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 400평짜리 옷 가게가 문을 연다. 이름은 WEGO.JP OSAKA. 이 브랜드가 일본에서 가진 가장 큰 매장인데, 자리는 시내가 아니라 게이한 본선 역에 붙은 교외 몰 2층이다. 회사는 1994년 오사카 아메리카무라의 3평짜리 빈티지 가게에서 출발했다. 2년 전 지분 79.73%가 5억엔에 팔렸고, 산 쪽은 백화점에서 정장을 팔던 회사.
1.발표가 나온 건 9월 1일. 개점일 10월 9일, 자리는 히라카타시(枚方市) 쿠즈하하나조노초(楠葉花園町) 15-1의 쿠즈하몰(KUZUHA MALL) 남관 히카리노몰(ひかりのモール) 2층, 면적 약 400평. 신업태 「WEGO.JP」의 1호점이자 이 브랜드 최대 점포다. 남성복과 여성복, 잡화, 그리고 빈티지 옷(古着)까지 자사 라벨 전부를 한 층에 모은다고 회사는 밝혔다. 도쿄 하라주쿠도 시부야도 아니고 오사카 시내도 아닌 자리다.
2.쿠즈하몰은 게이한 유통 시스템즈(京阪流通システムズ)가 운영하는 오사카부 최대급 쇼핑센터다. 하나노몰·미도리노몰·히카리노몰 세 구역에 약 240개 점포가 들어가 있고, 영업면적은 약 7만 2,000제곱미터. 2023년 봄부터 1년에 걸쳐 손을 봐 2024년 3월 22일 다시 열었는데, 영업면적을 5만에서 7만 2,000제곱미터로 늘린 게 그 공사였다.

3.400평을 옷으로만 채우지는 않는다. 회사가 내건 말은 「문화를 체험하는 거리 같은 세계」이고, 실제로 들어가는 건 WEGO 본체와 PUNYUS(プニュズ), W♡C 같은 자사 라벨에 잡화와 빈티지 매대를 섞은 구성이다. 기존 점포가 그 4분의 1 남짓한 넓이에 한두 라벨만 걸어 온 것과는 다른 판. 회사 쪽은 이 형식을 신업태라 부르며 1호점이라는 번호를 붙였다.

4.빈티지 매대는 새 옷 매대와 소리부터 다르다. 옷걸이가 촘촘히 걸린 봉을 손으로 밀면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나고, 한 벌씩 꺼내 보는 동안 사람이 그 앞에 오래 선다. 같은 물건이 두 벌 없으니 훑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 그 느린 속도가 400평이라는 면적을 견디게 하는 장치. 새 옷만 400평에 걸면 손님은 열 걸음 만에 다 봤다고 생각한다.

5.손님이 어떻게 오는지를 보면 자리를 왜 여기로 잡았는지 보인다. 히라카타시는 인구 39만의 베드타운이고, 쿠즈하몰은 게이한 본선 쿠즈하역(樟葉駅)에 그대로 붙어 있으면서 주차장도 크다. 10대 손님은 전철로 오고, 그 아이를 데려다주는 부모는 차로 온다. 시부야 노면점에는 그 부모가 따라 들어갈 이유가 없다.

6.빈티지를 넓게 깐 이유는 시장에도 있다. 야노경제연구소 집계로 일본 패션 리유스 시장은 2025년에 1조 4,100억엔, 전년 대비 110.2%로 늘었다. 물가와 사회보험료가 오르는 동안 옷값을 줄이려는 사람이 중고로 옮겨 갔다는 게 조사 쪽 설명. 원가 구조도 다르다. 매입가가 낮고 시즌 세일에 묶이지 않아 마진이 덜 깎인다.

7.회사 사정이 이 선택을 밀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2024년 2월기 매출은 283억 7,000만엔인데 영업손실 4억 4,000만엔에 순손실 15억 2,500만엔. 5년 연속 적자였다. 도심 노면점은 임대료가 고정으로 나가고 매출이 흔들려도 깎이지 않는데, 교외 몰은 최저보증을 낮게 잡고 매출에 요율을 걸어 나눠 내는 계약이 많다. 적자가 이어진 회사가 고를 수 있는 임차 조건은 후자다.
8.2024년 8월 28일, 온워드 홀딩스(オンワードホールディングス)가 남은 지분 79.73%를 5억엔에 사겠다고 공시했다. 실행일은 9월 27일. 매출 283억엔짜리 회사의 지분 8할이 매출의 1.8%에 해당하는 금액에 넘어간 것이고, 순자산은 5억 3,100만엔이었다. 판 쪽은 투자펀드 J-STAR와 소노다 쿄스케(園田恭輔) 사장 등 개인.
9.싸게 산 대신 뒤에 돈이 붙었다. 온워드는 이 회사에 총 100억엔 규모를 넣겠다고 밝혔고, 그중 5억엔만 주식값이며 나머지는 디지털 투자와 인적자본에 쓰겠다고 했다. 지분값이라기보다 회생 비용. 온워드가 원한 건 브랜드보다 손님. 이 회사가 백화점에서 파는 옷의 주 손님은 30대 이상인데, WEGO는 10대와 20대만 상대한다.

10.2년이 지난 숫자가 그 계산을 설명한다. 온워드의 2026년 2월기 매출은 2,368억엔으로 13.6% 늘었는데, 판로별로 뜯으면 백화점이 1% 줄고 쇼핑센터 등이 37% 늘었다. 온라인은 17% 증가한 580억엔으로 전체의 28.3%. 온워드의 성장이 백화점 밖에서 나온다는 뜻이고, WEGO 매출 303억엔이 통째로 그 쇼핑센터 칸에 얹혔다.
11.400평이 값을 하려면 얼마를 팔아야 하나. 2025년 2월기 매출 303억엔을 점포 약 170곳으로 나누면 한 곳당 1억 7,800만엔이 나온다. 일본 교외 쇼핑센터의 의류 테넌트 임대료를 평당 월 2만엔 안팎으로 잡으면 400평은 연 9,600만엔인데, 이걸 매출의 10% 선에 맞추려면 연 9억 6,000만엔을 팔아야 한다. 평균 점포의 다섯 배가 넘는다. 임대료는 추정이고 실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12.이 회사의 시작도 오사카. 1994년 나카자와 세이시(中澤征史)가 아메리카무라(アメリカ村)에 3평짜리 빈티지 가게를 냈고, 1998년 도쿄 시모키타자와(下北沢)로 올라갔으며, 2003년 하라주쿠에 기함점을 열었다. 한때 일본에 들어오는 수입 빈티지 옷의 3분의 1을 이 회사가 취급했다고 회사 연혁은 적는다. 2018년 9월 투자펀드 J-STAR가 회사분할로 사업을 받았고, 그 6년 뒤 온워드로 넘어갔다.

13.32년 만에 오사카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로 읽으면 편하지만, 지도를 보면 다른 게 보인다. 아메리카무라는 오사카 한복판이고, 쿠즈하는 교토와의 경계에 가까운 외곽. 2025년 이 회사는 야마구치현 오노다의 몰에 점포를 내면서 47개 도도부현 전부에 깃발을 꽂았다. 큰 매장을 낼 자리로 고른 곳도 도심이 아니라 그 마지막 한 칸과 같은 성격의 땅이었다.

14.10대와 20대는 옷에 쓰는 돈이 적고 인구도 줄고 있어서, 이 손님만 보고 400평을 채우는 건 한 곳에서 되더라도 여러 곳에서 되기 어렵다. 빈티지는 매입이 곧 재고이고, 팔리는 물건을 골라 사 오는 일은 사람 손에 달려 있어 매장 수만큼 안목이 필요하다. 신업태 1호점이라는 표현부터 다음 점포를 전제로 한 말. 회사는 아직 몇 곳을 더 낼지 밝히지 않았다.
15.3평에서 시작한 회사가 32년 뒤 400평을 열고, 그 사이에 지분 8할이 5억엔에 넘어갔다. 이 건에 붙은 숫자 가운데 가장 정직한 건 온워드의 판로별 증감이다. 백화점 마이너스 1%에 쇼핑센터 플러스 37%.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 하면 먼저 걸리는 건 임차 조건이다. 일본 교외 몰은 최저보증을 낮추고 매출에 요율을 거는 계약이 흔한데, 국내 대형 쇼핑몰은 보증금과 고정 임대료를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적자 브랜드가 큰 평수를 시험 삼아 빌리기 어렵다. 매입 재고를 쌓는 빈티지 매대를 그 조건 위에 올리면 위험이 두 겹으로 얹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