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구 진구마에(神宮前) 2초메의 3층짜리 건물. TANAKA ATELIER STORE가 오늘 낮 12시에 문을 열었다. 옷을 파는 곳은 가운데 한 층뿐이고 1층은 스튜디오, 3층은 작업실이다. 데님 한 벌에 47,300엔을 받는 브랜드가 전 세계 100곳 넘는 매장에 이미 깔려 있으면서 왜 자기 매장을 냈나. 그것도 왜 노면이 아니라 2층인가.
1.주소는 진구마에 2-15-10, 매장은 2층. 낮 12시에 열어 저녁 8시에 닫고, 쉬는 날은 화요일 하루. 세 개 층을 통으로 쓰면서 판매는 한 층에만 뒀다. 원래 작가가 쓰던 건물을 브랜드가 통째로 받아 용도를 나눈 것.
2.브랜드 TANAKA는 2017년 뉴욕에서 시작했다. 만든 사람은 타나카 사요리(タナカサヨリ). 요지 야마모토(ヨウジヤマモト)를 거쳐 유니클로로 옮겨 여성복 글로벌 디자인 팀을 도쿄·상하이·뉴욕 세 사무실에서 이끌었다. 2020년부터 쿠보시타 아키라(クボシタアキラ)가 디렉터로 붙었다. 니가타(新潟)에서 자랐는데 아버지는 서양화가이면서 기모노 원단을 그렸고 할아버지는 일본 정원을 만드는 조원가.
3.건물부터 특이하다. 노출 콘크리트 벽에 유리블록이 세로로 한 줄 박혀 있고, 그 옆 검은 격자 유리문이 안쪽 계단으로 이어진다. 앞마당은 벽돌로 낮게 두른 화단이고 큰 나무 한 그루가 벽에 그늘을 던진다. 간판은 없다. 아는 사람이 찾아오는 자리.

4.첫 직영점은 2023년 5월 미나미아오야마에 냈다.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맞은편 낡은 맨션 2층, 같은 건물 1층에는 ARTS & SCIENCE가 있다. 그 매장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만 열었다. 이번엔 주 6일. 파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
5.2층에 올라가면 나무 선반이 벽을 채우고 그 위에 데님이 색깔별로 개켜져 쌓여 있다. 진한 인디고에서 거의 흰색에 가까운 것까지, 창업 첫해 것부터 올해 것까지가 한 벽에 다 있다. 선반 사이사이에 모니터를 끼워 넣고 공장에서 찍은 영상을 튼다.

6.옷 자체는 데님을 정장처럼 다룬다. 인디고 코트에 검은 얼룩을 번지게 찍고, 코르셋 모양으로 몸에 붙인 상의를 데님으로 짓고, 검정 데님을 겹쳐 볼륨을 만든 드레스도 있다. 청바지 회사가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파리 컬렉션 옷의 재료를 데님으로 바꾼 쪽에 가깝다.

7.이 브랜드는 이미 전 세계 100곳 넘는 매장에서 팔린다. 뉴욕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에 걸리고 도쿄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에도 들어간다. 옷을 내보낼 창구가 모자란 적은 없었다.
8.모자란 건 다른 쪽. 남의 매장에 걸린 데님 한 벌은 옆에 걸린 다른 데님과 가격표로만 겨룬다. 왜 5만 엔인지 설명할 사람이 그 자리엔 없다. 도매는 옷을 팔아 주지만 값의 근거는 팔아 주지 않는다.

9.그 근거를 만드는 회사가 둘. 원단은 히로시마 후쿠야마(福山)의 카이하라(カイハラ). 실을 뽑는 것부터 마감까지 한 회사가 다 하는 드문 구조. 일본 데님 원단 국내 점유율은 절반을 넘고, 리바이스(Levi's)에는 1973년부터 넣는다. 타나카는 이 회사의 파랑을 두고 후가공 없이 염료만으로 그 색을 낸다고 말한다.

10.가공은 오카야마 이바라(井原)의 니시에데님(西江デニム)이 맡는다. 1960년에 세탁공장으로 문을 열어 1965년부터 데님을 씻고 긁어 왔고, 지금까지 손댄 옷이 누적 1억 벌을 넘는다. 공장 폐수는 마실 수 있는 수준까지 걸러 되돌린다고 회사는 밝힌다.

11.데님 팬츠 한 벌이 47,300엔. 일본 브랜드가 남의 매장에 옷을 넘길 때 흔히 쓰는 도매가율이 소매가의 55% 안팎. 그 비율대로면 도매로 나갈 때 손에 들어오는 금액이 26,000엔쯤 되고, 같은 옷을 자기 매장에서 팔면 가격표 그대로 남는다.
12.진구마에 2초메 노면이 평당 월 4만 엔 안팎. 걸어서 몇 분 거리인 오모테산도 1층 일급 물건이 5만 4천 엔이니 여기는 그 상권의 가장자리다. 그런데 이 브랜드가 잡은 건 노면도 아닌 2층이다. 한 층 올라가면 얼마나 싸지나. 도쿄에서 2층은 통상 1층의 절반 수준에 거래된다.

13.그러니 이 매장은 팔아서 임차료를 뽑는 곳이 아니다. 도매로 나가던 물량 가운데 일부를 자기 손으로 팔고, 그 차액으로 건물 값을 치른다. 하루 두 벌이면 세 개 층 임차료가 나온다. 사무실과 작업실은 어차피 어딘가에 있어야 했으니, 그 임차료를 매장 한 층이 갚는 배치.
14.일본 데님 산지는 오래전에 이 구조를 겪었다. 오카야마와 히로시마의 공장들이 세계 최고 원단을 짜 놓고도 자기 이름으로는 옷값을 못 받아, 남의 라벨에 원단을 대며 미터당 단가로 경쟁했다. 이바라 한 도시에만 원단·봉제·가공 공장이 몰려 있는데, 정작 도쿄 한복판에 매장을 낸 공장은 거의 없다.

15.타나카가 한 일은 그 반대 방향이다. 산지를 도쿄로 부르지 않고 산지의 이야기를 도쿄로 옮겨 왔다. 후쿠야마의 방적기와 이바라의 물이 진구마에 2층 벽면에서 영상으로 돌아가고, 그 앞에 5만 엔짜리 데님이 걸린다. 원단 회사 이름으로는 못 받던 값을 옷 이름으로 받는 방식.

16.뉴욕에서 시작한 10년차 브랜드가 도쿄 뒷길 3층 건물을 통으로 얻어 판매를 한 층에만 두고 나머지를 만드는 자리로 채웠다. 한 벌에 21,285엔씩 더 남는 계산이 이 결정을 받친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건물이다. 사무실과 작업실에 매장까지 한 채에 넣으려면 근린생활시설과 업무시설이 섞인 용도를 찾아야 하는데, 서울 주요 상권의 소규모 건물은 층마다 임차인이 다르고 통으로 나오는 물건은 낡은 단독주택 쪽에 몰려 있다. 공장 영상도 만만치 않다. 원단과 가공 회사가 자기 이름을 화면에 내주는 데 동의해야 하고, 국내 봉제·가공은 하청 관계라 이름을 밖에 내는 사례가 드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