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원조는 9월 19일에 문을 연다. 서울판은 그보다 일주일 먼저 열고 원조가 사흘째일 때 접는다. 텐트는 하나, 좌석은 4,500. 원조와 가장 크게 갈리는 건 규모가 아니라 문 앞에서 표를 받는다는 것.
1.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문화비축기지에서 「옥토버페스트 서울 2026」이 9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주최는 도이치옥토버페스트코리아. 독일 뮌헨시(München)로부터 「옥토버페스트 서울」이라는 이름을 쓰도록 승인받았고, 국내에서 그 승인을 받은 행사는 이번이 처음. 개막 행사에는 주한독일대사와 뮌헨시 관계자가 온다고 주최 측은 안내한다.
2.빅텐트 일반석은 월~목 20,000원, 금·토·일 25,000원이고 1인당 500밀리리터 한 잔이 값에 들어 있다. 4인용 프리미엄 테이블은 200,000원, 음식이 더 붙는 프리미엄 플러스가 300,000원. 야외 비어가든은 돈을 받지 않고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열어 둔다.

3.텐트가 서는 땅에 원래 있던 건 기름이었다. 1978년에 완공된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지름 15~38미터, 높이 15미터짜리 탱크 다섯 기에 원유 131만 배럴을 담아 두던 1급 보안시설로, 41년 동안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이 바로 옆에 들어서게 되자 안전 문제로 2000년에 문을 닫았고, 2013년 시민 공모를 거쳐 2017년 9월 공원으로 다시 열렸다.

4.지금 이 부지는 101,510제곱미터고, 탱크 여섯 채가 가운데 마당을 빙 둘러싼다. 그 마당의 이름이 T0 문화마당이며 넓이는 33,000제곱미터. 콘크리트 옹벽과 암반 절개면이 바깥을 막아선 접시 모양의 땅이라, 소리가 밖으로 잘 새지 않고 사방에서 시선이 안으로 모인다. 텐트 한 채를 세우고 밤 10시까지 밴드를 올릴 땅이 서울에 몇이나 될까.

5.그 마당에 올라가는 빅텐트가 4,500석 이상이라고 주최 측은 밝힌다.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의 대형 텐트는 14채이고 한 채가 5,000명에서 10,000명을 받는다. 파울라너(Paulaner) 텐트만 실내 8,450석, 호프브로이(Hofbräu) 텐트는 본관 4,500석에 발코니와 야외를 더해 9,990명. 서울의 축제 전체가 뮌헨 텐트 한 채의 본관 크기.

6.이 행사가 파는 물건 중에 가장 비싼 건 맥주가 아니라 이름이다.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시가 쥐고 관리하는 상표이고, 시는 해외에서 그 이름을 쓰겠다는 곳을 골라 승인을 내준다. 승인이 붙는 순간 같은 텐트, 같은 소시지, 같은 밴드가 「독일풍 맥주 행사」에서 「옥토버페스트」로 바뀐다. 무대 장치를 하나 더 사는 것보다 싸게 격을 올리는 방법.

7.국내 맥주 축제는 그동안 대체로 공짜였다. 지난 7월 대구 치맥페스티벌에 100만 명이 왔는데 입장료는 없었고, 주최 측은 맥주 매출이 전년보다 20%가량 늘 것으로 봤다. 사람을 최대한 밀어 넣고 술과 안주에서 회수하는 방식. 서울판은 그 반대편에 섰다. 들어오는 문에서 먼저 돈을 받고, 인원을 좌석 수로 묶는다.

8.유료로 앉히면 운영이 통째로 달라진다. 빅텐트는 1부 낮 12시부터 4시 30분까지, 2부 저녁 5시 30분부터 10시까지로 끊어 하루 두 번 돌린다. 그 사이 한 시간은 자리를 비우고 치우는 시간. 잔은 100% 다회용으로 돌리고 고온 살균 세척기를 들여 일회용 컵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회수와 세척은 사람과 동선을 함께 잡아먹는 일이니, 이 문장은 환경 이야기인 동시에 운영이 그만큼 까다로워진다는 이야기다.

9.서울시가 공고한 문화마당 사용료는 하루 1,065만 9,000원이다. 33,000제곱미터를 평으로 바꾸면 9,983평이니 평당 하루 1,068원, 열흘이면 1억 659만 원. 축제 하나가 쓰는 자리로는 싸다. 이 행사가 실제로 어떤 조건에 계약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위 금액은 공고된 기준 요금.
10.공고문에는 한 줄이 더 있다. 입장권을 파는 행사는 발매총액의 10%를 따로 낸다. 서울시는 자리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팔린 표에서도 몫을 떼 간다. 부동산으로 치면 고정 임대료에 매출 연동을 얹은 계약이고, 표를 많이 팔수록 건물주가 같이 버는 구조.
서울시가 열흘 동안 받아 가는 돈
11.4,500석을 하루 두 번 채우면 9,000석, 열흘이면 90,000석. 금·토·일이 닷새, 월~목이 닷새로 정확히 갈리므로 일반석 값만 곱하면 20억 2,500만 원이 나온다. 전 회차가 다 차야 나오는 숫자라 실제로는 여기 못 미치겠지만, 이 행사가 표에서 벌 수 있는 천장이 어디인지는 이걸로 보인다.

12.잔값은 아직 안 나왔다. 뮌헨 쪽은 올해 1리터 한 잔이 14.80~15.90유로이고, 1유로를 1,600원으로 잡으면 2만 4천 원 안팎. 그 절반인 500밀리리터로 환산하면 1만 2천 원쯤 된다. 서울 평일 입장권이 2만 원인데 그 500밀리리터가 안에 들어 있으니, 남는 8천 원이 자리값이자 밴드값이다. 이 환산은 필자가 잡은 것이고 현장 판매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뮌헨과 서울, 같은 이름 다른 장사
13.1810년 10월, 바이에른 왕세자 루트비히(Ludwig)와 테레제(Therese)의 결혼을 축하하는 경마가 뮌헨 서쪽 벌판에서 열렸다. 그 벌판이 신부의 이름을 따 테레지엔비제가 됐다. 경마는 오래전에 밀려났고 맥주가 216년째 남았다. 국내에서는 롯데월드가 2005년부터 같은 이름을 붙인 행사를 몇 해 열었던 기록이 있다. 그때는 승인이라는 절차가 없었다.

14.원조의 셈법은 서울과 뒤집혀 있다. 뮌헨은 축제장에도 텐트에도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자리 예약조차 공짜인데, 대신 예약하려면 맥주와 닭 바우처를 미리 사야 하고 그 값이 테이블 하나에 평균 350유로쯤 된다. 문은 열어 두되 앉으려면 마실 것을 선결제하라는 것. 서울은 입장권 안에 잔을 얹는 쪽을 골랐다. 좌석이 4,500개뿐인 곳에서 노쇼를 막기에는 이쪽이 유리한 방식.

15.기름 131만 배럴이 나간 자리에 4,500석짜리 텐트가 열흘 서고, 그 열흘 자릿세는 1억 659만 원인데 표가 팔리면 서울시가 발매총액의 10%를 더 받는다. 빈 공공부지에 유료 축제를 올릴 때 국내에서 제일 먼저 걸리는 건 술이다. 술과 음식을 파는 순간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와 위생 요건이 따라붙고, 공원이나 공공시설은 조례에 따라 주류 판매를 막아 두거나 별도 협의를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텐트를 세우기 전에 그 땅이 술을 팔 수 있는 땅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