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8월 13일부터 9월 6일까지 25일간 서울 성동구에서 데뷔 7주년 전시 LAYERS OF US를 연다. 장소는 갤러리아 포레의 지하 2층. 2008년 평당 4,535만 원을 불러 강남을 제쳤던 그 주상복합의 아래층이다. 같은 회사가 5년 전에는 자기 사옥에 1,406평짜리 상설 뮤지엄을 지었다가 1년 8개월 만에 닫았다.
1.전시는 방 일곱 개로 나뉜다. WHO AM I로 들어가 DREAMSCAPE, ZERO WORLD, INNER MAZE를 지나고 LAYERS OF US, MOMENTS OF ALWAYSNESS, LAYERED ROOM에서 끝난다.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부터 지난해 정규 4집 '별의 장: TOGETHER'까지 7년치 앨범이 그 일곱 칸에 나뉘어 들어간다. 전시 기간은 8월 13일부터 9월 6일까지 딱 25일.
2.표값은 개막 나흘 전인 지금도 공개되지 않았다. 안내는 위버스(Weverse) 채널로만 나가고, 알려진 건 현장에서 랜덤 포토티켓을 준다는 것 정도. 가격을 마지막까지 쥐고 있는 게 이 판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3.주소를 보면 이야기가 하나 더 붙는다. 더 서울라이티움은 갤러리아 포레의 G층, 그러니까 지하 2층이다. 2008년 분양 당시 평당 4,535만 원을 불러 성동구가 강남구를 앞질렀던 주상복합. 230세대, 지상 45층, 연면적 170,841㎡. 한화건설이 짓고 해안건축이 설계했으며, 인테리어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장 누벨(Jean Nouvel)이 맡았다.

4.이 아파트가 판 값의 절반은 창밖이다. 서울숲이 통째로 들어오고 그 너머로 한강이 걸린다. 그런데 지하 2층에는 그 창이 없다. 45층까지 조망을 팔아 올린 건물에서, 빛도 전망도 값을 못 매기는 층이 바닥에 남는다. 2017년 그 자리에 800석짜리 공연장과 전시관이 들어섰다.

5.창이 없다는 건 이 업태에서 장점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참에서 이미 바깥 빛이 끊기고, 방과 방 사이에서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시간이 그대로 연출이 된다. 몰입형 전시는 암전을 재료로 쓴다. 지상 상가에 들어갔다면 유리를 막고 암막을 치는 데만 공사비가 붙었을 것. 값이 안 나가는 층이 이 콘텐츠에는 가장 싼 무대.

6.이 그룹의 소속사는 상설 전시관을 이미 해봤다. 2021년 5월 14일, 용산 사옥 지하 1층과 2층 4,700㎡(약 1,406평)에 HYBE INSIGHT를 열었다. 입장권 22,000원, 포토티켓을 붙이면 25,000원. 들어가려면 예약이 먼저였다. 100% 사전예약제.

7.1년 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2023년 1월 15일. 공지는 더 나은 전시로 새 장소에서 만나겠다고 했지만, 그 뒤로 3년 반이 지나도록 새 장소는 열리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장기 휴관이라고만 적혀 있다.
8.상설관이 버티기 어려운 이유는 재고 회전에 있다. 1,406평을 채우려면 전시물을 계속 갈아야 하는데, 팬이 사는 건 특정 그룹의 특정 시기다. 여러 팀을 한 건물에 모아 놓으면 어떻게 되나. 각자 자기 팀 방만 보고 나간다. 층 전체의 관리비는 매달 나가고, 재방문은 앨범 주기를 따라 몰렸다 빠진다. 상설은 고정비를 낳고, 기간 한정은 줄을 낳는다.

9.30분 간격 회차제에 회당 60명이면 하루 열두 회차로 720명, 25일이면 1만 8천 명이 지나간다. 입장권을 앞선 사례와 같은 22,000원으로 잡으면 티켓 매출 4억 원 남짓. 이 규모의 전시장을 25일 빌리는 값과 방을 짓는 값을 겨우 덮는 수준이다. 회차와 정원, 가격 모두 공개된 수치가 없어 잡아 본 추정.
10.돈은 출구에서 붙는다. 팬덤 전시의 마지막 방은 예외 없이 굿즈 매장이고, 여기서 1인당 5만 원만 잡아도 9억 원이 된다. 티켓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K팝 앨범 구매자의 52.7%가 포토카드 같은 굿즈를 모으려고 앨범을 샀다고 답했다. 표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매장 앞에 줄을 세우는 사업.
11.회사 전체 숫자를 놓고 보면 방향이 더 뚜렷해진다. 하이브의 2025년 매출은 2조 6,499억 원. 음반·음원은 7,729억 원으로 10.2% 줄었고, 공연은 7,639억 원으로 69% 늘었으며, MD·라이선싱은 5,705억 원으로 35.8% 늘었다. 앨범이 빠지는 자리를 사람이 몸을 옮겨서 쓰는 돈이 메우고 있다.
앨범은 줄고, 몸을 옮겨 쓰는 돈이 는다
12.투어는 도시를 옮겨 다니느라 서울에 머무는 날이 짧고, 팬미팅은 하루로 끝난다. 25일짜리 전시는 그 사이의 빈 달력을 메운다. 표를 못 구한 팬, 지방에서 못 올라온 팬, 콘서트 티켓값 15만 원이 부담스러운 중고생까지 한 번에 받는 그물.
13.팬덤이 사는 건 사진이 아니라 시간이다. 데뷔 앨범 방에서 시작해 최근 앨범 방으로 걸어 나오는 동선은 7년을 20분에 압축해 몸으로 통과하게 만든다. 응원한 기간이 길수록 그 복도가 길게 느껴지고, 오래 응원한 사람일수록 굿즈 매장에서 지갑을 연다. 랜덤 포토티켓이 붙는 것도 같은 계산.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카드 한 장이 두 번째 표를 팔아 준다.

14.이 팀의 정규 4집은 발매 첫 주에 176만 867장이 나갔다. 발매 당일에만 143만 장. 앨범 한 장을 2만 원으로 잡으면 그 한 주가 350억 원어치이고, 앞에서 셈한 전시 매출 13억 원은 그 4%가 채 안 된다. 전시를 매출로 판단하면 할 이유가 없는 사업. 그런데도 하는 건, 앨범을 산 176만 명 중 서울에 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한 번 더 팔 창구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사옥에 지은 상설관과 남의 건물 25일
15.짓지 않고 빌리면 전시가 끝나는 날 비용도 함께 끝난다. 대신 25일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 셈법은 엔터테인먼트 밖에서도 똑같이 선다. 남길 것이 없어도 되는 사업만 빌려 쓰고, 남겨야 하는 사업은 여전히 자기 건물을 짓는다.


16.7년치 앨범을 방 일곱 개로 나눠 25일간 판다. 티켓과 굿즈를 합쳐 13억 원 안팎을 볼 수 있고, 그건 이 팀의 앨범 한 주 매출의 4%가 안 된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 할 때 먼저 걸리는 건 조성비다. 25일 쓰자고 방 일곱 개를 짓고 부수는 비용을 25일에 나눠 회수해야 하고, 전시 기간을 늘리면 희소성이 빠지고 줄면 회수가 안 된다. 그 사이 어딘가를 찾아내는 게 이 장사의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