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창작 뮤지컬 한 편이 걸려 있다. 8월 18일 개막해 11월 8일까지 12주를 간다. 무대가 놓인 극장은 올해 2월에 생겼고, 그 극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원래 표를 파는 회사다. 예매 수수료를 받던 자리에서 객석과 제작비 쪽으로 내려왔는데, 내려온 그 시장은 지금 줄고 있다.
1.작품 이름은 다이브. 링크더스페이스 1관에 8월 18일 올라 11월 8일 내린다. 제작은 엠비제트컴퍼니가 맡았고 극작 김솔지, 작곡 민찬홍, 연출 이기쁨.
2.원작은 단요의 데뷔 장편소설 『다이브』다. 2023년 문윤성 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함께 받았고 지난해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이 얹혔다. 배경은 2057년 서울. 해수면이 올라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긴 뒤, 노고산에 사는 물꾼 선율이 기억이 멈춘 기계인간 수호를 건져 올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3.무대보다 먼저 볼 것은 극장이다. 링크더스페이스는 2월 27일 종로구 동숭동에 문을 열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6층까지 쓰는 건물.
4.그 안에서 NHN링크가 임차해 굴리는 공연장이 둘이다. 1관 280석, 2관 151석. NHN링크는 티켓링크를 서비스하는 회사이니, 표를 파는 쪽이 표를 팔 공간을 직접 잡은 것이다.
5.직접 운영하는 극장이 다섯 곳, 이름만 붙인 곳까지 세면 여덟 곳이다. 2022년 겨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를 연 뒤로 이화여대 ECC 안의 두 극장과 광진구 능동 티켓링크 1975 씨어터가 차례로 붙었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이 링크더스페이스.

6.객석이 280석이면 무대도 거기 맞춰 짜인다. 줄로 세면 스무 줄 남짓, 맨 뒷줄이 무대에서 20m 안쪽에 앉는다. 배우 얼굴이 육안으로 잡히는 거리이자, 마이크를 얼마나 쓸지 연출이 매번 다시 정해야 하는 거리. 대극장처럼 몰아붙이면 소리가 뭉치고, 소극장처럼 놔두면 뒷줄이 못 듣는다.

7.예매 회사가 왜 극장을 잡을까. 표를 중개하면 장당 수수료가 남지만, 판이 커져도 몫은 늘지 않는다. 공연이 잘돼 객석이 다 팔려도 중개인이 가져가는 돈은 장당 얼마에 묶인다. 반대로 극장을 쥐면 대관료가 들어오고, 편성을 직접 짜면 어떤 작품을 언제 몇 주 걸지 결정하는 쪽에 선다.
8.더 큰 것은 순서다. 2관은 창작 공연을 처음 올려 보는 자리로 열어 뒀고, 1관은 반응을 확인한 작품을 얹는 자리로 나눠 놓았다고 운영사는 설명한다. 작은 무대에서 재 보고 큰 무대로 올린 뒤 자사 플랫폼으로 파는 구조. 어느 작품을 다음 칸으로 올릴지 판단할 재료가 예매 기록에 이미 쌓여 있다.

9.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8,094억 원, 한 해 전보다 8.9% 늘었다. 안을 열면 방향이 갈린다. 대중음악과 연극은 올랐고 뮤지컬만 뒤로 갔다. 공연 건수는 오히려 늘었는데 판매액이 줄었다. 한 편이 벌어들이는 돈이 얇아졌다는 말.
시장은 늘었는데 뮤지컬만 뒤로 갔다
10.300석 아래 극장은 회차당 평균 예매가 35.7매까지 내려갔다. 한 해 전은 38.8매. 280석 객석에 그만큼 앉히면 가동률 12.8%가 나온다.
11.같은 기간 1,000석 넘는 대극장 연극 판매액은 여덟 배로 뛰었다. 큰 무대로 돈이 몰리는 동안 작은 무대는 회차당 세 명을 잃었다. 다만 이 규모별 수치는 연극 부문을 갈라 본 값이라, 뮤지컬 중극장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12.만석으로 다 채웠을 때 나오는 값이 19억 원 안팎. 뮤지컬 한 편이 상반기에 올린 평균 판매액은 1억 2천만 원대였다. 평균의 열 배가 넘는 자리를 잡아 놓고 시작하는 편성이다.
표를 팔던 회사가 쥔 것과 짊어진 것
13.그만큼 짐도 무겁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둘 다 늘었는데 당기순이익만 30% 줄었다.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이 953억 원, 부채비율은 318%. 극장을 늘린 값이 이자로 먼저 돌아온다.
14.극장을 빌리는 방식도 장부에 남아 있다. 첫 극장인 링크아트센터는 10년 장기 리스로 잡았고, 사용권 자산 98억 4천만 원과 임차보증금 29억 7,800만 원이 함께 올라 있는 상태. 건물을 사는 길은 고르지 않았다. 초기 목돈은 줄지만 매달 나가는 돈이 10년을 따라오는 구조.

15.제작 쪽으로 내려간 기록도 있다. 2022년에 제작사 여섯 곳으로 300억 원 넘는 돈이 나갔고, 그중 하나가 브로드웨이 법인 Maybe Happy Ending Broadway LLC 지분이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판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토니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포함해 여섯 부문을 가져갔다.


16.브로드웨이는 10년에 한 번 나오는 결과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280석 무대에서 12주를 버티는 작품들이고, 회차당 35.7명까지 내려앉은 시장에 한 회사가 그 280석을 새로 얹었다. 예매부터 제작까지 한 손에 쥔 것이 그 자리를 채우려는 답이었고, 부채비율 318%가 답의 가격표다. 유통을 쥔 쪽이 공급까지 내려오는 일은 어느 업종에서나 벌어진다. 다만 공연에서는 재고가 하루 만에 사라진다. 창고에 두었다 내일 파는 물건과 달리 어젯밤 빈 객석은 회수할 방법이 없고, 그래서 편성이 촘촘할수록 이기고 한 주만 비어도 이자가 먼저 따라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