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니혼바시에 18층 목조 오피스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나무 기둥으로 위에서 15번째 층을 받치려면 불 속에서 3시간을 버텨야 했고, 그 기둥이 이 건물에서 처음 쓰였다.
1.도쿄 니혼바시혼초(日本橋本町) 1초메, 미쓰코시마에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의 18층 오피스가 마감 공사에 들어가 있다. 이름은 니혼바시혼초 미쓰이 빌딩 &forest(日本橋本町三井ビルディング &forest). 높이 84m, 연면적 27,452㎡로 일본에서 가장 높고 큰 목조 임대 오피스.
2.사업은 미쓰이 부동산(三井不動産), 설계와 시공은 다케나카 공무점(竹中工務店)이 한꺼번에 맡았다. 2024년 착공 발표 때 내건 준공 목표는 올해 9월이었는데, 현장에 걸린 건축계획 표지는 완료 예정일을 2027년 1월 6일로 적고 있다. 저층 연구실은 12월부터 입주를 받는다고 안내한다.

3.전부 나무는 아니다. 강관에 콘크리트를 채운 기둥은 겉을 나무로 감쌌고, 철골 보에는 석고와 나무를 둘렀으며, 내진벽은 CLT 판과 주름 강판을 겹쳐 만들었다. 그 사이에서 나무가 직접 하중을 받는 기둥이 182개. 들어간 국산 목재는 1,100㎥가 넘고, 두 회사는 이 부재들이 모두 일본에서 처음 쓰였다고 밝혔다.

4.기둥의 이름은 모엔우드(燃エンウッド)로, 「타지 않는다」는 말을 비틀었다. 바깥 켜는 일부러 태울 몫으로 남긴 나무라 불이 붙으면 천천히 숯이 되며 열을 막고, 안쪽 석고 층이 남은 열을 빨아들여 가운데 기둥이 260℃를 넘지 않게 붙든다. 평소에는 그냥 집성재 기둥이라 손바닥에 결이 걸리고, 가장 굵은 4층 기둥은 한 변 1,390mm.

5.왜 하필 4층이 가장 굵은가. 일본 건축기준법은 꼭대기에서 세어 내려간 층수로 기둥이 불을 견뎌야 할 시간을 정하는데, 위에서 4개 층은 1시간, 그 아래 10개 층은 2시간, 15번째 층부터는 3시간이다. 18층 건물에서 위로부터 15번째가 바로 4층. 3시간을 버티는 목재 기둥이 없던 동안 나무로 받칠 수 있는 높이는 14개 층에서 멈췄다.
6.사무실 층은 기준층이 약 1,180㎡(357평), 천장고 2.8m다. 기둥과 보의 나무를 가리지 않고 드러내 두고, 도쿄대 연구진과 함께 나무가 일하는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재겠다고 했다. 보도 쪽으로 녹지 약 480㎡를 깔았고, 옥상에는 수경재배 설비.

7.이 건물이 들어갈 시장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미키상사(三鬼商事) 집계로 8월 도쿄 도심 5구 기존 빌딩 공실률은 1.71%인데 새로 지은 빌딩은 10.29%다. 기존 건물은 빈 데가 없고, 신축은 열 칸 중 한 칸이 빈 채.

8.신축이 이름을 걸 거리가 필요한 시장에서 나무가 내놓는 답은 탄소다. 같은 크기 철골 오피스와 비교해 골조를 짓는 동안 나오는 CO2가 약 30% 적고, 기둥과 보가 붙들어 두는 탄소가 800톤쯤 된다는 계산. 일본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SSBJ)이 대형 상장사부터 의무화되는 흐름이라, 입주사에게는 건물의 탄소가 보고서의 한 줄이 된다.

9.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8월 집계에서 도심 5구 신축 빌딩의 평균 모집임대료는 평당 월 40,288엔, 기존 빌딩은 23,303엔이다. 1년 사이 신축 쪽 상승폭은 1만 엔 이상.
10.5층부터 18층까지를 모두 기준층으로 치면 임대 면적은 약 5,000평이다. 신축 평균만 받아도 한 해 임대 수입이 24억 엔이고, 기존 빌딩 평균에 머물면 14억 엔으로 내려간다(둘 다 추정). 그 사이 10억 엔이 나무로 지키려는 돈이다.
11.굵은 기둥은 바닥을 먹는다. 기둥 182개를 나무 층수로 나누면 한 층에 13개 안팎이고, 가장 굵은 층에서 한 변 0.8m짜리 철골 기둥보다 개당 1.3㎡쯤 더 차지한다고 치면 한 층에 5평 남짓이 사라진다. 기준층의 1.4%, 월 20만 엔 수준(추정). 공사비는 두 회사 모두 밝히지 않아서 나무로 올린 값이 철골보다 얼마나 비쌌는지는 이 건물로는 알 수 없다.
12.미쓰이 부동산 그룹은 홋카이도에 약 5,000ha의 숲을 갖고 있다. 이 건물에 들어간 1,100㎥ 가운데 그 숲에서 베어 온 나무는 약 100㎥로 10분의 1이 안 된다. 심고 기르고 쓰는 순환을 내세웠지만, 나머지는 시장에서 산 국산재.

13.&forest는 이 건물에 처음 붙은 브랜드 이름이다. 같은 1초메의 다른 블록에서는 11층, 높이 56m, 연면적 약 18,000㎡짜리 2호 오피스가 2025년 11월 착공했는데, 8~11층 전용부는 기둥까지 전부 나무로 짓는다. 시공은 오바야시구미(大林組)이고 준공은 2028년 4월. 한 동이면 실험이지만 두 동째부터는 상품이다.

14.도심에서 나무를 내보낸 것은 원래 불이었다. 1641년 에도 대화재 때 목재상들이 높이 쌓아 둔 나무가 불을 키웠다는 이유로 막부는 이들을 에이타이지마(永代島)에 모았고, 1701년 다시 옮긴 자리가 오늘의 후카가와 기바(深川木場). 385년 뒤 같은 도심에 나무를 다시 들인 것도 불, 정확히는 불을 견디는 시간이다.
15.높이로 치면 세계 기록과 거리가 멀지 않다. 목조와 콘크리트를 섞은 건물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꼽히는 미국 밀워키(Milwaukee)의 Ascent가 86.6m이니 차이는 2.6m. 다만 그쪽은 주거용이고, 이쪽은 층마다 사무실이 빈 채로 임차인을 기다리는 오피스다.

16.니혼바시의 18층 목조 오피스는 불 속에서 3시간을 버티는 나무 기둥을 처음 써서 목조가 멈춰 있던 14개 층의 벽을 넘었고, 준공은 내년 1월로 밀려 있다. 국내에서 같은 건물을 올리려 하면 먼저 걸리는 것은 설계가 아니라 시험성적서다. 층수가 오를수록 기둥이 불에 버텨야 할 시간이 늘어나는데, 그 시간을 나무 부재로 인정받은 사례가 드물어 목조 고층은 도면보다 인정 절차에서 먼저 멈춘다. 게다가 임대 시장이 신축에 웃돈을 얹어 줄 만큼 빡빡하지 않으면, 나무에 든 돈을 임대료로 돌려받을 길도 좁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