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역 바로 북쪽 지하 1층, 1,000평에 주방 17개와 좌석 800개. 아시아 첫 타임아웃마켓이 문을 연 지 1년 만에 일곱 곳이 나갔고 점심때도 자리의 9할이 비는 날이 있었다. 빈 칸을 다시 채우면서 값을 내렸다.
1.2025년 3월 21일, 오사카역 북쪽 우메키타(うめきた) 개발지의 그랑그린 오사카(GRAND GREEN OSAKA) 남관 지하 1층에 3,300㎡짜리 식당가가 열렸다. 주방 17개와 바 두 개, 좌석 800개. 1968년 런던에서 창간한 도시 잡지가 만든 푸드홀 브랜드 타임아웃마켓(Time Out Market)의 아시아 첫 진출이자 세계 11번째 매장이다.
2.돈을 댄 쪽은 이 부지의 개발사업자인 한큐한신부동산(阪急阪神不動産). 우메키타 2기 부지는 9.1ha, 개발 면적 17만㎡, 총사업비 6,000억 엔. 브랜드를 사들이지는 않았고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들여왔으며, 운영은 별도 법인 주식회사 타임아웃마켓 오사카(株式会社タイムアウトマーケット大阪)가 맡는다. 입점 점포는 본사와 본사가 고른 큐레이터가 뽑았다고 한다.

3.자리는 오사카역과 지하로 붙어 있다. 평면은 단순하다. 한가운데 7.5m짜리 긴 테이블을 놓고 그 양쪽을 주방이 둘러싸는 구성이라, 손님은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17개 카운터를 지나친다. 기조색은 해가 진 뒤 하늘에 파랑이 남는 시간에서 가져온 남색. 800석 가운데 200석 넘는 자리가 등받이 없는 높은 스툴이고, 노트북을 펴는 손님을 위한 구역을 이 브랜드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넣었다.

4.1,000평에 800석이면 좌석 하나가 4.1㎡를 쓴다. 주방과 바와 뒷공간까지 넣은 값이라 객석만 재는 국내 푸드코트 수치와 나란히 놓기는 어렵지만, 넉넉하게 잡은 축. 넉넉한 만큼 냄새가 섞인다. 피자 화덕의 마른 밀가루와 야키토리 숯, 튀김 기름, 커피 로스팅이 한 천장 아래에서 만나 어느 하나도 또렷하지 않은 공기가 된다.

5.조도는 낮다. 검은 마감에 조명을 떨어뜨린 실내라 사진은 잘 나오는데, 등받이 없는 스툴에 앉아 전자 번호표가 울리기를 기다리는 자세로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 주문은 카운터마다 따로 받고 결제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개업 뒤 이용객이 온라인에 남긴 불만은 값 다음으로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는 쪽이 많았다고 한다.

6.바 두 개는 마켓이 직접 굴린다. 이 브랜드가 세계 어디서나 쓰는 방식으로, 음식은 각 도시의 이름난 주방에 맡기고 술은 자기가 판다. 원가율이 가장 낮고 조리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 품목을 운영사가 쥐고, 셰프들이 불러온 손님이 그 바 매출로 넘어온다.

7.개업 때 화제가 된 것은 값. 나라(奈良)의 고기 요릿집 니쿠토이에바 마쓰다(#肉といえば松田)가 낸 와규 샤토브리앙 샌드가 1만 엔, 프리미엄 비프카츠 카레가 3,800엔. 가장 싼 축이던 스우동이 850엔이었으니, 점심 한 끼를 800엔 안쪽에서 끝내는 데 익숙한 이 도시 손님들에게는 낯선 가격표였다.

8.1년이 지난 2026년 3월, 17곳 가운데 7곳이 문을 닫았다. 그중 여섯이 중앙 통로에 면한 자리였고 비워진 카운터에는 결제기와 전자 번호표가 전원이 켜진 채 남아 있었다. 일본경제신문(日本経済新聞)은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도 자리의 9할이 비는 날이 있다고 적었다. 4월 평일 낮을 지켜본 기자는 11시 개점 뒤 한 시간이 넘도록 200석짜리 테이블 구역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고 썼다.

9.임대차가 아니다. 타임아웃마켓이 세계에서 쓰는 계약은. 매장 매출의 30% 안팎을 마켓이 가져가고, 대신 주방 설비와 객석과 식기와 결제 시스템, 홀 인력과 설거지를 마켓이 전부 댄다. 셰프는 조리 인력과 레시피만 들고 들어온다.
10.이 계약이 셰프에게 무엇을 하는지는 손님이 줄었을 때 드러난다. 아래는 공개된 실적이 없어 세운 가정. 한 점포가 월 600만 엔을 팔고 식재료에 35%, 주방 인건비에 20%를 쓴다면 수수료 180만 엔을 떼고 90만 엔이 남는다. 손님이 반으로 줄어 300만 엔이 되면 수수료도 90만 엔으로 따라 내려가 15만 엔이 남고, 같은 조건에서 월 180만 엔짜리 정액 임대였다면 75만 엔 적자.
11.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한다. 지배인 니시나 다쿠야(仁科拓也)는 거리의 유행이 1년이면 확실히 바뀐다며, 지금 가장 좋은 한 접시를 지금 손님에게 낸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3월에 나간 일곱 곳도 파산이 아니라 계약 만료.
12.그럼 800석은 하루에 몇 명을 앉혀야 하나. 11시에 열어 23시에 닫으니 열두 시간, 좌석 하나가 하루 두 번만 차도 1,600명. 점심 가격대 한가운데인 1,540엔에 음료를 더해 객단가 2,000엔으로 잡으면 하루 320만 엔, 한 달 9,600만 엔이고 1,000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9만 6,000엔. 100엔을 940원으로 치면 90만 원 남짓. 9할이 비는 날이 있었다면 첫해는 이 값의 절반에도 닿지 못했다.
13.올해 5월 1일, 비어 있던 한 칸에 라멘집이 들어왔다. 오사카 니시나카지마의 진루이 미나 멘루이(人類みな麺類) 창업자와 사케 소믈리에 아카호시 게이타(赤星慶太)가 함께 만든 덴메이(天命)다. 다시 국물을 쓰지 않고 물과 간장만으로 낸 맑은 국물에 사케를 붙여 파는데, 값이 790엔부터다. 이 마켓에 700엔대 메뉴가 생긴 것은 처음.

14.5월 8일 영국 요리 Furai Guys, 6월 11일 프렌치 Le Chef du Mois와 한식 마니포포(まにぽぽ), 14일 타코야키 구레오루(くれおーる), 18일 타이 요리 쿤테프(クンテープ), 7월 웨스틴호텔 페이스트리까지 일곱 칸이 다시 찼다. 점심 가격대는 1,210엔에서 1,870엔으로 고쳐 잡았다. 운영사가 밝힌 이유는 손님이 바뀐다는 것. 그랑그린 오사카는 올가을 이 단지에서 일하는 사람이 1만 명을 넘는다.

15.같은 오사카역 지하에 정반대로 도는 식당가가 하나 있다. 한신 우메다 본점(阪神梅田本店) 지하의 스낵파크(スナックパーク). 1957년 오야츠센터로 시작해 2018년 지금 자리로 돌아왔고, 손님이 전부 서서 먹는다. 이카야키가 187엔, 라멘이 390엔. 앉을 자리를 없애 회전을 벌고 값을 내린 이 매장을 굴리는 회사가 한큐한신백화점이고, 800석을 놓은 지하 1층을 세운 회사가 한큐한신부동산이다. 한 그룹이 역 지하 양쪽에 정반대 답을 하나씩 갖고 있다.

16.1,000평에 800석을 놓고 세계 11번째 매장을 연 지 1년, 17곳 중 7곳이 나갔고 그 자리에 790엔짜리 라멘이 들어왔다. 매출의 30%를 떼는 계약이 아니었다면 나간 일곱 곳은 계약 만료가 아니라 폐업이었을 것이고, 다시 채우는 데도 넉 달로는 어림없었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것이 이 30%다. 백화점 실질 판매수수료율이 2024년 거래 기준 19.1%,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이 12.6%인 시장에서 30%를 부르려면 설비와 홀 인력과 설거지까지 유통사가 다 대야 한다. 국내 푸드홀은 보통 그 비용을 입점 브랜드에 넘기고 수수료만 걷으니, 숫자만 낮은 채 위험은 전부 주방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