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 동쪽, 1972년에 올린 UR 청사의 지하다. 직원들이 점심을 먹던 자리이고 창은 없다. 8월 1일부터 여기가 평일 1,500엔을 받는다. 주 4일, 하루 네 회차, 완전예약제로.
1.2026년 8월 1일, 오사카시 조토구(城東区)에 공간미술관 오사카(空間美術館-大阪-)가 열렸다. 주소는 모리노미야(森之宮) 1-6-85, UR 모리노미야 빌딩 지하. JR 오사카환상선과 지하철 주오선이 지나는 모리노미야역에서 걸어 5분. 운영은 작가가 2025년에 세운 공간미술관 합동회사(空間美術館合同会社). 공간작품만 상설로 다루는 미술관은 세계에서 처음이라는 게 운영 측 설명이다.
2.개관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3시 30분에서 19시 30분. 입장 회차는 13:30·15:00·16:30·18:00 네 번이고 예약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요금은 평일 1,500엔, 토·일 1,800엔. 초등학생 이하는 보호자와 함께 오면 무료.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문을 닫는다.

3.이 지하는 UR도시기구(UR都市機構) 서일본지사 청사의 사내식당이었다. 준공은 1972년. 작가 치다 야스히로(千田泰広)는 이 빈 공간의 황량한 기색에 끌렸다고 말한다. 오사카성이 가깝고 역이 가깝다는 조건도 셈에 넣었다.


4.재료는 실과 유리, 그리고 빛. 관람객은 헤드폰을 끼고 이 공간을 위해 따로 작곡한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소리가 세우는 공간과 눈이 세우는 공간이 겹치면서 생기는 어긋남을 작품으로 내놓았다. 창이 없으니 낮과 밤도 없고,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은 예약한 회차뿐.

5.같은 건물 1층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2025년 10월 1일, 청사 1층을 고쳐 호토리데(ほとりで)가 열렸다. UR도시기구와 오사카공립대학(大阪公立大学)이 함께 만든 자리이고, 내외부 공간설계와 실시설계는 온디자인 파트너스(ondesign partners)가 잡았다. 가쓰마타마루야마 건축계획(勝亦丸山建築計画)·UR링키지(URリンケージ)·로프트워크(ロフトワーク)가 함께 붙은 공동기업체 구성이다. 로프트워크가 들고 온 것은 3년짜리 운영지원 계약.

6.치다는 1977년생. 2002년부터 설치작업을 발표했고 2016년에 활동 거점을 유럽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200회 남짓한 전시를 돌았고, Artdex의 「세계 9인의 빛 아티스트」(2019)와 미국 광학지 OPTICA의 「빛의 아티스트 8인」(2022)에 뽑혔다. 등산과 아이스클라이밍, 케이빙을 하는 사람이라 작품 주제도 공간의 지각과 몸감각의 변화 쪽이다.

7.만든 사람이 작가 혼자가 아니다. 기획부터 개관까지 2~3년이 걸렸고, 작가는 그 가운데 4개월을 오사카에 머물렀다. 벽을 칠하고 집기를 짜고 작품 제작을 도운 것은 동네 주민과 오사카공립대 학생들이며, 문을 연 뒤 관람객을 안내하는 것도 같은 사람들이다.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안내하는 미술관」이라는 말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인력표.

8.눈으로 보는 전시는 스마트폰이 반쯤 대신해 버렸고, 몸으로 겪는 것은 아직 그게 안 된다. 예약제는 그 차이를 지키는 장치다. 회차를 끊어 인원을 묶으면 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이 늘고, 늘어난 공간이 그대로 값이 된다. 줄을 세워 회전을 올리는 쪽과는 정반대 계산.

9.주 4일에 하루 네 회차, 한 주에 열여섯 회차가 전부다. 회차당 정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헤드폰을 끼고 걷는 작품이라 열 명으로 잡으면 한 주 160명이고, 평일 80명에 1,500엔·주말 80명에 1,800엔을 곱하면 26만 4,000엔이 나온다. 한 달 114만엔, 1년 1,370만엔. 원화로 1억 3,000만원 남짓이다. 전 회차 만석 기준이라 가동률 60%면 8,200만원까지 내려간다. 정원과 가동률은 발표된 값이 아니라 잡아 본 값이다.
10.이 숫자가 작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임대료 쪽에 있다. 창 없는 지하의 옛 식당은 사무실로도 매장으로도 나가지 않는 재고. 간판을 걸 외벽이 없고, 지나가다 들어오는 손님도 없다. 임대료 기준선이 0에 가까운 칸을 작품이 집어간 것이라, 이런 자리에서 연 1억 3,000만원은 헐값이 아니다.
11.제작비도 같은 방식으로 눌렀다. 치다는 흔한 재료와 방대한 수작업으로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라, 재료값이 낮은 대신 사람 손이 많이 든다. 그 손을 주민 참여로 채웠다. 작가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활동이고 같이 만들면 처지를 넘어 친해진다고 말했다. 원가표에서 가장 큰 항목이 참여로 바뀌었다.
12.같은 오사카에서 팀랩(teamLab)이 나가이식물원(長居植物園)에서 받는 값이 성인 1,800엔부터다. 변동가격제라 현장에서 사면 200엔이 더 붙는다. 식물원 한 곳을 밤에 통째로 쓰는 전시와 지하 한 칸이 같은 1,800엔을 받고 있다. 면적으로 값을 매기지 않는 시장.
13.UR과 대학이 왜 이걸 받아들였는지는 지구 도면을 펴면 보인다. 오사카성공원 동쪽 약 53헥타르가 오사카성 동부지구(大阪城東部地区)로 묶여 있고, 2025년 9월 24일 문을 연 오사카공립대학 모리노미야 캠퍼스가 그 선도 시설이다. 사업비 약 420억엔, 연면적 약 79,300㎡, 지상 13층에 교직원과 학생 약 6,000명. 다음 단계인 1.5기 개발은 새 역과 함께 2028년 봄 마을개장을 목표로 한다. 그 사이 2년 반이 비어 있고, 1층 호토리데와 지하 미술관은 그 공백에 사람을 붙잡아 두는 장치.


14.빛으로 지하를 채운 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이 있었고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무한거울방이 있었고, 팀랩이 그것을 산업으로 키웠다. 다른 점은 이 미술관이 개인의 상설관이라는 데 있다. 200회를 순회한 작가가 순회를 그만두고 한자리에 붙었다. 페스티벌을 도는 예술의 원가는 운반·설치·철거를 매번 되풀이하는 데서 나오는데, 그 되풀이를 없애는 대신 한 도시의 방문객만으로 먹고살기로 한 선택이다.
15.1972년 청사의 지하 식당 한 칸이 주 4일, 하루 네 회차, 평일 1,500엔을 받는 미술관이 됐다. 만석으로 다 채워도 1년 티켓 매출은 1억 3,000만원 남짓이고, 그 숫자로 버티는 것은 임대료 기준선이 없는 자리와 값을 매기지 않은 노동이 함께 있어서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소방과 피난 쪽. 지하층이 무창층으로 판정되면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기준이 올라가고, 거실을 두는 순간 직통계단 개수부터 다시 세야 한다. 그리고 원가를 주민 손으로 맞춘 모델을 사업비 절감으로 계산에 올리는 순간, 그 손은 무급 노동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