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상하이 황푸강 동쪽 기슭에 대형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연다. 총사업비 39억 600만 위안에 좌석은 4,200석. 그런데 운영 측이 내건 목표는 2030년까지 연 관객 200만 명이다. 객석을 매일 채워도 닿지 않는 숫자라, 나머지를 지붕이 메우는 구조로 지었다.
1.2026년 10월 17일, 상하이 푸둥신구(浦东新区) 황푸강(黄浦江) 동쪽 기슭에서 상하이 대극원(上海大歌剧院)이 개관한다. 착공은 2019년 12월 18일이었고 구조물 준공 확인이 올해 6월 23일. 여섯 해 반이 걸린 공사.

2.부지 5.3헥타르에 연면적 14만 6,338㎡. 총사업비로 잡힌 금액이 39억 600만 위안이고 원화로 약 7,600억 원쯤 된다. 환산은 최근 환율 기준.
3.공연장은 셋. 훙팅(红厅) 2,000석이 해외 대작 오페라를 받고, 선팅(申厅) 1,200석은 중국 창작 작품, 징팅(镜厅) 1,000석은 관객이 무대 안으로 들어가는 형식의 공연을 맡는다. 주무대는 3,500㎡를 여섯 칸으로 나눠 쓰는 방식이라 무대 전환이 큰 작품을 통째로 올릴 수 있다고.

4.지붕이 이 건물의 본체다. 부채를 펼친 형태로 넓게 깔았고, 그 위를 두 갈래 나선 계단이 감아 올라 지상과 옥상을 잇는다. 계단 끝에 1만㎡ 옥상 광장이 있는데, 설계사무소가 밝힌 운영 방침이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5.처마는 얇다. 가장자리가 허공으로 15m를 내미는데 그 두께가 0.725m뿐이고, 받치는 기둥이 없다. 하중은 나선 계단 안쪽에 숨긴 구조를 타고 지하 기초로 흘러내린다. 165메가파스칼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이만한 규모의 단독 구조재로 쓴 사례가 없어서, 시공사가 시공법과 시험법을 직접 만들어 붙였다고 상하이시가 밝혔다.

6.운영 방식에도 이름을 붙였다. 낮과 밤을 다르게 쓴다고 해서 바이자헤이(白+黑). 해가 있는 동안에는 시민에게 열린 문화공간으로 두고, 밤에만 공연장으로 바꾼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일 운영이라는 게 상하이 쪽 설명.

7.공연장이 낮에 죽은 건물이라는 건 이 업태의 오래된 약점이다. 객석과 무대는 부피가 크고 관리비가 비싼데 하루에 서너 시간만 쓰이며, 그동안 로비와 광장은 잠겨 있다. 낮을 여는 결정은 그 잠긴 시간을 상품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8.낮에 사람이 올 만한 자리이기도 하다. 대극원이 앉은 곳은 2010년 만국박람회 부지를 바꿔 만든 엑스포문화공원(世博文化公园) 안이다. 공원 전체가 200헥타르이고 2024년 9월 20일에 전면 개방됐다. 극장은 사람이 이미 오고 있는 땅에 마지막 조각으로 들어간 것.

9.숫자를 나눠 보면 이 건물의 값이 나온다. 39억 600만 위안을 4,200석으로 나누면 한 자리에 93만 위안이 들어갔고, 원화로 1억 8,000만 원가량이다. 연면적으로 나눈 값은 ㎡당 2만 6,700위안이고 평으로 고치면 1,720만 원쯤 된다.
10.개막 시즌은 2027년 2월 20일까지 넉 달 남짓 이어진다. 47편을 82회 올리고 예술교육 행사를 100회 이상 붙인다는 계획.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의 「토스카」, 마린스키 극장의 「아이다」, 베를린 국립오페라의 「장미의 기사」가 아시아 초연으로 잡혀 있다.

11.82회를 관객 수로 바꿔 보자. 세 홀 평균을 1,400석으로 잡고 가동률 80%를 넣으면 시즌 전체 티켓 관객은 9만 명 선. 같은 속도로 1년을 채워도 26만 명 안팎. 2030년까지 연 200만 명을 부르겠다는 목표에는 여덟 배 가까이 모자란다. 이 계산은 공개된 회차와 좌석 수를 나눈 추정치라 실제 운영과 다를 수 있다.
12.차이를 메우는 쪽은 표를 안 사는 사람이다. 옥상 광장 1만㎡가 그들이 올라가는 곳이고 입장료가 없다. 객석이 깔고 앉은 바닥은 넉넉히 잡아도 4,000㎡ 아래이니, 돈을 안 받는 면적이 돈을 받는 면적의 두 배를 넘는다.

13.상하이에 극장이 없어서 지은 건 아니다. 1998년 8월 인민광장에 문을 연 상하이대극원(上海大剧院)은 프랑스 사무소 Arte Charpentier가 설계했고 대극장 1,631석을 비롯해 세 홀을 갖췄다. 도심 한복판에 서서 밤에 표를 파는 건물. 새 대극원은 이름 한 글자만 다르지만 서는 자리와 여는 시간이 둘 다 반대편이다.
14.이 계산을 먼저 증명한 곳은 함부르크였다. 2017년 개관한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는 37m 높이에 무료 전망 광장을 두었는데, 10년 동안 광장 방문객이 2,950만 명이고 공연 관객은 740만 명이었다. 표를 안 산 사람이 산 사람의 네 배. 많은 날은 하루 1만 7,000명이 광장에만 올라왔다.
15.7,600억 원을 써서 4,200석을 만들고, 정작 그 좌석으로는 목표 관객의 13%밖에 채우지 못하는 건물이 10월에 문을 연다. 나머지를 지붕이 받는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걸리는 건 낮이다. 2024년 국내 공연장 가동률은 51.5%였다. 밤 공연만으로 절반을 겨우 넘긴 숫자인데, 낮을 여는 순간 안내 인력이 붙고 청소와 야간 경비가 함께 늘어난다. 공연장 예산서에 그 칸은 없다. 티켓 수입도 대관료도 아닌 돈으로 낮을 사야 하는데, 그 돈을 어디서 받을지가 이 모델을 옮길 때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