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구 진구마에(神宮前) 1-13-12, 오모테산도(表参道) 대로에 면한 YM SQUARE OMOTESANDO. 캐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이 8월 19일 여기에 일본 첫 글로벌 플래그십을 열었다. 1,220.23㎡에 두 개 층. 이 회사가 세계에서 굴리는 직영매장 811곳의 평균 면적은 260㎡쯤 된다. 북미 매출이 올해 한 자릿수 후반으로 줄어들 거라고 스스로 밝힌 회사가 왜 지금 도쿄에서 평균의 네 배 반짜리를 지었나.
1.파는 층은 둘. 1층에 남녀 운동복과 계산대, 각인대를 놓고 2층에 캐주얼 라인과 피팅룸을 올렸다. 여는 시각은 오전 10시 반, 닫는 시각은 오후 8시. 설계를 외부 사무소에 맡기지 않고 사내 팀이 했다. 지난해 새로 짠 매장 표준을 일본에서 처음 적용한 곳이 여기다.
2.이 회사가 일본에 처음 매장을 낸 건 2017년 GINZA SIX였고, 그 뒤 9년 동안 13곳까지 늘렸다. 1년에 두세 곳. 하라주쿠(原宿)는 그 줄의 다음 칸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물건이다.
3.천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나무 살을 파도 모양으로 짜 올려 물결이 지나가게 하고 그 틈마다 빛을 먹였다. 한가운데는 나무 링에 둥근 조명을 매달아 천장보다 한참 낮게 내렸고, 바닥은 흰 테라초에 주황 사각 조각을 격자로 박은 것. 옷걸이 봉도 진열대도 나무이고,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흔한 검은 금속 선반이 여기엔 한 짝도 없다.

4.1층 안쪽 벽은 붉다. 짙은 벽돌색 곡면에 흰 글씨로 "Harajuku, what's happening?"을 박고 그 아래에 지역 앰배서더 12명의 얼굴을 붙였다. 옆에는 손으로 쓴 일정판. 8월 23일 오전 7시 45분 달리기 모임, 27일에는 요요기 공원(代々木公園), 30일에 또 한 번.

5.벽의 오른쪽 절반은 지도다. 요요기 공원과 메이지 신궁(明治神宮), 진구마에 일대를 벽면에 파 넣고 카페와 필라테스 스튜디오, 달리기 코스에 핀을 꽂았다. 매장을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그린 그림. 두 층을 잇는 계단도 같은 붉은색인데, 챌판까지 타일을 붙이고 손잡이만 짙은 붉은 나무로 얹어 서너 명이 나란히 오르게 폭을 넓혔다.

6.이 매장이 파는 건 옷만이 아니다. 아침 7시에 같이 뛸 사람들을 판다. 1998년 밴쿠버에서 이 브랜드가 시작할 때 쓴 방법이 정확히 그거였다. 요가 강사에게 옷을 주고 매장에서 무료 수업을 열게 한 뒤, 수업에 온 사람에게 옷을 팔았다. 광고비를 강사와 매장 바닥에 옮겨 놓은 구조. 28년 뒤 도쿄에서 그 벽이 앰배서더 12명과 일정판으로 다시 섰다.

7.계산대 옆에는 각인대가 붙었다. 벨트백에 이름을 눌러 넣고 보온 물병에 글자와 그림을 새겨 주는데, 일본에서는 이 매장이 처음이라고 회사는 안내한다. 그림 견본 중 하나가 바벨을 든 주먹밥이다. 도쿄 한정으로 만든 도안.

8.각인의 값은 서비스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 이름을 새긴 물건은 반품이 어렵고 중고 거래로도 잘 안 나간다. 할인에 기대기 시작한 브랜드가 가격을 안 깎고도 값을 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 이것. 지난해 이 회사의 할인 판매 비중은 60bp 올랐고,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54.9%까지 내려갔다.

9.지역 작가를 붙인 방식도 눈에 걸린다. 1층 창가에는 트라프 건축설계사무소(トラフ建築設計事務所)와 가리모쿠 가구(カリモク家具)가 메이지 신궁 숲의 나무를 층층이 쌓아 만든 로고 오브제를 놨고, 계산대 구역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반나이 타쿠(坂内拓)가 아와가미 팩토리(アワガミファクトリー)의 아와 와시(阿波和紙)로 요요기 공원을 붙여 낸 콜라주가 걸렸다. 2층 피팅 구역에는 오타케 마이토(大竹舞人)가 하라주쿠에서 모은 헌 옷을 엮어 만든 요가 자세 조각.

10.이 세 작품이 하는 일은 둘. 사진을 찍게 만들고, 이 브랜드가 여기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캐나다 회사가 도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거리에 매장을 낼 때 먼저 의심받는 게 두 번째 항목이고, 숲의 나무와 아와 와시는 그 의심에 대한 답으로 골라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11.회사 사정을 놓고 보면 이 매장의 급함이 보인다.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111억 달러였고 직영매장은 811곳. 그런데 올해 회사가 내놓은 전망은 작년과 같거나 1% 줄어드는 그림이다. 북미는 한 자릿수 후반 감소.
12.관세가 여기에 겹쳤다. 1분기 매출총이익률이 410bp 빠졌는데 그중 280bp가 관세 몫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미국에서 팔수록 남는 게 줄어드는 국면. 그러니 성장을 보고할 수 있는 칸은 중국 본토와 그 외 지역 둘만 남았고, 일본은 그 두 번째 칸에 묶여 있다.
13.임차료를 대 보면 이 면적이 얼마짜리인지 나온다. 오모테산도와 메이지도리 일대의 1층 로드숍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월 평당 5만 4,000엔 선에서 거래된다. 1,220㎡면 369평, 두 층으로 나누면 층당 185평쯤. 1층에 그 시세를 대고 2층에 절반 아래를 대면 월 임차료가 1,400만 엔대로 나온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니 여기까지는 추정이다.
14.이 회사의 평방피트당 매출은 지난해 1,426달러로 미국 쇼핑몰 평균의 서너 배였다. 다만 그건 79평짜리 매장들이 만든 값이고 369평은 사정이 다르다. 면적을 키우면 앰배서더 벽과 지도, 조각이 들어가는 만큼 옷을 걸 자리가 줄어든다. 평균의 절반만 나와도 임차료가 매출의 12.5%가 되는데, 옷 장사에서 나쁜 숫자는 아니지만 여유가 큰 숫자도 아니다.

15.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에 스포츠 브랜드가 큰 매장을 놓는 건 20년 넘은 방식이다.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이 거리에서 층을 쌓았고, 그 매장들은 신발과 옷을 최대한 많이 보이게 짜였다. 룰루레몬이 같은 거리에서 다르게 쓴 게 면적이다. 벽 하나를 통째로 이번 주 달리기 일정에 내주고, 2층 피팅 앞에는 팔 물건 대신 조각을 놨다.
16.출점 속도는 그대로 두고 크기만 바꿨다. 작은 매장 네댓 곳을 여는 대신 하나를 네 배 반으로 지으면 임차료 총액은 비슷하게 나오고 사람들 머릿속에 남는 건 달라진다. 국내에서 이걸 하면 돈이 먼저 새는 자리는 임차료가 아니라 그 뒤에 붙는 운영비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369평 두 층을 통으로 잡으면 보증금과 권리금이 따로 얹히고, 매장이 달리기 모임을 직접 돌리는 순간 강사 인건비와 행사 보험이 판매관리비로 들어온다. 공원에서 모으면 관리청 사용허가도 받아야 한다. 그걸 다 통과해도 남는 질문은 하나다. 벽에 붙일 12명을 실제로 데리고 있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