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서울 소월로의 화이트스톤 갤러리 건물에 일본 결혼반지 회사가 한국 첫 매장을 열었다. 2023년 전시장으로 문을 연 건물에서 두 개 층이 반지 매장이 됐고, 갤러리는 지하 1층에 남았다. 화랑도 반지 회사도 세운 사람은 한 사람.
1.8월 27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70의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 서울 건물에 결혼반지 매장 두 곳이 한꺼번에 문을 열었다. 도쿄 증시 상장사 NEW ART HOLDINGS가 운영하는 EXELCO DIAMOND와 긴자 다이아몬드 시라이시(銀座ダイヤモンドシライシ)의 서울 플래그십이다. 발표한 매장 면적은 459.7㎡(약 139평)이고, 매장을 꾸리는 곳은 한국 자회사 NEW ART KOREA.
2.자리는 남산 서쪽 비탈, 후암동 주택가를 끼고 도는 소월로 언덕이다. 백화점도 번화가 1층도 아니다. 이 건물은 2023년 가을 일본 화랑의 첫 한국 지점으로 문을 열었고, 내부는 구마 겐고(隈研吾)가 손봤다. 개관 때 발표는 전시장 세 곳에 합계 700㎡.

3.3년 만에 층 배치가 바뀌었다. 지하 1층은 갤러리, 2층은 EXELCO DIAMOND, 4층은 긴자 다이아몬드 시라이시. 두 숫자를 같은 기준으로 쟀는지는 회사가 밝히지 않았다. 같은 기준이라면 개관 때 전시장 면적의 3분의 2쯤이 반지 몫으로 넘어간 계산.

4.매장 사진 속 흰 벽은 두 층 높이로 올라가고, 그 벽에 분홍과 파랑이 번진 큰 추상화가 걸렸다. 아래로 검은 진열장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 나가고, 유리 안에는 반지 받침이 한 칸씩 떨어져 앉았다. 바닥은 회색 콘크리트, 위층 난간은 유리. 화랑이 쓰던 벽과 천장을 건드리지 않고 그 앞에 진열장만 들여놓았다.
5.2층의 EXELCO DIAMOND는 1993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생긴 다이아몬드 회사의 이름을 단 브랜드로, 연마공 장폴 톨코프스키(Jean-Paul Tolkowsky)가 창업에 참여했다. 서울 매장은 반지 틀을 고른 뒤 다이아몬드를 따로 맞추는 세미오더와, 반지 안쪽에 보석을 숨겨 박는 선택지를 내세운다. 4층 긴자 다이아몬드 시라이시가 앞세우는 건 500가지가 넘는 디자인, 그리고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를 한 벌로 맞추는 세트 반지.


6.두 브랜드는 같은 광채 측정표를 쓴다. 이스라엘 회사 Sarine의 'Sarine Light'로, 회사는 자기 다이아몬드의 99% 이상이 이 표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다고 밝힌다. 긴자 다이아몬드 시라이시는 이스라엘 다이아몬드 거래소에 구매 담당을 두고 직접 사들인다. 중간 도매상을 건너뛴 만큼 판매가를 낮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7.결혼반지는 지나가다 사는 물건이 아니다. 두 사람이 날을 잡고 와서 상담을 받고 치수를 재고, 몇 주 뒤 다시 와서 찾아 간다. 한 커플이 같은 매장을 두세 번 찾는 업종이라 번화가 1층에 있어야 할 이유가 약하고, 예약을 받아 언덕 위로 부르는 건물도 장사가 된다. 지하 전시장은 기다리는 시간과 두 번째 방문에 볼거리를 붙인다.
8.한국 수요도 돌아섰다. 국가데이터처 집계로 2025년 혼인은 24만 326건, 1년 전보다 8.1% 늘었다. 증가를 이끈 건 남녀 모두 30대 초반.
9.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올해 3월 낸 조사에서 신혼부부가 쓴 예물 비용은 평균 588만 원. 같은 발표에서 10쌍 중 6쌍은 결혼식 규모를 줄인다고 답했다. 식장은 줄여도 반지는 남는다. 일본 쪽은 사정이 반대라,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흐름이고 젝시(ゼクシィ) 조사의 약혼반지 평균 구입가는 39만 엔에 머문다.
10.NEW ART HOLDINGS의 2026년 3월 결산에서 반지·미술품·경매를 묶은 부문 매출은 231억 엔이었다. 이 부문이 남긴 영업이익은 57억 5,000만 엔으로 이익률 24.9%. 식품 부문은 이익이 얇고 미용·리조트 부문은 적자라, 회사 이익은 사실상 이 부문 하나에서 나온다.
11.매장 수로 나누면 대략의 크기가 나온다. 이 부문 매출을 전 세계 매장 154곳으로 나누면 한 곳에 1억 5,000만 엔쯤. 미술품과 경매 매출이 섞여 있어 반지 매장만 떼어 보면 이보다 낮다(추정). 한국 매장의 판매가와 건물 임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12.서울 매장 손익을 가늠해 본다. 한 커플이 약혼반지와 결혼반지 한 쌍에 400만 원을 쓰고, 한 달에 40쌍이 산다고 치면 월 매출 1억 6,000만 원(추정). 두 브랜드가 한 건물을 나눠 쓰니 경비·세척 설비·수선 담당을 한 벌로 돌리고, 예약 관리도 한 창구로 받는다.
13.갤러리 쪽 돈은 들어오는 모양이 다르다. 화랑 매출은 큰 작품이 팔리는 달에 몰리고 빈 달이 길다. 반지 매출은 날짜가 잡힌 결혼을 따라 달마다 고르게 들어온다. 두 사업을 한 건물에 넣으면 화랑의 빈 달을 반지가 메운다.
14.두 사업의 뿌리는 긴자에 있다. 시라이시 유키오(白石幸生)가 1967년 긴자에 연 화랑이 지금의 화이트스톤 갤러리가 됐고, 그가 1994년 세운 반지 회사가 지금의 NEW ART HOLDINGS다. 화랑은 전후 일본 전위미술 구타이(具体)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 작품 거래로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별개 그룹으로 갈라져 서로 손을 잡는 사이.


15.서울 매장 벽에 걸린 그림은 권순익의 작품이다. 지하 갤러리는 매장 개점 이틀 뒤인 8월 29일 같은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고, 전시는 10월 11일까지. 한 사람이 시작한 화랑과 반지 가게가 60년 가까이 따로 자라다, 전시 일정까지 맞춰 한 건물에 들어왔다.



16.일본 결혼반지 회사가 화랑 건물의 두 개 층을 받아 한국 첫 매장을 냈고, 전시장은 지하 한 층으로 줄었다. 반지와 미술품을 묶은 이 회사 부문은 매출의 24.9%를 영업이익으로 남긴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여러 매장을 돌며 가격을 대 보는 습관. 한국 커플은 보통 백화점 1층 해외 보석 매장과 종로 귀금속 거리를 돌며 견주는데, 언덕 위 단독 건물은 그 동선에서 빠진다. 예약 손님을 끌어오는 광고비가 번화가를 피해 아낀 임대료보다 커지면 계산이 뒤집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