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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오지 않은 넷 · 1964년 2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드는 비틀스. 이틀 뒤 「에드 설리번 쇼」에 나갔다. ⓒUnited Press International · 퍼블릭 도메인
한국에는 오지 않은 넷1964년 2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드는 비틀스. 이틀 뒤 「에드 설리번 쇼」에 나갔다. ⓒUnited Press International · 퍼블릭 도메인
데일리 컬처

한국에서 한 번도 공연하지 않은 밴드가 백화점 세 곳을 돈다 (비틀스 서울 에디션)

2026.09.11

비틀스는 1966년에 투어를 끊었고 한국 무대에는 끝내 서지 않았다. 그 밴드의 티셔츠와 LP가 지금 현대백화점 세 곳을 차례로 돈다. 입장권은 없고 계산대만 있다.

1.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에픽서울에서 「비틀스 서울 에디션」 팝업이 9월 13일까지 열린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행사장에서 8월 말 일주일을 먼저 열었고, 여의도가 두 번째 자리다. 다음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주최는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운영 파트너는 엔터테크 스타트업 빅크(BIGC). 입장권은 따로 팔지 않고 백화점 영업시간에 맞춰 문을 연다.
2.보도자료가 나온 날은 8월 20일. 하루 전 영국의 Apple Corps와 Universal Music Group(이하 유니버설)이 장기 독점 계약을 발표했다. 비틀스 굿즈를 만들고 라이선스를 주고 온라인에서 파는 일을 전 세계에서 유니버설이 도맡는다. 그전까지 유니버설 계열 Bravado가 비틀스 굿즈를 맡은 곳은 2022년 9월부터 북미 한 곳뿐이었다. 계약 금액은 어느 쪽도 밝히지 않았다.
3.6월 25일은 「글로벌 비틀스 데이」다. 1967년 이날 비틀스는 첫 전 세계 위성 생중계 「Our World」에서 「All You Need Is Love」를 불렀고, 2009년 한 팬이 제안해 기념일로 굳었다. 올해는 강남 도산의 한 공간에서 하루짜리 비틀스 행사가 열렸다. 아카이브 사진과 메시지 월, LP 판매대를 차린 자리. 두 달 뒤에 선 건 하루짜리가 아니라 백화점 세 곳을 도는 순회.
4.에픽서울은 더현대 서울이 2024년 3월에 연 730제곱미터짜리 자리다. 그중 360제곱미터는 아무것도 팔지 않는 휴식 공간이고, 나머지를 기간제 팝업이 돌아가며 쓴다. 동선은 앨범과 연도 순서. 나무 탁자 위에 키링과 배지가 줄지어 누웠고, 옆 진열대에는 LP가 꽂혔고, 벽 쪽 행거에는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가 걸렸다. 한가운데 둥근 단에는 붉은 입체 글자로 ALL YOU NEED IS LOVE를 쌓아 올렸다. 기념일이 기리는 바로 그 노래.
여의도 5층의 네 장면 · 더현대 서울 팝업 현장. 키링 탁자, ALL YOU NEED IS LOVE 조형물, LP 진열대, 티셔츠 행거. ⓒ유니버설뮤직
여의도 5층의 네 장면더현대 서울 팝업 현장. 키링 탁자, ALL YOU NEED IS LOVE 조형물, LP 진열대, 티셔츠 행거. ⓒ유니버설뮤직
5.무역센터점 청음존에는 Bowers & Wilkins가 애비 로드 스튜디오 이름을 단 스피커와 헤드폰을 내놓았다. 이 회사 스피커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 조정실에 오래 놓여 있던 물건이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쓰면 행사장 안내 방송과 계산대 소리가 한 겹 뒤로 물러나고, 귀에는 60년 전 녹음만 남는다. 백화점 한가운데에서 드물게 조용해지는 몇 분. 행사장은 왜 이 몇 분에 공을 들였을까. 오래 서 있는 사람이 옆 행거에도 손을 뻗기 때문.
이름을 빌려 온 스튜디오 ·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 2012년 EMI 음반 부문과 함께 유니버설 소유가 됐다. ⓒAlvis Jean · CC BY-SA 4.0
이름을 빌려 온 스튜디오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 2012년 EMI 음반 부문과 함께 유니버설 소유가 됐다. ⓒAlvis Jean · CC BY-SA 4.0
6.서울 에디션의 얼굴은 포스터 한 장. 애비 로드 횡단보도를 건너는 넷의 뒤로 가로수 길이 뻗고, 그 끝에 남산과 N서울타워가 서 있다. 1969년 앨범 재킷의 런던 길에 서울의 산을 박아 넣은 그림. 판매대에는 남산을 배경으로 그린 서울 한정 티셔츠가 걸렸고, 옆 나라에서 들여온 일본판 굿즈도 함께 놓였다. 서울 이름이 붙은 물건은 서울에서만 산다.
남산 앞의 횡단보도 · 서울 에디션 포스터. 애비 로드 재킷의 네 사람 뒤로 남산과 N서울타워를 세웠다. 아래에 genie·THE HYUNDAI·유니버설뮤직·BIGC·Bowers & Wilkins 로고가 붙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남산 앞의 횡단보도서울 에디션 포스터. 애비 로드 재킷의 네 사람 뒤로 남산과 N서울타워를 세웠다. 아래에 genie·THE HYUNDAI·유니버설뮤직·BIGC·Bowers & Wilkins 로고가 붙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원래의 횡단보도 · 런던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 같은 이름의 스튜디오가 이 길에 있다. ⓒMisterweiss · 퍼블릭 도메인
원래의 횡단보도런던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 같은 이름의 스튜디오가 이 길에 있다. ⓒMisterweiss · 퍼블릭 도메인
7.비틀스는 1966년 샌프란시스코 캔들스틱 파크(Candlestick Park) 공연을 끝으로 유료 공연을 접었고, 한국에는 끝내 오지 않았다. 멤버의 목소리를 이 나라에서 직접 들은 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잠실 주경기장에 선 2015년 5월이 처음이다. 그날 모인 관객이 4만5천여 명. 반세기 가까이 기다린 사람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찾아갈 장소가 이 나라에 없었다. 이 팝업이 먼저 파는 건 티셔츠가 아니라 가 볼 곳이다.
2015년의 그 경기장 · 공연 날 관중석이 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폴 매카트니의 첫 한국 공연이 이곳에서 열렸고, 링고 스타(Ringo Starr)는 이듬해 왔다. ⓒJeong seolah · CC0
2015년의 그 경기장공연 날 관중석이 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폴 매카트니의 첫 한국 공연이 이곳에서 열렸고, 링고 스타(Ringo Starr)는 이듬해 왔다. ⓒJeong seolah · CC0
8.도시 이름을 박은 티셔츠를 여행 기념품으로 만든 건 공연장이 아니라 식당이었다. Hard Rock Cafe는 지점마다 도시 이름을 새긴 티셔츠를 팔았고, 그 티셔츠가 식당보다 멀리 퍼졌다. 서울 에디션은 이 공식을 거꾸로 돌렸다. 여행자가 남의 도시 이름을 사 가는 게 아니라 서울 사람이 자기 도시 이름이 박힌 비틀스를 산다. 비틀스가 한 번도 오지 않은 도시가 굿즈에서만큼은 런던과 이름을 나란히 한다.
공연 없이 여는 가게 · 런던 베이커 스트리트의 London Beatles Store. 진열창을 기타, 인형, 포스터로 채웠다. ⓒRept0n1x · CC BY-SA 3.0
공연 없이 여는 가게런던 베이커 스트리트의 London Beatles Store. 진열창을 기타, 인형, 포스터로 채웠다. ⓒRept0n1x · CC BY-SA 3.0
9.비틀스로 돈을 버는 주인은 셋이다. 존 레논(John Lennon)과 매카트니가 쓴 곡의 저작권은 1969년에 멤버들 손을 떠나 몇 번 팔린 끝에 Sony Music Publishing이 관리하고, 녹음한 원반은 EMI를 거쳐 유니버설 차지가 됐다. 셋째가 이름과 얼굴, 그리고 로고. 이것만큼은 멤버들이 1968년에 세운 Apple Corps가 놓지 않았다. 판매대의 티셔츠는 셋째 몫, 옆 칸의 LP는 둘째 몫.
라벨에 찍힌 다른 주인 · 1963년 영국 Parlophone에서 나온 첫 앨범 《Please Please Me》 LP 라벨. 곡마다 작곡자 McCartney와 Lennon 옆에 출판사 Dick James Mus. Co.가 찍혀 있다. ⓒSnowmanradio · CC BY-SA 3.0
라벨에 찍힌 다른 주인1963년 영국 Parlophone에서 나온 첫 앨범 《Please Please Me》 LP 라벨. 곡마다 작곡자 McCartney와 Lennon 옆에 출판사 Dick James Mus. Co.가 찍혀 있다. ⓒSnowmanradio · CC BY-SA 3.0
10.8월 19일 계약이 바꾼 건 셋째 몫의 창구다. Apple Corps는 이름과 얼굴을 계속 갖되, 그걸로 물건을 만들고 팔고 빌려주는 일을 유니버설에 통째로 맡겼다. 원반과 굿즈가 이제 한 회사에서 나온다. 유니버설의 굿즈 사업이 들어 있는 부문은 2025년 매출이 외신 환산으로 약 9억1,500만 달러였다. 서울 팝업에서 LP 진열대와 티셔츠 행거가 한 동선에 놓인 건 우연이 아니다.
비틀스의 세 주인
권리별 주인이 바뀐 길 · 각 사 발표와 보도 기준 곡 (저작권) 1969 ATV, 곡을 가진 Northern Songs 인수 1985 마이클 잭슨, ATV를 4,750만 달러에 인수 2016 소니, 잭슨 측 절반 지분을 7억5천만 달러에 인수 지금 관리 · Sony Music Publishing 원반 (녹음) 2012 유니버설, EMI 음반 부문을 12억 파운드에 인수 지금 소유 · 유니버설 이름 · 얼굴 · 로고 2026 굿즈 · 라이선스 · 온라인 판매를 유니버설에 맡김 소유 Apple Corps(1968 설립) · 운영 유니버설
원반과 굿즈의 창구는 유니버설 한 곳이 됐고, 곡은 소니 쪽에 남았다.
11.행사장에서 티셔츠 한 장이 팔리면 돈은 어떻게 갈릴까. 팝업 판매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온라인에서 파는 라이선스 비틀스 티셔츠 정가가 4만9천 원 선이다. 백화점 판매대에 오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백화점 평균 실질 수수료율 19.1%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부가세까지 빼면 공급자 손에 3만5천 원 남짓이 남는다. 그 안에서 제작과 물류, 운영사와 권리자가 다시 나눈다. 나누는 비율은 비공개.
4만9천 원짜리 티셔츠 한 장이 갈리는 길
단위 원 · 국내 라이선스 티셔츠 정가로 계산한 추정 공급자 몫 35,186 부가세 4,455 백화점 수수료 (평균 실질 수수료율 19.1%) 9,359 공급자 몫 (제작 · 물류 · 운영사 · 권리자) 35,186 수수료율은 공정위 2025년 조사(2024년 거래)의 백화점 평균값이다. 공급자 몫을 누가 얼마씩 나누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팝업의 실제 판매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가만 바꿔 넣으면 같은 비율로 계산된다.
12.백화점 쪽에서 보면 임대료 없이 여는 매장. 행사장 팝업은 보통 수수료 계약이라 백화점은 팔린 만큼 떼어 가고, 팔다 남은 재고는 공급자가 떠안는다. 더 큰 계산은 사람을 5층까지 오게 하는 데 있고, 해시태그를 달아 사진을 올리면 현대백화점 상품권 추첨에 넣어 주는 이벤트도 그 계산 안에 있다. 빅크는 지난해 180억 원 시리즈A를 받은 회사로 회원 380만 명을 두고 있다. 이 회사에 티셔츠보다 오래 남는 건 럭키드로우와 SNS 이벤트로 쌓이는 팬 반응.
5층까지 올라가게 하는 법 · 한강 남쪽에서 본 여의도. 금빛 63빌딩 오른쪽으로 솟은 초고층 단지가 파크원이고, 더현대 서울이 이 단지에 있다. ⓒOx1997cow · CC BY-SA 3.0
5층까지 올라가게 하는 법한강 남쪽에서 본 여의도. 금빛 63빌딩 오른쪽으로 솟은 초고층 단지가 파크원이고, 더현대 서울이 이 단지에 있다. ⓒOx1997cow · CC BY-SA 3.0
13.투어를 접은 비틀스가 사람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사무실 옥상이었다. 1969년 1월, 런던 새빌 로(Savile Row)의 Apple Corps 건물 꼭대기. 그 건물이 2027년 7개 층짜리 명소 「The Beatles at 3 Savile Row」로 다시 열린다. 자료 보관실과 기획 전시, 「Let It Be」 녹음실 재현이 들어가고 팬 상점도 붙는다. 마지막 무대 아래층에 계산대가 선다.
마지막 무대 아래의 명판 · 새빌 로 3번지 외벽의 파란 명판. 비틀스가 1969년 1월 30일 이 건물 옥상에서 마지막 라이브 공연을 했다고 적혀 있다. ⓒMatt Brown · CC BY 2.0
마지막 무대 아래의 명판새빌 로 3번지 외벽의 파란 명판. 비틀스가 1969년 1월 30일 이 건물 옥상에서 마지막 라이브 공연을 했다고 적혀 있다. ⓒMatt Brown · CC BY 2.0
14.이 일정들이 향하는 곳은 전부 2028년 4월. 샘 멘데스(Sam Mendes)가 멤버 넷 각자의 시점으로 만드는 영화 네 편이 그달 한꺼번에 개봉한다. Apple Corps가 극영화에 멤버들의 생애와 음악 권리를 통째로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고, 배급은 Sony Pictures가 맡는다. 곡을 관리하는 쪽도 같은 소니 그룹이라 영화가 노래를 쓰는 사용료는 그룹 안에서 돈다. 그 사이 10월 2일에는 새 믹스를 입힌 《Rubber Soul》 특별판이 나온다. 서울 팝업은 1년 반 뒤 극장으로 몰릴 관심을 미리 재 보는 자리다.
15.투어를 끊은 지 60년 된 밴드가 무대 대신 행거를 세우고 백화점 세 곳을 돈다. 표 대신 판매수수료가 오가고, 입장객 수 대신 해시태그가 쌓인다. 국내에서 같은 일을 해 보려면 기획보다 권리 지도가 먼저다. 이름과 얼굴, 녹음, 곡이 각각 누구 손에 있는지 한 장에 적어 봐야 행사장 설계가 시작되는데, 오래된 음반일수록 그 한 장을 채우는 데 시간이 든다. 비틀스 쪽도 셋 가운데 둘을 올해 여름에야 한 창구로 모았다.
데일리 컬처 #046 · 2026.09.11
출처 · 뉴시스 · 이뉴스투데이 · 문화뉴스 · 일간스포츠 · 뉴스타운 · CNB뉴스 · Apple Corps · Universal Music Group 공동 발표(2026.8.19) · Rockum · Investing.com · Variety · Deadline · NPR · Rolling Stone ·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등 실태조사」 · 연합뉴스 · 메트로신문 · 유니콘팩토리
유니버설 굿즈 부문 매출은 외신이 달러로 환산해 보도한 값이다. 티셔츠 배분은 국내 라이선스 티셔츠 정가와 공정위 백화점 평균 실질 수수료율로 계산한 추정이며, 팝업의 실제 판매가와 배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