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신사이바시 파르코 지하 1층에 9월 18일 Verdy's Postal Service가 문을 열었다. 오사카 출신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가 처음 낸 상설 매장이고, 파르코와 함께 만든 가게. 매장 한가운데에 그가 그린 우체통을 세우고 엽서와 펜을 판다.
1.주소는 오사카시 주오구 신사이바시스지(心斎橋筋) 1-8-3, 신사이바시 파르코(心斎橋PARCO) 지하 1층.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점 첫 사흘은 사전 추첨에 붙은 사람만 들어갔고, 첫 이틀에는 베르디가 직접 사인회를 열었다. 매장 면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2.파르코가 2월부터 벌여 온 리뉴얼의 마지막 순서. 약 50개 구획, 2,000평을 여덟 달에 걸쳐 바꿨고, 10월 2일 6층 SEGA STORE OSAKA와 2층 STUDIO NICHOLSON OSAKA가 열리면 공사가 끝난다. 마지막으로 채운 세 자리 가운데 하나가 편지 가게다.
3.매장에 들어서면 우체통부터 눈에 걸린다. 사람 키만 한 몸통은 초록·분홍·하늘색 괴물 셋이 층층이 포개진 모양이고, 가운데 괴물의 배에 POST라는 글자와 투입구가 뚫렸다. 맨 위 괴물은 두 팔을 벌려 브이를 그린다. 옆에는 편지를 써서 그 자리에서 넣을 수 있는 자리를 따로 뒀다. 넣은 편지를 누가 어떻게 걷어 가는지는 아직 공개 전.

4.매장은 짙은 초록으로 칠한 계산대 섬 하나와 벽면 진열장이 전부. 초록 기둥 넷이 가느다란 철골 틀을 받치고, 틀 위에 VERDY'S POSTAL SERVICE 간판이 얹혔다. 흰 타일 바닥 위라 초록 덩어리가 더 짙게 가라앉는다. 일본 거리의 우체통은 빨간색인데, 이 매장은 벽도 계산대도 초록을 골랐다.

5.파는 물건의 가격은 500엔에서 2만 엔 사이. 엽서가 한 장 550엔, 그림 그리는 펜이 한 자루 1,430엔. 엽서에는 베르디의 캐릭터 VICK과 VISTY가 오사카·Thank You·Happy Birthday 같은 글자와 함께 그려졌다. 파르코와 베르디가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골라 엮은 엽서 묶음 V's COLLECTION도 함께 놓인다.


6.옷을 함께 만든 곳은 도쿄 브랜드 doublet. 디자이너 이노 마사유키(井野将之)가 맡은 티셔츠는 항공우편 봉투를 본떴는데, 접으면 봉투 모양이 되고 앞판에 주소와 소인, VICK을 그린 우표가 찍혀 있다. 한 장에 1만 9,800엔, 매장에서 가장 비싼 옷.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도 doublet이 만들었다.


7.베르디는 1987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Girls Don't Cry와 Wasted Youth를 만들었고 루이비통·나이키·유니클로·HUMAN MADE와 협업했다. 그의 이름이 붙은 물건은 세계 곳곳에서 추첨으로 팔려 왔지만 자기 매장은 없었다. 첫 상설 매장 자리는 고향 도시.

8.편지를 쓰는 사람은 얼마나 줄었을까. 일본우편(日本郵便)이 찍은 연하엽서는 20여 년 전 약 44억 장이었는데 2026년용은 7억 5,000만 장이다. 최근 2년 사이에만 절반이 됐고, 그 사이에 엽서 요금도 올랐다.
9.쓰는 사람이 줄면 편지는 흔한 일에서 드문 일로 넘어간다. 드문 일은 기념할 거리가 되고, 기념할 거리는 팔린다. 이 매장이 파는 건 연락 수단이 아니라 베르디의 그림이 찍힌 종이 한 장이다. 550엔짜리 엽서 값은 그 위에 붙일 요금 85엔의 6.5배.
10.엽서는 사람을 불러들이고, 계산대 금액을 올리는 건 옷과 피규어다(추정). 기본 티셔츠 한 장이 8,250엔으로 엽서 15장 값이다. 한 사람에 하나씩만 파는 VICK 피규어는 2만 7,500엔이고, 무슨 색이 나올지는 상자를 열어야 안다.

11.건물 쪽 숫자는 어떨까. 신사이바시 파르코의 2025년 2월 회계연도 거래액은 379억 엔으로 46% 늘었고, 닛케이는 캐릭터 잡화가 잘 팔린 것을 이유로 들었다. 옛 소고(そごう) 백화점 건물을 고쳐 연 이 파르코가 시부야 파르코 다음가는 매출을 내기 시작한 해.
12.그다음 해에는 속도가 떨어졌다. 2026년 2월 회계연도 거래액은 394억 엔, 증가율은 3.7%.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백화점 업계 전체의 면세 매출이 크게 꺾인 해다. 파르코는 리뉴얼 마지막 자리를 캐릭터 잡화로 한 번 더 채웠는데, 이번에는 편지라는 이유를 붙였다.
13.매장 수 약 170개로 거래액을 나누면 한 곳이 1년에 2억 3,000만 엔쯤 판다(추정). 이 가게가 그만큼을 엽서만으로 채우려면 하루에 1,150장 넘게 팔아야 한다. 엽서로는 계산이 안 나오고, 가게도 그걸 안다.

14.문의 메일 주소와 누리집이 파르코 도메인 아래에 있다. 보통 쇼핑몰은 칸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데, 이 매장은 파르코가 사업을 함께 하는 쪽에 서 있다. 계약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임대인이 매출을 같이 지는 칸이라면 그 칸의 매출보다 지하 1층까지 사람을 내려보내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
15.캐릭터 가게는 보통 문구를 상품의 한 갈래로 판다. 이 매장은 순서를 거꾸로 해서 편지를 쓰고 부치는 일을 먼저 세우고, 캐릭터를 그 위에 얹었다. 매장은 문구점 매대보다 우체국 창구를 닮았고, 손님은 우표 한 장 값의 여섯 배를 내고 그 창구 앞에 선다.
16.파르코는 2,000평 리뉴얼의 마지막 자리 하나에 우체통을 세운 편지 가게를 넣었다. 연하엽서 첫 발행이 7억 5,000만 장까지 줄어든 해다. 550엔 엽서로는 층 평균 매출을 채울 수 없으니, 금액은 옷과 피규어가 채우고 사람은 우체통이 불러 온다. 국내 백화점과 쇼핑몰은 매출에 수수료를 매기는 계약이 보통이라, 엽서로 사람을 부르는 칸은 매출 순위표에서 먼저 밀려난다. 이런 칸을 오래 두려면 임대인이 사업 파트너로 들어가는 계약서부터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