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2,025m, 목재 27,000㎥, 공사비 약 350억 엔.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에 오른 지 1년 만에 뜯기고 있다. 실제로 쓴 기간은 184일. 그런데 북동쪽 200m를 남기는 데 잡힌 예산이 40억 엔이다. 미터로 나눠 보면 새로 지을 때보다 비싸다.
1.2026년 3월 5일, 오사카 유메시마(夢洲)의 박람회장에서 오야네링(大屋根リング) 해체 현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그날 뜯긴 구간이 전체의 15% 남짓. 한 달 뒤 개막 1주년에 맞춰 다시 열린 현장에서는 30%가 사라져 있었다. 남기기로 한 200m를 뺀 나머지는 2027년 6월까지 없어지고, 부지 반환은 2028년 2월.
2.착공은 2023년 6월 30일, 준공은 2025년 2월 27일. 설계는 후지모토 소스케(藤本壮介)와 도하타건축사무소(東畑建築事務所)·아즈사설계(梓設計), 시공은 공구를 셋으로 갈라 오바야시구미(大林組)·시미즈건설(清水建設)·다케나카공무점(竹中工務店)이 이끄는 세 컨소시엄이 나눠 맡았다. 건축면적 61,035.55㎡로 기네스 인증을 받은 게 2025년 3월 4일. 기록을 갖고 있던 기간이 그것을 부수는 기간보다 짧다.


3.구조는 貫(누키) 접합이다. 기둥에 구멍을 뚫어 보를 관통시킨 뒤 쐐기로 조이는 방식으로, 기요미즈데라(清水寺) 무대를 떠받치는 그 짜임과 같은 계통. 가새도 내력벽도 없이 양방향 라멘으로 버틴다. 삼나무와 편백 27,000㎥가 들어갔고 그중 70%가 국산재, 나머지 30%가 유럽적송.


4.아래를 걸으면 격자가 겹치며 그늘의 무늬가 발밑에서 계속 바뀌고, 여름에는 젖은 나무 냄새가 낮게 깔렸다. 위로 올라가면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 폭 30m짜리 옥상 산책로가 한 바퀴 돌아 바다와 전시장을 번갈아 보여 주는 구조라, 이 건물의 진짜 용도는 지붕이 아니라 2km짜리 전망 데크였다.


5.개막 전 여론은 정반대였다. 344억 엔이라는 숫자가 알려지자 낭비 논란이 붙었고, 3년이면 썩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문을 열고 사람이 올라가 보자 평가가 뒤집혔다. 전량 보존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이 돌았고, 오사카시에는 활용 방안 제안이 쏟아졌다. 짓는 동안 욕을 먹고 부수려니 아깝다는 소리를 듣는 건물. 흔한 순서는 아니다.

6.돈을 계산해 본다. 공사비를 350억 엔으로 놓고 건축면적 61,035.55㎡, 즉 약 18,463평으로 나누면 평당 약 190만 엔. 1엔을 9.5원으로 잡으면 평당 1,800만 원. 국내 철근콘크리트 상업건물 표준 공사비와 비슷한 수준인데, 벽도 설비도 없는 목조 데크에 그 돈이 들어갔다.
7.쓴 기간은 184일. 2025년 4월 13일에 열어 10월 13일에 닫았으니 하루에 1억 9,000만 엔, 원화로 18억 원씩 태운 셈이 된다. 물론 이건 회수 구조가 아니다. 박람회 건축은 임대료도 객단가도 없이 방문자 수와 국가 홍보로 값을 매기는 물건이라, 애초에 대차대조표에 올라가지 않는 자산.
8.진짜 계산은 어디서 나오나. 부수는 쪽이 아니라 남기는 쪽이다. 오사카시는 북동쪽 약 200m를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기로 하고 개산 비용을 40억 엔으로 잡았다. 미터당 2,000만 엔. 같은 방식으로 신축을 나누면 350억 엔÷2,025m로 미터당 1,728만 엔이 나온다. 보존이 신축보다 미터당 16% 비싸다.

9.이상해 보이지만 계산은 정직하다. 남기는 200m는 임시 구조물을 영구 구조물로 바꾸는 공사다. 6개월 버티게 설계한 부재를 수십 년 서 있게 하려면 방부·방충 처리를 다시 하고 접합부를 보강해야 한다. 상시 관람객을 받는 보행로로 쓰려면 난간과 피난 동선과 조명도 새로 얹힌다. 잘라 낸 끝단은 구조적으로 열린 상태라 마구리를 새로 짜야 하고. 주변 2.9ha를 기념공원으로 정비하는 비용은 여기에 안 들어 있다.
10.목재 재사용도 같은 함정을 밟았다. 27,000㎥ 가운데 재사용 희망이 모인 양은 약 6,000㎥, 비율로 22%다. 협회는 목재를 유상으로 넘기고 운송비는 받는 쪽이 부담한다. 한 공무점 소속 건축사는 해체 비용이 얹히면 그냥 목재를 사서 쓰는 것보다 비싸지고, 형태를 바꾸거나 깎으면 가공비가 또 붙는다고 말한다. 그사이 목재 가격이 떨어져 신재가 더 싸진 것도 겹쳤다.
11.그래도 목재는 움직이고 있다. 에히메현(愛媛県)은 지붕을 이루던 대형 목판을 받아 2026년 전국식수제 행사장의 보행로와 무대에 쓰기로 했고, 고치현(高知県)은 편백 기둥과 CLT 지붕판 23매를 가져가 공항 등에 놓을 벤치와 축소 재현물로 돌린다. 간사이대학(関西大学)은 2026년 6월에 부재 약 300개로 학생회관을 다시 지으며 링의 일부를 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완성은 2029년.
12.가장 무게가 실린 행선지는 노토(能登)다. 2024년 1월 지진으로 무너진 스즈시(珠洲市) 오야마치(大谷町)에 매입형 복구공영주택 40호가 들어서는데, 연면적 약 7,000㎡에 설계는 반 시게루(坂茂). 다이와하우스공업(大和ハウス工業)이 참여한 그룹이 사업자로 정해졌고 공기는 2028년 1월까지다. 박람회장의 지붕이 재해 지역의 살림집 뼈대로 내려앉는 그림.

13.계보는 오래됐다. 1970년 같은 오사카에서 열린 박람회는 대부분의 시설을 걷어내고 태양의 탑 하나만 남겼는데, 지금 그 탑은 공원의 이름이자 얼굴이 됐다. 박람회 건축이 남기는 것은 늘 전체가 아니라 조각이었고, 조각이 랜드마크가 되려면 그것 하나로 사진이 성립해야 한다. 200m는 그러기엔 애매한 길이. 원의 10분의 1은 원으로 안 보인다.
14.이 사업이 남긴 진짜 유산은 따로 있다. 누키 접합은 금속 접합판을 최소로 줄이고 나무끼리 물려 짜는 방식이라 뜯을 때 부재가 덜 상한다. 세 시공사가 해체까지 그대로 맡은 것도 자기가 짠 순서를 거꾸로 풀기 때문이다. 27,000㎥ 중 22%밖에 못 돌린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 줄 곳을 미리 정하지 않은 문제였다. 짓기 전에 갈 곳을 계약해 뒀다면 숫자는 달랐다.
15.184일 쓰자고 평당 1,800만 원짜리 목조 데크를 18,463평 지었고, 그중 10분의 1을 남기는 데 미터당 신축보다 비싼 돈이 든다는 계산서가 나왔으며, 목재의 78%는 아직 갈 곳이 없다. 이걸 국내에 옮기면 철거비가 아니라 폐목재의 신분에서 먼저 걸린다. 해체된 목재는 건설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파티클보드 원료나 발전 연료로 흘러가고, 중고 구조재를 등급 매겨 다시 구조재로 쓰는 체계가 사실상 없다. 그래서 기간 시설이나 팝업을 목조로 지을 때 계약서에 넣어야 할 문장은 해체 방법이 아니라 받아 갈 사람의 이름이다. 그 이름이 비어 있으면 재사용은 준공식 보도자료에서만 살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