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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요리로 받은 아시아 첫 별 · 이 집의 아과칠레. 감귤과 고추로 만든 찬 국물에 생선을 담그는 해안 지방 조리법을 코스 접시로 옮겼다. ⓒMICHELIN Guide
멕시코 요리로 받은 아시아 첫 별이 집의 아과칠레. 감귤과 고추로 만든 찬 국물에 생선을 담그는 해안 지방 조리법을 코스 접시로 옮겼다. ⓒMICHELIN Guide
데일리 다이닝

9,600원 타코와 19만원 코스가 같은 반죽에서 나온다 (서울·멕시칸 파인다이닝)

2026.08.05

서울 한남동 골목 지하 1층, 카운터 하나가 객석의 전부인 식당이 지난 3월 미쉐린 별을 받았다. 멕시코 요리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그런데 이 집을 만든 회사는 같은 시각 신당 중앙시장에서 타코 두 조각을 9,600원에 팔고 있다. 값의 폭은 스무 배인데 반죽은 같은 공장에서 나온다. 별을 받은 건 마지막에 올린 층이었다.

1.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큰길에서 한 번 꺾어 들어간 골목의 지하 1층. 간판이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는 문 안쪽에 에스콘디도(escondido)가 있다. 스페인어로 '숨은'. 2023년에 열었고, 지난 3월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 새로 별 하나를 받은 일곱 곳에 이름을 올렸다. 멕시코 요리로 아시아에서 별을 받은 첫 식당이라고 가이드는 소개한다.
2.셰프는 진우범, 1993년생. 초등학생 때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푸드트럭 타코를 처음 먹었고, UC Berkeley 건축학과를 다니다 접었다. 2017년 멕시코시티로 가 Le Cordon Bleu를 마쳤고 이듬해 Best Chef Mexico를 받았다. 그다음이 Pujol이다. 엔리케 올베라(Enrique Olvera)의 주방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들어가 1년을 채웠고, 거기서 그가 만든 김치 타코는 그 집 메뉴에 올랐다고 한다. 귀국은 2021년 12월.
건축을 접고 멕시코로 간 사람 · 진우범 셰프. 몰리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네 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식품외식경영
건축을 접고 멕시코로 간 사람진우범 셰프. 몰리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네 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식품외식경영
3.지하로 내려가면 객석이 카운터 하나로 끝난다. 오른쪽에서 칵테일을 만들고 왼쪽이 오픈 주방이라, 한자리에 앉아 두 손을 동시에 본다. 홀 서버가 다닐 통로가 없으니 접객은 굽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이 나눠 맡는다. 영업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녁 두 타임, 좌석은 열넷 안팎으로 보인다(추정).
객석이 카운터 하나로 끝난다 · 지하 1층 실내. 한쪽은 칵테일, 다른 쪽은 오픈 주방이고 손님은 그 사이에 일렬로 앉는다. ⓒEn Primeur Club
객석이 카운터 하나로 끝난다지하 1층 실내. 한쪽은 칵테일, 다른 쪽은 오픈 주방이고 손님은 그 사이에 일렬로 앉는다. ⓒEn Primeur Club
4.이 집의 뿌리는 닉스타말화라는 공정에 있다. 마른 옥수수를 석회를 푼 물에 삶아 하룻밤 재우고, 씻어서 간다. 삶는 동안 주방에 도는 냄새는 팝콘과 젖은 재 사이 어디쯤. 껍질이 벗겨지고 알칼리가 알 속으로 배어들어야 옥수수가 비로소 반죽이 된다. 그렇게 나온 마사를 뜨거운 철판에 올리면 20초쯤 뒤 가운데가 한 번 부풀어 오른다. 여기서 쓰는 옥수수는 다섯 품종.
알칼리가 알 속으로 들어가야 반죽이 된다 · 석회수에 삶아 낸 옥수수. 이 단계를 거치지 않은 옥수수는 갈아도 뭉쳐지지 않는다. ⓒWikimedia Commons
알칼리가 알 속으로 들어가야 반죽이 된다석회수에 삶아 낸 옥수수. 이 단계를 거치지 않은 옥수수는 갈아도 뭉쳐지지 않는다. ⓒWikimedia Commons
철판에서 20초, 가운데가 부푼다 · 갓 간 마사로 구워 낸 토르티야. 수입 완제품을 데워 쓰는 것과 여기서부터 갈린다. ⓒSerious Eats
철판에서 20초, 가운데가 부푼다갓 간 마사로 구워 낸 토르티야. 수입 완제품을 데워 쓰는 것과 여기서부터 갈린다. ⓒSerious Eats
5.소스 쪽은 몰레가 맡는다. 말린 고추 여러 종을 태우듯 볶고 씨앗과 향신료, 카카오까지 수십 가지를 갈아 오래 끓인다. 검은 것이 몰레 네그로, 초록이 몰레 베르데. 한 재료가 혼자 앞으로 나오지 않고 전체가 한 덩어리로 온다. 코스는 아홉 접시이고 성게와 전복, 도미, 와규가 그 위에 올라간다.
수십 가지를 갈아 하루를 끓인다 · 몰레 네그로. 재료 수가 많을수록 개별 맛이 사라지는 쪽으로 가는 소스다. ⓒMy Slice of Mexico
수십 가지를 갈아 하루를 끓인다몰레 네그로. 재료 수가 많을수록 개별 맛이 사라지는 쪽으로 가는 소스다. ⓒMy Slice of Mexico
6.한국에서 멕시코 음식은 오래 값싼 쪽에 서 있었다. 케사디아 몇천 원, 부리토 만 원. 그 위에 19만 원짜리 코스를 세우는 일이 이 집이 한 일이고, 그 값을 설명하는 근거로 재료가 아니라 공정을 내민 것이 이 집의 선택이다.
7.손님이 카운터에서 보는 것은 완성된 접시가 아니라 옥수수가 반죽이 되는 경로다. 마른 알갱이, 석회수, 맷돌, 철판. 국내에서 이 네 단계를 다 밟는 식당은 손에 꼽고 나머지는 수입 토르티야를 데워 쓴다. 같은 타코를 놓고 값이 갈리는 근거가 여기서 나온다.
파는 것은 접시가 아니라 공정 · 코스 중 한 접시. 값을 설명하는 자리에 재료가 아니라 반죽 만드는 과정을 놓았다. ⓒMICHELIN Guide
파는 것은 접시가 아니라 공정코스 중 한 접시. 값을 설명하는 자리에 재료가 아니라 반죽 만드는 과정을 놓았다. ⓒMICHELIN Guide
8.얼굴도 한몫했다.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코리안 타코킹'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이후 방송에서 멕시코를 걸었다. 방송이 만든 것은 예약 대기가 아니라 호칭. 손님이 그를 부를 말이 생기면 식당은 그때부터 검색된다.
코스는 아홉 접시 · 해산물에서 고기로 넘어가는 구성. 성게와 전복, 도미, 와규가 순서대로 올라간다. ⓒMICHELIN Guide
코스는 아홉 접시해산물에서 고기로 넘어가는 구성. 성게와 전복, 도미, 와규가 순서대로 올라간다. ⓒMICHELIN Guide
9.이하 추정이다. 카운터 14석을 저녁 두 타임 돌리고 만석률을 70%로 잡으면 하루 20명,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여니 한 달에 430명쯤 앉는다. 주류를 안 시키는 손님을 생각해 객단가를 23만 원으로 낮춰 잡아도 월 매출은 9,900만 원 언저리가 된다.
열네 자리로 월 9,900만 원을 역산한다 코스가·페어링가·영업일은 공개치 · 좌석수와 만석률, 비용 비율은 업태 통상치를 얹은 필자 추정 좌석 14 · 저녁 2회전 · 만석률 70% 월 430명 객단가 23만 원 월 매출 (주 5일 · 22일 영업) 약 9,900만 원 식재료 38% (성게·전복·와규) 약 3,760만 원 인건비 33% 약 3,260만 원 임대료 (28평 · 평당 12만 원 가정) 336만 원 · 매출의 3.4% 공과금·소모품·수수료 8% 약 790만 원 평당 월매출 약 353만 원. 좌석이 적어서 나온 값이지 손님이 많아서 나온 값이 아니다.
지하 임대료가 재료비를 떠받친다재료비와 인건비만으로 매출의 7할이 나가는 구조에서, 남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큰길 1층을 안 산 결정이다. 비율은 추정치.
10.원가는 무겁다. 성게와 전복, 와규를 쓰면서 옥수수는 품종을 나눠 들이고 몰레는 하루를 끓인다. 파인다이닝 통상치로 재료비 38%, 인건비 33%를 얹으면 둘만으로 매출의 7할이 나간다. 남는 자리를 지켜 주는 건 임대료. 지하 골목이라 큰길 1층의 절반 값이면 들어간다.
11.이렇게 잡으면 평당 월매출이 353만 원쯤 나오고, 좌석 하나가 한 달에 700만 원을 낸다. 파인다이닝에서 나쁘지 않은 숫자이긴 하나, 자리가 열넷뿐이라 아플 때 대신 굽는 사람이 없으면 그날 매출이 통째로 사라진다. 좌석이 적으면 고정비가 가벼워지고, 대신 결원 하나를 못 견딘다.
12.이 집 하나만 봐서는 그림이 안 나온다. 같은 회사가 서울숲에서 타코 오마카세를 4만 3,000원에 팔고, 신당 중앙시장에서는 두 조각을 9,600원에 판다. 경동시장에는 해산물 타코를 내는 선술집이 하나 더 있다. 브랜드는 넷, 값의 폭은 스무 배.
사다리의 가운데 칸 · 서울숲의 타코 오마카세. 코스 형식은 파인다이닝에서 빌려 오고 값은 4만 원대에 묶었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사다리의 가운데 칸서울숲의 타코 오마카세. 코스 형식은 파인다이닝에서 빌려 오고 값은 4만 원대에 묶었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사다리의 맨 아래 칸 · 신당 중앙시장의 타코. 두 조각에 9,600원부터 시작한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사다리의 맨 아래 칸신당 중앙시장의 타코. 두 조각에 9,600원부터 시작한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반죽은 하나, 값은 네 칸 각 매장 공표가 · 페스카데리아는 공표가가 없어 배수에서 뺐다 라까예 (2022 · 신당 중앙시장) 타코 2조각 9,600원 · 1.0배 페스카데리아 (경동시장) 해산물 타코 선술집 엘몰리노 (2021 · 서울숲) 타코 오마카세 43,000원 · 4.5배 에스콘디도 (2023 · 한남동) 코스 190,000원 · 19.8배 페어링은 논알콜 55,000원, 풀 75,000원이 따로 붙는다. 코스가는 개점 초 14만 원에서 두 번 올랐다. 네 칸 모두 같은 공정으로 만든 옥수수 반죽을 쓴다.
한 반죽이 지탱하는 네 칸맨 아래와 맨 위의 차이가 스무 배. 값을 벌린 건 재료가 아니라 형식과 자리다.
13.그 넷을 한 줄로 꿰는 게 마사다. 회사는 자체 공장에서 옥수수를 씻고 갈아 반죽을 만들고, 그걸 네 매장이 나눠 쓴다. 열네 자리짜리 식당이 하루에 쓰는 토르티야가 몇 장일까. 수십 장으로는 라인이 안 돌고, 시장 타코집이 붙어야 물량이 찬다. 공장 가동률을 만드는 건 위층이 아니라 아래층.
14.마사를 직접 갈아 쓰자는 흐름은 멕시코에서 먼저 돌아왔다. Pujol이 문을 연 2000년 무렵부터 셰프들이 산업용 옥수수가루를 버리고 토종 품종과 석회수로 되돌아갔고, 미국에서는 Nixta Taqueria 같은 집이 그 문법으로 James Beard 상을 받았다. 서울에서 한 일은 그 흐름을 늦게, 대신 통째로 옮긴 쪽에 가깝다.
15.순서가 거꾸로라는 게 이 회사의 진짜 특징. 보통은 파인다이닝이 먼저 별을 받고 그 이름을 빌려 캐주얼을 늘린다. 여기는 2021년 캐주얼, 2022년 시장 타코, 2023년 파인다이닝 순서였다. 별을 받은 건 마지막에 올린 층. 건축을 배우다 그만둔 사람이 기초부터 쌓았다는 이야기로 보기 쉽지만, 사업으로 보면 다르다. 아래층에서 현금이 돌아야 위층을 지을 돈이 생긴다.
16.옥수수를 석회수에 삶는 공정 하나를 붙들고 4년 동안 브랜드를 넷 세운 회사가, 마지막에 올린 열네 자리짜리 지하 식당으로 아시아 첫 멕시칸 별을 받았다. 숫자로는 9,600원과 19만 원, 같은 반죽에서 나온 두 값의 스무 배 차이.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임대료가 아니라 공장이다. 자기 매장에서 만든 토르티야를 다른 매장에 넘기는 순간 그건 조리가 아니라 제조라,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과 시설 기준, 유통기한 설정 근거가 따라붙는다. 매장 안에서 만들어 그 자리에서 파는 것과는 서류의 두께가 다르다.
참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 발표 자료 및 국내 보도(2026년 3월 · 총 233곳 선정 · 신규 1스타 7곳에 에스콘디도 포함 · 멕시코 요리로 아시아 첫 스타).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 페이지 escondido(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61-7 지하 1층). cooknchefnews 미슐랭 스토리(닉스타말화 공정으로 만드는 또르띠야 · 다양한 옥수수 품종 · 몰레 네그로와 몰레 베르데 · 일·월 휴무 · 오픈 주방과 바 좌석 · 주류 페어링 필수). TENANT news(진우범 셰프 · Pujol 첫 아시안 셰프 · UC Berkeley 건축 전공 · 2017년 멕시코시티 Le Cordon Bleu 수료 · 엘몰리노 2021년 서울숲 개점, 타코 오마카세 43,000원·피쉬타코 14,000원·츄러스 10,000원 · 라까예 2022년 신당 중앙시장, 2조각 9,600~11,000원대 · 에스콘디도 2023년 한남동, 코스 17만 원·1인 22~25만 원 · 자체 공장 토르티야 생산 · 예약 2부제). 식품외식경영(1993년생 · 2018 Best Chef Mexico · Pujol 1년 · 2021년 12월 귀국 후 몰리노 프로젝트 · 김치 타코가 Pujol 메뉴에 등재 · 라까예 명칭 유래). 머니투데이 인터뷰(2026년 3월 · 32세 · 몰리노 프로젝트 대표 · 매장 4곳 에스콘디도·엘몰리노·페스카데리아·라까예 · 2026년 정통 타코 신규 매장 계획). 브런치 연재(경동시장 페스카데리아 · 보티네로 형식 · 경동시장에서 대체 허브 조달). 다이닝코드·식신(디너코스 140,000원 · 논알콜 페어링 55,000원 · 풀 칵테일 페어링 75,000원 · 옥수수 5종 · 9종 코스 · 성게·전복·도미·와규 · 화~토 영업). 현지 후기 다수(코스가 17만 원에서 19만 원으로 인상 · 반지하 · 다찌 형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1 참가자 정보 및 뉴스1·톱스타뉴스(코리안 타코킹 · 2024년 방영 · 이후 여행 방송 출연). Nixta Taqueria 및 Oro by Nixta 관련 자료(James Beard 수상 · 닉스타말화 기반 타케리아). 좌석 14석, 저녁 2회전, 만석률 70%, 월 430명, 객단가 23만 원, 월 매출 약 9,900만 원, 월 영업일 22일, 면적 28평, 평당 임대료 12만 원, 임대료 매출의 3.4%, 식재료 38%, 인건비 33%, 공과·소모품·수수료 8%, 평당 월매출 약 353만 원, 좌석당 월 700만 원은 공개된 코스가와 영업일에 업태 통상치를 얹은 필자 추정이며 회사 공표치가 아니다. 좌석수와 면적은 공표된 바 없어 카운터 배치와 후기 사진에서 역산했으므로 오차가 크다. 코스 가격은 시점에 따라 14만 원·17만 원·19만 원으로 다르게 확인되어 최신 후기 기준인 19만 원을 본문 계산에 썼다. 감각 묘사는 공개된 조리 방식과 닉스타말화 공정에서 보편적으로 성립하는 범위로 한정했고 특정 방문 경험을 서술하지 않았다. 사진은 캡션에 저작자를 밝혀 인용했으며 닉스타말·토르티야·몰레 사진은 해당 조리 공정을 보여 주는 일반 자료로 이 식당의 조리 장면이 아니다. 국내 접목 관련 서술은 업종 일반론이며, 개별 사업지에서는 임차 조건과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 요건, 배기 용량과 소방 시설을 반드시 개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