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화류계의 100년 된 공연장이 다시 지어졌다. 돈을 댄 쪽은 문화 예산이 아니라 담장 하나 건너의 럭셔리 호텔이다. 그리고 땅 주인인 교토시는 그 땅을 팔지 않았다.
1.2026년 4월 4일, 교토 히가시야마구의 미야가와초(宮川町)에서 제75회 교오도리(京おどり)가 막을 올렸다. 새로 지은 가부렌조(歌舞練場)에서 여는 첫 교오도리. 객석은 483석이고 티켓은 1층 7,000엔·2층 6,000엔이며, 4월 19일까지 하루 두 번, 열닷새를 돈다.
2.그 3주 전인 3월 22일, 담장 하나 건너에서 카펠라 교토(Capella Kyoto)가 문을 열었다. 89실짜리 럭셔리 호텔로, 싱가포르 브랜드가 일본에 처음 들어온 자리다. 두 건물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 땅은 폐교 부지이고, 교토시가 옛 시립 신도소학교(新道小学校) 터를 60년 정기차지로 빌려주고 연 1억 엔 남짓을 받는다.


3.헐린 옛 가부렌조는 1916년에 올린 목조 이리모야즈쿠리(入母屋造)였다. 비가 새고 부재가 뒤틀렸으며 내진 성능이 기준에 못 미쳤다는 게 공표된 사유. 2022년 7월에 착공해 가부렌조동은 2025년 1월 준공, 그해 5월 23일 개장했고, 11월에 개관 공연을 올렸다.

4.새 가부렌조동은 대지 2,257.06㎡ 위에 연면적 5,106.17㎡, 평으로 1,545평. 지상 3층·지하 2층에 철골조와 철근콘크리트를 섞었다. 그 안의 극장에 미츠와자(三ツ輪座)라는 이름이 붙었고, 483석 가운데 1층이 345석에 휠체어석 3석, 2층이 135석.

5.설계·감리는 다이켄설계(大建設計)가 맡고 디자인 감수를 구마 겐고(隈研吾)가 얹었으며, 시공은 구마가이구미(熊谷組)와 후루세구미(古瀬組)의 공동기업체. 옛 건물에서 살릴 수 있는 기와와 부재를 골라 대지붕 형태를 이어받았고, 다이쇼 시대 무대 위에 걸려 있던 가라하후(唐破風) 지붕을 뜯어 새 건물 입구로 옮겨 달았다. 헐린 소학교 교사의 건재도 호텔 쪽에 다시 들어갔다.

6.무대는 폭 14.16m에 높이 4.5m, 안길이 11.2m이고 미술 바톤이 23개 걸린다. 지하 1층에 다다미를 깐 분장실 세 칸이 있고 화장대는 방마다 5~7개. 무대 옆 전용 승강기는 2.1m×4m에 적재 2,500kg으로, 여기를 지나는 짐은 보통 도구 상자와 의상 궤짝이다. 객석에 앉으면 흡음재 대신 목재 면이 소리를 되받고, 샤미센 줄이 튕기는 소리가 뒤쪽 벽까지 마른 채로 간다.

7.교오도리를 전 회차 매진시키면 매출이 얼마인가. 1층 348석에 7,000엔, 2층 135석에 6,000엔이니 한 회 324만 6,000엔이고, 하루 두 회씩 열닷새면 9,738만 엔. 100엔을 940원으로 잡아 약 9억 1,500만 원.
8.이 숫자를 아까 그 임대료 옆에 놓으면 사정이 보인다. 교토시가 이 땅에서 받는 임대료가 1년에 약 1억 엔. 화류계가 1년을 준비해 여는 대표 공연을, 열닷새 서른 회를 한 자리도 남기지 않고 다 팔아도, 그 땅의 1년치 지대에 못 미친다. 극장이 땅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 교토만의 사정이 아니다.

9.호텔 쪽 숫자는 자릿수가 다르다. 객실 89실에 호텔 연면적 15,467.39㎡이니 객실 하나가 173.8㎡, 52.6평을 쓴다. 가장 작은 방이 50㎡이고 천연온천을 끌어 스파와 온천 객실을 넣었다. 교토 최상급 호텔의 판매가를 1박 18만 엔, 가동률을 60%로 잡아 보면 객실 매출만 1년에 약 35억 엔이 나오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정이고 사업자가 밝힌 값이 아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극장이 1년에 한 번 여는 간판 공연을 다 팔아 버는 돈의 서른 배 넘는 현금이 담장 저쪽에서 돈다.

10.그래서 새 극장은 지어지자마자 대관을 열었다. 미츠와자 말고도 다목적실 하나가 들어갔는데, 실내 80㎡에 테라스가 또 80㎡ 붙어 55명에서 80명까지 받으며 옵션으로 주방까지 붙일 수 있다. 1층에는 상설 갤러리. 두 동을 합쳐 지역시설로 잡힌 면적이 1,654㎡, 500평이고, 그중 1,419.47㎡가 가부렌조동에 몰려 있다. 1년에 열닷새 쓰는 건물로는 살 수 없으니 나머지 350일을 팔 물건을 같이 지은 것.

11.한 가지 더. 이 건물의 소유와 운영을 맡은 곳은 극장 회사가 아니라 학교법인 히가시야마여자학원(東山女子学園)이다. 전통 기예를 익히는 사람을 길러 내려고 세운 법인이고, 가부렌조는 그 법인의 교육시설로 등록돼 있다. 무대와 객석을 갖췄지만 서류상으로는 학교인 셈이고, 이 한 줄이 세제와 보조금과 대관 조건을 전부 다르게 만든다.
12.그럼 관광객은 대체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미야가와초에는 오차야가 30~40채, 게이코와 마이코가 80명 안팎으로 남아 있다. 밤의 자리는 소개 없이는 들어갈 수 없고, 값은 부르는 대로. 교오도리 7,000엔짜리 티켓이 파는 것은 한 시간짜리 춤이 아니라 그 닫힌 문 안쪽을 합법적으로 들여다볼 권리다. 호텔이 마이코의 차 자리와 춤을 투숙객 프로그램으로 안내하는 이유도 같다.

13.계보를 짚으면 이 건물 유형 자체가 관광 상품으로 태어났다. 1872년 교토박람회에 맞춰 미야코오도리와 가모가와오도리를 올리려고 지은 가설 무대가 시초였고, 반응이 좋아 이듬해 상설 극장이 됐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려고 급히 지은 임시 무대. 그게 가부렌조의 출발점이다. 교오도리도 1950년에 시작한 뒤 1954년부터 열다섯 해 동안은 전철 공사에 밀려 미나미자(南座) 무대를 빌려 썼으니, 이 공연이 제집을 비운 것도 처음이 아니다.

14.이 건물을 지킨 쪽이 누구냐가 답이다. 문화재 예산도, 화류계의 적립금도 아니었다. 인구가 줄고 학생이 사라져 문을 닫은 소학교의 땅이, 60년짜리 정기차지 계약을 거쳐 럭셔리 호텔이 됐고, 그 개발 이익이 100년 된 극장의 건축비로 흘러 들어갔다. 교토시가 영리했던 건 여기서 갈린다. 땅을 팔지 않았다. 연 1억 엔을 60년 받고, 그다음에 땅과 건물을 함께 돌려받는다.
15. 폐교 부지 하나를 60년 빌려주는 계약으로 89실 호텔과 483석 극장이 같이 섰고, 극장의 간판 공연은 전석을 다 팔아도 9,738만 엔이라 그 땅의 1년치 지대조차 못 갚는다. 이 방식을 국내로 옮기려는 쪽이 첫 회의에서 걸리는 자리는 사업성이 아니라 법령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13조가 지방자치단체장 외의 자는 공유재산에 영구시설물을 지을 수 없다고 못박아 두었고, 예외는 준공과 동시에 기부채납하거나·대부기간이 끝나면 자진철거하거나·나중에 그 재산을 사들이는 세 갈래뿐이다. 60년을 빌려 쓰다 통째로 돌려주는 일본식 정기차지는 그 세 칸 어디에도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폐교나 유휴 공공부지에 문화시설을 얹으려는 쪽이 조감도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기부채납 시점과 그 이후의 운영 주체를 못박은 한 장짜리 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