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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인데, 60년 전 헌 옷처럼 · 아프레세의 시그니처 데님. 1950년대 말~60년대 초 특정 모델의 실 굵기·짜임을 조사해 재현하고, 물 빠짐과 손마감까지 그 시절처럼 처리한다. 헌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세월의 질감을 새 옷에 처음부터 설계해 넣는다. ⓒ A.PRESSE
새 옷인데, 60년 전 헌 옷처럼아프레세의 시그니처 데님. 1950년대 말~60년대 초 특정 모델의 실 굵기·짜임을 조사해 재현하고, 물 빠짐과 손마감까지 그 시절처럼 처리한다. 헌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세월의 질감을 새 옷에 처음부터 설계해 넣는다. ⓒ A.PRESSE
데일리 브랜드

갓 만든 새 옷을 60년 된 헌 옷으로 판다

2026.07.25

이 브랜드의 청바지는 공장에서 갓 나온 새 옷이다. 그런데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사이 어느 미국 노동자가 몇 년을 입어 무릎이 바래고 밑단이 닳은 헌 청바지처럼 보인다. 우연이 아니다. 그 시절 특정 모델의 실 굵기와 짜임, 물 빠짐의 순서까지 조사해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만든 사람은 자신을 디자이너라 부르지 않는다. '편집자'라 부른다. 브랜드 이름은 아프레세(A.PRESSE). 2021년에 시작한,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도쿄의 작은 남성복 브랜드지만, 지난 2년 사이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의 편집숍이 앞다퉈 모셔 가며 조용히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 브랜드가 파는 것은 옷이 아니라 '디자인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1.아프레세는 '새로 만든 빈티지'를 파는 브랜드다. 미국의 워크웨어, 밀리터리 의류, 그리고 클래식 테일러링, 이미 역사 속에 존재했던 옷의 원형(原型)을 가져와, 그 시절의 소재·짜임·바느질·물 빠짐까지 집요하게 조사해 새 옷으로 되살린다. 헌 옷을 파는 게 아니다. 헌 옷이 가진 세월의 질감을, 새 옷 안에 처음부터 설계해 넣는다. 결과물은 갓 샀는데 이미 10년을 입은 것 같은, 묘하게 익숙하고 편안한 옷이다.
2.그래서 이 브랜드에는 '디자인'이라 부를 만한 화려한 무엇이 없다. 눈에 띄는 로고도, 튀는 색도, 계절마다 바뀌는 유행 테마도 없다. 창업자는 이 태도를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design without designing)"이라 부른다. 옷에서 창작자의 자기표현을 지우고, 대신 원단과 실루엣, 비례와 완성도만 남긴다. 이 극단적인 절제와 익명성이 역설적으로 이 브랜드를 가장 또렷하게 만든다.
3.시작은 2021년 가을·겨울, 도쿄다. 만든 사람은 시게마쓰 가즈마(重松一馬), 1988년생. 그런데 그의 이력이 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열쇠다. 그는 옷을 그리던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다. 옷을 수입하고, 만들고, 파는 '유통·생산'의 사람이었다. 이 출발점이 아프레세를 여느 디자이너 브랜드와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들었다.
4.그는 의류 수입업을 거쳐 2017년 '앤띵스(Anthings)'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가 한 일은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의 브랜드를 대신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었다. 낚시 브랜드 다이와가 낸 의류 라인 '다이와 피어39', '헤릴', '위켄드' 같은 브랜드들의 생산·영업·유통을 그의 회사가 도맡아, 일본과 해외의 편집숍에 실어 날랐다. 정작 그 브랜드들을 디자인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시게마쓰는 무대 뒤에서 옷이 팔려 나가는 구조 전체를 익힌 사람이었다.
5.남의 브랜드를 몇 년간 세계 시장에 실어 나른 뒤, 2021년 그는 처음으로 온전히 자기 것인 브랜드를 냈다. 그것이 아프레세다. 유통의 언어와 제조의 현실을 이미 손에 쥔 사람이 만든 브랜드였기에, 첫 시즌부터 옷의 완성도와 유통 전략이 신인의 것답지 않게 단단했다. '디자이너가 감성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아니라 '유통·생산의 전문가가 역산해 설계한 브랜드', 이 순서의 차이가 이후 모든 것을 갈랐다.
6.브랜드의 철학은 하나의 이름에 압축돼 있다. '의류 편집부(CLOTHING EDITORIAL DEPARTMENT)'. 시게마쓰는 자신을 디자이너가 아니라 '편집자(editor)'로 규정한다. 무(無)에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옷의 원형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것을 고르고, 다듬고, 배치하는 사람이다. 잡지의 편집자가 세상의 사실을 취재해 기사로 엮듯, 이 브랜드는 의복의 역사를 취재해 옷으로 엮는다.
7.그래서 작업 방식도 편집부를 닮았다. 시게마쓰 혼자 그리는 게 아니라, 두 명의 디자이너와 팀을 이뤄 끝없이 토론하며 옷을 만든다. 마치 한 편의 기사를 여러 에디터가 다듬듯이. 한 명의 천재적 디자이너가 자기 세계관을 관철하는 여느 브랜드와 정반대다. 여기엔 관철해야 할 '나의 세계관'이 애초에 없다. 있는 것은 '무엇이 가장 좋은 옷인가'라는 질문과, 그것을 향한 집단적 편집뿐이다.
8.이 철학은 이 브랜드가 하지 않는 것의 목록으로 더 선명해진다. 큰 로고를 박지 않는다. 시즌마다 화려한 콘셉트를 내세우지 않는다. 유행하는 실루엣을 좇지 않는다. 창작자의 서명 같은 튀는 디테일을 넣지 않는다. 창업자의 표현으로는 '세계관 없는 제조(manufacturing without a world view)'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세계관을 팔려 애쓰는 자리에서, 이 브랜드는 세계관을 지우는 것으로 승부한다.
9.시그니처는 단연 데님이다. 아프레세의 청바지는 빈티지 데님의 교과서를 그대로 복원한다. 1950년대 말~60년대 초의 어느 상징적 501 모델이 쓰던 실의 굵기와 짜임을 재현한 셀비지 인디고 데님, 그리고 유황으로 로프 염색한 14온스 블랙 데님. 여기에 그 시절 옷이 세월을 먹으며 바래는 방식, 무릎과 허벅지가 먼저 닳고, 밑단이 자연스럽게 해지는 순서, 까지 손으로 재현한다. '프리즈너 데님' 같은 라인은 이 집착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보여 준다.
10.데님 곁에는 넉넉한 와이드 트라우저, 밀리터리에서 온 아우터, 캐시미어를 섞은 니트, 그리고 클래식 테일러링이 놓인다. 어느 것도 새로 발명한 형태가 아니다. 전부 20세기 어딘가에 이미 존재했던 옷이다. 그러나 그 원형을 오늘의 체형과 감각에 맞게 비례를 다시 잡고, 최고급 원단으로 다시 짜면, 낡은 것이 가장 새것처럼 보이는 역전이 일어난다. 아이콘이 된 것은 특정 한 벌이 아니라, 이 '재현의 태도' 자체다.
11.이 브랜드가 마니아의 지지를 얻은 결정적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는 옷'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옷에 붙은 이야기를 읽어야 그 가치를 안다. 아프레세는 다르다. 입어 보고 만져 보면 안다. 물 빠진 결의 자연스러움, 봉제선의 정직함, 세탁을 거듭할수록 몸에 붙는 방식. 로고로 증명할 필요가 없어, 아는 사람만 알아본다. 이 '조용한 식별'이 오히려 강력한 소속감을 만든다.
전부 20세기에 이미 있던 옷 · 밀리터리 재킷, 워크웨어, 클래식 테일러링, 아프레세는 새 형태를 발명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했던 옷의 원형을 오늘의 비례로 다시 잡고 최고급 원단으로 다시 짠다. 낡은 것이 가장 새것처럼 보이는 역전이 여기서 일어난다. ⓒ A.PRESSE
전부 20세기에 이미 있던 옷밀리터리 재킷, 워크웨어, 클래식 테일러링, 아프레세는 새 형태를 발명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했던 옷의 원형을 오늘의 비례로 다시 잡고 최고급 원단으로 다시 짠다. 낡은 것이 가장 새것처럼 보이는 역전이 여기서 일어난다. ⓒ A.PRESSE
12.만져 보면 이 브랜드의 진짜 승부처는 '원단과 마감'이다. 아프레세는 옷의 형태를 발명하지 않는 대신, 그 형태를 채우는 소재에 돈과 시간을 몰아넣는다. 일본 특유의 방적·직조·염색 기술로 짠 프리미엄 원단, 그리고 기계로는 낼 수 없는 손 마감(hand-finishing). 새 청바지에 세월의 결을 넣는 워싱 하나에도, 그 시절 물 빠짐의 물리를 재현하려는 공정이 겹겹이 들어간다. 겉은 지극히 평범한 옷이지만, 그 평범함을 만드는 데 가장 비범한 공이 든다.
13.제조의 뼈대는 '메이드 인 재팬'이다. 아프레세는 일본 국내의 방적·직조·봉제 인프라 위에서 옷을 만든다. 저임금 대량생산으로 넘어가지 않고, 원형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는 숙련된 손을 국내에 붙들어 둔다. 이는 원가를 높이는 선택이지만, 동시에 이 브랜드의 완성도와 이야기를 지탱하는 뼈대다. '빈티지의 질감'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제조 역량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14.아프레세는 철저히 고가 포지션이다. 가장 저렴한 워크 치노 바지가 약 4만6천 엔(약 44만 원), 시그니처 데님과 주력 아이템이 대체로 6만4천~15만4천 엔(약 61만~147만 원), 가죽 라이더 재킷 같은 최상위 아이템은 52만8천 엔(약 500만 원)에 이른다. 로고 하나 없는 옷에 이 값을 받는다. 파는 것은 브랜드 마크가 아니라 원단·재현·완성도라는 실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15.유통 구조가 이 브랜드의 숨은 강점이다. 축은 도쿄 진구마에의 플래그십 매장이지만, 진짜 힘은 도매(홀세일)에 있다. 창업자가 남의 브랜드를 세계 편집숍에 실어 나르며 익힌 그 유통망 위에, 이번엔 자기 브랜드를 올렸다. 그 결과 신생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세계의 안목 있는 편집숍들이 아프레세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제품보다 유통을 먼저 손에 쥔 창업자였기에 가능한 속도였다.
16.시게마쓰의 회사 앤띵스는 아프레세 하나만 굴리는 게 아니다. 다이와 피어39·헤릴·위켄드 등 여러 브랜드의 생산·유통을 함께 쥔 작은 '브랜드 하우스'다. 한 브랜드의 흥망에 회사 전체가 흔들리지 않고, 원단 소싱·생산·유통의 규모를 여러 브랜드가 나눠 쓰는 구조다. 아프레세가 감성 브랜드처럼 보여도, 그 뒤엔 냉정하게 설계된 사업 인프라가 받치고 있다. 겉은 낭만, 뼈대는 유통업이다.
로고 없는 옷에 수십만 원 · 가장 싼 치노가 약 44만 원, 시그니처 데님·주력이 61만~147만 원, 최상위 가죽 재킷은 약 500만 원. 로고 하나 없는 옷에 이 값을 받는 근거는 브랜드 마크가 아니라 원단·재현·완성도라는 실체다. ⓒ A.PRESSE
로고 없는 옷에 수십만 원가장 싼 치노가 약 44만 원, 시그니처 데님·주력이 61만~147만 원, 최상위 가죽 재킷은 약 500만 원. 로고 하나 없는 옷에 이 값을 받는 근거는 브랜드 마크가 아니라 원단·재현·완성도라는 실체다. ⓒ A.PRESSE
17.위기와 전환. 이 브랜드는 아직 젊어, 몰락의 굴곡을 겪은 적은 없다. 대신 이 브랜드가 넘고 있는 문턱은 다른 종류다. '무명 유통맨이 만든 신생 브랜드'에서 '세계가 아는 브랜드'로 넘어가는 확장의 시험대다. 좁은 마니아층의 열광을 받는 것과, 그 열광을 흐리지 않으면서 규모를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커질수록 '아는 사람만 아는' 희소성은 옅어지고, 익명성으로 승부한 브랜드가 유명해지는 순간 스스로의 전제와 충돌한다.
18.가장 현실적인 위협은 '재현'이라는 방법론 자체가 카피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빈티지를 재현하는 브랜드는 아프레세만이 아니다. 일본에만도 워크웨어·아메카지 계보의 강자들이 즐비하고, 원형 자체는 누구에게나 공개된 과거의 옷이다. 그렇다면 아프레세의 해자(垓字)는 무엇인가. 특정 청바지 한 벌이 아니라, '편집자'라는 브랜드 철학과 유통 인프라, 그리고 재현의 밀도, 쉽게 베낄 수 없는 이 삼각형이 방어선이다. 형태는 베껴도 태도와 유통망은 베끼기 어렵다.
19.또 하나의 시험은 창업자 한 사람에 대한 의존이다. 편집부 체제라 해도, 결국 '무엇이 가장 좋은 옷인가'를 판정하는 최종 감각은 시게마쓰의 것이다. 그의 안목과 유통 감각이 브랜드의 핵심 엔진인 만큼, 이 브랜드의 다음 과제는 그 감각을 개인의 것에서 시스템의 것으로 옮기는 일이 될 것이다. 젊은 브랜드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아직 도래하지 않은 관문이다.
유통맨이 만든 브랜드, 무대 뒤에서 무대 위로 창업·유통·매장 진출은 공표·보도치 · 재무는 비공개(가격·유통 발자국으로 규모 갈음) 2017 앤띵스 설립 생산·유통 2020 남의 브랜드 유통 도맡음 2021 아프레세 창업 첫 자기 브랜드 2024 미국 데뷔 LA 편집숍 2025 글로벌 온라인 ·매체 특집 이 브랜드가 파는 것. '창작'이 아니라 '편집' 보통의 디자이너 브랜드 무(無)에서 창작 나의 세계관을 관철 아프레세의 방식 존재하던 원형을 편집 세계관을 지운다 '새 옷'을 '빈티지'로 만드는 재현의 공정 과거 원형 조사 50~60년대 501 원단 재현 실·짜임·염색 손 마감·워싱 물 빠짐 순서까지 완성 새 옷=헌 옷 희소성을 '연출'하는 대신, 시간의 질감을 '제조'해 판다. 진짜 빈티지는 딱 한 벌뿐이라 재고를 못 만든다. 아프레세는 그 질감을 새 옷에 재현해, '단 하나의 느낌'을 대량으로 공급한다. 가격은 로고가 아니라 원단·재현·완성도라는 실체가 정당화. 치노 약 44만 원 / 데님·주력 61만~147만 원 / 최상위 가죽 약 500만 원(발매가·환율 개략치). 뼈대는 유통업, 창업자가 남의 브랜드를 세계에 실어 나르며 익힌 홀세일 인프라 위에 자기 브랜드를 올렸다.
유통맨이 만든 브랜드2017년 유통·생산 회사 앤띵스로 시작해 남의 브랜드를 세계에 실어 나르다, 2021년 처음으로 자기 브랜드 아프레세를 냈다. 핵심 역발상, '창작' 대신 '편집', 희소성 '연출' 대신 시간의 질감을 '제조'해 판다.
20.왜 지금 이 브랜드인가. 첫째, 아프레세는 지금 세계로 번지는 중인 실시간 사례이기 때문이다.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이름난 편집숍에 진출하며 미국 시장에 데뷔했고, 2025년 초에는 세계적 온라인 편집 플랫폼에 정식 입점하며 서구권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유력 패션 매체가 이 브랜드를 커버 급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일본 마니아의 비밀에서 세계의 관심으로 넘어가는 그 문턱을, 이 브랜드는 지금 이 순간 넘고 있다.
21.둘째, '조용한 럭셔리'와 '빈티지 감성'이 동시에 정점에 오른 시대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로고와 과시적 소비가 한풀 꺾이고, 사람들은 티 나지 않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옷에 지갑을 연다. 동시에 대량생산된 새것보다 세월과 이야기가 밴 물건에 대한 갈증이 크다. 아프레세는 이 두 흐름의 정확한 교차점에 서 있다. 로고 없는 럭셔리이면서, 새로 만든 빈티지다. 시대가 원하던 옷을, 시대가 원하기 직전에 준비한 브랜드다.
22.셋째, 창업의 문법이 뒤집힌 사례라는 점에서 지금 볼 가치가 있다. 보통 브랜드는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먼저 있고, 그다음 유통을 붙인다. 아프레세는 유통·생산을 먼저 완벽히 익힌 사람이 마지막에 브랜드를 얹었다. 창작이 먼저가 아니라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팔려 나가는가'라는 현실이 먼저였다. 크리에이티브가 흔한 시대에, 인프라를 먼저 쥔 창업자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이 브랜드가 보여 준다.
23.아프레세의 힘은 '만들지 않음으로써 만드는' 역설에 있다. 새 형태를 발명하지 않고, 세계관을 내세우지 않고, 로고를 박지 않는다. 이 모든 '하지 않음'이 쌓여 오히려 가장 또렷한 정체성이 된다. 화려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브랜드가 넘치는 자리에서, 자기를 지우는 것으로 자기를 각인시킨 브랜드다. 절제가 곧 서명이 되는, 드문 균형이다.
24.그 아래에는 '실체로 승부한다'는 뼈대가 있다. 로고와 이야기로 값을 올리는 대신, 아프레세는 원단·재현·완성도라는 만져지는 실체에 돈을 쓴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프리미엄은 마케팅이 아니라 제조에서 나온다. 옷을 벗겨 라벨을 가려도 값을 정당화할 수 있는 옷, 그것이 이 브랜드가 로고 없이 수십만 원을 받는 근거다.
25.약점도 정직하게 짚자. 이 모델은 대중적 폭발력이 구조적으로 낮다. 로고도 이야기도 최소화한 옷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있는 소비자에게만 가닿는다. 손 마감과 국내 생산을 고집하니 대량화도 어렵고 값도 비싸다. 이건 결코 '누구나 아는 대중 브랜드'가 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애초에 그걸 목표한 적이 없다. 넓게 알려지기를 포기한 대신 깊게 사랑받기를 택한 브랜드다.
26.결국 아프레세가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브랜드는 '무엇을 새로 만드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고르고 다듬느냐'로도 설 수 있다. 이 회사가 파는 물건은 청바지와 재킷이지만, 사람들이 사는 것은 '역사 속 가장 좋았던 옷을, 오늘 가장 좋은 손으로 다시 만든다'는 태도, 그리고 '아는 사람만 아는' 조용한 소속감이다. 창작이 아니라 편집으로, 세계관이 아니라 실체로, 이 브랜드는 옷을 만드는 또 하나의 문법을 실물로 세워 보이고 있다.
자기를 지워 자기를 각인시킨다 · 큰 로고도, 튀는 색도, 시즌 콘셉트도 없다. 이 모든 '하지 않음'이 쌓여 오히려 가장 또렷한 정체성이 된다. 화려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브랜드가 넘치는 자리에서, 절제가 곧 서명이 되는 드문 균형을 보여 준다. ⓒ A.PRESSE
자기를 지워 자기를 각인시킨다큰 로고도, 튀는 색도, 시즌 콘셉트도 없다. 이 모든 '하지 않음'이 쌓여 오히려 가장 또렷한 정체성이 된다. 화려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브랜드가 넘치는 자리에서, 절제가 곧 서명이 되는 드문 균형을 보여 준다. ⓒ A.PRESSE

요약

  • 아프레세(A.PRESSE)는 2021년 시게마쓰 가즈마(1988년생)가 창업한 도쿄의 남성복 브랜드다. 미국 워크웨어·밀리터리·클래식 테일러링의 원형을 '새로 만든 빈티지'로 재현한다. 창업자는 자신을 디자이너가 아니라 '편집자'로 규정한다.
  • 철학은 '의류 편집부'·'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세계관 없는 제조'다. 로고·시즌 콘셉트·유행을 지우고 원단·실루엣·완성도만 남긴다. 시그니처 데님은 50~60년대 501의 실·짜임·물 빠짐까지 재현하고, 손 마감과 일본 국내 생산을 고집한다.
  • 철저한 고가 포지션, 치노 약 44만 원, 시그니처 데님·주력 61만~147만 원, 최상위 가죽 재킷 약 500만 원(발매가·환율 개략치). 로고 없는 옷에 이 값을 받는 근거는 실체(원단·재현·완성도)다. 숨은 강점은 유통, 창업자가 남의 브랜드를 세계에 실어 나르며 익힌 홀세일 인프라 위에 자기 브랜드를 올렸다.
  • 지금 세계로 번지는 중이다. 2024년 미국(LA 편집숍) 데뷔, 2025년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입점·유력 매체 특집. 창업 문법이 뒤집힌 사례, 유통·생산을 먼저 완벽히 익힌 사람이 마지막에 브랜드를 얹었다. 넓게 알려지기를 포기한 대신 깊게 사랑받기를 택했다.

★ 훔칠 것 ★

브랜드·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이 브랜드에서 가져갈 것 세 가지. 업종을 불문하고

1. '창작자'가 아니라 '편집자'로 자리를 다시 잡아라

이 브랜드는 무에서 새것을 창조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원형을 고르고 다듬어 파는 '편집자'를 자처했다. 이 관점의 전환은 강력하다.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이미 사람들이 사랑한 것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제안하는 데 집중하게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상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내가 반드시 '발명가'일 필요는 없다.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좋은 것들 가운데 무엇을 골라 어떻게 다듬어 내놓을지를 편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창적인 브랜드가 설 수 있다. 창작의 부담을 편집의 안목으로 바꾸는 것이 첫 번째 지혜다.

2. '희소성'을 연출하지 말고, 진짜 가치를 '제조'해 대량 공급하라

진짜 빈티지는 세상에 딱 한 벌뿐이라 재고를 만들 수 없다. 이 브랜드는 그 '세월의 질감'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새 옷에 재현해, 단 하나의 느낌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했다. 이것은 명품이 한정 수량으로 희소성을 '연출'하는 것과 정반대의 접근이다.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감각(여기선 시간의 질감)이 무엇인지를 분해하고, 그것을 제조 가능한 형태로 재현해 낸 것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고객이 갈망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연출이 아니라 실제 제품·경험으로 재현·공급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가짜 희소성보다 재현된 진짜 가치가 오래간다.

3. 제품보다 유통을 먼저 쥐어라, 그리고 '빼기'로 각인하라

이 브랜드의 창업자는 감각 있는 디자이너로 시작하지 않았다. 남의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실어 나르며 유통·생산의 현실을 먼저 완벽히 익힌 뒤, 마지막에 자기 브랜드를 얹었다. 그래서 신생임에도 유통 속도가 남달랐다. 브랜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멋진 제품만큼 '그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팔려 나가는가'라는 인프라를 먼저 손에 쥐는 것이 결정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이 브랜드는 로고·세계관·유행을 과감히 '빼는' 것으로 오히려 또렷해졌다. 무언가를 더 넣어 눈에 띄려는 유혹이 클 때, 반대로 덜어내는 절제가 더 강한 서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인프라는 더하고, 표현은 빼는 것. 이 두 방향의 규율이 조용한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든다.

비밀에서 세계로, 지금 그 문턱 · 도쿄 진구마에의 작은 플래그십을 축으로, 이 브랜드는 2024년 미국(LA 편집숍) 데뷔, 2025년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입점으로 세계에 번지는 중이다. '일본 마니아의 비밀'에서 '세계의 관심'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지금 이 순간 넘고 있다. ⓒ Unsplash
비밀에서 세계로, 지금 그 문턱도쿄 진구마에의 작은 플래그십을 축으로, 이 브랜드는 2024년 미국(LA 편집숍) 데뷔, 2025년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입점으로 세계에 번지는 중이다. '일본 마니아의 비밀'에서 '세계의 관심'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지금 이 순간 넘고 있다. ⓒ Unsplash
평범함을 만드는 비범한 공 · 겉은 지극히 평범한 청바지지만, 그 평범함을 만드는 데 가장 비범한 공이 든다. 새 청바지에 세월의 결을 넣는 워싱 하나에도 그 시절 물 빠짐의 물리를 재현하는 공정이 겹겹이 들어간다. ⓒ A.PRESSE
평범함을 만드는 비범한 공겉은 지극히 평범한 청바지지만, 그 평범함을 만드는 데 가장 비범한 공이 든다. 새 청바지에 세월의 결을 넣는 워싱 하나에도 그 시절 물 빠짐의 물리를 재현하는 공정이 겹겹이 들어간다. ⓒ A.PRESSE
참조하는 원형, 20세기의 옷 · 아프레세가 재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1950~60년대의 아메리칸 워크웨어·데님이다. 이미 공개된 과거의 옷을 원형으로 삼기에 카피에 취약하지만, '편집자'라는 철학과 유통 인프라, 재현의 밀도가 쉽게 베낄 수 없는 방어선이 된다. ⓒ Unsplash
참조하는 원형, 20세기의 옷아프레세가 재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1950~60년대의 아메리칸 워크웨어·데님이다. 이미 공개된 과거의 옷을 원형으로 삼기에 카피에 취약하지만, '편집자'라는 철학과 유통 인프라, 재현의 밀도가 쉽게 베낄 수 없는 방어선이 된다. ⓒ Unsplash
낡은 형태를, 오늘의 비례로 · 클래식 테일러링 역시 새로 발명하지 않는다. 20세기의 재킷 원형을 오늘의 체형과 감각에 맞게 비례를 다시 잡고 최고급 원단으로 다시 짠다. 아이콘이 된 것은 특정 한 벌이 아니라 이 '재현의 태도' 자체다. ⓒ A.PRESSE
낡은 형태를, 오늘의 비례로클래식 테일러링 역시 새로 발명하지 않는다. 20세기의 재킷 원형을 오늘의 체형과 감각에 맞게 비례를 다시 잡고 최고급 원단으로 다시 짠다. 아이콘이 된 것은 특정 한 벌이 아니라 이 '재현의 태도' 자체다. ⓒ A.PRESSE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손으로 · '빈티지의 질감'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일본 국내의 방적·직조·봉제 인프라와 숙련된 손 마감이라는 유형의 제조 역량으로 뒷받침한다. 원가를 높이는 선택이지만, 이 브랜드의 완성도와 서사를 지탱하는 뼈대다. ⓒ Unsplash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손으로'빈티지의 질감'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일본 국내의 방적·직조·봉제 인프라와 숙련된 손 마감이라는 유형의 제조 역량으로 뒷받침한다. 원가를 높이는 선택이지만, 이 브랜드의 완성도와 서사를 지탱하는 뼈대다. ⓒ Unsplash
넓게 알려지기보다, 깊게 사랑받기 · 로고도 이야기도 최소화한 옷은 안목 있는 소비자에게만 가닿는다. 대중적 폭발력은 낮지만, 이 브랜드는 애초에 그걸 목표한 적이 없다. 넓게 알려지기를 포기한 대신 깊게 사랑받기를 택한 브랜드다. ⓒ A.PRESSE
넓게 알려지기보다, 깊게 사랑받기로고도 이야기도 최소화한 옷은 안목 있는 소비자에게만 가닿는다. 대중적 폭발력은 낮지만, 이 브랜드는 애초에 그걸 목표한 적이 없다. 넓게 알려지기를 포기한 대신 깊게 사랑받기를 택한 브랜드다. ⓒ A.PRESSE
참고: A.PRESSE 공식·정규 취급 편집숍(Union LA·HAVEN·Mr Porter·Notre·HARRESØ 등)·Wikipedia(A.PRESSE)·HOUYHNHNM·DIVERSE·Hypebeast(매거진 #35 특집, 2025.6)·Detail Digest·Fashion Press 대조. 공표·보도 확인 사실, 2021년 가을·겨울 시게마쓰 가즈마(1988년생)가 아프레세 창업, 도쿄 진구마에 플래그십, 콘셉트 'CLOTHING EDITORIAL DEPARTMENT'(창업자를 디자이너 아닌 '편집자'로 규정·두 명의 디자이너와 팀 작업),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세계관 없는 제조' 표방, 미국 워크웨어·밀리터리·클래식 테일러링의 원형을 재현, 시그니처=빈티지 재현 데님(1950년대 말~60년대 초 501 계열의 실·짜임 재현 셀비지 인디고, 14온스 유황 로프염 블랙, 프리즈너 데님 등)·와이드 트라우저·니트·테일러링, 메이드 인 재팬·손 마감. 창업자 이력, 의류 수입업을 거쳐 2017년 '앤띵스(Anthings)' 설립, 다이와 피어39(디자인=나카다 신스케)·헤릴·위켄드 등 여러 브랜드의 생산·유통·영업을 담당(디자인은 타인), 아프레세는 그가 온전히 총괄한 첫 브랜드. 유통, 도쿄 플래그십+글로벌 홀세일,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Union LA를 통해 미국 데뷔, 2025년 초 Mr Porter 온라인 정식 입점, 2025년 Hypebeast 매거진 특집. 가격(치노 약 4만6천 엔, 시그니처·주력 약 6만4천~15만4천 엔, 가죽 라이더 약 52만8천 엔)은 공식·리테일 기준 개략치이며 환율·시점에 따라 다르다(원화 환산도 개략치). 매출·순이익·직원 수·매장 수 등 상세 재무는 비공개라 가격대·유통 발자국(진출 편집숍)으로 규모감을 갈음했다. 앤띵스가 여러 브랜드의 생산·유통을 함께 쥔 구조라는 서술은 공표·보도 종합. '조용한 럭셔리'·빈티지 트렌드 및 카피 취약성 관련 서술은 일반론이다. 사진 ⓒ A.PRESSE(제품·룩)·ⓒ Unsplash(거리·빈티지 데님·제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