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편집숍 Why are you here.....?가 8월 8일 교토 나카교구(中京区) 후야초도리(麩屋町通)에 세 번째 매장을 열었다. 목조 2층 마치야(町家)를 고쳐 THE ROW와 VUJA DÉ를 걸었다. 운영사 산키쇼지(三喜商事)는 7월 1일에 지주사 체제로 갈아타며 사업을 다섯 회사로 쪼갰고, 그 38일 뒤에 이 집이 문을 열었다.
1.주소는 교토시 나카교구 후야초도리 산조아가루 벤케이이시초(弁慶石町) 38-1. Why are you here.....? Kyoto가 8월 8일 문을 열었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수요일은 쉰다. 산조도리(三条通)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올라간 자리. 관광객이 몰리는 가와라마치 큰길에서는 걸어서 3분쯤 안쪽으로 들어간다.
2.거는 브랜드는 THE ROW, VUJA DÉ, Enfants Riches Déprimés, OMAR AFRIDI. 장르로 고르지 않고 브랜드의 태도와 만듦새로 골랐다고 운영사는 안내한다. 본점은 오사카 미나미센바(南船場)에 2000년 열었고, 20주년이던 2020년 8월 8일에 미도스지(御堂筋) 쪽으로 약 250제곱미터짜리 2호점을 냈다.

3.건물은 목조 2층 마치야. 기와를 얹은 처마와 세로 격자 창호를 남기고 외벽 전체를 감청색으로 칠했으며, 2층 창에는 발을 내렸다. 문 가운데는 흰 노렌 한 장. 오른쪽 처마 끝에 붓글씨를 올린 종이 등롱이 달려 있고, 거기 적힌 상호가 이 집의 유일한 간판.

4.1층에 들어가면 옷보다 나무가 먼저 보인다. 검게 칠한 기둥과 보를 그대로 드러내고 벽은 회를 발랐으며 바닥은 시멘트 미장. 옷걸이 레일은 벽 위쪽에 얇게 한 줄. 바닥 한가운데에는 고재를 토막 낸 좌대 여섯 개가 서 있다. 상품보다 조명이 닿는 면적이 넓다.

5.좌대는 손을 덜 댄 물건이다. 켠 자국과 갈라진 결이 남아 있고 모서리도 고르지 않은데, 그 위로 떨어지는 것은 스팟 조명 하나씩. 검은 벽 앞에서 나무의 붉은 기가 살아나고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눕는다. 옷을 놓기 전의 이 방은 옷가게로 보이지 않는다.

6.2층은 더 비웠다. 대들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고 마루널은 닳은 것을 그대로 썼으며, 장지 너머로 들어온 빛이 벽을 희게 만든다. 가운데 큰 종이 등롱 하나가 낮게 매달리고 그 아래 낮은 좌대가 놓였다. 옷을 걸 자리보다 사람이 서서 볼 자리를 먼저 잡은 구성.

7.개점 당일 일정은 시간 단위로 짜여 있었다. 오후 1시에 교토 한정 가방과 벨트의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같은 시간에 VUJA DÉ 디자이너가 매장에 섰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리셉션. KOMĀ가 말차를 내렸고 도예가의 그릇을 함께 놓았으며, 구매 손님에게는 오리지널 티셔츠나 토트백을 줬다.

8.그럼 교토 사람은 지금까지 이 가격대의 옷을 어디서 샀나. 백화점이다. 다카시마야와 다이마루가 시조 사거리를 양쪽에서 잡고 있고, 노면의 고급 편집숍은 오랫동안 오사카와 고베 몫이었다. 교토에 사는 사람이 THE ROW를 보려면 한큐를 타야 했다. 이 매장은 그 40분을 없애는 자리에 들어갔다.
9.큰길을 피한 것도 계산이다. 시조가와라마치 노면은 임대료가 교토에서 가장 비싸고, 그 자리에 오는 사람은 관광 동선을 따라 흘러가는 쪽. 하이엔드 편집숍의 손님은 흘러 들어오지 않는다. 이름을 알고 찾아온다. 목적을 갖고 오는 손님만 상대하면 임대료가 싼 안쪽 길이 오히려 맞는다.
10.진열을 비운 것도 같은 계산에서 나온다. 물건 수로는 온라인을 이길 방법이 없고, 실제로 이 회사의 온라인 스토어에는 같은 브랜드가 훨씬 많이 올라와 있다. 매장이 온라인과 갈라서는 자리는 수량이 아니라 밀도. 여섯 개의 좌대 위에 놓일 물건이 몇 개인지가 그 물건의 값을 설명하고, 손님이 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객단가가 올라간다.
11.교토 도심 노면 점포의 임대료는 평당 월 1만 5,000엔에서 5만엔 사이에서 형성된다. 시조가와라마치 주변은 2만엔에서 7만엔까지 올라간다. 후야초도리처럼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간 길은 이 밴드의 아래쪽에 붙는다. 면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2층을 합쳐 50평 안팎으로 보고 평당 2만엔을 넣으면 월 임대료는 100만엔쯤 된다.
12.이 매장의 진짜 구조는 소매가 아니라 수입에 있다. 산키쇼지는 유럽을 중심으로 서른 개가 넘는 브랜드를 들여와 백화점과 편집숍에 넘기는 도매 회사. Alexander Wang, Missoni, JW Anderson, Simone Rocha, Marine Serre 같은 이름이 이 회사의 수입 목록에 올라 있다. 도매로 넘기면 소매가의 절반 안쪽을 받고, 자기 매장에서 팔면 그 차액이 회사 안에 남는다.
13.회사는 2019년 6월기에 매출 92억엔을 올렸고, 그해 8월 자회사 나이츠브리지 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이듬해 108억엔을 내다봤다. 이탈리아 식품 수입사도 그 무렵 샀다. 다만 최근 성적표는 좋지 않다. 관보에 실린 결산 공고를 보면 2024년 6월기에 3억 4,588만엔의 당기순손실이 났다. 엔저로 유럽 물건의 매입 원가가 뛰었고, 백화점이 편집 매장을 접는 흐름은 수입 도매상에게 그대로 온다.
14.7월 1일의 지주사 전환은 그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패션 소매, 식품 수입, 케이터링, 매체를 각각 다른 회사로 떼어 다섯 개로 나눴고, 그중 하나가 자본금 5,000만엔짜리 산키쇼지 패션컴퍼니. 유럽 브랜드 수입과 소매를 함께 맡는 회사다. 도매 계약과 자기 매장이 한 법인 안에 들어가면 매입 원가율을 한 번 더 낮출 수 있는데, 편집숍의 통상 원가율이 소매가의 50% 안팎이니 수입 대리점 마진까지 안으로 들어오면 매출총이익률을 55% 위로 잡는 게 무리가 아니다.
15.숫자를 세워 보면 이 집이 왜 성립하는지가 보인다. 임대료 100만엔, 판매직 두 명 60만엔, 공사비를 10년에 나눈 42만엔을 더해 월 고정비 202만엔. 총이익률 55%면 손익분기 매출은 월 367만엔이고, THE ROW 니트 한 벌이 20만엔을 넘는 매장에서 객단가를 15만엔으로 잡으면 한 달에 25명만 사면 된다. 영업일 26일로 나누면 하루 0.9명. 안쪽 길이라 사람이 안 지나간다는 약점이 여기서는 약점이 아니다.

16.일본 어패럴 도매상이 자기 매장을 여는 흐름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백화점이 편집 매장을 접고 브랜드 직영을 늘리면서 도매상은 팔 자리를 잃었고, 남은 길은 자기 이름으로 파는 것 하나. 오사카에서 26년째 굴려 온 편집숍은 그 흐름에서 먼저 만들어 둔 출구다. 6년 전 2호점을 연 날짜와 이번 개점 날짜가 같은 8월 8일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만 그 2호점은 미도스지 큰길 모서리에 금속을 두르고 쇼윈도를 보라색으로 밝힌 집이었다. 같은 회사가 6년 만에 정반대 톤을 골랐다.

17.교토를 고른 이유가 관광객이라고만 보면 절반만 본 것이다. 교토는 오사카·고베와 한 시간 거리로 묶인 도시이고, 이 매장이 겨냥한 손님은 그 한 시간을 아끼려는 쪽. 관광객은 큰길에서 지갑을 열지 안쪽 길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큰길을 피한 결정 자체가 관광 매출을 계산에서 뺐다는 신호로 보인다.

18.서른 개 넘는 유럽 브랜드를 들여오던 회사가 적자를 낸 뒤 법인을 다섯으로 쪼갰고, 38일 만에 교토 안쪽 길의 목조 2층집을 고쳐 세 번째 매장을 냈다. 고정비 월 202만엔에 한 달 25명이면 덮이는 구조라 큰길에 설 이유가 없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수입 계약에서 먼저 걸린다. 해외 브랜드가 한국에 물건을 줄 때는 국내 총판이 이미 붙어 있거나 백화점 입점을 조건으로 다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매입 원가율이 60%를 넘어 하루 한 명으로는 문이 안 열린다. 안쪽 길의 임대료를 아끼는 계산은 수입 단계에서 마진을 쥔 회사에게만 성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