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피아나가 10월 도쿄 오모테산도에 네 개 층짜리 플래그십을 연다. 외벽은 아오키 준이 토스카나에서 구운 테라코타 1,400여 장으로 감쌌다. 로고를 거의 붙이지 않는 브랜드가 간판 대신 재료를 거리에 내걸었고, 그 비용은 판매가와 납품가 사이의 큰 차이에서 나온다.
1.로로피아나(Loro Piana)가 10월 도쿄 오모테산도(表参道)에 새 플래그십을 연다. 이 브랜드만 쓰려고 새로 지은 건물의 네 개 층이고, 외신이 전한 판매 면적은 6,673제곱피트(약 620㎡, 187평). 1999년 8월 이세탄 신주쿠점(伊勢丹新宿店)으로 일본에 들어온 뒤 일본 15번째, 도쿄 5번째 매장이다. 정확한 개점일은 아직 공개 전.
2.외벽은 아오키 준(青木淳)이 그렸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손으로 구운 테라코타 1,400여 장을 세로로 이었고, 색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퀴멜(Kümmel) 빛을 포함해 일곱 가지다. 타일을 굽는 데만 석 달 넘게 걸렸고, 제작을 시작해 외벽을 다 걸기까지는 1년 남짓.

3.타일은 평평하게 붙지 않는다. 한 장 한 장이 완만하게 휘어 직물의 날실처럼 위로 뻗고, 입구 앞에서는 무대 막처럼 양옆으로 갈라진다. 손으로 구운 흙이라 같은 색 안에서도 장마다 얼룩이 다르다. 밤에는 아래에서 올려 비춘 빛이 휜 면마다 다른 밝기로 걸리고, 아오키는 지나가는 사람이 걸음을 늦추고 가까이 다가오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4.안쪽은 참나무와 카라보티노(carabottino) 나무 장식에 따뜻한 색을 썼다고 브랜드는 밝혔다. 카라보티노는 이탈리아 배 갑판에 깔던 격자 나무판. 층별 구성은 개점 전이라 공개되지 않았는데, 2020년 6월 연 긴자점이 참고가 된다. 1층에 원단 소품과 가죽 제품, 2층에 여성복, 3층에 남성복을 두고 꼭대기 층을 맞춤 주문에 통째로 내줬다.

5.긴자점 외벽도 아오키의 작업. 거울처럼 닦은 강철 띠를 3도씩 비틀어 세워 반사를 쪼갰고, 아래쪽 퀴멜색이 위로 갈수록 흰색으로 옅어진다. 당시 최고경영자 파비오 단젤란토니오(Fabio d’Angelantonio)는 브랜드를 건축으로 표현한 첫 사례라고 했다. 6년 뒤 같은 건축가가 두 번째 외벽을 맡았고, 이번에는 금속을 버리고 흙을 골랐다.

6.로로피아나 옷에는 로고가 거의 없다. 캐시미어와 비쿠냐 같은 원단이 이름값을 하고, 몇 해 전부터 「조용한 럭셔리」라는 말이 돌면서 손님이 몰렸다. 다만 로고가 없는 옷은 길에서 누구 것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손님이 입고 다녀도 광고가 되지 않으니, 거리에 이름을 걸 자리는 매장 외벽 하나뿐.

7.아오키가 이 거리에 외벽을 건 게 처음은 아니다. 2002년 8월 같은 오모테산도에 루이비통(Louis Vuitton) 빌딩을 지었다. 트렁크를 쌓아 올린 모양에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3,327㎡. 루이비통과 로로피아나는 지금 둘 다 LVMH 아래에 있고, 2020년 교토시 교세라 미술관(京都市京セラ美術館) 리뉴얼도 아오키가 맡았다.


8.오모테산도는 긴자 다음으로 비싼 거리다. Cushman & Wakefield 집계로 올해 2분기 하라주쿠·오모테산도·아오야마의 1층 상가 임대료 상한은 월 평당 45만 엔, 긴자는 55만 엔이다. LVMH는 올해 1분기 일본에서 줄어든 관광객 매출을 현지 손님이 일부 메웠다고 밝혔다. 면세 쇼핑객이 빠진 뒤에도 일본 손님이 걷는 거리는 어디일까. 브랜드가 고른 답은 오모테산도.

9.로로피아나의 2024년 매출은 16억 950만 유로로 1년 새 24.2% 늘었다. 영업이익은 4억 7,810만 유로, 영업이익률로 29.7%.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가장 크고 증가 폭도 컸다. 이탈리아 본사 재무제표를 Fashionbi가 집계한 숫자.
10.그 이익이 어디서 나오는지 법원 서류가 한 조각을 보여 줬다. 2025년 7월 밀라노 법원은 하청 공방의 노동 착취를 이유로 로로피아나를 1년 동안 사법 관리에 넣었다. 서류에 따르면 중간 업체가 재킷 한 벌을 118유로에 납품했고, 맨 끝 하청은 80~86유로를 받았다. 같은 재킷의 매장 판매가는 1,900~3,000유로였다.
11.법원은 회사가 시정 조치를 빨리 마쳤다며 2026년 4월 관리를 예정보다 일찍 풀었다. 그 사이 최고경영자도 바뀌어 2025년부터 프레데리크 아르노(Frédéric Arnault)가 회사를 이끈다. 3,000유로 재킷이라면 영업이익률대로 890유로쯤이 남고, 납품가까지 뺀 나머지 2,000유로 가까이가 원단과 매장, 사람, 광고에 들어간다. 오모테산도의 타일 1,400장도 이 몫에서 나온다.
12.이 매장의 임대 조건과 건물 소유 관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세로는 얼마일까. 187평 가운데 1층을 4분의 1인 47평으로 보고 상한 45만 엔을 대면 월 2,115만 엔이다. 위 세 개 층 140평에 1층의 4분의 1 값을 매기면 월 1,575만 엔. 합치면 월 3,690만 엔, 1년에 4억 4,000만 엔 안팎(추정).
13.임대료를 매출의 15%로 맞춘다고 가정하면 이 매장은 1년에 29억 5,000만 엔어치를 팔아야 한다. 일본 공식 사이트에서 16만 600엔인 스웨이드 「서머 워크」 모카신으로 세면 1만 8,400켤레, 하루 50켤레 남짓. 신발 하나로 채울 숫자는 아니어서, 한 벌에 수십만 엔부터 시작하는 옷과 맞춤 주문이 나머지를 맡는다.
14.LVMH는 2013년 이 회사 지분 80%를 20억 유로에 샀다. 2025년 말에는 창업 가족이 갖고 있던 9%를 10억 유로에 더 사 지분을 94%로 올렸는데, 이때 매긴 회사 가치가 110억 유로다. 12년 사이 몸값은 네 배 넘게. 창업 가족 두 사람은 이사회 자리를 지켰다.
15.로고를 붙이지 않는 브랜드가 오모테산도 187평 건물에 간판 대신 토스카나 흙 1,400장을 걸었고, 시세로 치면 한 해 임대료가 4억 엔을 넘는 자리(추정)에서 그 외벽이 광고판 노릇까지 한다. 국내 거리에서 같은 외벽을 걸면 먼저 걸리는 건 불. 3층 이상이거나 높이 9m를 넘는 건물 외벽에는 불연·준불연 재료를 써야 하고, 흙을 구운 타일은 그 자체로 통과해도 곡면을 거는 철물과 그 뒤 단열재까지 함께 성능을 따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