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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서울 현장. 관객이 직접 물총을 사 들고 오는 유료 물축제다 (ⓒKfriday)
워터밤 서울 현장. 관객이 직접 물총을 사 들고 오는 유료 물축제다 (ⓒK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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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쓰던 자리를 뺏겼는데 더 커졌다 (워터밤)

2026.07.21

이번 주 금요일부터 사흘간, 고양 킨텍스(KINTEX) 야외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물을 쏜다. 티켓 정가는 165,000원. 원래 이 행사는 잠실에서 열렸고, 10년을 그 자리에서 하다 공사 때문에 쫓겨났다.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행사는 시든다. 이건 반대로 갔다.

1.워터밤(WATERBOMB) 서울 2026이 7월 24일 금요일부터 26일 일요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장소는 고양 킨텍스 야외 글로벌 스테이지(Global Stage), 공연 시작은 13시.
2.티켓 정가는 165,000원이고 얼리버드에는 최대 30% 할인이 붙었다. 판매 방식이 특이한데, 회차별로 수량이 정해져 있고 그게 소진되면 다음 회차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먼저 사는 쪽이 싸게 사는 구조.
3.라인업은 날짜별로 성격이 갈린다. 금요일은 태민·디플로(Diplo)·창모, 토요일은 박재범(Jay Park)·카리나·비비(BIBI), 일요일은 박진영·지코·라이즈(RIIZE)·선미. 하루짜리 이벤트 세 개를 사흘로 붙여 놓은 편성.
워터밤 공연 현장. 하루짜리 이벤트 세 개를 사흘로 붙여 놓은 편성이다 (ⓒKorea JoongAng Daily)
워터밤 공연 현장. 하루짜리 이벤트 세 개를 사흘로 붙여 놓은 편성이다 (ⓒKorea JoongAng Daily)
4.관람 등급은 19세 이상. 입장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고 미성년자는 들어갈 수 없다. 여름 야외 음악 행사에서는 흔치 않은 조건.
5.반입 규정도 강하다. 행사장 밖에서 가져오는 액체류는 전부 금지라 물총에 물을 채워 올 수도 없고, 생수 한 병조차 못 가지고 들어간다. 물은 오직 장내 급수시설에서.
6.이 행사의 구조에서 먼저 봐야 할 건 라인업이 아니라 부지 조건. 물을 대량으로 뿌리는 공연은 아무 데서나 못 한다.
7.필요한 건 셋. 대량 급수, 배수, 젖어도 되는 바닥. 잔디 구장은 물에 취약하고 실내는 배수가 안 되며 도심 광장은 하수 용량이 못 버티니, 이 장르는 부지 선택지가 애초에 몇 개 없다.
8.킨텍스 야외 글로벌 스테이지가 걸린 이유가 여기 있다. 포장된 대형 야외 부지에 전시장 인프라가 딸린 급수·전력이 이미 깔려 있고, 주변에 주거가 적어 소음 민원 부담도 낮다. 대체지를 찾은 게 아니라 조건이 맞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갔다.
고양 킨텍스. 포장된 대형 야외 부지와 전시장 급수·전력이 이 장르의 조건을 채운다 (ⓒ고양시)
고양 킨텍스. 포장된 대형 야외 부지와 전시장 급수·전력이 이 장르의 조건을 채운다 (ⓒ고양시)
9.두 번째로 볼 건 관객이 장비를 들고 온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공연은 관객이 빈손으로 오는데, 여기서는 물총을 사서 들고 온다. 공연 장비의 일부를 관객 주머니에서 조달하는 구조.
10.돈을 쓰고 들고 온 물건은 쓰려고 든다. 15만 원짜리 티켓에 물총값을 얹은 사람은 가만히 서서 구경하지 않는다.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없고, 이미 참여할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다.
관객이 사서 들고 오는 물총. 공연 장비의 일부를 관객이 자비로 조달한다 (ⓒKfriday)
관객이 사서 들고 오는 물총. 공연 장비의 일부를 관객이 자비로 조달한다 (ⓒKfriday)
11.세 번째는 날씨 리스크가 뒤집혔다는 점. 보통 야외 공연에서 폭염은 악재라 관객이 지치고 응급 상황이 생긴다. 여기서는 더울수록 상품성이 올라가니, 7월 말이라는 최악의 날짜를 일부러 골랐다.
입장과 동시에 전원이 예외 없이 젖는다. '젖어도 되는 상태'가 이 행사의 상품 (ⓒTrazy)
입장과 동시에 전원이 예외 없이 젖는다. '젖어도 되는 상태'가 이 행사의 상품 (ⓒTrazy)
12.사람이 15만 원을 내고 물을 맞으러 가는 이유가 뭔가. 시원해서가 아니다. 시원하려면 집에서 샤워하면 그만.
13.답은 '젖어도 되는 상태'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하루 종일 옷차림이 망가지면 안 되는 상태로 지낸다. 머리, 화장, 구두, 셔츠. 이걸 지키느라 쓰는 신경이 상당한데, 이 행사는 입장하는 순간 그 규칙을 통째로 면제한다.
14.놀이공원의 물놀이 시설은 젖는 구역과 안 젖는 구역이 나뉘어 있어 손님이 계속 그 선을 신경 쓴다. 여기는 선이 없다. 전원이 예외 없이 젖고, 나만 젖는 게 아니니 창피할 일도 없다.
15.두 번째는 관계가 뒤집힌다는 점. 일반 공연에서 관객의 응원은 무대를 향해 한 방향으로 간다. 여기서는 관객이 무대 위 사람에게 물을 쏘고 아티스트도 마주 쏜다. 쌍방향이고 심지어 공격적인데, 이 무례함이 허용된다는 것 자체가 상품이다.
16.세 번째는 기록되는 형태다. 젖은 몸, 흩날리는 물, 역광. 사진과 영상에서 압도적으로 잘 나온다. 돈을 내고 산 게 경험이자 콘텐츠 소재이니, 하루치 재미와 한 달치 게시물이 같이 딸려 온다. 15만 원이 비싸 보이지 않는 계산은 여기서 나온다.
17.이 발상은 새것이 아니고, 원형은 송크란(Songkran)이다. 태국의 새해 축제로 낯선 사람에게 물을 끼얹는 것이 허용되고 오히려 좋은 뜻으로 통한다. 평소라면 시비가 붙을 행위를 특정 날짜에만 합법화하는 구조.
송크란 기간의 태국. 낯선 사람에게 물을 끼얹는 것이 허용된다 (ⓒGetty Images·CNN)
송크란 기간의 태국. 낯선 사람에게 물을 끼얹는 것이 허용된다 (ⓒGetty Images·CNN)
18.스페인의 라 토마티나(La Tomatina)도 같은 문법이다. 토마토를 던진다. 인도의 홀리(Holi)는 색가루를 뿌린다. 공통점은 하나, 더럽혀지는 것을 축제의 조건으로 만든다. 옷을 버리는 게 사고가 아니라 참가비.
스페인 부뇰의 라 토마티나. 옷을 버리는 것이 사고가 아니라 참가 조건이다 (ⓒNational Geographic)
스페인 부뇰의 라 토마티나. 옷을 버리는 것이 사고가 아니라 참가 조건이다 (ⓒNational Geographic)
인도의 홀리. 색가루를 뒤집어쓰는 것으로 축제가 성립한다 (ⓒTIME)
인도의 홀리. 색가루를 뒤집어쓰는 것으로 축제가 성립한다 (ⓒTIME)
19.차이는 가격이 붙었다는 것. 전통 축제는 거리에서 공짜로 벌어지는데, 이 행사는 그 구조를 담장 안에 넣고 티켓을 붙였다. 무료로 널려 있던 문화 형식을 유료 상품으로 포장한 게 이 사업의 본질이다.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영리하다는 말이다.
20.물을 실컷 뿌리는 행사인데 마실 물은 반드시 사야 한다.
21.명분은 안전이다. 물총에 이상한 액체를 채워 오는 걸 막아야 하고 그 자체는 정당한데, 결과를 보면 장내 음료·식음 매출이 완전한 독점이 된다. 폭염에 여섯 시간 서 있는 사람들의 수분 공급 채널이 하나로 좁혀졌다.
22.맞는 물은 무료로 무제한 제공하고(장내 급수시설), 마시는 물은 유료다. 같은 수돗물인데 용도에 따라 가격이 갈린다. 티켓값은 입장료일 뿐이고 실제 객단가는 안에서 완성되는데, 입장료를 올리면 손님이 바로 안 오는 반면 이미 들어온 사람의 장내 지출은 저항이 훨씬 약하다. 원가가 0에 가까운 기능 하나를 대놓고 무제한으로 풀어 두면 유료 항목이 착취처럼 보이지 않는다.
23.두 번째 반전은 더 근본적이다. 10년 쓰던 자리를 잃은 것이 이 브랜드를 키웠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붙박이로 서 있던 잠실 종합운동장은 2033년까지 이어지는 공사로 닫혔고, 그 상징적 무대에 계속 있었다면 '잠실에서 하는 그 행사'로 남았을 텐데, 쫓겨나면서 강제로 증명한 게 있다. 이 행사는 장소가 아니라 포맷이었다.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잠실 주경기장. 10년 쓰던 자리가 2033년까지 닫혔다 (ⓒ뉴스1)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잠실 주경기장. 10년 쓰던 자리가 2033년까지 닫혔다 (ⓒ뉴스1)
24.그 증명이 확장으로 이어졌다. 국내 투어는 2018년 부산 한 도시에서 출발해 2019년 여섯 도시, 2023년 아홉 도시로 늘었다. 해외는 방콕·도쿄·호치민(Ho Chi Minh City)을 거쳤고 마카오에서는 이틀간 5만 명 이상이 들어왔으며, 2026년 9월 12~13일 대만 가오슝(高雄) 개최도 확정됐다.
워터밤 마카오. 부지를 잃은 뒤 포맷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Trip.com)
워터밤 마카오. 부지를 잃은 뒤 포맷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Trip.com)
25.장소에 묶인 행사는 수출이 안 되니, 부지를 잃은 덕에 부지에서 자유로워졌다. 회차별 관객 수가 공개되지 않아 매출은 어림으로만 잡히는데, 마카오의 이틀 5만 명에 서울 정가를 그대로 얹으면 80억 원대가 나온다. 도시마다 가격이 다르니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어림수. 그 위에 장내 음료·식음이 통째로 얹힌다.
26.세 번째는 불편한 쪽, 물 소비다. 대형 물 축제는 일회성 행사에 수백 톤을 쓴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주최 측은 사용한 물총 약 1,500개를 기부·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돌리는데, 3분의 1은 다시 물총으로, 3분의 1은 재활용업체로, 나머지는 플라스틱 판재가 되어 포토존 조형물로 선다. 물총은 회수하면서 정작 물 자체의 총량에는 답이 나와 있지 않다. 보이는 쓰레기는 처리했고, 안 보이는 자원은 아직 숙제.
27.워터밤 서울 2026은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고양 킨텍스 야외 글로벌 스테이지에서 열리고, 정가 165,000원짜리 티켓은 회차가 소진될수록 값이 오른다. 이 행사가 파는 건 시원함이 아니라 옷차림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몇 시간이고, 그 면제를 전원에게 예외 없이 적용한 것이 창피함을 지웠다. 국내에 옮겨 심으면 라인업이 아니라 부지에서 막힌다. 대량 급수와 배수, 젖어도 되는 바닥을 동시에 갖춘 자리는 수도권에 몇 곳 없고, 그 조건을 못 채우면 이 포맷은 아예 서지 않는다. 자기 사업이 자리에 묶였는지 확인하는 질문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내일 이 건물을 못 쓰게 되면 다른 데서 성립하는가. 성립하면 포맷이고, 아니면 부동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