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창닝구 딩시로에서 인당 400위안을 받던 쓰촨 식당이 2017년 10월 문을 닫았다. 이유는 임대료. 그 셰프는 2019년에 예약제 연회 식당을 열어 미쉐린에 올랐고, 지난해 9월 징안구의 신축 복합몰 2층에 인당 200위안짜리 가게를 다시 냈다. 값을 절반으로 내리고 자리를 가로에서 몰 안으로 옮긴 것이 8년 만의 답이었다.
1.상하이 징안구 창더로 688호. 케펠랜드가 지은 복합단지 PAC(Park Avenue Central) 2층에 덩지식원(邓记食园)이 있다. 2025년 9월에 열었고 인당 200위안, 우리 돈으로 3만 8,000원쯤 든다(1위안 190원 기준). 문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다시 오후 5시부터 9시 30분까지. 예약 없이 들어가 담담면 한 그릇만 먹고 나와도 된다.
2.셰프는 덩화둥(邓华东). 40년 넘게 쓰촨 요리만 했고, 지금은 화이하이중로에서 남흥원(南兴园)을 한다. 그쪽은 예약제 연회 식당이라 상차림 값이 인당 800위안에 봉사료 10%가 따로 붙고, 술과 차까지 넣으면 실제 지출은 인당 1,500위안 안팎으로 잡힌다. 미쉐린 가이드 상하이 2026 셀렉티드에 이름이 올라 있다. 한 사람이 인당 28만 원짜리와 3만 8,000원짜리를 같은 도시에서 동시에 돌린다.

3.건물부터 보자. PAC는 케펠랜드(Keppel Land)의 상하이 첫 복합개발이고 설계는 Hassell이 맡았다. 대지 28,000㎡에 연면적 188,000㎡, 180m 오피스 타워 하나에 상업동이 붙어 있다. 몰은 2024년 12월 20일에 먼저 열었다. 설계가 참고한 것은 스쿠먼(石库门)과 룽탕(弄堂), 상하이 골목집의 문간과 좁은 길이라고 한다.

4.가로가 두 갈래로 갈린다. 창더로 큰길 쪽에는 큰 점포와 테라스를 붙였고, 주거지 쪽에는 1~2층짜리 작은 동들을 계단식 녹지 사이에 흩어 놓았다. 식음 비중은 40%로 잡혔고 지금 스무 곳쯤이 돈다. 이 비중이 덩지식원이 2층을 얻은 이유다. 몰은 오피스 타워의 점심을 받아 낼 밥집이 필요하고, 그 층에 이름 있는 요리사를 앉히면 옆 칸이 잘 나간다.

5.메뉴판은 값의 사다리로 짜여 있다. 맨 아래 칸에 담담면 18위안이 있고 맨 위 칸에 궁바오 새우 168위안이 있어, 손님이 자기 객단가를 스스로 조립한다. 장차야(樟茶鸭)는 녹나무 잎과 찻잎을 태운 연기에 오리를 앉혀 두었다가 쪄서 튀긴 것. 껍질을 이로 끊으면 재 냄새가 먼저 오고 기름이 그 뒤를 따라온다.

6.커우수이지(口水鸡)의 국물은 붉지만 혀를 때리지 않는다. 고추기름 위에 간장과 식초, 참깨, 설탕이 얹히고 화자오가 뒤에서 혀를 살짝 저리게 만든다. 전통 쓰촨 요리의 7할에는 고추가 아예 안 들어가고, 마라는 24개로 나뉘는 맛 갈래 가운데 하나일 뿐. 덩화둥이 40년째 붙들고 있는 말이 그것이다.

7.그러니 이 집이 파는 것은 매운맛이 아니다. 상하이에서 쓰촨 요리는 값싼 마라샹궈와 훠궈 쪽으로 굳어 있었고, 그 반대편 끝에 남흥원 같은 연회 식당이 따로 서 있었다. 가운데가 오래 비어 있었다는 이야기.
8.딩시로 737호 시절의 덩지식원은 인당 400위안에 사흘 전 예약, 테이블당 최소 3,000위안이었다. 넷 이상 모여야 들어갈 수 있는 집이었다는 뜻. 지금은 혼자 들어가 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되고 값은 절반으로 내려왔다. 문턱 세 개를 치웠다. 예약, 최소 금액, 인원.

9.신축 몰이 이런 요리사를 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24년 말에 문을 연 상업시설은 개장 첫해에 층별 공실을 못 채우면 이듬해 임차 조건 협상이 통째로 밀린다. 알려진 이름은 손님을 위층까지 끌어올리는 장치라, 개장 초 조건은 무르게 나간다(추정). 8년 전 임대료로 문을 닫은 사람에게는 그 조건이 곧 기회.
10.이하는 추정이다. 면적 250㎡에 좌석 80으로 잡고 점심과 저녁을 합쳐 하루 2.2회전, 만석률 60%를 얹으면 하루 106명이 앉는다. 인당 200위안이면 월 매출이 63만 위안, 우리 돈 1억 2,000만 원 언저리로 떨어진다.
11.원가는 캐주얼 쓰촨 통상치로 식재료 35%, 인건비 27%를 얹었다. 상하이 주방 인건비가 서울보다 낮아 인건비 쪽에서 벌어지는 차이가 크다. 임대료는 매출의 8%가 채 안 된다(추정). 가로변 독립 건물을 쓰던 시절과 갈리는 자리가 거기다.

12.남흥원과 나란히 놓으면 순서가 뒤집힌다. 인당 값은 남흥원이 네 배 넘게 높은데, 평당 월매출은 덩지식원 쪽이 두 배 앞선다(추정). 방 열 개짜리 3층 양옥은 복도와 연회장이 면적을 먹고 하루 한 번밖에 안 돌기 때문. 좌석 하나가 버는 돈은 남흥원이 앞서고, 평 하나가 버는 돈은 캐주얼이 앞선다.
13.계보는 룽러위안(荣乐园)으로 올라간다. 쓰촨 요리 태두 쿵다오성의 제자 천팅신(陈廷新)에게 배웠고, 그가 하는 것은 남당천채(南堂川菜)다. 비단 상인이 들고 온 장저 요리에 산둥의 조리법과 화이양의 세공이 얹히고 마파두부 같은 현지 요리가 섞여 굳은 고급 쓰촨 요리라고 그는 설명한다.

14.값을 둘로 나누는 버릇은 새것이 아니다. 딩시로 737호 시절 덩지식원은 1층에서 값싼 생선 전골을 팔고 2층에서 예약제 연회를 했다. 한 건물 안에 두 가격대가 포개져 있었던 것. 지금은 그 두 층을 도시의 두 주소로 떼어 놓았을 뿐이다.
15.그런데 떼어 놓은 두 주소가 서로에게 걸어오고 있다. 남흥원은 1층에 홀 테이블을 놓아 두세 명이 단품을 시킬 수 있게 했고, 덩지식원은 몰 2층에 룸을 넣었다. 홍콩에서는 Elite Concepts가 그의 이름을 빌려 완차이 퀸스로드이스트 147호와 K11 MUSEA 4층에서 덩지(Deng G)를 돌린다. 위에서 내려오고 아래에서 올라와 가운데에서 만나는 중.

16.임대료를 못 견뎌 2017년에 문을 닫은 쓰촨 식당이 8년 뒤 개발사가 지은 복합몰 2층에서 값을 절반으로 내려 다시 열었고, 그 자리에서 평당매출은 인당 값이 네 배 높은 본점을 앞선다. 하나만 꼽으면 인당 200위안.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임대료 액수가 아니라 계약 형식이다. 신축 복합몰의 식음 임차는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 연동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고, 개장 초 감면은 보통 2~3년 차에 끝난다. 회전이 안 나오는 업태를 그 자리에 넣으면 감면이 끝나는 달에 딩시로에서 벌어진 일이 그대로 다시 벌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