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바로 위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가 지난 12일 시립 미술관을 열었다. 새 건물 하나를 따로 지은 게 아니다. 36년 된 역 앞 문화센터를 고치는 공사에 미술관을 얹어, 설계자 하나와 시공사 하나로 한 번에 발주한 공사.
1.JR 가와구치역 서쪽 출구에서 걸어서 2분. 9월 12일 가와구치 시립미술관(川口市立美術館)이 문을 열었다. 개관전은 이 도시 출신 사진가 니나가와 미카(蜷川実花)의 「시작의 빛(はじまりの光)」이고 1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일반 관람료는 당일 2,000엔, 약 1만 9천 원.
2.설계는 고야마 건축연구소(香山建築研究所). 이 사무소가 바로 옆 가와구치 종합문화센터 리리아(川口総合文化センター・リリア)의 개수 설계까지 함께 맡았다. 시는 두 공사를 묶어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들어오는 ECI 방식으로 발주했고, 가와구치시로서는 처음 써 본 방식. 관장은 다테하타 아키라(建畠晢).

3.미술관은 리리아 서쪽 옆 땅, 원래 있던 주차장 위에 올라갔다. 층은 1층과 2층, 그 사이 중2층(M2)뿐. 입구는 2층에 있고, 광장에서 들어서면 가운데 아트리움을 두고 전시실 두 곳과 식당, 숍, 다목적실이 둘러선다. 중2층에는 전시홀과 도서실.

4.전시실 면적은 크지 않다. 전시실 1이 371㎡, 전시실 2가 155㎡, 중2층 전시홀이 298㎡. 셋을 합하면 824㎡, 약 250평. 지역 미술관 가운데서도 작은 편이라, 기획전 한 번에 방 세 개를 다 쓰면 소장품을 걸 자리가 남지 않는다.


5.보도사진으로 보면 전시실 바닥은 폭 넓은 나무 판재를 짙게 깔았고 천장은 검게 눌러 두었다. 흰 벽만 빛을 받고 위는 어둠에 묻히는 방. 아트리움 천장은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듯 깊게 파여, 빛이 그 우물 바닥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내장 일부에는 이 도시의 전통 산업인 주물을 썼다.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물로 이름난 도시가 가와구치.

6.리리아는 1990년 7월에 문을 연 역 앞 문화센터다. 2,002석 메인홀과 600석 음악홀, 14층 타워가 한 덩어리를 이루고 연면적은 약 3만 6천㎡에 이른다. 36년을 쓰는 동안 급배수와 공조가 낡았고, 무엇보다 대형 홀의 매단 천장이 내진 기준에 걸렸다. 고치지 않으면 홀을 닫아야 하는 공사.

7.시의회 기록이 이 묶음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반대편 의원은 본회의에서 "리리아 개수는 피할 수 없지만 미술관 건설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은 한 건. 개수만 떼어 통과시키고 미술관만 떨어뜨릴 길이 없었다.
8.미술관을 왜 원했나. 인구 약 60만 명의 도시에 시립 미술관이 없었고, 지역 애호가와 작가들이 맡긴 작품이 쌓여 갔다. 소장품은 올해 1월 기준 약 220점. 가부라키 기요카타(鏑木清方)와 요코야마 다이칸(横山大観) 같은 근대 작가가 섞여 있다. 개관전을 이 도시에서 자란 사진가에게 맡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 동네 사람이 줄을 서야 이 건물이 선다.

9.2023년 3월 의회를 통과한 총사업비는 215억 6천만 엔, 약 2,000억 원. 그 안에서 리리아 개수가 약 159억 엔, 미술관 신축이 약 52억 엔을 차지한다. 미술관 몫은 전체의 4분의 1이 채 안 된다. 사업 초기에 시가 내건 목표는 총액 210억 엔 이하였다.
10.묶어서 얻는 건 표결만이 아니다. 설계자가 같으면 두 건물의 동선과 설비를 한 도면에서 맞출 수 있고, 시공사가 같으면 현장 사무소와 가설, 크레인을 나눠 쓴다. 공개된 수치로 절감액을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개수 공사는 뜯어 봐야 공사비가 나오는 일이라, 시공사를 설계 단계에 앉힌 ECI가 증액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11.문제는 준공 뒤다. 시가 의회에서 답한 미술관 운영비는 한 해 약 3억 엔. 개관전 관람료 2,000엔으로만 메우려면 한 해 15만 장을 팔아야 한다. 시민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해마다 한 번씩 와야 나오는 숫자. 그게 가능할까.
12.공립 미술관이 표로 운영비를 다 버는 일은 드물다. 이 미술관은 식당과 숍을 입구 층에 붙였다. 식당 자리는 지역 식재료를 쓰는 이탈리안 Azzurri Arte. 전시를 보지 않는 사람도 2층 광장까지는 올라오게 만드는 구성이다. 미술관이 내건 말도 「공원 같은 미술관」.

13.버블 막바지인 1990년 전후 일본 지방 도시들은 역 앞에 큰 문화 홀을 앞다퉈 지었다. 그 건물들이 지금 한꺼번에 서른 살을 넘기면서 매단 천장과 설비를 갈아야 하는 차례가 왔다. 보통은 고치거나 닫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른다. 가와구치는 고치는 김에 하나를 더 붙이는 쪽을 택했다.
14.처음부터 옆자리였던 건 아니다. 시의 초기 검토에서 미술관 후보지는 옛 사카에초 공민관(栄町公民館) 터였다. 그 땅에 따로 지었다면 두 공사를 묶을 이유도, ECI로 한 시공사에 맡길 명분도 없었다. 미술관 자리를 리리아 옆으로 옮기고 나서야 두 공사가 한 예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15.순서도 그 판단을 따른다. 리리아는 공사를 마치고 올해 7월 먼저 다시 열었고, 미술관은 4월 사전 개관을 거쳐 9월에 문을 열었다. 역에서 광장을 건너면 한쪽은 2,002석 홀, 다른 쪽은 미술관 입구. 공연 보러 온 사람이 같은 광장에서 전시 포스터를 보게 된다.
16.36년 된 역 앞 홀을 고치는 공사에 미술관 한 채가 실려 함께 나왔고, 그 몫은 총사업비 215억 6천만 엔 가운데 약 52억 엔이었다. 국내에도 1990년 전후에 지은 문예회관이 대수선 시기를 맞고 있다. 다만 공립 미술관은 설립 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타당성 사전평가를 따로 받는다. 개수 예산에 새 시설을 얹어 의회를 한 번에 넘기려 해도, 먼저 걸리는 건 공사비가 아니라 그 평가의 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