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요도야바시역 위에 7월 9일 문을 연 29층 복합빌딩이다. 3층부터 27층까지가 오피스인데 11층 하나만 빠져 있다. 그 자리에 아무나 들어가는 무료 정원과 시간당 요금을 받는 라운지가 들어갔다. 사업비 668억 엔.
1.요도야바시 게이트타워(淀屋橋ゲートタワー)가 2026년 7월 9일 그랜드오픈했다. 자리는 오사카시 주오구 기타하마(北浜) 4초메, 오사카메트로 미도스지선과 게이한 본선이 만나는 요도야바시역과 지하로 바로 붙는다. 지상 29층에 지하 2층, 높이는 134.99m. 준공은 지난해 12월 15일이었고 오피스는 5월부터 돌아가고 있었으니, 이번에 열린 것은 사람이 들어가는 층들이다.
2.부지 7,206.23㎡에 연면적 132,331.56㎡. 총사업비는 약 668억 엔, 우리 돈 6,300억 원쯤이다(100엔 950원). 설계는 닛켄세케이(日建設計), 시공은 오바야시구미(大林組). 사업은 요도야바시역 서지구 시가지재개발조합이 시행했고 다이와하우스공업(大和ハウス工業)과 스미토모상사(住友商事), 간덴부동산개발(関電不動産開発) 세 곳이 참가조합원.

3.층 구성표를 펴면 한 칸이 비어 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가 상업, 3층에서 9층까지 오피스, 10층은 기계실, 11층은 공공기여 복합존, 그리고 12층부터 27층까지 다시 오피스다. 기준층 임대면적이 3,667.63㎡, 1,109평. 오피스 스물세 개 층 사이에 임대료를 안 받는 층 하나가 끼어 있는 셈법이 이 건물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4.왜 하필 11층인가. 미도스지(御堂筋)는 오랫동안 백척, 그러니까 31m를 처마 높이로 묶어 온 거리였다. 법이 아니라 행정지도로 지킨 선이었고, 1994년 11월에 그 선이 50m로 풀린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도로에서 4m를 물러서고, 50m를 넘는 부분은 다시 4m 이상 뒤로 밀어 처마선을 살릴 것. 2014년 1월의 미도스지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그 원칙을 문서로 굳혔다. 50m 언저리가 이 거리에서 건물이 한 번 꺾이는 높이이고, 요도야바시 게이트타워에서 그 높이에 해당하는 층이 11층이다.

5.그 층에 올라가면 시선이 어디에도 막히지 않는다. 아래로는 은행나무 우듬지가 깔리고, 건너편 건물들의 처마선이 눈높이에서 수평으로 지나간다. 북쪽은 도사보리강 너머 나카노시마(中之島)가 그대로 열린다. 여름 오후에는 그늘이 얕아 벤치 쪽이 먼저 데워지고, 바람이 강 쪽에서 올라오면 그제야 앉을 만해진다. 지상의 광장이라면 건너편 건물에 막혀 못 봤을 풍경을 50m를 올려서 산 것이다.

6.11층에 실제로 들어간 것은 셋이다. 누구나 무료로 쓰는 옥상정원, CCC가 운영하는 시간제 라운지 SHARE LOUNGE 요도야바시 게이트타워 with PLUS, 한 명부터 방을 얻는 서비스드 오피스 SYNTH 비즈니스센터. 라운지는 약 205평에 188석으로 간사이에서 가장 크다고 운영사는 밝힌다. 영업 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7.이 층을 비운 대가는 용적률로 돌아왔다. 이 자리에 원래 걸려 있던 용적률이 1,000%인데 재개발사업을 거치며 1,600%가 됐다. 늘어난 600%p를 부지면적에 곱하면 43,237㎡. 평으로 고치면 13,079평.
8.그 면적을 기준층 1,109평으로 나누면 11.8개 층이 나온다. 물론 완화분 전부가 정원 하나의 값은 아니다. 재개발사업의 용적률은 공개 공간과 보행 동선, 방재, 도시기능 도입을 묶어 산정하고 요도야바시 게이트타워는 역 직결 통로와 저층부 광장도 함께 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임대 가능한 층 하나를 접고 열한 개 층 넘는 면적을 얹었다.
9.11층을 오피스로 그냥 돌렸다면 얼마였을까. 요도야바시는 오사카에서 우메다와 함께 임대료가 가장 높은 구역이고, 신축 최상급 빌딩은 평당 월 3만 엔대 후반에서 4만 엔 가까이 매겨진다. 3만 8,000엔으로 잡고 1,109평에 곱하면 월 4,216만 엔, 1년이면 약 5억 엔이다. 우리 돈 48억 원. 공표된 임대료가 아니라 시장 시세로 계산해 본 값이다.

10.그런데 그 층 전부를 공짜로 내준 게 아니다. 라운지 요금은 소프트드링크 기준 60분 1,320엔, 주류를 포함하면 1,760엔이다. 좌석 하나가 하루 세 시간만 팔린다고 보수적으로 잡아도 188석이면 하루 79만 엔, 한 달 2,370만 엔이 된다. 205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11만 5,000엔. 같은 건물 오피스 단가의 세 배다. 공공기여로 비운 층에 평당매출이 가장 높은 업태를 앉힌 것.
11.상업층도 같은 논리로 짜였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29개 점포가 계획됐고 개업 시점에 26곳이 문을 열었다. 나머지 세 곳은 가을 이후. 지하는 맥도날드와 Subway, TULLY'S COFFEE처럼 회전이 빠른 업태를 깔고 2층에 양식과 장어, 이탈리안, 이자카야를 올렸다. 개찰구에서 비를 맞지 않고 들어오는 동선이 지하에 있으니, 아침 출근길과 점심에 지하가 돌고 저녁에 2층이 도는 구조.

12.668억 엔이라는 숫자는 한 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이건 재개발조합의 사업비이지 이 건물 전체의 자산가치가 아니다. 시가지재개발사업은 권리변환 방식이라 종전 토지·건물 소유자가 새 건물의 일부를 지분으로 받아 가고, 참가조합원 세 곳이 현금을 넣고 사는 것은 그러고 남은 보류상이다. 사업비를 연면적으로 나눠 평당 단가를 뽑는 계산이 여기서 어긋난다.
13.시간표도 만만치 않다. 재개발 연구회가 꾸려진 해가 2006년이다. 도시계획 결정이 2019년, 조합 설립이 2020년 8월, 해체 착수가 2021년 10월, 본공사 착공이 2022년 11월. 준공까지 20년이 걸렸다. 걷어낸 건물은 11동이었고 그중에는 미즈노 옛 본사(1927년)와 이시하라 빌딩(1939년), 오사카도긴 빌딩(1970년)처럼 전쟁 전후를 건너온 것들이 섞여 있었다.

14.요도야바시 상권의 약점은 시간대. 오피스가 빽빽한 동네라 평일 낮은 붐비고 저녁과 주말은 급격히 빈다. 미도스지는 자동차 통행량이 40여 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오사카시는 그 여유분을 보행 공간으로 되돌리는 재편을 진행 중이다. 차를 줄여 지상에 사람을 놓는 흐름 위에서, 이 건물은 같은 일을 수직으로 한 번 더 했다. 무료로 올라와 앉을 자리를 50m 높이에 만들어 두면 저녁과 주말에도 사람이 온다.
15.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층 하나를 접고 43,237㎡를 얹었다. 그 층에서도 라운지가 평당 월 11만 엔대를 벌어들이니 비운 값을 절반쯤은 되찾는 구조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완화 폭이다. 공개공지를 내주고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은 건축법 시행령상 그 지역 용적률의 1.2배까지이고, 서울에서는 대지면적 대비 공개공지 비율만큼만 얹어 준다. 지하나 필로티에 만든 공간은 면적의 절반만 인정한다. 1,000%를 1,600%로 밀어 올린 이 사업의 방식은 재개발·지구단위계획으로 따로 협상해야 나오고, 그 협상은 도면보다 먼저 시작해야 한다. 옥상 정원을 그린 뒤에 완화를 요구하면 순서가 뒤집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