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45년 쓴 종로 청사를 비우고 용산으로 갔다. 새 건물의 저층부는 통째로 시민에게 열렸고, 떠난 자리에서는 13만 6,000㎡짜리 계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2026년 4월 1일,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27에서 개청식이 열렸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1981년부터 마흔다섯 해를 쓴 종로 청사를 비우고 옮겨 온 자리다. 지하 3층에 지상 6층, 연면적 39,937㎡. 평으로 바꾸면 12,081평이다.
2.건물 이름은 공모로 정했다. 3,233건이 들어왔고 뽑힌 것이 서울교육마루(Seoul Education Maru). 마루는 집 안과 밖을 잇는 자리. 땅은 새로 사지 않았다. 옛 수도여고 부지이고, 그 학교는 2000년에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옮겨 갔으며 남은 터는 2007년부터 교육시설관리사업소가 쓰고 있었다.

3.길에서 보면 흰 수직 루버가 여섯 층을 세로로 훑고 지나간다. 루버 사이로 녹색이 도는 유리가 비치고, 저층부는 기둥만 남긴 채 비워 보도에서 안이 그대로 보인다. 없는 것은 담장.

4.설계는 2018년 7월 국제설계공모에서 나왔다. 7개국에서 27개 작품이 들어왔고 국내 18팀, 해외 9팀이 겨뤘다. 당선작 이름은 FORUM27 개방과 소통의 광장. W Architects(대표 이원석)와 design lab(대표 박동주)이 함께 냈다. 당시 계획은 2019년 10월 착공에 2021년 11월 준공이었는데, 실제로는 2022년 1월에 첫 삽을 뜨고 2025년 12월에 마쳤다.

5.안으로 들어서면 바닥이 지하 3층까지 내려간다. 거기서 지상 3층까지 여섯 개 층이 한 통으로 뚫려 있고, 천장에는 격자로 짠 천창이 걸려 빛이 격자째 바닥에 떨어진다. 벽 한 면은 거친 돌이고, 그 아래를 두른 것이 낮은 책장.

6.그 우물 바닥에 목재 계단이 넓게 깔렸다. 오르라고 만든 계단이 아니라 앉으라고 만든 계단. 단이 낮고 폭이 깊다. 에스컬레이터는 한쪽으로 붙여 비켜 놓았다. 저층부에 들어간 것은 민원실과 라운지, 북카페, 서울교육역사공간, 아기 쉼터. 2층과 3층에는 691석 대강당과 360석 콘퍼런스홀이 앉았다.


7.이 건물이 무엇을 늘렸는지는 숫자에 그대로 나온다. 옛 종로 청사는 1981년에 350명을 놓고 지은 집이고, 지금 본청 인원은 812명이다. 주차는 120면에서 255면이 됐고 회의실은 45개. 업무 좌석은 787석.
8.총사업비는 1,767억 원. 연면적으로 나누면 ㎡당 442만 원, 평당 1,463만 원이다. 순수 공사비만 떼면 1,299억 원에 평당 1,075만 원. 땅값이 빠진 값이라는 걸 빼고 읽으면 안 된다. 갖고 있던 부지가 아니었다면 용산 한복판 3,930평의 매입비가 여기에 그대로 얹혔다.
9.더 눈에 띄는 쪽은 재원 구성.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나간 돈은 330억 원이고, 나머지 1,437억 원은 청사를 옮기려고 따로 쌓아 둔 적립금에서 나왔다. 그 적립금의 뿌리는 학교용지와 폐교 부지 매각 대금이다. 학령인구가 줄어 처분한 땅이 청사 한 채가 됐다.
10.1,767억을 임차료로 바꿔 보면 회수에 걸리는 햇수가 나온다. 연면적 가운데 업무 전용부를 45% 안팎, 약 18,000㎡로 잡으면 5,445평이다. 2026년 2분기 도심권 프라임 오피스 명목 임대료가 평당 월 13만 5,200원이니 월 7억 4,000만 원, 1년에 88억 원. 총사업비를 이 값으로 나누면 20년가 나온다. 업무부 비율은 공표된 값이 아니라 잡아 본 값이고, 보증금과 유지비는 빼고 계산했다.
11.대강당과 콘퍼런스홀도 같은 셈법 위에 있다. 691석과 360석을 합치면 1,051석. 교육청은 연수와 설명회를 1년에 수백 회 연다. 그때마다 바깥 강당을 빌리던 비용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이 두 실의 값은 결국 1년에 몇 번 채우느냐로 정해진다. 시민 대관까지 여는지, 요율을 얼마로 잡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12.애초에 왜 나왔나. 종로 청사는 경희궁 터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서 있었다. 낡아도 증축이 막히고, 헐고 다시 짓는 길도 막힌다. 350명을 놓고 지은 건물에 812명이 앉아 있는데 면적을 늘릴 방법이 제도로 봉해져 있었다는 이야기.

13.그래서 이 이사의 값은 새 건물에만 있지 않다. 서울시는 2024년 7월 경희궁지와 국립기상박물관, 서울시민대학과 차고지,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묶어 약 13만 6,000㎡를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13,207㎡의 열 배가 넘는 면적. 교육청 부지는 그 그림에서 마지막 남은 조각이었고, 2026년 이전이 확정되며 연계 개발이 열렸다. 공원은 2035년까지 단계로 만든다고 한다.

14.열어 준 만큼 안쪽은 좁아졌다. 근무 인원 812명에 업무 좌석은 787석이라 자리가 사람보다 적고, 과장 아래 직원은 자율좌석으로 앉되 같은 자리를 다섯 번 넘게 쓰지 못한다. 저층부를 통째로 내준 결과이기도 하다. 이전 직후 나온 지적도 사무공간 부족이었고, 회의실이 사무실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왔다. 담장을 없앤 대가로 소음이 올라온다는 말도 있었다.
15.마흔다섯 해 쓴 청사를 비우는 데 1,767억이 들었고, 그 이사가 도심 13만 6,000㎡를 다음 계획으로 넘겼다. 새 건물의 저층부는 통째로 시민에게 갔으며 그 대신 812명이 787석에 앉는다. 같은 방식을 쓰려는 곳이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설계가 아니라 운영비다. 저층부를 여는 순간 청소와 보안, 야간 관리가 24시간 단위로 붙는데 이 돈은 건축비 항목에도 없고 설계공모 지침에도 없다. 개방부의 1년 관리비를 어느 계정에서 대는지 먼저 정해 두지 않으면, 열어 둔 문은 몇 해 안에 조용히 닫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