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광복절의 총성을 다시 꺼낸 시대극이 추석 극장을 가져갔다. 이 영화는 만든 회사가 배급까지 직접 맡았다. 대형 배급사에 떼 주던 수수료를 안에 남기는 대신, 광고비와 스크린 협상의 부담을 혼자 진다.
1.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3일 수요일,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 개봉했다. 나흘째인 26일에 누적 관객 100만을 넘겼고, 27일까지 닷새 내리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27일 기준 누적은 156만6,176명. 같은 날 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두 배 가까운 숫자.
2.소재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영부인 육영수가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다. 영화는 저격범을 문태광(박정민)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사건 뒤를 캐는 세 사람을 앞에 세운다. 형사 철구(유해진),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제작과 배급은 하이브미디어코프 한 회사가 맡았다. 러닝타임 131분, 12세 이상 관람가이고, 개봉 일주일 전 토론토국제영화제(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먼저 상영됐다.

3.1974년의 서울은 대전에서 찍었다. 근대 건물과 옛 골목이 남아 있던 재개발 구역을 골라 거리를 통째로 70년대로 돌렸다. 카메라는 「서울의 봄」과 「파묘」를 찍은 이모개 촬영감독. 허 감독은 시나리오 초안에 없던 기자들을 새로 넣었다고 밝혔고, 그 결정으로 신문사 사회부가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됐다.


4.공개된 스틸 가운데 사회부 한 장이 이 영화의 공기를 잘 보여 준다. 반소매 셔츠에 넥타이를 맨 기자들이 철제 캐비닛 사이로 몰려 한 방향을 올려다보고, 창밖은 한여름 낮이다. 소식을 전화 한 통과 발로 모으던 시절이라 추적은 총보다 걸음으로 굴러간다. 시대극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건 거리를 통째로 비우고 군중을 세우는 장면. 이 영화는 무게를 사무실과 골목, 좁은 술자리 쪽에 실었다.

5.저격 장면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온다. 비표 없이 행사장에 들어간 문태광이 대통령 연설 도중 총을 쏜다. 131분의 나머지는 그 뒤를 따라간다. 누가 그를 들여보냈고 누가 알고 있었나. 허 감독은 결론을 못 박지 않았고, 정우성·오정세·박해준 등 카메오 열 명 남짓이 짧게 스쳐 가며 빈칸을 하나씩 채운다.

6.추석은 부모와 자식이 한 극장에 들어가는 거의 유일한 주간이다. 1974년에 열 살이던 사람이 올해 62세고, 그 세대에게 이 사건은 교과서가 아니라 기억이다. 부모가 기억하는 사건을 자식이 처음 보는 영화, 게다가 12세 관람가. 2위 「타짜」는 청소년관람불가라 온 가족이 함께 고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7.결말은 누구나 알고 과정은 아무도 모르는 사건. 같은 회사가 만든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이 이미 이 공식으로 돈을 벌었고, 「서울의 봄」은 2023년 1,312만 명이 봤다. 관객은 결말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경로에 표를 산다. 이번에는 그 경로를 권력 한가운데가 아닌 기자와 형사의 눈높이에서.

8.마케팅도 추적을 판다. 10월 1일 CGV에서 여는 단서 추적 상영회는 관객 전원에게 영화 속 단서를 모은 「프로파일링 폴더」를 준다. 폴더를 들고 영화를 보고, 끝나면 그 단서로 SNS 이벤트에 참여하는 식. 앉아서 보는 영화를 들고 푸는 사건으로 바꿔, 한 번 본 사람이 두 번째 표를 살 이유를 만든다.
9.2025년 관객 한 명이 극장에 낸 돈은 평균 9,869원이다. 부가세와 영화발전기금을 떼면 약 8,700원이 남고, 서울 멀티플렉스에서는 이 돈을 극장이 45%, 배급 쪽이 55% 가져간다. 배급 쪽 몫에서 다시 10%가 배급수수료로 빠진다. 남는 돈으로 광고·마케팅비를 갚고, 그 뒤를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눈다.
표 한 장 9,870원이 나뉘는 길
10.156만6,176명을 이 계산에 넣으면 극장 매출은 추정 155억 원, 배급 쪽 몫은 약 75억 원이다. 보통은 대형 투자배급사가 여기서 10%, 약 7억5,000만 원을 수수료로 먼저 뗀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그 돈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대신 개봉 전 광고비와 전국 극장과의 스크린 협상을 스스로 짊어졌다.
11.「암살자(들)」의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회사가 만든 「서울의 봄」은 총제작비 233억 원에 손익분기점을 극장 관객 460만 명으로 잡았는데, 부가판권 수입을 미리 넣은 숫자라 극장만으로는 530만 명이 넘어야 했다. 그때 배급은 플러스엠이 맡았다. 캐스팅과 시대 재현 규모로 보면 이번 영화도 비슷한 선으로 추정되고, 156만은 아직 그 3분의 1 정도.
12.추석 극장 상위 다섯 편 가운데 넷이 한국 영화다. 27일 하루 매출 점유율은 「암살자(들)」이 36%, CJ ENM이 배급한 「타짜」가 24.4%. 「암살자(들)」은 그날 스크린 1,515개에서 5,933회를 걸었다. 8월에 개봉한 외화 「오디세이」는 누적 1,178만 명으로 여전히 3위.
추석 극장, 한국 영화 네 편의 누적 관객
13.131분이라는 길이는 극장 협상에서 약점이다. 광고와 청소 시간을 붙이면 한 관에서 하루 돌릴 수 있는 회차가 2시간짜리 영화보다 한 번쯤 줄고, 회차가 곧 매출인 극장은 긴 영화에 관을 덜 주려 한다. 대형 배급사는 다음 개봉작까지 묶어 극장과 협상하지만, 한 편을 들고 온 제작사는 그 영화의 첫 주 성적 하나로 버텨야 한다. 첫 주 1위를 놓치면 다음 주 스크린은 누가 지켜 줄까.

14.하이브미디어코프는 2014년에 세운 제작사.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으로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를 연달아 흥행시켰고, 「덕혜옹주」·「천문: 하늘에 묻는다」·「보통의 가족」은 허 감독과 함께 만들었다. 허 감독의 이름을 처음 알린 영화는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 사진관 주인의 조용한 여름을 찍던 감독이 총성으로 여는 영화를 찍었다.

15.한국 영화의 돈은 오랫동안 몇몇 대형 투자배급사를 거쳐 흘렀고, 표 한 장에서 제작사에 돌아가는 돈이 1,200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업계에 돌았다. 제작사가 배급을 직접 쥔 시점은 극장 관객이 코로나 이전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 2025년 바로 다음 해다. 파이가 줄어드니 떼 주던 10%가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흥행을 여러 번 검증받은 제작사라서 할 수 있는 선택.

16.제작사가 직접 배급한 시대극이 추석 닷새 동안 1위를 지켰고 누적 156만 명까지 왔다. 밖에 내주지 않은 배급수수료는 약 7억5,000만 원이다. 그 대가로 개봉 전 광고비와 첫 주가 부진할 때의 손실을 제작사가 혼자 떠안는다. 영화든 공연이든 공간 사업이든 중간 유통을 빼고 직접 팔려면 먼저 현금에서 막힌다. 첫 주 1위를 자신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면 이 계산은 거꾸로 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