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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잔디밭에 200동 · 여의도·뚝섬 한강공원에 문을 연 임시 야영장 '한강 밤핑'. 두 곳에 각 100동씩 놓였다. ⓒ한겨레
8월 1일, 잔디밭에 200동여의도·뚝섬 한강공원에 문을 연 임시 야영장 '한강 밤핑'. 두 곳에 각 100동씩 놓였다. ⓒ한겨레
데일리 컬처

공짜 자리는 비었고, 5천 원 수영장은 찼다 (한강 밤핑)

2026.08.10

서울시가 8월 한 달간 여의도와 뚝섬 한강공원에 텐트 200동을 무료로 열었다. 밤을 새우는 야영이 이 강가에서 허용된 건 8년 만이다. 주말 자리는 예약 시작 세 시간 만에 찼는데, 8월 7일 저녁 7시의 여의도 야영장은 한산했다. 같은 폭염 속에서 성인 5,000원을 받는 한강 수영장은 선베드 120석이 오전에 동났다.

1.8월 1일 오후 5시,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앞 잔디밭에 4인용 텐트 100동이 섰다. 뚝섬 한강공원 한강플플 잔디밭에 또 100동. 운영은 8월 30일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이고, 자리값은 0원이다.
2.이름은 한강 밤핑. 서울시가 야간경제 활성화 1호 사업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예약은 전용 사이트에서만 받고 현장 접수는 없다. 장소별 하루 100자리 선착순이라 주말은 첫 회차 때 세 시간 만에 닫혔다고 한다.
오후 5시 입실, 다음 날 9시 퇴실 · 연박은 안 된다. 한 팀이 하루만 쓰고 자리를 비운다. ⓒ뉴시스
오후 5시 입실, 다음 날 9시 퇴실연박은 안 된다. 한 팀이 하루만 쓰고 자리를 비운다. ⓒ뉴시스
3.규정을 읽으면 설계가 보인다. 연박 금지, 취사 금지. 버너도 그릴도 못 들인다. 대신 서울시는 8월 한 달 배달존을 여덟 곳으로 늘렸고, 배달 앱 '땡겨요'에서 2만 5천 원 이상 주문하면 3천 원을 깎아 준다.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1만 5천 원 이상에 3천 원, 2만 5천 원 이상에 5천 원이 돌아온다.
4.불을 막은 게 이 사업에서 가장 영리한 부분이다. 화기가 사라지면 연기와 기름 냄새, 화재 위험, 그릇 설거지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저녁 식사는 공원 밖 주방으로 넘어가고, 공원에 남는 일은 잔디와 쓰레기뿐. 주방을 짓지 않은 야간 영업장, 그것도 200동 규모.
낮에는 이미 다 쓰던 땅 · 마포대교에서 본 여의도 한강공원. 밤핑은 이 잔디밭의 밤 시간을 새로 꺼내 쓴다. ⓒWikimedia Commons
낮에는 이미 다 쓰던 땅마포대교에서 본 여의도 한강공원. 밤핑은 이 잔디밭의 밤 시간을 새로 꺼내 쓴다. ⓒWikimedia Commons
5.평소 이 잔디밭의 시계는 저녁 여덟 시에 멈춘다. 6월부터 8월까지 그늘막은 오전 9시부터 밤 8시까지만 세울 수 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접어야 한다. 네 면 중 두 면은 늘 열어 두는 것도 규칙. 밤핑이 한 일은 같은 잔디에서 그 시계를 열세 시간 늘린 것.
닫아 두면 과태료 · 2019년 시작된 한강공원 텐트 개방 규정 단속. 네 면 중 두 면은 열어 둬야 한다. ⓒ연합뉴스
닫아 두면 과태료2019년 시작된 한강공원 텐트 개방 규정 단속. 네 면 중 두 면은 열어 둬야 한다. ⓒ연합뉴스
6.그래서 서울시가 이 사업으로 버는 돈은 얼마인가. 0원이다. 자리는 무료고, 텐트를 안 가져온 사람이 현장에서 4인용을 2만 원대에 빌리는데 그 매출은 대여 업체 몫. 서울시가 받는 유일한 돈은 노쇼를 막으려고 걸어 둔 보증금 1만 원이고, 그마저 현장 확인이 끝나면 돌려준다.
7.회수는 공원 밖에서 일어나도록 짜여 있다. 200동이 다 차고 한 팀이 배달로 4만 원을 쓴다고 잡으면 하루 800만 원, 30일이면 2억 4천만 원이 인근 가게로 흘러간다. 여기에 서울시는 21개 전통시장을 연계 대상으로 걸어 뒀다. 공개된 매출 자료가 없어 잡아 본 추정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공원은 자리를 공짜로 내주고 주변 상권에서 돈을 받는 구조.
불을 막으면 배달이 온다 · 취사가 금지된 자리에서 저녁은 배달존을 통해 들어온다. ⓒ연합뉴스
불을 막으면 배달이 온다취사가 금지된 자리에서 저녁은 배달존을 통해 들어온다. ⓒ연합뉴스
8.문제는 크기다. 200동에 4인씩 앉아도 하루 800명이고, 연박을 막았으니 8월 내내 최대 2만 4천 명이 지나간다. 한강공원 전체 이용객은 2024년 3월부터 1년간 8,775만 명, 하루 평균 24만 명이었다. 밤핑이 만드는 사람 수는 그 하루치의 0.3% 남짓.
뚝섬의 밤 · 뚝섬 한강공원 야경. 이 잔디밭 100동이 여의도와 짝을 이룬다. ⓒWikimedia Commons
뚝섬의 밤뚝섬 한강공원 야경. 이 잔디밭 100동이 여의도와 짝을 이룬다. ⓒWikimedia Commons
9.같은 여름, 같은 공원에서 돈을 받는 시설의 성적은 달랐다. 한강 수영장은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을 받는다. 6월 19일부터 7월 26일까지 수영장·물놀이장 여섯 곳에 26만 2,433명이 들어왔고, 그중 여의도 한 곳이 9만 3,850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가량 늘어난 숫자다.
10.여의도 수영장만 5,000원으로 곱해도 37일에 4억 6,900만 원. 야간 개장은 7월 3일부터 8월 30일까지 밤 10시까지 이어지고, 금·토·일 저녁 7시엔 디제이가 두 시간 음악을 튼다. SNS에서 붙은 별명은 '가성비 워터밤'. 표를 받는 쪽이 표를 안 받는 쪽보다 사람을 더 모았다.
성인 5,000원, 밤 10시까지 · 여의도 한강 야외수영장 야간 개장. 금·토·일 저녁에는 디제이 공연이 붙는다. ⓒ내 손안에 서울
성인 5,000원, 밤 10시까지여의도 한강 야외수영장 야간 개장. 금·토·일 저녁에는 디제이 공연이 붙는다. ⓒ내 손안에 서울
공짜 잔디와 5천 원 물
2026년 여름, 같은 공원의 두 시설 한강 밤핑 (8월 1~30일) 이용료 0원 · 200동 · 하루 최대 800명 한 달 최대 2만 4,000명 · 시 직접 수입 0원 한 달 수용력 한강 수영장·물놀이장 (6월 19일 개장) 성인 5,000원 · 여섯 곳 · 밤 10시까지 38일간 26만 2,433명 · 여의도만 9만 3,850명 막대는 같은 기준의 사람 수 비교. 무료 시설이 유료 시설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영장 수치는 서울시 집계, 밤핑은 정원 기준 최대치다. 실제 이용은 정원보다 적었다.
11.8월 7일 저녁 7시의 여의도 야영장 풍경을 한 일간지가 전한다. 해가 넘어갔는데도 낮의 열기가 잔디에 남아 있었고, 텐트를 막 세운 사람이 선풍기 앞에 앉아 땀을 닦고 있었다고. 그날 서울의 낮 기온은 33도를 넘었다. 예약은 마감됐는데 자리는 비어 있었다.
12.왜 갈렸을까. 5,000원은 물에 들어가는 값이고 0원은 잔디에 앉는 값이기 때문이다. 더위를 피하러 나온 사람에게 잔디는 더위를 풀어 주지 못한다. 무료는 예약을 부르지만 방문까지 부르지는 않는다. 값을 치른 사람은 반드시 오고, 공짜로 잡은 자리는 그날 날씨에 밀린다. 노쇼 보증금 1만 원이 애초에 붙은 이유가 그것이다.
선베드 120석은 오전에 동난다 · 한강 수영장 야간 개장 첫날. 학생과 가족, 외국인 관광객이 섞여 들어왔다. ⓒ뉴스1
선베드 120석은 오전에 동난다한강 수영장 야간 개장 첫날. 학생과 가족, 외국인 관광객이 섞여 들어왔다. ⓒ뉴스1
13.이 강가에서 야영을 접었던 기억은 아직 가깝다. 2000년 하천법 개정으로 한강공원 전역이 야영·취사 금지 구역이 됐고, 지금도 지정 장소를 벗어난 야영은 첫 적발에 100만 원, 세 번이면 300만 원을 문다. 2013년부터 여름마다 임시 야영장을 열다가 2018년 여의도 150동·뚝섬 130동을 45일간 운영한 뒤 중단했다. 서울시가 든 이유는 쓰레기와 잔디 훼손, 보행 불편, 그리고 사방을 닫은 텐트의 안전 문제.
280동에서 200동으로
8년 사이에 바뀐 조건 2018년 임시 야영장 여의도 150동 + 뚝섬 130동 = 280동 · 45일 그해를 끝으로 중단 · 쓰레기와 안전이 이유 2026년 한강 밤핑 200동 · 30일 · 100% 사전예약 · 보증금 1만 원 취사 금지 · 연박 금지 · 24시간 순찰과 상근 인력
규모를 30% 줄이고 통제를 늘렸다. 접었던 사업을 다시 여는 쪽이 흔히 택하는 방식이다.
14.밤을 행정의 대상으로 삼은 도시는 이미 여럿이다. 암스테르담은 2014년 나이트 메이어 자리를 만들어 클럽 프로모터 출신 미리크 밀란(Mirik Milan)에게 맡겼고, 시청과 민간이 함께 돈을 대는 비영리 조직으로 운영했다. 런던은 나이트 차르(Night Czar)를 두는데, 이 도시의 밤 시간 경제는 연 263억 파운드로 영국 전체 야간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여덟 명 중 한 명을 고용한다. 서울이 내놓은 그림은 상권을 지정해 돈을 붓는 쪽이다. 2028년까지 자치구마다 달빛야장 한 곳씩 25곳, 선정된 상권에는 최대 20억 원.
밤에도 켜져 있는 쪽이 돈이 된다 · 여의도 야경. 서울시는 한강과 DDP, 서울아레나를 야간경제 상생특구 후보로 검토한다. ⓒWikimedia Commons
밤에도 켜져 있는 쪽이 돈이 된다여의도 야경. 서울시는 한강과 DDP, 서울아레나를 야간경제 상생특구 후보로 검토한다. ⓒWikimedia Commons
하루 24만 명이 지나는 땅 · 한강공원의 밤. 연간 이용객은 8,775만 명으로 집계됐다. ⓒWikimedia Commons
하루 24만 명이 지나는 땅한강공원의 밤. 연간 이용객은 8,775만 명으로 집계됐다. ⓒWikimedia Commons
15.8년을 닫아 뒀던 잔디밭을 한 달 열었고, 자리는 공짜인데 저녁은 배달로 받게 했다. 하루 800명이 최대치라 한강공원 하루 이용객의 0.3%에 그치고, 같은 여름 5,000원짜리 수영장은 여의도 한 곳에서만 9만 명을 넘겼다. 밤 장사를 시작할 때 먼저 걸리는 건 이 대비다. 사람들이 밤에 돈을 쓰는 이유는 자리가 싸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만 되는 무언가가 있어서이고, 무료로 여는 순간 그 무언가를 증명할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데일리 컬처 #025 · 2026.08.10 · 한강 밤핑은 2026년 8월 1일부터 30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앞 잔디밭과 뚝섬 한강공원 한강플플 잔디밭에서 각 100동씩 운영된다. 매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이며 이용료는 무료, 예약은 hangangbamping.govent.kr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연박과 취사는 금지되고 노쇼 보증금 1만 원은 현장 확인 후 환급된다. 한강 야외수영장은 6월 19일 개장해 8월 30일까지 운영하며 성인 5,000원·청소년 4,000원·어린이 3,000원, 7월 3일부터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이용객 수치와 과태료, 2018년 운영 기록, 야간경제 사업 계획은 서울시 발표와 보도 자료를 따랐다. 배달 지출액과 그로 인한 인근 상권 매출은 공개 자료가 없어 잡아 본 추정이다. 사진 출처는 각 캡션에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