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에 지은 벽돌 창고 하나가 지난달 학교가 됐다. 여덟 해에 걸쳐 고쳤고, 내부 공사 허가 신고가액만 1억 1,500만 달러. 10년 전 이 건물을 기숙사로 바꾸려던 계획은 접혔고, 그 자리에 건축대학이 들어왔다.
1.케임브리지(Cambridge) 매사추세츠 애비뉴(Massachusetts Avenue) 134번지에 길이 152m짜리 붉은 벽돌 덩어리가 서 있다. 짐을 맡아 두던 창고. 지난달 이 건물이 학교가 됐다. 설계는 Diller Scofidio + Renfro, 들어간 곳은 MIT 건축·도시계획대학이다.
2.이삿짐은 8월에 다 들어갔고, 헌정식은 10월 1일에 연다. 협력 설계는 Leers Weinzapfel Associates, 시공은 Shawmut Design and Construction. 도면을 처음 그린 해는 2018년. 입주까지 여덟 해가 걸렸다.
3.5층짜리 건물을 다섯 차례에 걸쳐 이어 붙였다. MIT가 자기 자본사업 페이지에 적은 연면적은 195,000제곱피트, 약 5,480평. 업계 매체는 217,000제곱피트로 쓴다. 두 숫자가 갈리는 이유는 증축분을 어디까지 넣느냐일 뿐.
4.처음 벽을 올린 해는 1894년. 설계는 프레더릭 포프(Frederic Pope)가 했고, 뒤에 Peabody and Stearns가 네 차례 덧붙여 지금 길이가 됐다. 안에 든 보관실이 약 1,500칸. 사람들은 피아노와 가구를 여기에 맡겼다.

5.창고 영업이 끝난 해는 2015년, MIT가 이 건물을 사들인 해는 1962년. 미국 국가사적지 목록(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오른 해는 1986년이다. 생김새는 창고보다 성채에 가깝다. 모서리에 탑이 서고 처마에는 톱니가 돌고, 창은 벽에 낸 좁은 틈이 전부였다.

6.DS+R는 이 공사를 더하고 빼기(Plus Minus)라고 부른다. 뺀 쪽은 북면. 벽돌을 통째로 잘라 내고 유리를 끼워 스튜디오에 빛을 들였다. 남면은 손댈 수 없어서 기존 개구부 자리에 맞춰 창틀만 다시 짰다. 케임브리지 역사위원회가 지키는 쪽이기 때문. 잘라 내는 방식의 출처로 설계진은 고든 마타클라크(Gordon Matta-Clark)를 든다.


7.창고 바닥은 사람이 아니라 짐을 받게 만들어졌다. 설계 하중이 제곱피트당 150파운드, 제곱미터로 치면 약 732kg. 무겁고 두꺼운 옛 조적 바닥을 덜어 내자 그만큼 여유가 생겼고, 그 여유로 가벼운 새 바닥을 기존 기둥과 나무 말뚝 위에 매달았다. 강철 띠로 매단 층.
8.벽 두께는 60cm. 잘라 낸 자리마다 그 단면이 드러나 있고, 안쪽 벽돌에는 옛 흰 칠이 그대로다. 건물 전체를 세로로 관통하는 계단 하나가 척추 노릇을 한다. 엘리자베스 딜러(Elizabeth Diller)는 이 계단을 두고 보고 또 보이는 자리라고 말한다. MIT 쪽은 건물 자체가 교재가 됐다고 설명한다.


9.내부 공사 허가 신고가액이 1억 1,500만 달러. 연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2,900만 원쯤 되는데, 내장 공사만 그렇고 전체 사업비는 MIT가 공개하지 않았다. 돈을 댄 건 동문 기부. 강당과 갤러리에는 Sidara가 이름을 달았고, 개수 사업에는 카르멘·존 세인(Carmen and John Thain) 부부가 보탰다.
10.이 연면적을 다 쓸 수 있을까. 작업장과 공용부, 연구·교육 공간으로 잡힌다고 설계 자료가 밝힌 면적은 119,000제곱피트. 두꺼운 벽과 촘촘한 기둥, 다섯 덩어리를 잇는 복도가 나머지를 먹는다. 벽돌 창고를 살 때 연면적만 보고 계산하면 여기서 틀어진다.
11.이 건물이 선 자리가 케임브리지. 연구시설 임대료가 제곱피트당 연 93달러 선. 이 건물을 통째로 빌려준다고 치면 한 해 1,800만 달러, 약 250억 원이 들어온다. 그 수입 대신 MIT는 자기 학교를 넣었다.
12.다만 그 계산은 예전만 못하다. 2021년 가을 케임브리지 연구시설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113달러. 지난해 가을 공실률은 22%로 벌어졌다. 창고 문을 닫고 10년을 비워 두는 사이 임대 시장이 주저앉았다.
13.돌아오는 값은 임대료가 아니라 자리. 건축·도시계획대학은 그동안 본관 덩어리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고, 이번에 한 건물로 모였다. 본관에서 비워진 면적은 그대로 학교 몫이다. 총장은 이 이사를 두고 서쪽 캠퍼스에 디자인 구역이 생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14.2016년에 MIT는 이 건물을 기숙사로 바꾸려다 접었다. 국가사적지에 오른 100년 넘은 건물이라 인허가가 여러 단계였고, 목표한 개관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10년 뒤 같은 건물에 더 큰 돈이 들어갔다. 달라진 건 건물이 아니라 용도다. 기숙사는 방마다 창과 환기가 필요하고, 스튜디오는 한쪽 벽만 열려도 선다.

15.DS+R는 산업 구조물을 오래 다뤄 온 팀. 화물 철길을 공원으로 바꾼 High Line, 껍데기가 움직이는 The Shed가 이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래서 오해하기 쉬운데, 이번 공사는 돈을 아끼려고 고른 길이 아니다. 헐고 새로 지으면 탄소가 나오고, 국가사적지 목록에서 이름이 지워진다. LEED 골드를 목표로 잡은 것도, 핵심 설비를 2070년 홍수 수위 위에 올린 것도 같은 판단에서 나왔다.

16.짐을 받으려고 지은 벽돌 상자가 한 세기 만에 사람을 받는다. 내부 공사에만 신고가액 1억 1,500만 달러가 들어갔고, 그 돈을 쓰기 전에 같은 건물을 기숙사로 바꾸려던 계획이 한 번 접혔다. 국내에서 오래된 창고를 이렇게 돌릴 때 먼저 부딪히는 것도 같은 문제다. 주택과 기숙사는 거실마다 채광창 면적을 맞춰야 하지만 사무실과 전시장, 연구시설은 그 조항을 받지 않는다. 깊고 어두운 평면은 사람이 자지 않는 용도로 갈 때 비로소 값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