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삿포로 도큐 백화점(さっぽろ東急百貨店) 1층에 더바디샵(The Body Shop) 매장이 문을 열었다. 홋카이도(北海道)에 남은 이 브랜드의 유일한 매장이고, 아흐레 전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인 다이마루 삿포로(大丸札幌店) 3층에 있었다. 나온 쪽 백화점은 지난해 882억 엔을 팔아 6년 새 매출이 3할 늘었고, 들어간 쪽은 위층 다섯 개를 전문점에 내주고 아래 네 개 층만 백화점으로 남긴 건물이다. 잘 되는 건물의 3층을 버리고 층수를 줄인 건물의 1층을 골랐다. 집기는 폐차한 신칸센에서 뜯어낸 알루미늄으로 짰다.
1.개점일은 2026년 9월 9일, 주소는 삿포로시 주오구 기타4조니시2초메(北4条西2丁目) 삿포로 도큐 백화점 1층이다. 문은 오전 10시에 열고 저녁 8시에 닫는데 백화점 영업시간을 그대로 따른다. 홋카이도에 이 브랜드 매장은 여기 하나뿐. 다이마루 삿포로 3층 매장은 8월 31일에 닫았다. 면적은 비공개.
2.이번 이동에서 실제로 바뀐 것은 층 하나다. 다이마루에서 쓰던 3층은 여성복 층이었고, 도큐에서 받은 1층은 샤넬·디올·시세이도가 늘어선 화장품 층이다. 바디케어와 스킨케어를 파는 브랜드가 옷 층에 서 있던 매대를 화장품 줄로 옮겨 왔다.

3.집기는 거의 전부 다시 쓰는 재료로 짰다. 철거 건물에서 뜯어낸 고재, 버려질 예정이던 재생 플라스틱, FSC 인증 목재. 여기에 폐차한 도카이도 신칸센(東海道新幹線) 차량에서 나온 알루미늄이 진열대 일부와 크림 뜨는 스패출러에 들어갔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세면대가 있고 수도꼭지가 두 개 서 있다. 손을 씻는 자리를 매대와 매대 사이에 끼워 넣은 배치.
4.그 알루미늄의 출처는 신칸센 700계다. 1999년부터 도카이도 구간을 달리다 2020년 3월에 물러났다. JR 도카이(JR東海)는 차량을 100mm 칩으로 자른 뒤 진동 체와 자력 선별기, 사람 눈까지 거쳐 불순물을 걸러 낸 다음 다시 녹인다. 알루미늄을 새로 뽑을 때와 견주면 에너지가 3%면 된다. 7월에 오사카 점포를 열 때는 같은 계열 소재로 만든 파우치를 냈다. 뒷면 라벨에 박힌 것은 차량 형식.

5.보도자료가 앞세운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고, 이 매장에서 값이 나가는 부분은 따로 있다. 다이마루 삿포로는 2025년 2월기에 882억 5,300만 엔을 팔았고 전년 대비 16.9% 늘었다. 6년 동안 3할 넘게 커졌고, 개업 25주년이 되는 2028년에 1,000억 엔을 넘기겠다고 한다. 브랜드가 나온 곳은 지금 홋카이도에서 가장 잘 크는 백화점.

6.들어간 쪽은 사정이 다르다. 삿포로 도큐 백화점은 1973년에 문을 열었고 50년째가 되던 2023년에 건물을 크게 뜯어고쳤다. 그때 백화점으로 남긴 층은 1층부터 4층까지, 5·6층은 빅카메라(ビックカメラ)에 8층은 핸즈(ハンズ)에 9층은 반다이남코(バンダイナムコ) 오락시설에 넘겼다. 손님이 60대 위로 몰려 있던 것을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개장이었고, 목표는 방문객 두 배에 매출 1.5배.

7.백화점 3층 여성복 층에 오는 사람은 옷을 사러 온 사람이고, 1층 화장품 층은 지하 식품관과 지상 출입구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 전부 지나는 자리다. 바디워시와 핸드밤은 오늘 사려고 마음먹고 오는 물건이 아니다. 지나가다 냄새를 맡고 집는 물건이라 통행량이 그대로 매출로 붙는다. 3층 좋은 자리보다 1층 끝자리가 낫다는 판단.

8.세면대가 매장 한가운데 있는 이유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향을 맡고, 손등에 바르고, 미끈거리는 손을 씻는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나고 손에서 향이 사라지면 그 사람은 다시 매대 쪽으로 돌아선다. 시연대 하나가 체류시간을 몇 분 늘리는 장치이고, 화장품 층에서 몇 분은 계산대까지 가는 거리다.
9.이번 가을 한정으로 삿포로점에 먼저 깔린 두 계열의 가격은 바스&샤워젤 250mL 2,200엔, 휘핑드 바디버터 200mL 4,180엔, 핸드밤 30mL 1,540엔, 프레그런스 미스트 100mL 3,080엔, 오드투알레트 50mL 4,840엔이다. 원화로 옮기면 1만 5,000원에서 4만 6,000원 사이. 백화점 1층 화장품 층에서는 가장 아래 칸에 놓이는 가격대.

10.개점 증정품을 받는 조건이 7,700엔 이상 구매다. 이 문턱이 가격표와 붙어 있다. 바디버터 하나에 샤워젤 하나를 얹으면 6,380엔으로 모자라고, 핸드밤을 하나 더 집어야 7,920엔이 되면서 넘는다. 세 개를 사게 만드는 숫자를 골라 놓은 것. 증정품은 꽃무늬 파우치 두 종.
11.그래서 한 매장이 얼마를 팔까. 옛 장부에 답이 남아 있다. 일본 사업을 30년 굴린 이온포레스트(イオンフォレスト)의 2019년 2월기 매출이 66억 1,900만 엔. 그해 점포가 120곳 안팎이었으니 한 곳이 연 5,500만 엔쯤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 460만 엔, 하루 15만 엔. 객단가를 4,000엔으로 잡으면 하루 38명이 계산대를 지난다. 그 38명이 7,700엔씩 쓰고 나가면 같은 면적에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된다.
12.브랜드 자체는 1976년 영국 브라이턴(Brighton)에서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이 제품 25종과 다시 채워 쓰는 병으로 시작했다. 그 뒤로 손이 네 번 바뀌었고 값은 줄곧 내리막. 2006년 로레알이 6억 5,230만 파운드, 2017년 나투라앤코(Natura &Co)가 8억 8,000만 파운드, 2023년 11월 아우렐리우스(Aurelius)가 2억 700만 파운드. 마지막 주인은 넉 달 만에 은행 신용을 잃고 2024년 2월 영국 법인을 법정관리에 넘겼다.

13.일본은 그 소용돌이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 1990년 이온(イオン) 자회사 이온포레스트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도쿄 진구마에(神宮前)에 오모테산도점을 냈고, 30년 계약이 끝나던 2020년 10월에 이온이 지분을 전부 영국 본사에 넘겼다. 그사이 점포는 2015년 약 160곳에서 2020년 2월 103곳으로 줄었다. 이번 삿포로 이동은 그 줄이기의 연장선에 있다. 한 도(道)에 매장 하나만 남기고, 그 하나를 가장 통행량 많은 층에 놓는다.

14.지금 이 브랜드를 굴리는 쪽은 아우레아 그룹(Auréa Group)이다. 2024년 9월 6일에 법정관리 자산을 사들였고, 마이크 자타니아(Mike Jatania)가 회장을, 몰튼 브라운 대표를 지낸 찰스 덴튼(Charles Denton)이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덴튼은 1년 만에 물러났고 자타니아가 그 자리를 겸했다. 일본 법인 대표도 미테시 자타니아(Mitesh Jatania). 투자자 가족이 운영석까지 들어와 앉은 회사가 지금 창업 50주년을 치르는 중이고, 7월에는 오사카 우메다(梅田)에 두 번째 매장을 열어 한 상권에 두 점포를 세웠다.

15.잘 크는 백화점의 옷 층을 비우고 300m 옆 백화점의 화장품 층으로 옮긴 것이 오늘 일어난 일이고, 그 판단을 떠받치는 숫자는 한 점포 연 5,500만 엔이라는 옛 장부의 평균이다. 그 정도 매출을 들고 좋은 층을 달라고 하기는 어려우니, 층을 바꾸려면 건물을 갈아타는 쪽이 빨랐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면 층보다 집기에서 먼저 걸린다. 백화점 입점 매장의 집기는 백화점 디자인 심의를 거치고 마감재는 불연·준불연 시험성적서를 요구받는데, 철거 현장에서 뜯어 온 고재는 들어오는 물량마다 시험을 다시 받아야 한다. 재생 재료로 짠 매장이 자재값 덕에 싸게 나올 거라고 잡으면 견적서에서 어긋난다. 싼 건 재료고, 비싼 건 그 재료를 반입해도 된다고 적어 주는 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