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골목 지하 1층, 카운터 하나가 객석의 전부인 식당이 지난 3월 미쉐린 별을 받았다. 멕시코 요리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그런데 이 집을 만든 회사는 같은 시각 신당 중앙시장에서 타코 두 조각을 9,600원에 팔고 있다. 값의 폭은 스무 배인데 반죽은 같은 공장에서 나온다. 별을 받은 건 마지막에 올린 층이었다.
1.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큰길에서 한 번 꺾어 들어간 골목의 지하 1층. 간판이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는 문 안쪽에 에스콘디도(escondido)가 있다. 스페인어로 '숨은'. 2023년에 열었고, 지난 3월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 새로 별 하나를 받은 일곱 곳에 이름을 올렸다. 멕시코 요리로 아시아에서 별을 받은 첫 식당이라고 가이드는 소개한다.
2.셰프는 진우범, 1993년생. 초등학생 때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푸드트럭 타코를 처음 먹었고, UC Berkeley 건축학과를 다니다 접었다. 2017년 멕시코시티로 가 Le Cordon Bleu를 마쳤고 이듬해 Best Chef Mexico를 받았다. 그다음이 Pujol이다. 엔리케 올베라(Enrique Olvera)의 주방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들어가 1년을 채웠고, 거기서 그가 만든 김치 타코는 그 집 메뉴에 올랐다고 한다. 귀국은 2021년 12월.

3.지하로 내려가면 객석이 카운터 하나로 끝난다. 오른쪽에서 칵테일을 만들고 왼쪽이 오픈 주방이라, 한자리에 앉아 두 손을 동시에 본다. 홀 서버가 다닐 통로가 없으니 접객은 굽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이 나눠 맡는다. 영업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녁 두 타임, 좌석은 열넷 안팎으로 보인다(추정).

4.이 집의 뿌리는 닉스타말화라는 공정에 있다. 마른 옥수수를 석회를 푼 물에 삶아 하룻밤 재우고, 씻어서 간다. 삶는 동안 주방에 도는 냄새는 팝콘과 젖은 재 사이 어디쯤. 껍질이 벗겨지고 알칼리가 알 속으로 배어들어야 옥수수가 비로소 반죽이 된다. 그렇게 나온 마사를 뜨거운 철판에 올리면 20초쯤 뒤 가운데가 한 번 부풀어 오른다. 여기서 쓰는 옥수수는 다섯 품종.


5.소스 쪽은 몰레가 맡는다. 말린 고추 여러 종을 태우듯 볶고 씨앗과 향신료, 카카오까지 수십 가지를 갈아 오래 끓인다. 검은 것이 몰레 네그로, 초록이 몰레 베르데. 한 재료가 혼자 앞으로 나오지 않고 전체가 한 덩어리로 온다. 코스는 아홉 접시이고 성게와 전복, 도미, 와규가 그 위에 올라간다.

6.한국에서 멕시코 음식은 오래 값싼 쪽에 서 있었다. 케사디아 몇천 원, 부리토 만 원. 그 위에 19만 원짜리 코스를 세우는 일이 이 집이 한 일이고, 그 값을 설명하는 근거로 재료가 아니라 공정을 내민 것이 이 집의 선택이다.
7.손님이 카운터에서 보는 것은 완성된 접시가 아니라 옥수수가 반죽이 되는 경로다. 마른 알갱이, 석회수, 맷돌, 철판. 국내에서 이 네 단계를 다 밟는 식당은 손에 꼽고 나머지는 수입 토르티야를 데워 쓴다. 같은 타코를 놓고 값이 갈리는 근거가 여기서 나온다.

8.얼굴도 한몫했다.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코리안 타코킹'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이후 방송에서 멕시코를 걸었다. 방송이 만든 것은 예약 대기가 아니라 호칭. 손님이 그를 부를 말이 생기면 식당은 그때부터 검색된다.

9.이하 추정이다. 카운터 14석을 저녁 두 타임 돌리고 만석률을 70%로 잡으면 하루 20명,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여니 한 달에 430명쯤 앉는다. 주류를 안 시키는 손님을 생각해 객단가를 23만 원으로 낮춰 잡아도 월 매출은 9,900만 원 언저리가 된다.
10.원가는 무겁다. 성게와 전복, 와규를 쓰면서 옥수수는 품종을 나눠 들이고 몰레는 하루를 끓인다. 파인다이닝 통상치로 재료비 38%, 인건비 33%를 얹으면 둘만으로 매출의 7할이 나간다. 남는 자리를 지켜 주는 건 임대료. 지하 골목이라 큰길 1층의 절반 값이면 들어간다.
11.이렇게 잡으면 평당 월매출이 353만 원쯤 나오고, 좌석 하나가 한 달에 700만 원을 낸다. 파인다이닝에서 나쁘지 않은 숫자이긴 하나, 자리가 열넷뿐이라 아플 때 대신 굽는 사람이 없으면 그날 매출이 통째로 사라진다. 좌석이 적으면 고정비가 가벼워지고, 대신 결원 하나를 못 견딘다.
12.이 집 하나만 봐서는 그림이 안 나온다. 같은 회사가 서울숲에서 타코 오마카세를 4만 3,000원에 팔고, 신당 중앙시장에서는 두 조각을 9,600원에 판다. 경동시장에는 해산물 타코를 내는 선술집이 하나 더 있다. 브랜드는 넷, 값의 폭은 스무 배.


13.그 넷을 한 줄로 꿰는 게 마사다. 회사는 자체 공장에서 옥수수를 씻고 갈아 반죽을 만들고, 그걸 네 매장이 나눠 쓴다. 열네 자리짜리 식당이 하루에 쓰는 토르티야가 몇 장일까. 수십 장으로는 라인이 안 돌고, 시장 타코집이 붙어야 물량이 찬다. 공장 가동률을 만드는 건 위층이 아니라 아래층.
14.마사를 직접 갈아 쓰자는 흐름은 멕시코에서 먼저 돌아왔다. Pujol이 문을 연 2000년 무렵부터 셰프들이 산업용 옥수수가루를 버리고 토종 품종과 석회수로 되돌아갔고, 미국에서는 Nixta Taqueria 같은 집이 그 문법으로 James Beard 상을 받았다. 서울에서 한 일은 그 흐름을 늦게, 대신 통째로 옮긴 쪽에 가깝다.
15.순서가 거꾸로라는 게 이 회사의 진짜 특징. 보통은 파인다이닝이 먼저 별을 받고 그 이름을 빌려 캐주얼을 늘린다. 여기는 2021년 캐주얼, 2022년 시장 타코, 2023년 파인다이닝 순서였다. 별을 받은 건 마지막에 올린 층. 건축을 배우다 그만둔 사람이 기초부터 쌓았다는 이야기로 보기 쉽지만, 사업으로 보면 다르다. 아래층에서 현금이 돌아야 위층을 지을 돈이 생긴다.
16.옥수수를 석회수에 삶는 공정 하나를 붙들고 4년 동안 브랜드를 넷 세운 회사가, 마지막에 올린 열네 자리짜리 지하 식당으로 아시아 첫 멕시칸 별을 받았다. 숫자로는 9,600원과 19만 원, 같은 반죽에서 나온 두 값의 스무 배 차이.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임대료가 아니라 공장이다. 자기 매장에서 만든 토르티야를 다른 매장에 넘기는 순간 그건 조리가 아니라 제조라,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과 시설 기준, 유통기한 설정 근거가 따라붙는다. 매장 안에서 만들어 그 자리에서 파는 것과는 서류의 두께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