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트리트 브랜드 thisisneverthat이 9월 19일 시부야 우다가와초(宇田川町)에 두 개 층짜리 플래그십을 열었다. 입구에는 폭 13.4m짜리 LED 벽을 세웠고, 1층 25m 안쪽까지 옷을 벽 틈에 끼워 걸었다. 일본에서만 세 번째 직영 매장이다.
1.주소는 시부야구 우다가와초 10-3. 영업은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2022년 하라주쿠, 2024년 11월 오사카 미나미호리에(南堀江)에 이어 일본에 낸 세 번째 플래그십이고, 설계는 Wonderwall의 가타야마 마사미치(片山正通)가 맡았다. 면적은 밝히지 않았다.
2.브랜드는 2010년 서울에서 세 친구가 시작했다. 운영사 제이케이앤디의 2025년 매출은 856억 원으로 1년 사이 17.8% 늘었다. 개점에 맞춰 건 한정품은 두 갈래. 몸판과 로고를 전부 검게 뽑은 SHIBUYA BLACK 티셔츠·후드는 8,800~18,700엔이고, UNDERCOVER와 함께 만든 워싱 데님 다운재킷까지 든 협업 라인은 가장 비싼 것이 5만 7,200엔이다.
3.문을 열고 들어서면 옷보다 화면이 먼저. 왼쪽은 작은 로고 하나만 붙은 콘크리트 벽이고, 오른쪽으로 폭 13.4m, 높이 3m짜리 LED 벽이 복도를 따라 이어진다. 상품은 그 복도를 다 지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4.1층 깊이는 25m. 벽에 가로로 길게 판 틈이 선반이고, 거기에 접은 티셔츠가 몇 장씩만 누웠다. 옆벽은 거울이라 틈과 옷이 한 번 더 비친다. 바닥과 가운데 단, 계산대는 같은 원석에서 떠낸 흰 대리석 판이라 회색 결이 바닥에서 단 위로 끊기지 않고 올라간다.


5.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거리 쪽 벽이 통유리다. 전구를 박은 큰 로고 글자가 유리 안쪽에 서 있어 길에서 보면 간판이 되고, 안에서 보면 거꾸로 뒤집힌 글자가 된다. 안쪽에는 DJ 부스와 팝업 공간, 탈의실. 소리는 사운드 디렉터 ZAK이 맡아 L-Acoustics와 ADAM Audio 스피커를 달았고, 가장 안쪽 탈의실은 현장에서 부어 만든 콘크리트다.


6.가타야마가 내건 주제는 「여백」. 브랜드 이름은 처음 떠올린 그림과 끝에 나온 결과가 다르다는 말에서 왔다. 그래서 매장도 벽을 상품으로 채우지 않았다. 25m짜리 층에 옷걸이 봉은 양쪽 벽에 한 줄씩뿐.
7.일본 손님에게 이 브랜드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22년 무신사 글로벌몰에 들어가 일본 온라인 판매를 텄고, 같은 해 하라주쿠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쓰는 첫 해외 매장을 냈다. 스투시와 슈프림 매장이 모인 골목. 뉴발란스·뉴에라·지샥과 협업한 제품이 먼저 일본에 이름을 알렸다.
8.이번에 고른 협업 상대는 UNDERCOVER. 다카하시 준(高橋盾)이 1990년 도쿄에서 시작해 하라주쿠 뒷골목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해 온 브랜드다. 사과 그림을 다시 그려 넣은 이 라인은 한국 매장보다 시부야에 먼저 걸렸다. 하라주쿠 골목을 만든 쪽이 서울에서 온 매장에 자기 이름을 붙여 준 것.

9.회사 매출은 2023년 567억 원에서 2024년 727억 원, 2025년 856억 원으로 올랐다. 성장률은 28.3%에서 17.8%로 내려왔다. 국내 온라인과 편집숍만으로는 오름폭이 줄어드는 때에 해외 직영을 하나 더 얹은 순서다.
10.시부야 임대료는 몇 층이냐에 따라 갈린다. Savills가 집계한 올해 중반 시부야 1층 평균 호가는 한 평에 월 4만 5,500엔, 약 42만 원이고 1층이 아닌 층은 3만 7,400엔이다. CBRE가 내는 시부야 최상급 입지 1층 기준 임대료는 한 평에 월 18만 2,000엔까지 올라가 있고, 공실은 0이다.
11.임대료를 매출의 15%로 맞추면 1층은 평균 호가에서도 한 평이 한 달에 약 30만 엔을 팔아야 한다. 세금을 뺀 8,000엔짜리 티셔츠로 치면 38장. 최상급 입지 기준이면 한 평에 152장, 하루 다섯 장꼴(추정). 벽 틈 선반에 몇 장씩 눕혀 둔 1층과 LED 복도는 이 숫자를 채우는 데 거의 보태지 않는다.
12.그럼 그 판매량은 누가 채우나. 1층이 다 지지 않아도 되게 만든 게 2층이다. 팝업 공간과 DJ 부스는 협업 발매일이나 행사 날 사람을 모으고, 줄은 계단을 거쳐 1층 계산대로 내려온다. 한정품 가격대가 8,800엔에서 5만 7,200엔까지 벌어져 있는 것도 한 사람이 들고 가는 금액을 끌어올리는 쪽이다.


13.가타야마는 1990년대 하라주쿠 A BATHING APE 매장을 설계하며 이름을 알렸고, 뒤에는 뉴욕 5번가와 긴자의 유니클로 글로벌 플래그십을 맡았다. 도쿄 스트리트 패션이 매장 인테리어에 돈을 아끼지 않던 시절의 얼굴. 그 사람에게 서울 브랜드가 시부야 매장을 맡겼다.

14.2000년대 서울의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하라주쿠 뒷골목을 보고 배웠다. 지금은 방향이 거꾸로. 시부야 한정 검은 티셔츠는 서울 매장에 없으니, 그 옷을 원하는 서울 손님은 도쿄에 가서 사 와야 한다. 해외 매장이 본국 손님까지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첫 몇 달 판매를 봐야 안다.
15.매출 856억 원 규모의 서울 브랜드가 일본에 세 번째 직영 매장을 내면서 1층 입구를 LED 복도에 내주고 2층을 행사장으로 비웠다. 평균 호가로만 따져도 1층 한 평이 한 달에 티셔츠 38장을 팔아야 임대료가 맞는 거리다. 국내 브랜드가 같은 길을 가려 할 때 먼저 걸리는 건 설계가 아니라 돈의 순서. 일본 매장 임대차는 보통 월세 여러 달 치를 보증금으로 먼저 묶기 때문에, 면적과 설계비보다 그 현금을 몇 년 안에 회수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