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프리뷰를 열고 9월 1일부터 6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자인마이애미 서울 2026이 열린다. 프리즈 서울은 9월 2일에 문을 연다. 하루 먼저 여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표는 일반권 2만 8,000원, 세미나권 6만 원, 프리미엄 패스 8만 원. 파는 물건은 그림이 아니라 앉을 수 있는 것들이고, 이 페어의 1년 일정은 올해부터 서울에서 시작해 파리를 거쳐 12월 마이애미비치에서 끝난다.
1.행사 이름은 Design Miami Seoul 2026. 8월 31일 프리뷰, 9월 1일부터 6일까지 일반 공개, 장소는 DDP 디자인랩 1층 쇼룸. 주제는 「Resonance: Design in Dialogue」. 서울디자인재단과 Design Miami가 함께 차렸고, 관람은 오후 8시까지 받는다. 마지막 날만 6시.
2.지난해와는 크기가 다르다. 2025년 9월 1일부터 14일까지 이간수문전시관에서 열린 「Illuminated: A Spotlight on Korean Design」은 큐레이션 전시 하나였다. 해외 갤러리 12곳과 국내 갤러리 4곳, 디자이너 71명, 작품 170여 점. 올해는 갤러리 프로그램에 In Situ 섹션, 파트너 브랜드 전시, 세미나, 수집가 프로그램이 붙었다. 그리고 이번부터 서울이 이 페어 1년 일정의 첫 기항지다. 파리가 10월 20일부터 25일, 마이애미비치가 12월 1일부터 6일.

3.컬렉터블 디자인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다. 한정판이거나 하나뿐인 가구·조명·오브제를 미술관 소장 기준으로 만들어 미술처럼 파는 시장. 올해 갤러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곳은 런던의 Charles Burnand, 뉴욕의 Vagujhelyi, 헨트의 Studio MOTO. 이 가운데 Charles Burnand는 지난해 12월 마이애미비치에서 Best in Show를 받았다. 값은 어느 정도인가. 같은 회차에서 카를로 자울리(Carlo Zauli)의 도자 그림을 얹은 20세기 중반 목재 바 선반이 6만 6,000달러에 걸렸다.

4.전시장에서 사람을 붙잡는 것은 형태보다 재료다. 정다혜(Dahye Jeong)의 「A Time of Sincerity」는 말총을 한 올씩 엮어 세운 그릇이고, 김격(Kyeok Kim)은 구리선을 크로셰로 뜬 뒤 옻칠을 입혔다. 박종진(Jongjin Park)은 종이 타월 1,000장에 자기 안료를 먹여 층으로 쌓았고, 박원민(Wonmin Park)은 화산암을 산업용 강재에 붙였다. 표면마다 손이 지나간 자리가 남아 있어서 값을 묻는 사람에게 설명할 것이 생긴다.


5.장소를 옮긴 것도 눈에 걸린다. 지난해 쓴 이간수문전시관은 조선 성곽의 수문 유적을 살린 반지하 공간이라 천장이 낮게 걸리고 벽이 돌이다. 올해 디자인랩 1층 쇼룸은 도로에서 바로 들어오는 층. 유적 안에서 보여 주다가 길 쪽으로 나온 것이고, 관람객 수를 늘리려면 이 선택이 맞다.

6.개관 당시의 우연 하나를 조직위가 굳이 짚는다. 2005년 첫 회 Design Miami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를 받은 사람이 자하 하디드였고, 21년 뒤 이 페어가 그가 설계한 건물에 들어와 있다. 상을 준 쪽이 상을 받은 건물로 걸어 들어온 격.
7.시장 사정을 보면 이 품목을 왜 지금 들이는지가 보인다. 2025년 국내 미술시장 거래액은 6,382억 원으로 전년 6,151억 원보다 3.8% 늘었지만, 2022년 정점 8,066억 원과 비교하면 20.9% 아래다. 거래된 작품은 4만 2,499점으로 3.1% 줄었다. 금액은 늘고 작품 수는 줄었으니 한 점당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살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라, 사는 사람이 더 비싼 걸 고른 결과.
8.그 사람들에게 가구는 그림보다 문턱이 낮다. 벽을 비워 둘 필요가 없고, 사 온 물건을 쓰면서 값이 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다. 집에 왜 들였는지 식구에게 설명하기도 쉽다. 미술을 먼저 모은 사람이 다음 품목으로 가구와 오브제를 집는 순서는 마이애미에서 20년에 걸쳐 확인됐고, 서울에서는 그 순서가 아직 시작 단계.
9.그러니 이 페어가 노리는 것은 새 관객이 아니다. 프리즈 서울이 9월 첫 주를 만들어 놓았고, 그 주에 맞춰 컬렉터와 큐레이터, 기자가 이미 항공권을 산다. 30개국 125개 갤러리가 코엑스에 들어오는 나흘이 그 주의 중심. 개막을 하루 앞으로 당긴 이유가 여기 있다. 관객을 부르는 대신 이미 모인 관객 옆에 서는 것.
9월 첫 주, 서울에 겹친 일정

10.표값 구조를 보면 무엇을 파는지가 드러난다. 일반권 2만 8,000원, 세미나권 6만 원, 프리미엄 패스 8만 원이고 얼리버드는 각각 2만·4만·6만 원, 학생은 반값이다. 세미나권이 일반권의 두 배를 넘는다. 9월 3일 세미나는 리빙센스와 공동으로 열리고 컬렉터블 디자인 시장의 앞날을 다룬다고 안내한다. 관람은 곁들이고, 값이 붙는 상품은 그 방에 누가 앉아 있느냐다.
표 세 종류
11.공간 쪽 원가는 다른 종류의 숫자다. DDP가 디자인랩 1층 쇼룸의 한 구획을 상설로 내줄 때 붙이는 요금이 1㎡에 하루 1,155원이다. 73.96㎡, 그러니까 22.4평 기준으로 하루 8만 5,423원이고 30일이면 256만 원. 평당 월 11만 원대. 민간 임대 시장에서는 나오지 않는 값이고, 이 층에 무엇을 앉힐지는 요금이 아니라 심사가 결정한다. 공공 시설이 국제 페어를 데려올 때 꺼내는 무기가 이 요금표다.

12.그렇다면 시는 어디서 회수하는가. 표가 아니라 담장 밖이다. DDP는 지난해 1,700만 명이 찾았고 2014년 개관 이후 누적 1억 2,600만 명. 서울디자인재단 조사에서 관람을 마친 뒤 주변 상권을 이용한 비율은 서울 시민 48.4%, 외국인 51.4%였고, 올해 1월 전국 676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는 69.8%까지 올라갔다. 한 사람이 쓰는 돈은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광희동의 외국인 카드 지출액은 2022년 149억 원에서 2024년 976억 원으로 6.5배가 됐다.

13.이 페어의 출발도 원래 부동산 쪽이었다. 2005년 Design Miami를 만든 크레이그 로빈스(Craig Robins)는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사들여 되살린 개발업자다. 낡은 가구 도매 지구를 명품 매장과 갤러리 거리로 바꾸는 과정에 페어를 하나 얹었고, Art Basel 일정 옆에 붙는 방식도 그때 정해졌다. 2023년에 페어를 사들인 쪽은 이커머스 회사 Basic.Space.

14.서울은 그 순서가 뒤집혀 있다. 마이애미에서는 개발업자가 페어를 만들어 자기 땅값을 올렸고, 서울에서는 이미 지어 놓은 건물이 페어를 사 왔다. CNN이 개관 당시 4억 5,100만 달러 규모로 보도한 건물이고, 한동안 비싼 적자 시설로 불렸다. 그 건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국제 페어를 고른다면 손익은 티켓 창구에서 맞춰지지 않는다. 유치에 들어간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15.스물한 해 된 컬렉터블 디자인 페어가 1년 일정의 첫 장을 서울로 옮겼고, 그 문을 프리즈보다 하루 먼저 연다. 표는 2만 8,000원, 파는 물건은 앉을 수 있는 가구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유통이다. 그림은 화랑과 경매사가 촘촘히 깔려 있는데 가구와 오브제를 다루는 곳은 손에 꼽고, 사고 난 뒤 되팔 자리가 없으면 수집가는 두 번째를 사지 않는다. 한 주를 아무리 크게 열어도 남은 51주를 받쳐 줄 가게가 없으면 이 시장은 매년 9월에만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