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이 이것 하나들깨미역국 15,000원 단품. 갓 도정한 고시히카리 가마솥밥, 갓김치, 낙지젓갈, 미역을 찍어 먹는 특제 간장이 함께 나온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다길 29 1층. ⓒ다이닝코드
데일리 다이닝
메뉴가 하나뿐인 12석이 미쉐린에 올랐다 (서울·단일메뉴 한식)
2026.07.29
2026년 2월 26일,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부산의 빕 구르망(Bib Gourmand) 71곳을 공개했다. 서울 신규 다섯 곳 중 하나가 오일제(Oilje), 용산 삼각지 뒷골목의 미역국집이다. 파는 것이 들깨 미역국 하나뿐이고 값은 15,000원. 하루 50그릇에서 끊고, 평일 낮 다섯 시간만 열고, 주방에 사람이 한 명이다. 여기서 볼 것은 미역국이 아니라 매출 천장을 먼저 그어 놓고 시작한 가게의 계산 쪽.
1.주소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다길 29 1층,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걸어 5분이다. 메뉴는 들깨미역국 단품 15,000원 하나. 좌석은 홀 12석에 안쪽 룸 6석을 더해 18석이고, 영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10시부터 15시까지, 라스트오더가 13시 30분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
2.문을 연 것은 2023년 3월. 신동훈 셰프가 혼자 굽고 끓이고 내는 1인 업장이며, 하루 판매량을 50그릇에서 끊는다. 예약이 7할이고 워크인이 3할,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영업은 거기서 끝. 미쉐린 쪽 소개문은 "들깨 미역국 한 가지 메뉴로 단골 손님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라고 적었다.
3.이 가게의 설계도는 메뉴판이 아니라 시계에 그려져 있다. 밥을 10시, 11시 30분, 12시 30분, 13시 30분 네 번에 나눠 가마솥으로 짓는다. 손님은 자기가 앉은 타임에 맞춰 들어오고, 주방이 열려 있어 솥에서 밥이 오르는 장면을 그대로 본다. 좌석표를 짜는 대신 밥 짓는 시각으로 사람을 나눠 앉히는 방식.
4.재료는 산지가 하나하나 붙어 있다. 전남 고흥 거금도의 초사리 미역, 경기도 농장에서 받는 한우 사골, 전남 강진산 들깨, 갓 도정한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 곰소 젓갈. 고기도 해산물도 국에 넣지 않아서 미역과 들깨와 사골 셋으로만 맛이 서고, 셰프는 미역 손질법 하나를 잡는 데 반년을 썼다고 밝혔다.
5.들기름에 볶은 미역은 냄새가 국물보다 먼저 온다. 바다 쪽이 아니라 고소한 쪽이고, 뒤이어 사골이 그 위에 무게를 얹는다. 곱게 간 들깨가 들어가면 국물이 숟가락에 걸리기 시작하는데, 이 점도가 이 집의 체류시간을 정한다. 뜨겁고 걸쭉한 국은 후루룩 넘길 수 없고, 그렇다고 코스처럼 늘어지지도 않는다.
밥 짓는 시각이 곧 좌석표10시, 11시 30분, 12시 30분, 13시 30분 네 번에 나눠 가마솥으로 밥을 짓는다. 열린 주방이라 손님이 그 장면을 본다. ⓒ중앙일보미역과 들깨와 사골, 셋뿐고기나 해산물을 따로 넣지 않는다. 전남 고흥 거금도 초사리 미역을 들기름에 볶아 한우 사골 육수에 넣고, 전남 강진산 들깨를 껍질을 벗겨 볶은 뒤 곱게 갈아 얹는다. ⓒ중앙일보
6.그럼 사람들은 무엇을 사러 오나. 미역국은 한국에서 사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생일과 산후의 음식이고, 끓여 주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국이다. 그걸 값을 치르고 먹는다는 건 조리를 사는 게 아니라 누가 나를 위해 아침부터 솥을 걸어 둔 상황을 사는 쪽에 가깝다. 금요일 저녁에 한 팀만 받는 생일상 예약이 정확히 그 자리를 겨눈다.
7.둘째, 하루 50그릇이라는 상한. 밖에서 보면 희소성을 만드는 장치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미역을 손질하고 육수를 내리고 솥을 네 번 거는 노동의 물리적 한계다. 광고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매일 매진이 나오는 구조가 여기서 나왔다. 희소성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경우.
8.셋째가 예상 밖이다. 2025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하루 50그릇 가운데 30그릇을 일본 손님이 가져간다. 개점 전부터 줄이 서고, 일본 매체에 소개된 것이 그때까지 15번. 같은 기간 대일 미역 수출액은 2022년 1,580만 달러에서 2024년 2,420만 달러로 53.2% 늘었는데, 전체 농식품 대일 수출이 5.9% 줄어든 것과 방향이 반대다.
홀 12석, 룸 6석메인 좌석은 바 형태이고 안쪽에 단체용 룸이 따로 있다. 예약이 7할, 워크인이 3할이며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영업이 끝난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초사리라는 조건전남 고흥 거금도에서 그해 처음 자란 어린 미역만 쓴다고 가게는 안내한다. 산지와 시기를 좁게 묶은 조달은 맛의 근거가 되는 동시에 원가 쪽 변동을 그대로 떠안는 선택이기도 하다. ⓒ여행스케치
9.이제 계산이다. 15,000원에 하루 50그릇이면 일 매출 75만 원, 주 5일이라 월 영업일을 21.7일로 놓으면 월 1,628만 원이 나온다. 연 매출로는 약 1억 9,500만 원. 중요한 건 이 숫자가 목표가 아니라 천장이라는 점이다. 만석이 아니라 완판을 해도 여기서 1원도 더 올라가지 않는다.
10.회전으로 바꿔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18석에 50그릇이니 좌석당 2.8회전이고, 라스트오더 13시 30분까지의 실질 영업이 세 시간 반이다. 면적을 15평으로 잡으면(추정) 평당 월매출이 약 108만 원. 15,000원짜리 국 한 그릇을 파는 가게가 낼 숫자로는 낮지 않은데, 그 이유는 다음 표에.
상한이 만드는 숫자15,000원에 하루 50그릇, 월 영업일 21.7일로 계산한 월 매출이 1,628만 원이다. 18석 기준 좌석당 2.8회전, 면적을 15평으로 잡으면 평당 월매출이 약 108만 원. 면적은 공개되지 않아 필자가 추정했다.
11.원가 쪽은 두 힘이 맞선다. 한우 사골에 거금도 초사리 미역, 갓 도정한 고시히카리까지 재료 등급이 15,000원짜리 한 그릇에 얹기에는 높은 편이고, 반대로 메뉴가 하나뿐이라 남는 재고와 버리는 손질이 거의 없다. 여러 메뉴를 돌리는 한식당이 재료 로스에서 서너 퍼센트를 흘리는 자리가 여기서는 통째로 지워진다.
12.한 그릇을 뜯어 보면 이렇게 된다(이하 전부 추정). 식재료 5,700원, 임차료 2,300원, 수도광열과 소모품과 감가 1,900원, 결제수수료와 기타 600원, 남는 것이 4,500원. 이 표에서 눈에 걸리는 건 남는 돈이 아니라 비어 있는 줄이다. 인건비 항목이 0원이다.
인건비 0원이 만든 30%15,000원을 식재료 5,700원, 임차료 2,300원, 수도광열과 소모품과 감가 1,900원, 결제수수료와 기타 600원으로 놓으면 남는 것이 4,500원이다. 인건비 줄이 비어 있어서 나온 숫자이며, 전부 업계 통상치를 얹은 필자 추정이다.
13.그 0원은 사라진 비용이 아니라 오너 한 사람에게 옮겨 담긴 비용이다. 한 그릇에 4,500원이 남으면 월 1,085그릇에서 약 488만 원이고, 이게 곧 셰프 한 사람의 소득이 된다. 여기에 금요일 저녁 한 팀만 받는 생일상 1인 89,000원과 하루 전 예약을 받는 2인분 35,000원짜리 포장이 얹히는데, 포장의 1인당 단가가 홀보다 높다. 좌석을 쓰지 않고 회전을 잡아먹지도 않는 매출.
좌석을 늘리지 않고 붙인 두 번째 줄금요일 저녁에 단 한 팀만 받는 생일상은 1인 89,000원이며, 들깨미역국에 잡채와 갈비찜, 샐러드, 젤라토가 붙는다. 매달 1일 오후 5시 인스타그램 DM으로만 예약을 받는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곁들임까지 고정미역을 찍는 특제 숙성 간장, 낙지젓갈, 갓김치가 매번 같은 구성으로 나온다. 메뉴가 하나라 발주와 손질이 단일화되고, 여러 메뉴를 돌리는 주방이 재고에서 흘리는 손실이 여기서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14.계보를 따지면 단일메뉴 전문점은 전혀 새롭지 않다. 설렁탕집과 평양냉면집, 해장국집이 원래 그렇게 굴러왔고, 일본의 라멘과 소바와 우나기도 같은 문법 위에 서 있다. 오일제가 새로 한 일은 그 노포의 문법이 아니라 파인다이닝의 문법을 국 한 그릇에 씌운 것이다. 완전예약제, 타임제, 열린 주방, 산지 명시, 주방에 선 한 사람의 이름.
15.이 모델은 애초에 커지려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 요리를 20년 하던 셰프가 밝힌 창업 동기는 외식업의 근무 조건에서 빠져나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고, 주말 휴무와 하루 다섯 시간과 1인 운영은 그 결과가 아니라 조건. 대부분의 외식 창업이 천장을 어떻게 올릴지 궁리하는 자리에서, 이 가게는 천장을 낮게 그어 놓고 그 아래를 매일 채운다.
파인다이닝 문법을 국 한 그릇에완전예약제, 타임제 운영, 열린 주방, 산지 명시, 주방에 선 한 사람의 이름. 노포 단일메뉴 전문점의 문법이 아니라 코스 요릿집의 장치들이 15,000원짜리 국에 얹혀 있다. ⓒ다이닝코드50그릇 중 30그릇2025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하루 50그릇 가운데 30그릇을 일본 손님이 소비한다. 일본 매체 소개가 그때까지 15번. 대일 미역 수출액은 2022년 1,580만 달러에서 2024년 2,420만 달러로 53.2% 늘었다. ⓒ조선일보다섯 시간짜리 영업월요일부터 금요일 10시부터 15시, 라스트오더는 13시 30분이다. 토·일 휴무는 이 모델의 부작용이 아니라 설계 조건이었다고 셰프는 밝혔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16.메뉴 하나에 15,000원, 하루 50그릇, 주방에 한 사람인 18석짜리 가게가 2026년 2월 26일 미쉐린 빕 구르망 서울 신규 다섯 곳에 이름을 올렸고, 그 구조의 매출 천장은 월 1,628만 원 언저리에서 닫힌다. 이걸 옮겨올 때 가장 먼저 붙잡을 건 인건비 0원이라는 줄이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급 10,320원이고 주 40시간 기준 월 환산액이 2,156,880원이라, 주휴수당과 4대보험을 얹어 상근 한 사람을 쓰면 월 230만 원대가 붙는다. 앞의 계산에서 남던 488만 원이 절반으로 내려앉는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 업태를 따라하려는 시도는 보통 객단가를 올리거나 그릇 수를 늘리는 쪽으로 가는데 둘 다 이 모델이 성립한 이유를 지우는 방향이다. 오너의 노동시간을 원가표에 적지 않는 순간, 이 30%는 계산서가 아니라 착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