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을 공연예술 축제가 내일 한강에서 막을 올린다. 73일 동안 축제 38개와 공연 478편이 한 이름을 쓴다. 대부분은 원래 이 계절에 열리던 축제이고, 이 이름에 들어간 새 돈은 약 20억 원이다.
1.9월 18일부터 11월 29일까지 73일. 서울문화재단이 여는 2026 서울어텀페스타는 서울 전역의 극장 117곳을 한 달력에 모았다. 축제 38개, 공연 478편, 세부 프로그램 558건, 협력국 28개국. 작년 첫 회는 40일 동안 116건이었으니 기간은 두 배 가까이, 참가작은 245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재단이 내건 올해 목표 관객은 98만 명이다.
2.개막 행사 「서울, 한강에서 춤을」은 18일 저녁 7시 30분 뚝섬한강공원 수변무대에서 90분 동안 열린다. 무용가 이루다가 연출을 맡았고, 미디어아티스트 윤개리의 영상으로 시작해 블랙토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소리꾼 오정해와 무용가 최호종의 「상주 아리랑」 순서. 객석은 9월 6일까지 선착순 신청으로 채웠고, 피크닉존과 스탠딩존은 현장에서 들어갈 수 있다. 이튿날부터 이틀 동안은 같은 공원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가 거리 공연과 전시 30건 안팎을 푼다.

3.프로그램 표를 펴면 낯익은 이름이 먼저 보인다. 29회째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9월 2일에 이미 시작해 19일에 끝나고, 47회째인 서울무용제는 9월 4일부터 25일까지다. 10월에는 석촌호수의 서울발레페스티벌, 강동아트센터의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차례. 어텀페스타가 막을 올리기 전부터 돌던 축제가 여럿이고, 그 축제들은 각자 이름도, 예산도, 매표창구도 그대로 갖고 있다.

4.재단이 새로 얹은 건 두 가지. 간판과 안내. 관객 취향에 맞춰 공연을 골라 주는 추천 서비스, 외국인 관객을 위한 다국어 안내와 스마트글라스, 서울청년문화패스와 통합문화이용권 연계. 작년에는 지하철역과 버스, 편의점, 공연장에 광고를 걸어 2,000만 회 노출을 셌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서울에 기반을 둔 예술인 18만 명을 체계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5.이 간판이 필요한 곳은 대학로 골목의 소극장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 앞사람 등받이에 무릎이 닿는 계단식 객석, 막이 오르기 직전 휴대폰 불빛이 하나씩 꺼지는 어둠. 100석 남짓한 극장은 객석을 빽빽이 채워 버티지만, 지하철역 벽면 광고 한 칸을 살 돈은 없다. 민간 극단과 무용단은 보통 이 크기의 극장에 공연을 올린다. 홍보비를 따로 떼기 어려운 단체에게 재단이 대신 걸어 주는 광고판은 그 자체로 지원금.

6.관객 쪽에서 보면 이유는 더 단순하다. 무용 공연은 무용축제 누리집에, 오페라는 오페라축제 누리집에, 자치구 축제는 구청 소식지에 흩어져 있었다. 가을 저녁 하루 비는 날 무엇을 볼지 찾으려면 사이트 대여섯 곳을 돌아야 했다. 한 이름 아래 달력이 하나 생기면 처음 공연을 보러 나서는 사람이 덜 헤맨다.


7.도시 쪽 계산도 있다. 재단은 출범 때부터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목표로 들었다. 외국인이 서울의 가을을 한 단어로 검색하게 만들려면 축제 38개의 이름으로는 안 된다. 송 대표는 축제 3년 차에 국제교류 자리를 따로 만들겠다고 했고, 올해 협력국을 10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렸다.
8.첫해 10억 원이던 예산이 올해는 약 20억 원. 관객은 작년 폐막 발표로 56만 명, 올해 목표가 98만 명. 관객 1명에게 들어가는 돈을 나눠 보면 작년 약 1,786원, 올해 약 2,041원(추정). 기간과 참가작, 관객 목표가 두 배 가까이 느는 동안 1명당 비용은 14% 정도 올랐다.
첫 회와 올해
9.20억 원을 공연 478편으로 나누면 한 편에 418만 원꼴. 이 예산은 공연을 만드는 돈이 아니라 묶고 알리는 돈이다. 서울세계무용축제든 서울무용제든 공연을 올리는 비용은 각 축제가 원래 받던 지원금과 매표 수입에서 나온다. 어텀페스타는 그 위에 이름과 광고판을 얹는다.
10.매표 쪽 숫자는 훨씬 작다. 작년 서울청년문화패스로 어텀페스타 공연을 예매한 금액은 5,600만 원을 조금 넘었다. 관객 56만 명으로 나누면 1명에 100원 남짓. 이 패스는 서울에 사는 21~23세에게 1년 20만 원까지, 예매 1건당 7만 원 안에서 쓰게 해 주는 문화이용권이다. 통합문화이용권 연계를 더해도 표값을 거드는 장치는 정해진 나이와 소득 계층에만 닿는다.
11.관객 수도 세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작년 서울광장 개막 공연 한 번에 약 1만 명이 모였고, 거리예술축제는 표를 끊지 않는 야외 행사다. 작년 관객은 폐막 발표에서 56만 명이었는데, 올해 나온 자료 가운데엔 53만 명으로 적은 것도 있다. 대학로 극단이 알고 싶은 숫자는 뭘까. 전체 인파가 아니라, 자기 객석 100개 중 몇 개가 팔렸느냐. 어텀페스타는 아직 그 숫자를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12.서울이 축제 이름을 갈아 끼운 게 처음은 아니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벌로 시작해 2016년에 지금 이름을 얻었다. 봄에는 서울스프링페스타, 겨울에는 서울윈터페스타가 있고, 어텀페스타는 그 사이 가을 자리를 공연예술로 채우려 만들었다. 이번에는 행사 하나의 이름을 바꾼 게 아니라, 원래 따로 있던 축제 38개 위에 이름을 하나 더 얹었다.

13.이름부터 가을 축제인 곳이 파리에 있다. Festival d'Automne à Paris는 1972년 미셸 기(Michel Guy)가 세웠고, 극장과 함께 작품을 공동제작한다. 2023년 인터뷰 기준 관객은 20만 명을 넘었고 협력 공간은 70곳, 수입의 45%가 공공 보조금이다. 후원금으로 학생표를 8유로에 파는데, 후원이 없으면 20유로가 넘는다고 한다.

14.에든버러 프린지는 반대로 누구나 등록하면 무대에 오른다. 2025년에 3,893편이 301곳에서 공연해 표 260만 장을 발행했다. 서울은 두 길 가운데 어느 쪽도 아니다. 이미 있던 축제를 모으고 공모로 참가작을 받아, 이름 하나로 광고하는 쪽. 적은 돈으로 관객 수를 크게 불릴 수 있는 방식인데, 해외 극장과 축제가 교류 상대를 고를 때 묻는 건 인파보다 팔린 객석이다.


15.서울문화재단은 73일 동안 축제 38개와 공연 478편을 서울어텀페스타라는 이름 하나로 묶었고, 거기에 약 20억 원을 쓴다. 공연 한 편에 418만 원꼴로, 제작비가 아니라 광고와 안내에 드는 돈이다. 민간 단체들이 모여 상권이나 동네 이름으로 같은 걸 하려 하면 매표창구에서 먼저 막힌다. 축제마다 예매처가 달라 누가 어느 공연을 보고 다음에 또 샀는지 한데 모이지 않고, 그 자료가 없으면 이듬해 후원사를 설득할 숫자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