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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한 면을 유리로 바꾼 정면 · 모서리 탑과 톱니 처마는 그대로 두고, 그 옆 벽을 잘라 유리를 끼웠다. ⓒMIT 제공
벽돌 한 면을 유리로 바꾼 정면모서리 탑과 톱니 처마는 그대로 두고, 그 옆 벽을 잘라 유리를 끼웠다. ⓒMIT 제공
데일리 스페이스

기숙사로 바꾸려다 접은 창고에 건축대학이 들어갔다 (미국·재생건축)

2026.09.18

1894년에 지은 벽돌 창고 하나가 지난달 학교가 됐다. 여덟 해에 걸쳐 고쳤고, 내부 공사 허가 신고가액만 1억 1,500만 달러. 10년 전 이 건물을 기숙사로 바꾸려던 계획은 접혔고, 그 자리에 건축대학이 들어왔다.

1.케임브리지(Cambridge) 매사추세츠 애비뉴(Massachusetts Avenue) 134번지에 길이 152m짜리 붉은 벽돌 덩어리가 서 있다. 짐을 맡아 두던 창고. 지난달 이 건물이 학교가 됐다. 설계는 Diller Scofidio + Renfro, 들어간 곳은 MIT 건축·도시계획대학이다.
2.이삿짐은 8월에 다 들어갔고, 헌정식은 10월 1일에 연다. 협력 설계는 Leers Weinzapfel Associates, 시공은 Shawmut Design and Construction. 도면을 처음 그린 해는 2018년. 입주까지 여덟 해가 걸렸다.
3.5층짜리 건물을 다섯 차례에 걸쳐 이어 붙였다. MIT가 자기 자본사업 페이지에 적은 연면적은 195,000제곱피트, 약 5,480평. 업계 매체는 217,000제곱피트로 쓴다. 두 숫자가 갈리는 이유는 증축분을 어디까지 넣느냐일 뿐.
4.처음 벽을 올린 해는 1894년. 설계는 프레더릭 포프(Frederic Pope)가 했고, 뒤에 Peabody and Stearns가 네 차례 덧붙여 지금 길이가 됐다. 안에 든 보관실이 약 1,500칸. 사람들은 피아노와 가구를 여기에 맡겼다.
고치기 전, 2017년의 벽돌 상자 · 창이 손바닥만 하고 벽면은 흰 글자로 덮여 있던 창고 시절. ⓒBeyond My Ken (CC BY-SA 4.0)
고치기 전, 2017년의 벽돌 상자창이 손바닥만 하고 벽면은 흰 글자로 덮여 있던 창고 시절. ⓒBeyond My Ken (CC BY-SA 4.0)
5.창고 영업이 끝난 해는 2015년, MIT가 이 건물을 사들인 해는 1962년. 미국 국가사적지 목록(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오른 해는 1986년이다. 생김새는 창고보다 성채에 가깝다. 모서리에 탑이 서고 처마에는 톱니가 돌고, 창은 벽에 낸 좁은 틈이 전부였다.
공사 울타리가 둘러쳐진 긴 면 · 벽돌 면을 따라 공사 울타리가 길게 이어진다. ⓒajay_suresh (CC BY 4.0)
공사 울타리가 둘러쳐진 긴 면벽돌 면을 따라 공사 울타리가 길게 이어진다. ⓒajay_suresh (CC BY 4.0)
6.DS+R는 이 공사를 더하고 빼기(Plus Minus)라고 부른다. 뺀 쪽은 북면. 벽돌을 통째로 잘라 내고 유리를 끼워 스튜디오에 빛을 들였다. 남면은 손댈 수 없어서 기존 개구부 자리에 맞춰 창틀만 다시 짰다. 케임브리지 역사위원회가 지키는 쪽이기 때문. 잘라 내는 방식의 출처로 설계진은 고든 마타클라크(Gordon Matta-Clark)를 든다.
벽돌을 잘라 낸 자리에 끼운 유리 · 철길 쪽 면을 잘라 내고 유리를 넣었다. 유리 안으로 층 바닥선이 그대로 보인다. ⓒDiller Scofidio + Renfro
벽돌을 잘라 낸 자리에 끼운 유리철길 쪽 면을 잘라 내고 유리를 넣었다. 유리 안으로 층 바닥선이 그대로 보인다. ⓒDiller Scofidio + Renfro
유리를 끼우는 계획 (투시도) · 벽돌을 뺀 자리에 유리를 넣는 계획을 그린 투시도. ⓒDiller Scofidio + Renfro
유리를 끼우는 계획 (투시도)벽돌을 뺀 자리에 유리를 넣는 계획을 그린 투시도. ⓒDiller Scofidio + Renfro
7.창고 바닥은 사람이 아니라 짐을 받게 만들어졌다. 설계 하중이 제곱피트당 150파운드, 제곱미터로 치면 약 732kg. 무겁고 두꺼운 옛 조적 바닥을 덜어 내자 그만큼 여유가 생겼고, 그 여유로 가벼운 새 바닥을 기존 기둥과 나무 말뚝 위에 매달았다. 강철 띠로 매단 층.
덜어 내서 생긴 여유로 매단다 공개 설계 자료를 바탕으로 단순화한 개략 단면 · 축척 없음 고치기 전 두꺼운 조적 바닥 5개 층 · 창은 작은 구멍 설계 하중 제곱피트당 150파운드 고친 뒤 유리 매단 층 바닥 일부를 덜어 내 두 개 층 높이 스튜디오를 만들고 지붕과 기존 기둥에서 강철 띠로 새 바닥을 매달았다 남긴 옛 조적 바닥 새로 매단 가벼운 바닥 강철 띠 잘라 내고 끼운 유리
개략 단면무거운 옛 바닥을 덜어 내면 남는 하중이 생기고, 그 여유로 가벼운 새 바닥을 매단다.
8.벽 두께는 60cm. 잘라 낸 자리마다 그 단면이 드러나 있고, 안쪽 벽돌에는 옛 흰 칠이 그대로다. 건물 전체를 세로로 관통하는 계단 하나가 척추 노릇을 한다. 엘리자베스 딜러(Elizabeth Diller)는 이 계단을 두고 보고 또 보이는 자리라고 말한다. MIT 쪽은 건물 자체가 교재가 됐다고 설명한다.
기둥 사이로 내려가는 계단 (투시도) · 흰 칠이 남은 옛 기둥과 보 사이에 계단과 매단 층을 넣었다. ⓒDiller Scofidio + Renfro
기둥 사이로 내려가는 계단 (투시도)흰 칠이 남은 옛 기둥과 보 사이에 계단과 매단 층을 넣었다. ⓒDiller Scofidio + Renfro
벽돌과 화강암이 만나는 자리 · 화강암 기단에 박힌 철판 뚜껑, 그 위로 부챗살처럼 벌어진 벽돌. ⓒDaderot (CC0)
벽돌과 화강암이 만나는 자리화강암 기단에 박힌 철판 뚜껑, 그 위로 부챗살처럼 벌어진 벽돌. ⓒDaderot (CC0)
9.내부 공사 허가 신고가액이 1억 1,500만 달러. 연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2,900만 원쯤 되는데, 내장 공사만 그렇고 전체 사업비는 MIT가 공개하지 않았다. 돈을 댄 건 동문 기부. 강당과 갤러리에는 Sidara가 이름을 달았고, 개수 사업에는 카르멘·존 세인(Carmen and John Thain) 부부가 보탰다.
10.이 연면적을 다 쓸 수 있을까. 작업장과 공용부, 연구·교육 공간으로 잡힌다고 설계 자료가 밝힌 면적은 119,000제곱피트. 두꺼운 벽과 촘촘한 기둥, 다섯 덩어리를 잇는 복도가 나머지를 먹는다. 벽돌 창고를 살 때 연면적만 보고 계산하면 여기서 틀어진다.
11.이 건물이 선 자리가 케임브리지. 연구시설 임대료가 제곱피트당 연 93달러 선. 이 건물을 통째로 빌려준다고 치면 한 해 1,800만 달러, 약 250억 원이 들어온다. 그 수입 대신 MIT는 자기 학교를 넣었다.
12.다만 그 계산은 예전만 못하다. 2021년 가을 케임브리지 연구시설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113달러. 지난해 가을 공실률은 22%로 벌어졌다. 창고 문을 닫고 10년을 비워 두는 사이 임대 시장이 주저앉았다.
빈자리가 없던 시장이 22%가 됐다 케임브리지 연구시설 · 3분기 기준 ·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연 달러 임대료 2021년 113 임대료 2025년 93 공실률 2021년 0.3% 공실률 2025년 22% 같은 기간 이 건물은 비어 있었다. 창고 영업 종료 2015년, 학교 입주 2026년 8월. Cambridge Day 보도(2025.10) 인용 수치. 공실률 막대는 백분율, 임대료 막대는 달러로 축이 서로 다르다.
케임브리지 연구시설 임대 시장공실이 0.3%에서 22%로 벌어지는 동안 임대료는 113달러에서 93달러로 내렸다.
13.돌아오는 값은 임대료가 아니라 자리. 건축·도시계획대학은 그동안 본관 덩어리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고, 이번에 한 건물로 모였다. 본관에서 비워진 면적은 그대로 학교 몫이다. 총장은 이 이사를 두고 서쪽 캠퍼스에 디자인 구역이 생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도면을 붙이는 공용 바닥 (투시도) · 한 층을 비워 도면을 붙이고 모형을 놓는 자리로 그렸다. ⓒDiller Scofidio + Renfro
도면을 붙이는 공용 바닥 (투시도)한 층을 비워 도면을 붙이고 모형을 놓는 자리로 그렸다. ⓒDiller Scofidio + Renfro
14.2016년에 MIT는 이 건물을 기숙사로 바꾸려다 접었다. 국가사적지에 오른 100년 넘은 건물이라 인허가가 여러 단계였고, 목표한 개관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10년 뒤 같은 건물에 더 큰 돈이 들어갔다. 달라진 건 건물이 아니라 용도다. 기숙사는 방마다 창과 환기가 필요하고, 스튜디오는 한쪽 벽만 열려도 선다.
층을 잇는 계단 (투시도) · 건물을 세로로 관통하는 계단. 층마다 다른 방이 이 계단에 걸린다. ⓒDiller Scofidio + Renfro
층을 잇는 계단 (투시도)건물을 세로로 관통하는 계단. 층마다 다른 방이 이 계단에 걸린다. ⓒDiller Scofidio + Renfro
15.DS+R는 산업 구조물을 오래 다뤄 온 팀. 화물 철길을 공원으로 바꾼 High Line, 껍데기가 움직이는 The Shed가 이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래서 오해하기 쉬운데, 이번 공사는 돈을 아끼려고 고른 길이 아니다. 헐고 새로 지으면 탄소가 나오고, 국가사적지 목록에서 이름이 지워진다. LEED 골드를 목표로 잡은 것도, 핵심 설비를 2070년 홍수 수위 위에 올린 것도 같은 판단에서 나왔다.
남은 글자, 남은 벽 · 창고 시절의 흰 글자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뒀다. ⓒMIT 제공
남은 글자, 남은 벽창고 시절의 흰 글자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뒀다. ⓒMIT 제공
16.짐을 받으려고 지은 벽돌 상자가 한 세기 만에 사람을 받는다. 내부 공사에만 신고가액 1억 1,500만 달러가 들어갔고, 그 돈을 쓰기 전에 같은 건물을 기숙사로 바꾸려던 계획이 한 번 접혔다. 국내에서 오래된 창고를 이렇게 돌릴 때 먼저 부딪히는 것도 같은 문제다. 주택과 기숙사는 거실마다 채광창 면적을 맞춰야 하지만 사무실과 전시장, 연구시설은 그 조항을 받지 않는다. 깊고 어두운 평면은 사람이 자지 않는 용도로 갈 때 비로소 값을 한다.
데일리 스페이스 #049 · 2026.09.18
출처. MIT News 「Met Warehouse opens as the new home of MIT's School of Architecture and Planning」(2026.8.12) · 「How architects turned a hulking brick box into MIT's newest academic hub」(2026.9.4), MIT Campus Construction 「Metropolitan Warehouse, Building W41」, Diller Scofidio + Renfro 프로젝트 페이지 「MIT Metropolitan Warehouse」, Leers Weinzapfel Associates 「Metropolitan Warehouse Renovation」, Daily Commercial News 「MIT achieves an almost inconceivable warehouse-to-learning facility conversion」(2026.9), Tradeline 「MIT Opens Historic Warehouse as School of Architecture and Planning」(2026.8), BLDUP 「Construction Continues for MIT Redevelopment of Metropolitan Storage Warehouse」, The Boston Globe 「MIT scraps dorm plans for Met Storage building」(2016.2.29), MIT News 「Metropolitan Storage Warehouse is potential new location for School of Architecture and Planning」(2018.6.14), Cambridge Day 「Close to a quarter of Cambridge lab space sits vacant」(2025.10.22).
연면적은 MIT 자본사업 페이지의 195,000제곱피트를 기준으로 삼았고, 217,000제곱피트는 업계 매체 표기다. 1평 3.3058㎡, 1제곱피트 0.0929㎡로 환산했다. 공사비 원화 환산과 임대 수입 환산은 1달러 1,390원 기준이며, 평당 공사비는 내부 공사 허가 신고가액을 연면적으로 나눈 단순 계산이다. 통째 임대 수입 1,800만 달러는 공실 없이 전체 면적을 연구시설 시세로 빌려준다고 가정한 단순 추정이고, 실제로 이 건물은 연구시설로 개조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