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데님 브랜드 45R이 9월 8일 긴자 본점을 옮겨 다시 열었다. 22평 한 층을 쓰던 매장이 4층 건물 전체로 커졌다. 1층에는 수백 년 된 고택의 밤나무 기둥 두 개를 세웠다. 운영사는 2030년까지 매출 100억 엔을 내겠다고 공개 선언했는데, 그 이듬해 결산에서 103억 엔을 찍었다.
1.45R이 9월 8일 긴자 본점을 니시고반가이(西五番街)의 세이코 긴자 5초메 빌딩(セイコー銀座5丁目ビル)으로 옮겼다. 지상 4층 건물 전체. 긴자역 B3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나오면 바로 앞. 개점 첫 사흘은 예약한 사람만 들였고, 물건을 산 손님에게는 쪽물과 인도 손물레 면 카디(khadi)로 만든 데누구이(手ぬぐい)를 한 장씩 줬다.
2.옛 긴자점은 2012년 11월 긴자 3초메 나미키도리(並木通り) 근처에 연 약 22평짜리 1층 매장이었다. 14년을 운영하고 올해 2월 14일 문을 닫은 뒤 일곱 달을 쉬었다. 새 자리는 나미키도리와 하루미도리(晴海通り) 사이를 동서로 잇는 뒷길이고, 이 길이 하루미도리와 만나는 모퉁이에 Giorgio Armani와 Bottega Veneta가 있다. 2012년 개점 때 데님 가격은 2만~3만 8,000엔.


3.1층 이름은 구리노마(栗の間), 밤나무 방. 몇백 년을 버틴 일본 옛 건물에서 뜯어 온 밤나무로 가운데 다이코쿠바시라(大黒柱) 두 개를 세우고 뒷벽과 진열대도 같은 나무로 덮었다. 옛 집에서 다른 부재를 끼웠던 홈, 시구치(仕口)는 메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공사와 재목 고르기를 맡은 곳은 교토의 스키야(数寄屋) 목수 집단 산카쿠야(三角屋).


4.진열대 윗면은 자귀로 한 번씩 떠낸 나구리(名栗) 마감이라, 손바닥을 대고 밀면 비늘 같은 자국마다 결이 걸린다. 청바지를 쌓아 두는 판을 매끈하게 대패질하지 않았다. 매장 한가운데는 이로리(囲炉裏)처럼 둘러앉는 자리로 비워 두고, 옛 곳간 문짝을 떼어다 탁자로 눕혔다. 탈의실과 벤치는 그 둘레에.


5.재료가 전부 일본산은 아니다. 앞면을 가로지르는 8m 가까운 보와 바닥 널은 티크이고, 요트 갑판처럼 이었다. 문 앞에는 영국 윈저성(Windsor Castle)에서 나온 돌을 깔았고, 모퉁이 벽은 후쿠시마산 돌로 세웠다. 돌 쌓기는 성벽을 쌓던 기술을 잇는 시가현의 석공 집단 아노슈(穴太衆) 몫. 회사는 이 층을 옷·흙·나무 세 가지로 설명한다.


6.위층은 층마다 이름이 다르다. 2층 교쿠멘노마(曲面の間)는 곡면 벽을 두르고 계절 컬렉션을 건다. 3층 아이노마(藍の間)는 편백 바닥을 바둑판무늬로 깔고 벽을 회반죽으로 발라, 쪽물 라인 아이쇼쿠닌 이로이로 45(藍職人いろいろ45)만 판다. 4층 차바테이(茶馬亭)는 도자기와 칠기, 목공예를 두는 갤러리 겸 다실. 1층에 티셔츠와 반다나, 3층에 가장 비싼 옷.
7.회사가 쪽물에 매달리는 이유는 자기 입으로 밝혔다. 2024년 2월 결산 숫자로 중소기업기반정비기구(中小企業基盤整備機構)에 낸 매출 100억 엔 선언서에 "미국 옷을 흉내 내고 복각하는 것만으로는 빈티지와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흔한 청바지 염료는 석유화학에서 뽑은 합성 인디고라 쪽 농사가 필요 없다. 45R이 붙잡은 스쿠모(蒅)는 쪽잎을 몇 달 발효시켜 만든 천연 염료이고, 선언서도 로트마다 색이 달라지는 게 과제라고 적었다.
8.손님이 이 가게에서 사는 건 옷 한 벌이 거쳐 온 시간이다. 공정이 길다는 말은 설명으로는 전해지지 않아서, 회사는 그 시간을 기둥과 문짝, 돌로 바꿔 1층에 세웠다. 쪽물 들인 천 한 장을 개점 선물로 쥐여 준 것도 같은 이유다. 면세점 목록에 이름을 올린 매장이지만 문은 18시 30분에 닫는다. 긴자 백화점들이 20시까지 여는 거리에서 한 시간 반 이르다.
9.운영사 45rpm studio의 매출은 2024년 2월 결산 93억 엔에서 2025년 2월 결산 103억 엔으로 11% 늘었다. 원화로 950억 원 남짓. 선언서가 2030년에 닿겠다고 한 100억 엔을 제출 이듬해 결산에서 넘겼다. 다음 목표는 2034년 150억 엔. 103억 엔에서 출발하면 한 해 4%대 성장이면 닿는 숫자다.
10.매장은 국내 38곳, 해외 23곳이다. 국내 가운데 노면 매장이 6곳, 백화점과 쇼핑몰 입점이 30곳, 온라인몰이 2곳. 해외는 미국 4곳, 유럽 3곳, 아시아 16곳. 매출을 오프라인 매장 59곳으로 단순히 나누면 한 곳에 1억 7,000만 엔 남짓이고, 직원 347명으로 나누면 1인당 3,000만 엔쯤 된다(추정).
11.객단가를 끌어올리는 건 3층의 쪽물 라인. WWD 재팬에 따르면 이 라인의 데님은 15만 엔부터, 다운재킷 가운데 비싼 것은 50만 엔을 넘는다. 2024년 10월 뉴욕 소호에 122㎡로 연 전용 매장은 개점일 평균 객단가가 65만 엔, 그달 평균이 45만 엔이었다. 2012년 긴자에서 팔던 데님보다 한 벌 가격이 4배에서 7배 넘게 비싸다.
12.긴자 매장 임대료는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CBRE는 2026년 2분기 긴자 하이스트리트 1층 예상 계약 임대료를 월 평당 29만 8,000엔으로 잡았고, 공실률은 여섯 분기째 0%. 니시고반가이는 주오도리(中央通り) 뒷길이라 이보다 낮고, 45R의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이스트리트 시세를 옛 매장 22평에만 대도 한 달 656만 엔, 한 해 7,900만 엔이다(추정). 1층 하나의 임대료가 평균 매장 한 곳 매출의 절반에 가깝다.
13.그래서 이 건물은 판매 매장 계산으로는 잘 서지 않는다. 대신 선언서의 성장 수단 항목에 "세계에 알리는 쇼케이스 점포"가 따로 적혀 있다. 같은 문서에 적힌 투자처는 후쿠시마 스쿠모 공장과 후쿠시마·도쿄 염색 공장, 숙박 시설을 붙인 후쿠시마 체험 공방이다. 쪽 농사부터 염색까지 위쪽 공정에 돈을 넣고, 긴자에는 그 결과를 거는 진열창을 세웠다. 2017년 쿨재팬 기구(クールジャパン機構)가 패션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8억 엔 넘게 넣은 회사이기도 하다.
14.재료를 고르는 눈은 14년 전과 같다. 2012년 옛 긴자점도 원목 통판 바닥에 아와지시마(淡路島) 미장공이 바른 흙벽을 두르고, 쇼윈도 벽을 밤나무로 덮었다. 그때 밤나무는 벽 한 면이었고 지금은 1층 한가운데 선 기둥 두 개. 산카쿠야는 산조도리(三条通)의 교토 매장도 지었고, 45R은 그곳을 국내 노면 매장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라 소개한다.

15.복각으로는 빈티지를 못 이긴다고 선언서에 쓴 회사가 손님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1층에는 여전히 티셔츠와 청바지를 쌓았다. 그 발밑에는 영국 성에서 나온 돌과 티크 널이 깔려 있다. 1층은 쪽물로 가는 입구 가격대를 받고, 위로 오를수록 한 벌 가격이 올라간다. 건물 네 층이 그대로 가격표다.

16.45R은 22평짜리 긴자점을 접고 일곱 달 만에 건물 네 층을 열었고, 그 사이 회사 매출은 103억 엔으로 선언서 목표를 5년 앞당겨 넘겼다. 헌 목재와 흙벽으로 매장을 짓는 방식을 국내에서 쓰려면 마감재 규정에 먼저 걸린다. 판매시설의 벽과 천장 마감에는 건축법이 난연 성능을 요구해서, 오래된 목재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려면 방염 처리와 시험 성적서가 붙고 그만큼 공사비와 공기가 늘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