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상하이 도심 한복판에 한식 고기집이 하나 열렸다. 소갈비 한 상이 666위안, 앉으면 반찬이 아홉 접시 깔리고 1인당 15위안을 따로 받는다. 맥주 대신 샴페인을 세웠고, 고기는 28일을 말려서 낸다.
1.상하이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와 둥후루(东湖路)가 만나는 모퉁이, KWAH 빌딩 2층에 한로(HANRO·韩炉)가 6월에 문을 열었다. 지상층은 바와 대기 자리로 비웠고 객석은 전부 위층에 올렸다. 테이블마다 숯불 그릴이 박혀 있고, 안쪽에 8명씩 앉는 개인룸이 둘.
2.예약은 오후 5시와 8시 30분 두 번만 받는다. 그 두 자리를 놓치면 9시가 넘어야 들어갈 수 있고, 개점 두 달째인 지금도 그 규칙이 그대로다. 연 사람은 톰 류(Tom Ryu). 청주에서 24세에 첫 가게를 냈고 상하이로 건너와 나비(NABI)와 우리(WULI)를 열었으며, 나비는 올해 미쉐린 가이드 상하이에 이름을 올렸다. 고기 숙성을 다루는 마스터 최(Master Choi)가 이 집에 합류했다.

3.안은 검정과 회색뿐이다. 천장을 뜯어 배관을 드러낸 자리에 은색 후드가 테이블마다 하나씩 내려오고 그 아래로 가죽 부스가 마주 본다. 나비에서 쓰던 색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고기를 굽는 집이라 눈에 먼저 드는 것은 후드다. 좁고 긴 홀 가운데를 통로로 비우고 양옆에 자리를 붙였으니, 서버가 한 번 지나가면서 양쪽 그릴을 다 본다.

4.연료는 비장탄(備長炭)이다. 참숯보다 오래 타고 연기가 적은 대신 값은 두 배쯤 한다. 쪽파를 그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고기를 얹는데, 지방이 파를 지나 숯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짧게 끊기고 파가 눌리면서 단내가 올라온다. 굽는 사람이 손을 덜 대도 실패하지 않게 만드는 배치.

5.숙성고는 유리로 막아 두고 갈비 랙을 걸어 놨다. 표면이 마르면서 검붉게 굳고, 21일을 넘기면 겉이 껍질처럼 앉아 안쪽 고기의 냄새가 진해진다. 그 껍질은 손님 접시에 오르지 않는다. 깎아서 버리는 부분.

6.중국의 한식당은 2023년 말 68,000곳을 넘겼다. 상하이만 봐도 민항구(闵行区) 홍취안루(虹泉路) 한국거리에 고기집이 몰려 있고, 그 거리 고기집의 절반이 상가 한 동에 들어가 있다. 값을 낮추고 양을 늘려 겨루는 시장. 이 집은 그 거리에서 지하철로 30분 떨어진 자리를 골랐고, 값도 반대편으로 갔다.

7.고기는 산둥(山东)에서 온 와규와 저장(浙江)의 흑돼지다. 일본산 소고기는 2001년 광우병 이후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2019년에 형식상 금수를 풀었어도 실제 수출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다. 한우도 같은 처지. 원산지로 값을 올리는 길이 막힌 자리에서 남는 수단이 숙성이었다.
8.술은 더 노골적으로 갈아 끼웠다. 고기집의 기본값인 맥주를 뒤로 물리고 샴페인 냉장고를 앞에 세웠으며, 소주는 한국에서 이 집을 위해 따로 들여온다. 청주와 막걸리도 같은 경로. 운영사는 시내에서 한국 술과 샴페인을 가장 많이 갖춘 집이라고 말한다.

9.값을 보자. 마블링이 다른 세 부위에 뼈째 붙은 갈비를 더한 소갈비 세트가 666위안이고, 8월 환율로 15만 5천 원쯤 된다. 흑돼지 갈비는 148위안. 밥과 면과 찌개는 전부 100위안 아래.
10.앉으면 반찬이 먼저 온다. 김치 두 가지에 무침과 나물, 어묵과 다시마까지 아홉 접시가 주문 전에 깔리고, 상추와 깻잎은 따로 한 접시. 여기에 1인당 15위안을 받는다. 3,500원이고 무제한. 반찬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값으로 적어 둔 것.

11.두 사람이 소갈비 세트를 시키고 짜장 돌솥밥과 비빔면을 붙인 뒤 소스를 두 가지 고르면 계산서가 898위안이 된다. 1인 449위안, 우리 돈 10만 5천 원. 술을 한 잔도 안 마셨을 때의 값.
12.샴페인 냉장고에는 병마다 흰 글씨로 값을 적어 뒀다. Delamotte가 899위안, Dom Pérignon이 2,899위안, Salon은 12,999위안. 가장 싼 병 하나를 열면 앞의 계산서가 1,797위안이 되고, 1인 899위안이니 21만 원. 술 한 병이 객단가를 두 배로 만든다.

13.고기 원가는 반대로 움직인다. 건식 숙성은 28일이면 수분이 빠지고 굳은 겉면을 깎아 내는 과정까지 합쳐 원육의 20~30%가 사라진다. 1kg을 사서 700g을 파는 장사이고, 그만큼 남은 고기에 원가가 얹힌다. 습식 숙성은 이 손실이 거의 없다. 부위와 지방에 따라 둘을 나눠 쓴다는 것이 운영사의 설명이다.
14.그래서 5시와 8시 30분이라는 두 타임이 중요해진다. 고기집은 손님이 직접 굽느라 한 자리가 오래 묶이고, 그래서 회전이 나쁜 업태다. 예약을 두 번으로 끊어 놓으면 같은 좌석이 하루 두 번 팔린다. 9시 이후 워크인은 그러고도 남은 자리를 채우는 몫이고, 개인룸 둘은 8명씩 한 번에 묶어 파는 장치.

15.이 집이 세 번째다. 첫 집 나비는 파인다이닝, 두 번째 우리는 38위안에서 168위안 사이의 정통 한식 캐주얼이었다. 그런데 먼저 자리를 옮긴 쪽은 우리다. 창닝구(长宁区) 자리를 접고 푸둥(浦东)으로 갔다. 위아래로 벌린 두 집 사이에서 가운데가 먼저 흔들렸고, 세 번째 카드는 가운데가 아니라 위쪽에 다시 놓였다.

16.한식 고기집이 68,000곳 있는 나라에서, 값을 낮추는 대신 고기를 28일 말리고 맥주를 샴페인으로 바꿔 1인 899위안을 받는 집이 도심 한복판에 섰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 할 때 먼저 걸리는 건 반찬이다. 한국 손님은 반찬을 값으로 세지 않아서, 무제한이라 적어도 자릿세라는 항목이 붙는 순간 별점이 먼저 반응한다. 반찬을 원가에서 빼낼 수 없다면 남은 길은 술뿐인데, 국내 고기집의 술은 6,000원짜리 소주에 묶여 있어 한 병이 객단가를 두 배로 올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