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만 내려간다1988년에 지은 곡면 벽돌 건물. 입구 오른쪽 검은 판에 상호와 B1F가 적혀 있고, 왼쪽 벽의 주소판이 압구정로2길 6을 가리킨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데일리 다이닝
공실률 41%인 거리에서, 지하로 내려간 식당이 미쉐린에 올랐다 (서울·바비큐 다이닝)
2026.08.03
가로수길 상가 공실률이 올해 1분기 41.6%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1층 임대료가 3.3㎡당 30만원에서 35만원 사이라 버틸 브랜드가 다 빠져나간 거리. 그 거리에서 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면 1988년에 지은 목욕탕 자리가 나온다. 468.7㎡, 약 142평. 여기서 바비큐 코스가 1인 16만원에 시작하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6이 이 지하를 명단에 올렸다.
1.주소부터 적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길 6 지하 1층, 신사역에서 걸어 9분. 이목 스모크 다이닝(Imok Smoke Dining)은 2023년 10월 6일에 문을 열었고 자리는 홀과 바, 그리고 프라이빗 룸 다섯 칸으로 나뉜다. 값은 앉는 자리로 갈린다. 홀과 바가 16만원, 런치 룸이 19만원, 디너 룸이 23만원. 화요일은 저녁만,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낮 12시와 저녁 6시 두 번,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
2.굽는 사람은 유용욱. CJ제일제당에서 8년을 일하다 2020년 6월 남영동에 유용욱바베큐연구소를 냈고, 3년 뒤 이 지하로 옮겨 왔다. 가게 이름은 그가 텃밭을 일구던 이목이라는 지명에서 가져온 것. 2025년 12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에 바비큐연구소장으로 나왔고, 지난 7월 20일부터 이달 9일까지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도전자로 붙는다. 같은 7월에 나온 것이 옛 직장과 협업한 냉동만두.
3.설계는 Project Mark가 맡았고 2023년 8월에 준공했다. 목욕탕 평면을 식당 평면으로 옮긴 방식이 도면보다 기사에 먼저 적혔다. 목욕 바구니를 쌓아 두던 자리가 카운터가 되고, 여탕이 주방과 홀이 되고, 여자 미용실이 직원 휴게실, 안마실이 셰프 사무실로 바뀌었다. 룸 다섯 칸의 벽은 목욕탕 시절 타일을 그대로 뒀다. 물을 쓰던 칸이 그대로 사람을 앉히는 칸으로.
한 번 꺾어 들어간다진입부 곡면 복도. 계단을 내려온 손님은 홀을 곧바로 보지 못하고 어두운 벽을 따라 한 번 돈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4.공간의 이름은 번커(BURN-KER)다. 태우는 불과 지하 벙커를 붙인 말이고, 불을 세 군데 세웠다. 선큰 가든의 파이어 핏, 홀로 들어가는 길목의 벽난로 조명, 룸의 촛불 조명. 마감은 자갈이 씹히는 거친 뿜칠과 벽돌 타일, 그리고 녹슨 철판. 조명은 Opus Lighting이 잡았고 사진은 Cho Dong-Hyun이 찍었다.
그릴이 정면에 선다카운터 바와 오픈 주방. 굽는 설비가 손님 눈높이에 놓이고, 그 앞에 바 좌석이 붙는다. 상부의 거친 뿜칠 띠가 홀 전체를 가로지른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16만원 자리홀과 바. 같은 코스를 먹어도 룸보다 7만원이 싸다. 오른쪽 벽의 붉은 빛이 번커라는 이름의 근거 가운데 하나. ⓒCho Dong-Hyun · Project Mark
5.훈연은 시간을 태우는 조리다. 이베리코 베이컨은 여덟 시간을 연기에 두고 마지막에 메이플 시럽을 바르고, 시그니처인 비프립은 오크 장작으로 네 시간을 간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두면 고기 표면의 수분이 먼저 마르고 그 위에 연기 성분이 얇게 앉아 검붉은 껍질이 생기는데, 그 껍질 안쪽으로 지방이 녹아 흐른다. 자르면 나이테처럼 분홍 띠가 한 겹 남는다.
타일이 남은 칸프라이빗 룸. 목욕탕 시절의 벽돌 타일 벽 가운데에 촛불 조명 하나만 걸었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6.그 냄새를 손님 옷에 어디까지 묻힐지가 이 업태의 설계다. 지하에서 장작을 태우면 연기와 열이 갈 데가 없어 급배기가 곧 설비비이자 운영비. 평면을 펴 보면 주방과 카운터 바가 가운데를 세로로 관통하고, 룸은 그 축의 바깥쪽 네 모서리로 밀려나 있다. 냄새는 가운데에서 팔고, 가장자리에서는 덜 판다.
23만원 자리디너 룸 세팅. 문을 닫으면 홀의 소리가 끊기고 격자 조명만 남는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7.첫째는 이 집이 고기가 아니라 닫히는 문을 판다는 데 있다. 강남에서 열 명 안팎이 조용히 앉아 두 시간을 쓸 수 있는 자리는 늘 모자라고, 그 수요는 가격에 잘 안 밀린다. 룸 다섯 칸은 그 수요를 다섯 갈래로 나눠 받는 장치이고, 같은 코스에 7만원을 더 붙일 근거이기도 하다.
불을 조명으로 바꿔 놓은 자리붉은 전구 벽등. 이 집이 파는 것이 불이라는 사실을 공간이 반복해서 말한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8.둘째는 시간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 여덟 시간을 연기에 둔 고기는 접시에 오르는 순간 그 여덟 시간이 안 보인다. 그래서 이 업태는 손님 앞에서 덩어리를 자르고 연기를 한 번 피운다. 조리의 대부분이 손님이 오기 전에 끝나 있는 구조라 홀에서 벌어지는 일은 요리가 아니라 증명에 가깝다.
9.셋째는 사람. 넷플릭스와 지상파 예능에 얼굴이 붙은 셰프의 가게라는 사실이 예약 창을 좁히고, 좁아진 예약 창이 다시 가치를 올린다. 다만 이 세 번째 이유는 빌린 힘이라 방송이 끝나면 같이 식는다. 앞의 두 가지가 남는 자산이고 세 번째는 지금 당겨 쓰는 돈.
지하에 낸 창선큰 가든에 면한 방. 지하 1층에서 유일하게 자연광이 들어오는 쪽이고, 파이어 핏이 놓인 마당도 이 창 밖이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10.이하 추정이다. 공개된 평면도에서 의자를 세면 카운터 바가 12석 안팎, 가운데 공용 테이블이 12석 안팎, 룸들이 합쳐 35석 안팎으로 약 60석이 나온다. 142평에 60석이면 한 자리가 2.4평을 쓴다. 일반 식당이 한 자리에 1평 안팎, 파인다이닝이 2평 안팎을 쓰니 이 집은 그보다 헐렁하게 앉힌다. 칸을 나눌수록 복도와 벽 두께가 면적을 먹는다.
11.그 헐렁함을 객단가가 메운다. 주당 아홉 번 문을 열고 좌석이 60% 차고 코스 평균이 19만원이라면, 음료와 콜키지를 얹은 실제 객단가는 20만원 언저리. 월 1,400명 남짓이 다녀가고 월매출은 2억 8천만원 선이 된다. 평당 월매출로 옮기면 198만원. 임대료는 가로수길 1층이 평당 30만원대이고 지하가 그 30~40% 수준이니 평당 11만원으로 잡아 월 1,560만원, 매출 대비 6% 아래로 떨어진다.
헐렁하게 앉히고 비싸게 받는다한 자리가 쓰는 면적은 일반 식당의 두 배 넘게. 그 손해를 객단가와 지하 임대료가 상쇄한다. 좌석수와 매출은 추정치.
12.문제는 원가 쪽. 저온에서 길게 훈연하면 고기 무게가 크게 준다. 부위와 조리에 따라 갈리지만 마무리 중량이 원육의 절반에서 6할 사이로 떨어지는 게 이 조리의 상식이고, 그만큼 접시당 원육이 더 들어간다. 값을 홀 15만·런치 룸 18만·디너 룸 22만원에서 각각 1만원씩 올리고 와인 콜키지를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조정한 시점이 그 압력과 겹친다고 보면 무리일까.
룸마다 붙는 살림룸 옆 서비스 스테이션. 칸을 나눌수록 이런 집기와 동선이 칸 수만큼 늘어난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역산해 본 142평매출의 18% 안팎이 남는 그림. 다만 지하 파인다이닝의 초기 투자가 통상 억 단위로 잡히므로, 이 돈의 상당 부분은 회수에 먼저 들어간다.집기도 공사비다철판 상판에 목재 다리를 붙인 제작 가구. 이런 붙박이 제작물이 많을수록 초기 투자가 올라가고 철수할 때 회수가 어렵다. ⓒCho Dong-Hyun · Project Mark
13.계보를 짚으면 방향이 거꾸로다. 미국 텍사스의 바비큐는 원래 값싼 부위를 오래 구워 종이에 얹어 파는 음식이었고, 줄을 서고 고기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 회전 장사였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 문법이 뒤집혔다. 예약을 받고, 코스로 짜고, 문 닫히는 방에 앉히고, 값을 열 배로 올린다.
가운데로 모으고 가장자리로 밀어냈다지하 1층 평면. 오른쪽 위 원형 계단으로 내려와 곡면 벽을 돌면 주방과 카운터 바, 공용 테이블이 세로로 늘어선 가운데가 나오고, 룸은 네 모서리로 물러나 있다. 오른쪽 가운데의 조경이 선큰 가든. ⓒProject Mark
14.돈은 매장 밖에서 돈다. 60석짜리 지하가 한 해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은 1만 7,000명 남짓이고, 그 위로는 팔 자리가 없다. 그런데 이 셰프의 훈연 향은 지난 7월부터 냉동만두에 실려 팔린다. 옛 직장이던 대기업이 그의 시그니처 비프립에서 따온 갈비만두를 냈고, 훈연 향을 담은 닭다리 스테이크가 다음 차례로 예고돼 있다. 식당은 좌석으로 늘리는 게 아니라 라이선스로 늘린다는 답이 여기서 나온다. 매장은 맛의 근거지로 남고, 물량은 공장이 낸다.
15.공실률 41.6%짜리 거리의 지하, 1988년에 지은 목욕탕 142평에서 좌석 한 자리에 2.4평을 쓰는 식당이 코스를 23만원에 팔고 미쉐린 명단에 올랐다. 이 모델을 국내에 놓으면 임대료가 아니라 공기에서 걸린다. 지하에서 장작을 태우려면 배기 용량과 덕트 경로, 소방 시설이 한꺼번에 따라붙고, 낡은 건물일수록 그 경로를 뽑을 수직 공간이 없다. 도면을 그리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평면이 아니라 굴뚝이 지나갈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