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 공원거리 초입, 254평짜리 땅에 지상 9층을 올렸다. 구조의 60%가 나무다. 일본에서 처음 나온 본격 목조 상업건물이고 공사는 지난 2월에 끝났다. 그런데 문을 여는 건 2027년 여름이다.
1.시부야 마루이(渋谷マルイ) 신축공사가 2026년 2월 말 준공했다. 지상 9층에 지하 2층, 최고 높이 50.64m. 발주는 마루이(丸井), 설계는 Foster + Partners와 미쓰비시지쇼설계(三菱地所設計), 시공은 도다건설(戸田建設)과 스미토모임업(住友林業)이 짠 공동기업체.
2.개업일은 아직 없다. 마루이그룹(丸井グループ)은 지난 8월 초 개업 시기를 2027년 여름이라고 밝혔다. 2022년 계획을 공표할 때는 2026년 중을 목표로 잡았으니 1년 반이 뒤로 밀린 것인데, 회사 설명은 공사가 늦어진 게 아니라는 쪽이다. 당시엔 되도록 빨리 열고 싶어 그 시기를 적었다고 한다.
3.땅이 좁다. 부지면적 839.33㎡, 우리 셈으로 253.9평. 건축면적은 705.35㎡라 건폐율이 84%까지 올라간다. 연면적 6,868.32㎡, 2,077평. 여기서 매장으로 쓰는 면적이 2,800㎡, 847평.

4.연면적 대비 매장 비율이 40.8%. 남는 자리는 계단과 승강기, 설비, 그리고 두께를 가진 구조가 나눠 가진다. 좁은 땅에 높이 쌓으면 코어가 층마다 같은 자리를 먹으니 위로 갈수록 팔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든다. 층으로 나누면 매장은 한 층에 80평 안팎.
5.구조는 반씩 갈라 썼다. 공원거리(公園通り)를 보는 서쪽이 목조, JR 선로를 등진 동쪽이 철골. 이 둘을 붙여 세운 하이브리드이고, 목재가 구조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표층에 쓰는 나무는 삼나무, 기둥과 보 같은 구조재는 낙엽송. 둘 다 국산.

6.바닥 단면을 보면 이 공사가 왜 까다로운지 드러난다. CLT 패널 210mm 위에 콘크리트를 80mm 치고, 그 위에 석고계 셀프레벨링재를 60mm 더 얹었다. 위에 올린 두 겹이 내화 피복. 나무를 그대로 노출하려면 불을 견디는 일은 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7.시공팀이 어려웠다고 꼽은 건 변형 관리다. 대들보 스팬이 약 7m인데, 목재 보는 공장에서 만들 때 미리 위로 솟음을 준다. 바닥을 치는 동안 그 솟음이 얼마나 내려앉는지 봐 가며 잡아야 한다. 기둥은 하중을 받으면 최대 30mm쯤 줄어드니 줄어들 만큼 처음부터 길게 만들어 세웠다. 자리도 좁았다. JR 선로와 가장 가까운 지점이 5.5m라 열차가 달리는 옆에서 골조를 올렸고, 공사 차량은 낮 동안 반입을 끝내도록 시간을 짰다. 시부야역 앞 도로에 트럭을 오래 세워 둘 수가 없다.

8.외장 전체를 나무로 덮은 중고층 상업건물은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마루이는 밝힌다. 그래서 준비 과정에서 붙든 질문이 유지관리였다. 후보 목재 세 종을 놓고 가공 방식별로 겉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고, 자외선과 비바람을 맞은 뒤 3년과 10년 시점에 어떻게 변할지를 미리 그려 봤다. 회사가 내건 목표는 50년 뒤에도 아름답게 유지되는 건물.
9.안으로 들어가면 격자로 짠 목재 보가 천장을 그대로 드러내고, 바닥은 옅은 색 목재를 헤링본으로 깔았다. 기둥은 굵고 간격은 좁다. 야마구치 히로유키(山口博行) 점포사업본부장은 나무 기둥과 보를 각 점포가 그대로 살려 쓰게 해서 건물 전체에 통일감을 낸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공사로 기둥을 감싸 버리면 구조의 60%를 차지하는 나무를 아무도 못 본다.

10.테넌트 구성도 바꾼다. 옛 시부야 마루이는 물건을 파는 점포가 9할쯤이었는데, 새 건물은 체험을 앞세운 점포만 넣기로 했다. 지속가능성에 공감하는 회사를 골라 들이고, 예전에 2할가량을 태워 처리하던 쓰레기도 전량 재활용으로 돌린다는 목표를 붙였다.

11.마루이는 백화점처럼 물건을 받아 팔고 팔린 만큼 매입을 잡는 방식을 오래전에 접었다. 2014년 3월기에 매장의 7할이 그 방식이었는데 5년 만에 정기건물임대차가 자리를 뒤집었다. 받는 돈이 매출분에서 고정 임대료로 바뀌면, 매장이 작아도 수입이 흔들리지 않는다.
12.2026년 3월기 영업이익은 502억 엔. 그중 소매가 112억 엔이고 핀테크가 470억 엔이다. 신용카드 사업이 이익의 대부분을 벌고, 매장은 그 회원을 만드는 자리다. 그룹 총취급고는 그해 사상 최대를 찍었다.
13.그러면 1년 반을 비워 두는 값은 얼마인가. 시부야 상업 빌딩 임대료를 평당 월 3만 엔으로 잡고 847평에 곱하면 월 2,541만 엔. 준공한 2026년 3월부터 2027년 7월까지 17개월이면 4억 3,000만 엔, 우리 돈 41억 원이다(100엔 950원). 공표된 임대 조건이 아니라 시세를 얹어 계산해 본 값이지만, 이만한 돈을 두고도 서두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는다. 소매에서 버는 이익이 그룹 전체의 20%를 겨우 넘는 회사라면, 반년 먼저 여는 일이 급할 이유가 없다.
14.1931년 아오이 주이치(青井忠治)가 문을 연 마루이는 가구를 할부로 파는 가게였다. 물건을 팔면서 동시에 신용을 내주는 장사. 1960년 1월에는 일본에서 처음 '크레디트'라는 이름을 붙인 카드를 발행했고, 그게 지금의 에포스카드(エポスカード)다. 금융으로 시작해 소매를 거쳐 다시 금융으로 돌아온 95년.

15.목재를 고른 이유가 탄소만은 아니라고 본다. 철골로 지었을 때와 견줘 약 2,000톤을 덜 내보낸다는 수치는 분명히 있고, 도쿄도의 중·대규모 건축물 목조화 지원 보조금도 받았다. 다만 지속가능성에 공감하는 회사만 들이겠다고 못 박은 순간, 건물 자체가 테넌트를 거르는 장치가 된다. 나무 기둥을 감싸지 말고 그대로 쓰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브랜드와, 그 조건이 자기 이야기가 되는 브랜드는 겹친다. 비용으로 보면 중대규모 목조가 싸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스팬이 커지면 단면이 굵어지고 특수재가 들어가는 데다 내화 피복과 접합부 금물이 얹히니, 같은 규모를 철골로 지었을 때보다 쌌을 가능성은 낮다. 공사비는 공표되지 않았다.


16.254평 땅에 2,077평을 짓고 847평만 파는 건물이 완공한 채 1년 반을 서 있다. 임대료로 환산하면 41억 원어치의 시간인데, 이익의 90% 넘는 몫이 매장 밖에서 나오는 회사라 견딜 수 있는 계산이다. 국내에서 이걸 하면 돈이 새는 자리는 규제가 아니다. 목구조 규모 제한은 2020년 11월에 이미 풀렸고, 막힌 건 그다음이다. 내화 성능을 인정받은 구조용 목재를 이 물량으로 대 줄 국내 공급선이 얇고, 준공 뒤에도 금융권 감정에서 목조 상업건물은 비교 사례가 없어 담보 평가가 보수적으로 나온다. 나무로 지어 놓고 대출이 덜 나오면 비워 둘 여유부터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