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다 올림픽공원을 빌려 온 음악 축제가 올해 20주년을 맞는다. 올해도 이틀짜리 표는 없다. 하루씩 따로 팔고, 한 사람이 하루에 살 수 있는 표는 두 장까지.
1.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이하 GMF)이 10월 17일과 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2007년 10월 첫 회를 연 뒤 올해로 20주년. 표는 날짜별 1일권 하나뿐이고, 예매가 132,000원, 현장 구매가 140,000원이다. 예매는 7월 22일에 열렸고, 판매처는 NOL 티켓·예스24·네이버 예약.
2.무대는 공식 페이지 기준으로 넷. 88잔디마당의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KSPO DOME의 클럽 미드나잇 선셋,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의 스테이션 스타더스트, 88호수 수변무대의 러빙 포레스트 가든. 이소라·이승윤·장기하·정승환·윤하·페퍼톤스·CNBLUE·N.Flying이 이름을 올렸고, 9월 중순 마지막 발표에서 정준일(17일)과 이석원(18일)이 더해졌다.

3.주최사 MPMG의 출발은 1997년 문을 연 홍대 앞 클럽 마스터플랜이었다. 2002년 법인을 세웠고, 2006년 문화 커뮤니티 민트페이퍼(Mint Paper)를 연 이듬해 GMF를 만들었다. 지금은 레이블 해피로봇 레코드와 광합성을 함께 굴리고, 봄에는 같은 공원에서 뷰티풀 민트 라이프(Beautiful Mint Life)를 연다.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직원 수는 21명.

4.이 축제는 캠핑장이 아니라 도시 공원을 쓴다. 야외 잔디 무대와 1만5,000석 규모의 KSPO DOME, 핸드볼경기장을 고친 공연장, 호숫가 계단식 무대가 한 공원 안에 있고, 손목밴드 하나로 이 사이를 걸어서 옮겨 다닌다. 2025년 기준으로 잔디 무대와 돔이 각각 최대 9,000명, 아레나가 5,000명, 수변무대가 2,000명을 받았다. 지하철로 와서 공연을 보고 밤에는 집에 가서 잔다.

5.잔디마당에서는 돗자리를 펼 수 있는데 크기가 정해져 있다. 두 사람에 1.2m×1.2m 한 장. 텐트·우산·아이스박스·술은 못 들이고, 스탠딩 구역과 실내 무대에는 뚜껑 있는 500ml 생수병만 들고 간다. 돗자리만 깔아 두고 자리를 비우면 치울 수 있다고 안내문에 적었다. 10월 오후, 잔디 위 한 평이 채 안 되는 사각형이 두 사람의 하루치 영토.

6.GMF가 파는 건 헤드라이너 한 명이 아니다. 인디 밴드와 발라드 가수, 아이돌 밴드가 섞인 라인업은 한 무대를 보러 오는 사람보다 하루를 보내러 오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운영사는 올해 시즌을 7월 1일 관객에게 보고 싶은 가수를 추천받는 이벤트로 열었다고 알렸다. 2013년부터 낸 신인 모음 음반 「bright」의 15집 참여 팀인 퓨처피어클럽·러브이즈사이클·산보·과카몰리도 이틀에 나눠 선다.

7.20년을 버틴 데에는 달력도 한몫했다. 첫 회 이후 거의 매년 10월 주말 같은 공원에서 열렸고, 관객은 가을 소풍과 공연을 한 날짜로 묶어 기억한다. 멈춘 건 코로나 두 해뿐. 2020년에는 공연장을 킨텍스로 옮겼다가 기존 예매자의 70%가 환불을 요청했다고 운영사가 밝혔다. 장소를 바꾸자 표가 빠졌다.

8.2019년 GMF 1일권은 99,000원, 이틀권은 158,000원이었다. 이틀권을 사면 하루 가격이 79,000원으로 내려갔다. 올해는 1일권만 132,000원이고, 이틀을 다 보려면 264,000원을 낸다. 1일권 가격은 7년 사이 33% 올랐는데, 이틀 관객이 내는 돈은 67% 뛰었다.
2019년과 2026년, GMF 표값
9.이틀권의 정체는 하루 치 자리 두 개를 20% 싸게 넘기는 할인 상품. 1일권만 팔면 모든 자리에서 정가를 받는 대신, 토요일과 일요일이 각자의 라인업으로 따로 팔려야 한다. 토요일 표를 산 사람이 일요일에도 다시 올까. 그 보장이 없으니 무게가 비슷한 이름을 날짜마다 나눠 세운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표도 2019년 4장에서 올해 날짜별 2장으로 줄였고, 입장할 때는 모바일 티켓과 신분증을 함께 확인한다.
10.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로 2025년 GMF 유료 관객은 이틀 동안 30,783명, 국내 음악 축제 가운데 3위였다. 1·2위인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사흘짜리. 하루 평균으로 나누면 GMF가 약 15,400명으로 가장 붐볐다.
2025년 음악 축제 하루 평균 유료 관객
11.30,783명이 모두 예매가 132,000원에 샀다고 치면 표 매출은 약 40억 원, 부가세를 빼면 37억 원 안팎. 운영사가 발표한 관객은 약 36,000명으로, 전산망보다 5,000명쯤 많다. 그 차이는 초대권과 관계자 입장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식음료 부스 수수료와 협찬이 붙지만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12.장소값은 생각보다 작다. KSPO DOME의 대관 기본 사용료는 문화예술 행사 기준 주말 하루 251만8,000원(부가세 별도). 1일권 19장 값. 공공 체육시설이라 가능한 가격이고, 잔디마당과 아레나, 수변무대 사용료와 무대 설치·철거일이 더 붙는다. 돈이 크게 나가는 쪽은 2025년 기준 62팀의 출연료와 무대·음향·경호 인력일 텐데, 그 숫자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13.MPMG는 한 해에 같은 관객을 세 번 부른다. 봄에 BML 사흘, 가을에 GMF 이틀, 연말에 카운트다운 판타지. 회사 발표로 2025년 한 해 누적 관객이 10만 명을 넘었다. 올해 GMF의 실내 무대 하나에는 연말 공연 이름이 붙어 있다. 가을 관객에게 겨울 표를 미리 보여 주는 자리.

14.GMF가 처음 열린 2000년대 후반, 국내 음악 축제는 초대권으로 객석을 채우고 여러 해 적자를 보는 사업이었다. GMF도 흑자를 내기까지 몇 해가 걸렸고, 2012년이 초대권 없이 매진한 해로 기억된다. 20년 동안 쌓은 건 무대 장비가 아니었다. 같은 주에 같은 공원으로 오는 관객의 습관.
15.그 습관을 운영사가 먼저 시험한 적도 있다. 2024년에는 올림픽공원과 협의해 10월 26·27일과 11월 2·3일, 두 주말 나흘로 판을 벌렸다. 날짜는 두 배가 됐는데 가격은 그대로였고, 입장 순서를 앞당겨 주는 500명 한정 권종까지 나오자 관객 불만이 컸다. 이듬해 운영사는 이틀로 돌아가며 “본연으로의 회귀”를 내걸었다.

16.20주년 GMF는 이틀권 없이 1일권 132,000원만 판다. 2025년 유료 관객 30,783명으로, 하루로 나누면 국내 음악 축제 가운데 가장 붐빈 이틀이었다. 이 모델에서 새 축제가 가장 구하기 어려운 건 헤드라이너가 아니다. 공공 공원의 가을 주말은 한 해에 몇 번 없고, 그 날짜를 20년째 쥔 쪽이 이미 있다. 날짜를 못 잡은 축제에는 표값을 올릴 근거부터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