKAMI)를 드럭스토어 처음으로 넣었고 라로슈포제(La Roche-Posay)가 그 옆 칸을 받았다. 매대 위 화면에서는 더마코스메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영상이 돈다. 유리 진열장에 한 칸에 두세 점씩만 놓아, 드럭스토어 선반이 아니라 백화점 카운터처럼 보인다.


8.2층은 메이크업이다. 한국 브랜드 구색을 종전의 약 두 배로 늘렸고 통로 머리에 아시안 메이크업(アジアンメイク)이라는 사인을 걸었다. TIRTIR의 쿠션 팩이 통로 가운데 진열대를 세 단으로 차지하고 3CE와 클리오(CLIO)가 벽면에 붙는다. 달마다 물건이 바뀌는 팝업 자리가 두 곳.

9.밀도가 이 매장의 상품이다. 84평에 1만 3,400개면 평당 160개. 검정 매장은 80평에 1만 500개로 평당 131개. 손님이 서른 걸음을 걸으며 스쳐 지나는 물건 수가 곧 재미이고, 그 재미가 계산대 앞 충동구매를 만든다. 좁은 면적에서 밀도는 약점이 아니라 상품이다.
10.사는 사람은 10~20대 여성이다. 일본에서 이 나이대가 화장품을 처음 사는 곳은 백화점도 편집숍도 아니고 드럭스토어. 여기에 몸속부터 관리한다는 이너뷰티 상품이 붙는다. TEAZEN 콤부차 진열대에는 TWICE 트레이딩 카드 한 장이 딸려 있고 누적 6억 병이라는 붉은 원형 팝이 그 위에 얹혔다. 파는 건 콤부차인데 사는 건 카드일 수도 있다.

11.매장은 광고판도 겸한다. 두 점포의 사이니지는 같은 영상을 동시에 내보내도록 묶여 있고, 검정 매장 위층에는 미용실과 촬영 스튜디오, 아트 갤러리가 붙는다. 라이브 커머스와 영상 콘텐츠를 그 스튜디오에서 찍는다. 팔면서 찍고, 찍은 걸 다시 바깥 LED에 건다.
12.회사 숫자를 보자. 마쓰키요코코카라&컴퍼니(マツキヨココカラ&カンパニー)의 2026년 3월기 매출은 1조 1,174억엔으로 5.3% 늘었고 영업이익은 849억엔, 영업이익률 7.6%였다. 헬스&뷰티가 매출의 72.4%를 차지하고 자체 브랜드 비중이 14.8%까지 올라왔다. 그룹 점포는 3,618개, 매출을 점포 수로 나누면 한 점포당 연 3억엔 남짓.
13.임대료를 되짚으면 이 두 매장이 짊어진 부담이 보인다. 시부야구 1층 노면 상가 임대료는 평당 월 4만 3,830엔이 평균이고, 가장 높은 도겐자카(道玄坂) 1초메가 15만엔이다. 2층 이상은 평균 3만 7,764엔. 84평을 층별로 나눠 잡으면 월 500만엔에서 750만엔 사이가 된다. 임대료를 매출의 10%에 맞춘다면 이 한 점포가 연 6억엔에서 9억엔을 팔아야 하고, 그건 그룹 평균 점포의 두 배에서 세 배다.
14.외국인 손님은 생각보다 작은 축. 회사 매출에서 면세 비중은 4% 남짓으로 코로나 전 12%의 절반도 안 된다. 중국 본토 손님이 줄고 대만과 태국이 그 자리를 메웠다. 게다가 11월 1일부터 일본 면세 제도가 환급 방식으로 바뀐다. 계산대에서 세금을 뺀 값을 받는 대신 세금까지 받고 출국 확인 뒤 돌려주는 방식이라, 매대 앞에서 10%가 즉시 깎이는 감각이 사라진다.
15.시작은 1932년 지바(千葉)의 약방이었다. 1987년 우에노 아메요코(上野アメ横)에 셀프 방식 매장을 열면서 드럭스토어가 됐고, 2021년 10월 코코카라파인(ココカラファイン)과 합쳐 매출 1조엔 규모로 올라섰다. 그런데 한 상권에 매장을 여러 개 박는 방식은 서울이 먼저 밀어붙였다. 올리브영은 명동 한 곳에 매장 아홉 개를 두고 글로벌 서비스와 체험, K팝 존, 캐리어 보관으로 기능을 쪼갰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매장도 여기 있는데, 브랜드 1,000개에 상품 1만 5,000개를 약 950평에 편다. 외국인 비중은 오프라인 매출의 28%.

16.84평 매장을 새로 세우고, 걸어서 1분 거리의 80평 매장을 그대로 뒀다. 두 곳을 합친 164평이 평당 1억 1,669만엔짜리 땅 위에 얹혀 있고, 그 값을 감당하는 힘은 평당 160개라는 상품 밀도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같은 방식을 쓰려면 먼저 걸리는 건 상권도 임대료도 아니고 구색이다. 일본 드럭스토어는 의약품이라는 면허 상품을 앵커로 깔고 그 위에 화장품을 쌓지만,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는 일반의약품을 팔 수 없다. 앵커가 없으니 두 매장을 카테고리로 나눌 수가 없고, 남는 방법은 크기와 서비스로 가르는 것뿐. 명동의 아홉 개가 그렇게 갈린 건 취향이 아니라 약사법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