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 10월 25일까지 열린다. 3,000년 전 불탄 볍씨부터 김홍도의 「주막」까지 한국인의 한 끼를 684점으로 차렸다. 표는 5,000원인데, 이 박물관에서 돈이 크게 도는 곳은 매표소가 아니다.
1.추석 당일인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은 문을 닫는다. 대신 연휴 앞뒤인 24일과 26·27일에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누구나 무료로 본다. 상설전시관 전체가 공짜인 이 박물관에서 표를 받는 방은 특별전시실뿐이다. 평소 성인 요금은 5,000원.
2.개막은 7월 1일. 51개 기관이 빌려준 684점이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 2를 채웠고, 보물도 여러 건 나왔다. 한국인의 식문화를 전시 하나로 통째로 다룬 건 이 박물관에서 처음이라는 게 박물관 설명.
3.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 문장은 「식사하셨어요?」다. 1부 「삶과 함께 한 우리 밥상」의 출발점은 밥. 여주 흔암리에서 나온 3,000년 전 불탄 볍씨가 첫머리에 놓이고, 백제 무령왕릉의 숟가락과 젓가락, 국과 반찬을 담던 그릇이 이어진다. 한 상이 차려지는 순서를 따라 걷다가 정조가 어머니 회갑 잔치에 올린 상차림을 적은 『원행을묘정리의궤』 앞에서 1부가 끝난다.

4.전시장에는 음식 냄새가 없다. 박물관 안으로 음식을 들일 수 없어서, 이 전시가 쓸 수 있는 감각은 눈과 귀뿐이다. 그래서 고른 게 소리. 진열장 사이로 끓이고 썰고 굽는 소리를 옮긴 의성어와 효과음이 흐르고, 온지음 맛공방과 함께 만든 조리 영상이 돈다. 배우 류수영이 유물 21점의 해설을 읽는 동안, 놋그릇 뚜껑이 겹겹이 덮인 상 하나가 조명을 받으며 전시실 가운데 놓여 있다. 맛은 못 주는 대신 부엌의 소리를 준다.

5.2부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은 재료 쪽으로 넘어간다. 팔도의 제철 산물, 바다와 고기, 겨울을 나는 저장법, 발효와 양념 순서. 광주 신창동에서 나온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는 된장의 시작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나왔고, 신라 무덤에 묻혔던 조개 그릇과 새알 담긴 토기도 여기 있다. 1,500년 전 사람들은 무덤에 음식을 그릇째 넣었다.

6.박물관 전시의 문턱은 보통 지식이다. 청자의 빛깔이나 불상의 손 모양은 알고 봐야 보인다. 밥상은 반대. 하루 세 번 앞에 앉는 물건이라 관람객 누구나 이미 전문가로 들어온다. 김홍도의 「주막」 속 사내가 사발을 기울여 바닥까지 긁어 먹는 장면에는 설명이 붙을 필요가 없다.

7.관람객도 바뀌었다. 지난해 이 박물관을 찾은 사람은 650만 명을 넘겼는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뒤 전통문화를 보러 온 외국인과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는 게 박물관과 언론의 분석이다. 그들에게 김치와 비빔밥은 이미 아는 말. 한식을 먹어 본 사람에게 3,000년 된 볍씨는 낯선 유물이 아니라 매일 먹는 쌀의 오래전 모습이다.

8.가족도 겨냥했다. 전시장 10곳에 「푸짐한 전시 한 상」이라는 가족 관람 카드를 놓았고, 여름방학과 추석을 회기 안에 넣었다. 명절은 1년 중 한국 가정이 가장 큰 상을 차리는 날이고, 전시는 그 연휴에 문을 열어 둔다.

9.요금은 성인 5,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3,000원이고 65세 이상은 받지 않는다. 수요일 저녁에는 반값. 표는 티켓링크와 네이버 예약으로 팔고, 수요일과 토요일은 밤까지 문을 연다.
10.이 전시로 표를 얼마나 팔 수 있을까. 관람객 수는 아직 공개 전. 올봄 끝난 《우리들의 이순신》은 40만 7,045명을 모아 국내 문화유산을 다룬 특별전 가운데 역대 최다를 찍었다. 그 전시의 하루 평균을 이번 회기에 그대로 대입하면 49만 명쯤. 전원이 성인 요금을 냈다고 쳐도 매출은 24억 원 남짓이다(추정).
11.매표소 밖으로 나가면 숫자가 달라진다. 개막에 맞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전시 연계 식기를 내놨다. 한국도자기와 만든 밥그릇·국그릇 세트가 3만 5,000원, 리빙 브랜드 쓰임과 만든 도시락 세트가 5만 5,000원이다. 발달장애 작가들이 김홍도의 「주막」과 고기 굽는 장면을 다시 그린 쟁반은 8,000원.

12.이런 박물관 굿즈를 재단은 「뮷즈」라는 이름으로 판다. 전국 국립박물관 매장과 온라인에서 지난해 팔린 뮷즈가 413억 원어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18억 원이 팔렸고, 하루로 나누면 1억 2,000만 원쯤 된다.

뮷즈 연 매출 추이
13.음식을 박물관에 들인 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도쿄 우에노의 국립과학박물관(国立科学博物館)은 2023년 가을 특별전 「와쇼쿠(和食)」를 열고 일반 관람료로 2,000엔을 받았다. 같은 공원 안 도쿄국립박물관은 상설전 입장료만 1,000엔. 한국 국립박물관의 특별전 요금은 그보다 싸고, 상설전은 아예 받지 않는다.
표 한 장과 매대 1년
14.상설전 무료는 곧 바뀔 수 있다. 박물관은 올해 통합 예약제를 시범으로 돌린 뒤 상설전 유료화를 결정한다. 유홍준 관장이 국정감사에서 입에 올린 금액은 2,000원 안팎. 지난해 관람객 650만 명이 전원 그 표를 샀다고 쳐도 1년에 130억 원(추정). 그래도 뮷즈 매대에는 못 미친다.

15.그래서 관장은 유료화가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2005년 용산 이전 때 이 건물은 1년에 200만 명을 받을 규모로 설계됐는데, 지금은 성수기 하루에만 4만 명 넘게 들어온다. 표값은 매출이 아니라 사람 수를 조절하는 손잡이다. 무료 입장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그 사람들이 출구 앞 매대에서 밥그릇을 산다. 무료 입장을 없애면 매대 앞 줄부터 짧아질 수 있다.
16.국립중앙박물관이 추석 연휴에 밥상 전시를 공짜로 열었다. 표를 다 팔아도 24억 원쯤인 전시 옆에서 박물관 굿즈는 지난해 413억 원어치가 팔렸다. 전시에 굿즈를 붙이는 쪽이 안고 가는 건 재고. 전시는 10월 25일에 닫히는데 찍어 둔 물건은 남는다. 이번에 재단은 포스터나 엽서 대신 밥그릇과 도시락통을 골랐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부엌에서 매일 쓰는 물건이라, 재고로 남아도 계속 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