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번지1층 유리문 안쪽에 조각을 세워 거리에서 보이게 했다. ⓒSKIMS / Rafael de Cárdenas
데일리 리테일
온라인이 매출의 8할인 브랜드가 리젠트 스트리트에 337평을 얻었다 (영국·리테일)
2026.08.26
SKIMS가 7월 24일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 245-247번지에 영국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1,115제곱미터를 두 개 층에 나눠 쓰는 코너 자리이고, 유럽에서 이 브랜드가 가진 가장 큰 매장이다. 임대인은 The Crown Estate, 계약 기간은 10년. 2024년 여름에 Ted Baker가 비우고 나간 뒤로 줄곧 닫혀 있던 코너다.
1.문을 연 날은 7월 24일 금요일. 245-247 Regent Street, 1,115제곱미터를 지상 두 개 층에 나눠 쓴다. 북미 밖에 낸 첫 단독 매장이고 유럽에서는 가장 크다. 임차 계약은 지난해 5월에 맺었고 기간은 10년. 임대인은 이 거리 대부분을 소유한 The Crown Estate.
2.그 자리에는 Ted Baker가 있었다. 영국 법인이 2024년 4월 관리 절차에 들어갔고 그해 8월 남은 31개 매장이 한꺼번에 닫히면서, 기함점이던 이 코너도 함께 비었다. 2년 가까이 임대료가 나오지 않았다, 리젠트 스트리트 한복판에서. 그 자리를 2019년에 생긴 미국 온라인 속옷 회사가 10년으로 받았다.
2024년 1월오른쪽 저층에 TED BAKER 간판이 아직 남아 있던 무렵의 거리. ⓒDiscoA340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3.안으로 들어가면 옷보다 조각이 먼저 온다. 곡면 가벽이 감싼 가운데에 Vanessa Beecroft의 여성 토르소가 서 있고 천장에는 원형 광정이 열려 있는데, 빛은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벽을 타고 내려온다. 상품은 조각 뒤쪽 방으로 물러나 있다.
진입부원형 광정과 곡면 가벽, 그 앞의 Vanessa Beecroft 조각. ⓒSKIMS / Rafael de Cárdenas
4.설계자는 90도 모서리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뉴욕의 Rafael de Cárdenas는 직각을 전부 둥글려 몸의 부드러움을 흉내 냈다고 말한다. 표면은 Glassine Corian과 Ultrasuede, 색은 회색이 섞인 베이지 한 갈래로 묶었다. 벽을 손으로 훑어도 걸리는 데가 없고 그림자도 선으로 서지 않는다.
곡면방을 벽으로 자르지 않고 곡면으로 밀어 나눴다. ⓒSKIMS / Rafael de Cárdenas
5.두 층의 진입부마다 원형 조명이 하나씩 앉았다. 런던 지하철 표지를 눌러 참조한 형태라고 설계자는 안내한다. 피팅룸은 2층 리젠트 스트리트 쪽 창가에 붙였다. 보통 매장 가장 안쪽에 숨기는 방을 건물에서 가장 바깥에 세운 것.
2층창을 등진 마네킹 세 구, 좌우 서랍장 위로 색 계열별 토르소. ⓒSKIMS / Rafael de Cárdenas색 계단상단 선반의 토르소가 그대로 색상표 노릇을 한다. ⓒSKIMS / Rafael de Cárdenas
6.영국 노면 임대료는 전면에서 6.1미터 깊이의 첫 구간에만 최고 단가를 붙이고 안으로 갈수록 절반, 4분의 1로 떨어뜨린다. 리젠트 스트리트의 첫 구간 시세는 제곱피트당 800~1,200파운드. 이 매장을 그 방식으로 되짚으면 연 임대료는 200만~300만 파운드쯤 된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800~1,200파운드최전면 구간 시세와 이 매장의 연 임대료 추정.
7.임대료를 매출의 15%에 맞추려면 연 매출 1,700만 파운드가 필요하다. 원화로 300억 원이고, 337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750만 원. 제곱피트로 되돌리면 1,400파운드쯤 된다. 애플 매장이 제곱피트당 5,000달러대를 판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3분의 1 수준.
8.그런데 이 회사는 매출의 8할이 온라인에서 나온다. 속옷 시장 전체는 정확히 반대라서 8할이 매장에서 팔린다. 옌스 그레데(Jens Grede)는 매장 비중을 절반까지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리젠트 스트리트 337평은 그 뒤집기에 매긴 값.
8할이 온라인매출 구성과 매장 확대 계획.
9.지난해 11월 기준 매장은 미국 18곳과 멕시코 1곳. 올해 말 55곳, 내년 말 100곳 이상을 예고했다. 그레데는 상위 상권만 200~300곳이 더 남아 있다고 말한다. 두바이가 비슷한 시기에 열렸고 델리와 뭄바이가 대기 중이다.
쿼드런트거리 대부분을 The Crown Estate 한 곳이 갖고 있다. ⓒBenh LIEU SONG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0.돈은 지난해 11월에 들어왔다. Goldman Sachs Alternatives가 주도한 2억 2,500만 달러 투자에서 기업가치가 50억 달러로 매겨졌고, 누적 조달액은 9억 5,600만 달러가 됐다. 매출은 2022년 5억 달러에서 지난해 10억 달러를 넘겼다. 매출의 다섯 배쯤을 값으로 인정받은 회사.
11.개점 주간에 Primark가 이동식 광고판을 이 매장 앞에 세웠다. 9파운드짜리 보정 보디슈트 광고였다. 같은 주에 이 매장에서 팔린 Seamless Sculpt Thong Bodysuit는 84파운드. 9배 차이를 코앞에 붙여 놓았는데도 줄은 이쪽에 섰다.
12.9파운드와 84파운드 사이에 뭐가 있나. 사이즈와 색이다. 이 매장 안쪽 방에는 브라와 보디슈트가 피부색 계단을 따라 늘어서 있고 마네킹도 한 몸이 아니라 여러 몸인데, 자기 몸과 자기 피부색에 맞는 칸을 눈으로 짚게 만드는 장치가 거기 다 들어가 있다. 9파운드 보디슈트에는 그 계단이 없다.
13.나이키와 함께 만든 NikeSKIMS는 지난 2월 5일 첫 컬렉션을 냈다. 7개 라인 58종에 가격은 20~188달러. Rift 새틴 슈즈는 발매 당일 품절됐고 캠페인 얼굴은 리사(LISA)였다. 한국 발매는 2월 말.
NikeSKIMS2026년 봄 캠페인. 가운데가 리사(LISA). ⓒNIKE, Inc.Rift 새틴첫 신발은 발매 당일 팔려 나갔다. ⓒNIKE, Inc.
14.거리가 좋아서 들어온 걸까. 사정은 오히려 나쁘다. 리젠트 스트리트 방문객은 아직 코로나 이전보다 15% 적고, 비유럽연합 관광객의 부가세 환급이 없어진 뒤로 크게 쓰던 손님이 줄었다. 그런 해에도 The Crown Estate는 소매 임대차 60여 건을 예상 임대료보다 4% 높은 값에 맺었다. 자리가 줄어든 게 아니라 임차인이 갈렸다.
북쪽 구간맞은편 저층에 261-266번지 표기가 보인다. ⓒDiscoA340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5.2년 가까이 닫혀 있던 337평짜리 코너를 온라인 매출이 8할인 브랜드가 10년으로 받았고, 9파운드 광고판을 문 앞에 붙여 놓아도 84파운드짜리 보디슈트가 팔렸다. 이 자리에 매긴 연 임대료 200만~300만 파운드는 옷값이 아니라 사이즈를 눈으로 고르게 하는 값이다. 국내에서 같은 순서를 밟기는 어렵다. 온라인에서 큰 브랜드가 노면 337평으로 곧장 가려면 보증금과 권리금을 한 번에 묶어야 하고, 백화점을 통로로 쓰면 의류·잡화 실질 판매수수료율 22.9%가 붙는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가 이 브랜드를 만나는 통로는 아직 매장이 아니라 나이키가 들여온 라인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