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이 여섯 개 걸린 파사드유아사 카이칸 외관. 왼쪽 벽에 입주한 가게들의 안내판이 붙어 있다. ⓒ食べログマガジン
데일리 다이닝
8석이 예약을 막았고, 같은 건물에 그런 가게가 여섯 곳이다 (교토·마치야 회관)
2026.08.02
2026년 3월 3일, 교토의 한 마치야 2층에 카운터 8석짜리 야키토리집이 열었다. 넉 달 만에 예약이 안 잡힌다는 말이 붙었다. 그런데 여기서 볼 것은 8석이 아니라 그 8석이 들어앉은 건물이다. 1913년에 지은 교마치야 한 채를 2024년에 여섯 칸으로 쪼갠 자리, 이름은 유아사 카이칸(湯浅会館). 20년 구운 장인이 자기 가게를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도면에 적혀 있다.
1.주소부터. 교토시 시모교구(下京区) 다카쿠라도리(高倉通) 고조아가루 가메야초 172, 지하철 고조역에서 걸어 5분 거리다. 야키토리집 야마모토 료리텐(山本料理店)은 이 건물 2층에서 2026년 3월 3일에 문을 열었고 자리는 카운터 8석, 보조 의자를 넣어야 9석.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만 열고 일요일과 월 두 번의 월요일에 쉰다. 타베로그(食べログ)가 잡은 저녁 예산은 6,000엔에서 7,999엔 사이.
2.굽는 사람은 야마모토 히로미(山本浩巳). 기온의 야키토리집 와비야 코레키도(侘家古暦堂)가 낸 상위 브랜드에서 20년 넘게 꼬치를 잡았고 소믈리에 자격도 갖고 있다. 닭은 교아카도리(京赤地鶏)를 비롯한 교토산, 불은 비장탄(備長炭). 꼬치 한 개가 380엔에서 480엔이고 절인 닭을 튀겨 숯에 다시 올리는 자지(炸鶏)가 1,380엔이다. 그리고 이 건물에는 이런 가게가 여섯 개 들어 있다.
한 채에 여섯 칸입구 옆 안내판. 반산, STANDING OVATION, Nattsun, 야마모토 료리텐, 유우산, 하이볼 바 고유키(小雪) 순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다. ⓒ食べログマガジン
3.교마치야는 길에 면한 폭이 좁고 안으로 깊다. 장어 잠자리라는 별명이 붙은 그 평면(鰻の寝床). 유아사 카이칸은 2층 건물이고, 겉에서 본 폭보다 훨씬 깊게 들어가며 부지 한가운데를 중정이 뚫는다. 2024년에 이 한 채를 여섯 칸으로 나눠 세를 놨다. 안내판에 붙은 여섯은 카쿠우치와 면을 파는 반산(ばんさん), 서서 마시는 STANDING OVATION, 숯불 비스트로 Nattsun, 야마모토 료리텐, 일본술집 유우산(ゆう餐), 하이볼 바 고유키(小雪). 개관 때 함께 들어왔던 카운터 야키니쿠 니쿤추(肉人)는 그 판에 없다.
보조 의자를 넣어야 9석야마모토 료리텐의 객석. 지붕틀을 그대로 드러낸 2층에 카운터 하나만 놓았고, 좌석을 늘릴 여지가 처음부터 없다. ⓒ食べログマガジン겉보다 깊다유아사 카이칸 내부. 좁은 간구를 지나면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Leaf KYOTO가운데가 뚫려 있다부지 한가운데의 중정. 여섯 가게가 이 공용부를 끼고 배치된다. ⓒいえ屋
4.비장탄은 불꽃을 세우지 않는다. 붉게 가라앉아 열만 쏘는 숯이라 껍질이 먼저 오그라들고 기름이 떨어지며, 그 기름이 숯에 닿는 순간 연기가 한 번 솟는다. 8석은 그 연기와 손님 사이에 아무것도 두지 않은 배치다. 꼬치를 뒤집는 손이 팔 하나 거리에 있고, 굽는 냄새가 옷에 밴 채로 나가게 된다.
5.자지는 절인 닭을 튀긴 뒤 숯 위에 다시 올린다. 튀김옷이 기름에서 나와 한 번 마르고 숯에서 또 마르면 씹을 때 소리가 두 겹으로 갈라지는데, 미소를 푼 소스가 그 위를 덮어 소리를 죽인다. 마무리로 내는 토리니코미소바가 900엔. 코스는 셋이다. 가벼운 3,800엔짜리, 대절할 때만 되는 셰프 오마카세 1만엔, 음료를 무제한으로 붙인 1.2만엔.
껍질부터 마른다비장탄에 구운 꼬치. 껍질이 먼저 오그라들며 기름을 떨어뜨린다. ⓒ食べログマガジン
6.20년 구운 사람이 왜 이제야 자기 가게를 냈을까. 교토에서 마치야를 통으로 빌려 고치면 구조부터 손대는 공사가 평당 70만엔을 넘고 건물이 작으면 100만엔까지 간다. 여섯 칸으로 쪼갠 자리는 그 셈을 6분의 1로 내린다. 명가에서 20년 배운 기술이 개업 자본을 못 이겨 주저앉는 일은 이 업에서 드물지 않은데, 건물이 칸을 잘게 낸 순간 그 병목이 풀린다.
7.손님 쪽에서 보면 이 건물은 가게 하나가 아니라 골목이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비스트로에서 낮술을 하고, 오후 4시부터 서서 마시는 집으로 옮기고, 5시에 2층으로 올라가 꼬치를 먹는다. 한 채 안에서 계산을 세 번 한다는 말. 여섯 가게가 손님을 서로 뺏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나눠 갖는 구조이고, 그래서 건물의 영업시간은 10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진다.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1층 STANDING OVATION. 서서 마시는 카운터만 있고 열 명이면 꽉 찬다. 근처 비스트로가 낸 2호점이다. ⓒキョウトピ오전 10시에 문을 연다1층 숯불 비스트로 Nattsun.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어 낮술을 받는다. ⓒ食べログマガジン시간을 나눠 갖는다공개된 네 곳만 겹쳐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끊기지 않는다. 여섯 가게가 손님을 뺏는 대신 시간대를 갈라 쓰는 구조다.
8.야마모토 료리텐부터 역산해 본다(이하 추정). 객단가를 7,000엔으로 잡고 8석에 저녁 여섯 시간, 코스가 섞이니 좌석 회전은 1.5회. 하루 12명이면 84,000엔이고, 일요일과 월 두 번의 월요일을 빼면 영업일이 월 24일이라 월매출이 약 200만엔, 1년이면 2,400만엔이다.
9.면적과 임대료를 얹어 보자. 카운터 8석에 주방과 숯불을 넣으면 8평에서 10평 사이. 교토 번화가의 점포 임대료가 평당 월 15,000엔에서 50,000엔이고 고조는 시조 쪽보다 아래에 잡히니, 평당 15,000엔에 9평이면 월 13.5만엔이다. 매출 대비 임대료가 7% 안쪽. 서울에서 목이 좋다는 자리를 얻어 본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안다.
10.나머지 비용도 마저 깐다. 야키토리 원가율을 33%로 잡으면 66만엔, 숯과 냉장 때문에 광열비가 8% 안팎이라 16만엔, 소모품과 카드 수수료로 14만엔. 인건비는 0이다. 점주가 혼자 굽고 혼자 따르니까. 200만엔에서 이걸 다 빼면 90만엔가량이 남고, 그 안에 점주의 소득과 세금과 감가상각이 전부 들어 있다.
역산해 본 8석월매출 200만엔에서 식재료·임대료·광열비·잡비를 빼면 90.5만엔. 인건비가 0인 이유는 점주가 혼자 굽기 때문이다. 회전율과 원가율은 추정치.
11.초기 투자에서 결론이 갈린다. 내장만 손보는 공사가 평당 25만엔에서 40만엔이니 9평이면 225만엔에서 360만엔, 야키토리 그릴과 냉장과 후드가 300만엔에서 500만엔, 여기에 보증금 6개월에서 10개월분. 합쳐 700만엔에서 1,000만엔 선. 남는 90만엔에서 점주가 생활비로 60만엔을 가져간다면 갚는 데 쓸 수 있는 돈이 월 30만엔이라 회수에 2년에서 3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12.천장도 같은 계산에 들어 있다. 만석에 회전을 두 배로 돌려도 월 270만엔 언저리가 상한이고 그 위로는 팔 자리가 없다. 이 천장을 뚫는 장치가 대절이다. 최대 20명까지 받고 오마카세 1만엔이나 음료 무제한 1.2만엔을 붙이면 하루 20만엔에서 24만엔. 평소 하루의 세 배 가까이 된다. 8석 가게의 한 해 손익은 평일 회전이 아니라 대절이 한 달에 몇 번 잡히느냐로 갈린다.
13.계보를 짚으면 회관(会館)이라는 이름부터 눈에 걸린다. 일본에서 회관은 조합이나 마을이 쓰던 집회 건물의 이름이고, 한 지붕 밑에 작은 점포를 여럿 넣는 문법 자체는 요코초(横丁)와 나가야(長屋)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울 게 없는 형식. 지난 십여 년의 변화는 그 형식을 새로 짓지 않고 낡은 건물에 되돌려 넣는 쪽이라는 데 있다. 교토를 찾은 외국인은 2025년에 1,268만 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그만큼 통임대로 숙박에 넘어간 마치야도 많다.
먼저 빠진 한 칸카운터 야키니쿠 니쿤추(肉人). 2024년 개관에 맞춰 열었다가 그 뒤 폐점했고, 안내판의 여섯 칸은 지금도 여섯 개 이름으로 차 있다. ⓒ京都速報
14.갈리는 건 자산이 어디에 쌓이느냐다. 건물주는 여섯 칸을 갈아 끼우며 계속 간다. 개관 때 들어온 카운터 야키니쿠는 이미 문을 닫았지만 건물은 그대로 돌아갔고, 한 곳이 나가도 임대료의 6분의 1만 빈다. 나머지 다섯이 만들어 둔 손님 흐름은 남는다. 세입자 쪽은 사정이 다르다. 8석 가게의 값어치는 굽는 사람의 손에 통째로 묶여 있어서 팔 수도, 물려줄 수도, 사람을 넣어 늘릴 수도 없다. 20년 배운 기술로 연 2,400만엔짜리 가게를 지었는데 그 가게는 그가 꼬치를 놓는 날 사라진다.
15.1913년에 지은 교마치야 한 채를 2024년에 여섯 칸으로 쪼갠 건물의 2층에서, 20년 구운 장인이 카운터 8석으로 넉 달 만에 예약을 채웠고, 그 8석의 임대료는 매출 대비 7% 안쪽으로 떨어진다. 이 구조를 국내에 놓으면 도면이 아니라 설비에서 걸린다. 한 건물을 여섯 개 음식점으로 나누면 각각 영업신고를 따로 내야 하고, 그때마다 조리장과 급배수와 환기 요건이 칸마다 붙는다. 낡은 건물에서 실제로 발목을 잡는 건 정화조 용량과 그리스 트랩 자리이고, 이건 도면을 그리기 전에 확인해야 나중에 칸 수를 줄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