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니고(NIGO)가 만든 HUMAN MADE가 9월 26일 하라주쿠에 첫 플래그십 HUMAN MADE TOKYO를 열었다. 세 개 층 595㎡로 기존 매장의 네 배 넓이다. 회사는 이 매장 하나로 1년에 20억~30억 엔을 팔겠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은 142억 엔이었다.
1.주소는 시부야구 진구마에(神宮前) 6-25-10. 메이지도리(明治通り)를 따라 유리 정면이 길게 서 있고, 지하철 메이지진구마에역에서 가깝다. 1층은 계산대, 2층은 판매층, 3층은 행사용으로 비워 둔 층. 문을 연 첫 이틀은 공식 앱 추첨에 붙은 사람만 들어갔다고 회사는 안내했다.
2.HUMAN MADE는 2010년 니고가 세운 브랜드이고, 회사는 2025년 11월 27일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직영 매장은 8곳이며 이번이 시부야·하라주쿠 일대에서만 네 번째. 건물은 1월에 문을 닫은 다케오 기쿠치(TAKEO KIKUCHI) 플래그십 자리. 이 브랜드가 플래그십이라고 부르는 매장은 이곳이 처음이다.

3.문을 열면 먼저 보이는 건 상자. 1층 벽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회색 수납 상자로 채웠고, 아래쪽은 어둡게 두고 위로 갈수록 조명을 밝혔다. 상자마다 브랜드 이름이 찍혀 있지만 장식은 아니고, 실제 재고를 넣어 두는 창고 선반. 그 앞에는 나무 블록을 깎아 붙인 듯한 사자 한 마리.


4.2층의 옷은 전부 금속 봉으로 두른 틀 안에 걸린다. 무광 알루미늄 봉을 촘촘히 세운 틀은 둥근 것과 네모난 것이 섞여 있고, 천장은 곡선으로 휘어 조명을 품는다. 틀 위 간판에는 「THE FUTURE IS IN THE PAST」라는 구호가 붙었다. 설계는 디자인 스튜디오 I IN.


5.사는 방법도 보통 옷 가게와 같지 않다. 상품에 붙은 QR 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어 주문하면 그 내용이 재고 담당 직원에게 바로 넘어가고, 손님은 1층 계산대에서 물건을 받는다.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 매장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한다. 판매층에 사이즈별 재고를 쌓을 필요가 없어서 같은 면적에 상품 가짓수를 기존 매장의 1.8배로 늘렸다.

6.왜 줄을 설까. 적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만들고, 협업 상품은 추첨으로 판다. 지난해 10월 포켓몬 협업 때는 매장 앞에서 한두 시간을 기다렸다. 이번에 낸 첫 자체 스니커 DUCK KICK은 정가가 2만 8,600엔인데, 개점 당일 중고 거래 앱에는 11만 엔 안팎의 판매 호가가 붙었다.


7.사는 사람의 3분의 2는 일본 밖 사람. 해외 판매와 방일 관광객 매출을 합친 몫이 지난 회계연도에 65%였고, 닛케이 비즈니스는 이 비율이 유니클로와 비슷하다고 짚었다. 하트와 동물을 넣은 로고는 말이 안 통해도 알아본다. 도쿄에 온 김에 들르는 가게에서, 도쿄에 오는 이유가 되는 가게로 올라서려는 매장이다.

8.광고에는 돈을 거의 안 쓴다. 지난 회계연도 광고선전비가 매출의 2.9%였다. 추첨 공지와 협업 발표가 앱과 SNS로 퍼지고, 매장 앞 줄이 그 소식을 다시 실어 나른다. 광고판 노릇은 매장 몫.
9.2026년 1월에 끝난 회계연도 매출은 142억 엔(약 1,320억 원)으로 전년보다 26.8% 늘었다. 영업이익은 45억 엔. 영업이익률 31.7%는 옷을 파는 회사에서 보기 드문 숫자이고, 매출총이익률도 65%를 넘는다. 할인 판매 없이 정가로 다 팔리게 물량을 짜는 방식에서 나온 숫자.
10.매출은 어디서 나올까. 온라인이 29%, 온라인과 직영 매장을 합친 직판이 83%라서 매장 몫은 약 54%, 금액으로 77억 엔쯤 된다. 이를 국내 직영 8곳으로 나누면 한 곳이 1년에 9억~10억 엔을 판다(추정). 새 매장의 목표 20억~30억 엔은 기존 매장 두세 곳 몫이다.
11.넓이로 나누면 계산이 달라진다. 면적은 기존 매장의 네 배인데 매출 목표는 두세 배라, ㎡당 매출은 오히려 내려간다. 1층을 계산대와 상자 벽에, 3층을 행사에 쓰니 옷이 걸리는 면적은 사실상 2층 하나다. 회사는 1년 방문객을 60만 명으로 잡았고, 목표 매출을 나누면 한 사람당 4,000엔 남짓.
12.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모테산도(表参道) 일대 1층 점포의 평균 임대료가 2025년 하반기 기준 월 평당 5만 4,000엔인데, 이 가격을 세 개 층 약 180평에 그대로 적용하면 월 972만 엔이다. 1년이면 약 1억 2,000만 엔으로 목표 매출의 4~6%(추정). 대로변 1층이 평균값에 나왔을까.
13.회사는 올해를 「준비하는 해」라고 부른다. 이번 회계연도 매출 전망은 185억 엔으로 30% 가까이 늘지만 영업이익 전망은 48억 엔으로 5.9% 증가에 그친다. 이 매장의 개점 비용과 중국·미국 진출 준비에 약 10억 엔을 한 번에 쓰기 때문이다. 3월에는 두 나라에 100% 자회사를 세웠고, 상하이 징안(静安)구에 매장 자리를 계약했다.
14.그런데 가장 큰 매장은 상하이나 뉴욕이 아니라 도쿄에 냈다. 방콕과 서울은 협력사 매장으로 열었고, 해외 직영 매장은 2028년 1월 회계연도 이후 중국과 미국에서 연다는 계획이다. 해외 손님이 도쿄로 오는 동안에는 도쿄 매장 하나가 여러 나라 매장 노릇을 한다. 마쓰누마 레이(松沼礼) 최고경영자는 사자를 고른 이유로 도쿄에서 가장 큰 플래그십에 어울린다는 점을 들었다.
15.보통의 플래그십은 창고를 뒤에 숨기고 옷을 앞에 건다. 이 매장은 그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거리에 붙은 1층 벽에 재고 상자를 세우고, 옷은 한 층 위 금속 틀 안에 넣었다. 정가로 다 팔릴 만큼만 만드는 회사라서 창고가 곧 줄 서는 이유이고, 그 창고를 보여 주는 쪽이 옷 한 벌 더 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16.해외 매출이 3분의 2인 HUMAN MADE가 도쿄 대로변에 595㎡를 얻고, 1층을 창고 벽과 계산대로 채웠다. 매장 하나에 기존 매장 두세 곳 몫인 20억~30억 엔을 걸었고, 그 준비로 올해 이익 증가는 5.9%에서 멈춘다. 국내 패션 브랜드가 같은 크기를 노면에 내면 먼저 걸리는 건 재고. 시즌 끝에 할인으로 털어야 하는 물량이면 판매층에 사이즈별 재고를 쌓아야 하고, 1층 벽을 창고로 보여 줄 여유가 처음부터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