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서쪽 하치오지(八王子)역 남쪽, 백 년 넘게 담으로 막혀 있던 옛 의료교도소 터가 10월 3일 공원과 도서관, 박물관으로 열린다. 시는 설계부터 15년 운영까지 민간 컨소시엄 한 곳에 맡겼고, 땅값까지 더하면 약 244억 엔을 쓴다.
1.10월 3일, 도쿄도 하치오지시 고야스초(子安町)의 옛 하치오지 의료교도소(八王子医療刑務所) 터에 소토노모리(桑都の杜)가 문을 연다. JR 하치오지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부지 52,047㎡(약 1만 5,700평)에 공원과 도서관, 향토 박물관, 교류 공간을 한데 넣었는데, 입장료는 어디서도 받지 않는다. 설계와 시공, 운영까지 민간 컨소시엄 한 곳이 맡는 PFI 사업이다.
2.이 교도소의 시작은 1878년 가나가와현(神奈川県) 감옥. 1895년 지금 자리로 옮겨 왔고, 의료교도소로 바뀐 뒤 2018년 문을 닫을 때까지 같은 담 안에서 운영됐다. 역에서 가까운 주택가 한복판이 백 년 넘게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없는 땅이었던 것. 이름의 소토(桑都)는 양잠과 직물로 번성하던 시절 하치오지를 부르던 옛 별칭이고, 학생 투표로 골랐다.


3.배치도를 펴면 부지는 남북 약 300m, 동서 약 190m의 거꾸로 선 삼각형에 가깝다. 역 쪽 도치노키 거리(とちのき通り)에서 산책로가 비스듬히 들어오고, 그 끝에 둥근 2층 건물 하나가 앉는다. 나머지는 잔디 광장 셋과, 테마를 정해 나무와 풀을 모은 낮은 언덕 여덟 개. 남쪽으로 갈수록 땅이 높아지는데, 설계는 이 높이 차를 깎아 내지 않고 언덕과 비탈로 그대로 썼다.

4.건물 연면적은 약 8,268㎡. 1층 평면을 보면 둥글게 휜 서쪽 면이 비탈에 반쯤 묻혀 있고, 그 곡면을 따라 입구 홀과 체험 전시실, 스튜디오가 돈다. 상설 전시실 두 개는 남쪽에, 동쪽 절반은 작업 공간에 내줬다. 입구 홀 바로 옆에는 소장품을 유리 너머로 보여 주는 수장 전시실이 있다. 원래 보이지 않던 창고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끌어낸 배치.

5.2층은 시의 열 번째 시립도서관인 이코이 라이브러리(いこいライブラリ)다. 둥근 개가 공간 한가운데 지름 10m 남짓한 구멍을 뚫어 1층 전시실 로비와 위아래로 이었다. 가장자리를 따라 독서 테라스와 처마 밑 테라스, 카페가 돈다. 안쪽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쓰는 방과 자습 공간, 소리와 빛에 지친 사람이 잠깐 들어가 쉬는 카밍다운룸(カームダウン室)까지 넣었다.

6.투시도를 보면 천장은 가는 나무 살을 촘촘히 걸어 둥근 구멍 쪽으로 모으고, 구멍 아래로 1층 바닥의 그림이 내려다보인다. 책장을 낮게 둬서 사람 머리 너머로 바깥 잔디까지 시선이 빠진다. 책을 빌려 갈 수는 없다. 대출을 하지 않는 대신 책을 들고 잔디 광장으로 나가 읽어도 되는 '어디서든 도서관'을 내걸었다.

7.하치오지는 인구 약 58만 명에 대학이 21곳 모인 도시. 시가 이 시설에 붙인 말은 '서드 플레이스'. 돈을 쓰지 않고 몇 시간 머물 수 있는 자리가 역 근처에 드물다는 게 출발점이었다. 대출을 하지 않는 도서관도 그 목표에 맞춘 선택. 책을 빌려주는 창구와 서고 대신 앉을 자리에 면적을 썼다.
8.공원은 방재 시설도 겸한다. 시는 8월 1일 이곳을 광역 피난 장소로 지정했고, 약 7,000명이 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중 약 1,000명은 사흘가량 머물 수 있도록 비축 창고와 설비를 갖췄다. 평소에는 잔디밭이고 재난 때는 피난처가 되는 땅이라, 공원 예산을 방재 예산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9.2023년 3월, 시는 다이와리스(大和リース)가 대표를 맡은 특수목적회사 하치오지 미라이테라스 파트너스(八王子ミライテラスパートナーズ)와 계약했다. 금액은 약 180억 5,200만 엔, 기간은 2041년 9월까지. 설계는 아즈사설계(梓設計), 시공은 구마가이구미(熊谷組), 전시는 노무라공예사(乃村工藝社), 도서관 운영은 도서관유통센터(図書館流通センター)가 나눠 맡고, 옛 교도소 건물 철거도 이 계약 안에 있다. 짓는 회사와 운영하는 회사가 한 계약에 묶였다.
10.공사 도중 금액이 올랐다. 물가가 뛰자 컨소시엄이 시공 대가를 조정해 달라고 청구했고, 운영 대가도 계약서에 정한 물가 지수가 기준을 넘어 함께 올랐다. 2025년 12월 변경 계약에서 금액은 192억 3,185만 엔이 됐다. 처음보다 약 11억 8,000만 엔 늘어난 금액. PFI로 시공 위험은 민간에 넘겼지만 물가가 오른 만큼은 시가 더 낸다.
11.땅값을 더하면 액수가 더 커진다. 시는 국가와 도쿄도에서 부지를 사들이며 용지 취득 등에 약 51억 7,000만 엔을 예산에 잡았다. 변경 후 PFI 계약과 합치면 약 244억 엔. 인구로 나누면 시민 한 사람당 4만 2,000엔 남짓.
12.들어오는 돈은 작다. 박물관과 공원은 무료이고 도서관은 원래 돈을 받지 않는다. 수입이 될 만한 건 약 177㎡짜리 레스토랑동과 승용차 156대 규모의 주차장, 도서관 안의 무인 서점 TOSHOP, 그리고 시설 두 곳의 이름을 지역 리폼 회사 홈테크(ホームテック)에 판 네이밍 라이츠 정도.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 합쳐도 연평균 10억 엔이 넘는 계약금을 메울 규모는 아니다(추정). 이 시설의 매출은 방문자가 아니라 시 예산에서 나온다.

13.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돈도 있다. 연면적을 부지 면적으로 나누면 용적률로 약 16%. 같은 땅에 용적률 200%를 가정하면 연면적 10만㎡가 넘는 아파트나 오피스를 올릴 수 있었다. 시는 그 10만㎡를 쓰지 않는 쪽을 골랐다.

14.요즘 일본 공원 개발에서는 민간이 카페나 사우나를 넣고 그 수익으로 정비비를 갚는 파크 PFI(Park-PFI)가 흔하다. 소토노모리는 그 반대편에 섰다. 수익 시설은 레스토랑 한 동뿐이고, 비용은 시가 서비스 대가로 해마다 나눠 낸다. 옛 교도소 외벽 일부는 헐지 않고 공원 안에 남겼다. 백 년 넘게 안과 밖을 가르던 담은 이제 산책로 옆 벽 한 토막.
15.하치오지시는 교도소가 떠난 역 근처 부지 1만 5,700평을 사서 2층 건물 한 동과 언덕 여덟 개를 깔았고, 땅값과 18년 반짜리 계약을 합쳐 약 244억 엔을 쓴다. 입장료 없이 세금으로 돌리는 공원이고, 물가가 오르면 그 부담도 시가 진다. 한국에도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이 있어서 짓고 운영하는 일을 한 계약에 묶는 틀은 이미 갖춰져 있다. 막히는 쪽은 역에서 가까운 국공유지를 주택 공급 물량으로 세지 않고, 용적률 16%와 15년 운영비를 함께 받아들이는 결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