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가와역에서 걸어 5분, 오피스빌딩 4층 100석. 8월 26일 문을 연 이 가게는 테이블마다 화로를 묻었다. 코스는 5,500엔부터, 음료를 무제한으로 붙이면 8,000엔. 숯값은 자릿세로 따로 600엔을 받는다.
1.도쿄 미나토구 코난(港南) 2초메, JR 시나가와역 코난 출구에서 걸어 5분 거리 오피스빌딩 4층에 로바타 회석 KAKU 시나가와(炉端会席 KAKU 品川)가 8월 26일 문을 열었다. 100석. 이름에 붙은 회석은 정해진 순서대로 나오는 코스를 말하고, 로바타는 숯불 앞에서 굽는 방식을 말한다. 두 단어를 한 상에 올린 게 이 가게의 설계.

2.만든 곳은 다이아몬드다이닝(ダイヤモンドダイニング). 상장사 DD그룹(DDグループ) 안의 외식 회사이고, 2010년에 점포마다 다른 간판을 다는 방식으로 100개를 채워 이름을 알렸다. 지금 직영은 310곳. 최근 분기에 새로 연 곳이 하나, 닫은 곳이 둘. 줄이는 중인 회사가 100석짜리를 새로 열었다.
3.자리는 1층이 아니라 4층이다. 지나가다 들어오는 손님은 처음부터 계산에 없고, 이 가게는 예약과 코스로 굴러간다. 개별실은 6인·8인·10~20인 세 종류. 통째로 빌릴 수 있는 상한이 20명.

4.테이블 한가운데가 파여 있고 그 안에 숯이 담긴다. 앉으면 먼저 열기가 얼굴 높이까지 올라오고, 기름이 숯에 떨어질 때마다 짧게 치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얇게 뜬다. 대화가 그 소리에 맞춰 끊겼다 이어지는데, 회식 자리에서 침묵이 어색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손으로 할 일이 계속 생기니까.

5.불을 쓰는 방식이 하나 더 있다. 마른 볏짚에 불을 붙여 순식간에 겉만 태우는 와라야키(藁焼き)인데, 불꽃이 1미터 가까이 솟았다가 20초 만에 사그라진다. 그을음 냄새가 생선 표면에만 얇게 앉고 속은 날것 그대로 남는다. 고등어와 장어, 닭을 그렇게 낸다고 안내한다.

6.코스는 13~14접시. 전채가 먼저 깔리고, 나무 상자에 담긴 재료가 통째로 나와 손님이 굽기 시작하며, 마지막은 가게 안에서 도정한 쌀을 하가마(羽釜)에 안쳐 낸다. 노도구로(のどぐろ)와 금태, 장어, 시만토(四万十) 소, 도사(土佐) 오리, 킹크랩, 복어가 품목에 오른다. 회사를 세운 마츠무라 아츠히사(松村厚久)는 고치(高知)현 출신이고, 시만토와 도사는 그 고장 이름.

7.가격은 세 갈래다. 음식만 5,500엔·7,500엔·9,500엔이고, 2시간 반 무제한 음료를 붙이면 8,000엔·10,000엔·12,000엔이 된다. 음료 30여 종을 얹는 데는 어느 쪽이든 2,500엔을 받는다. 객단가를 정하는 건 술을 몇 잔 마시느냐가 아니라 예약을 잡는 사람이 얼마를 쓰겠다고 미리 정하느냐다.
8.그 위에 자릿세 600엔이 얹힌다. 안내에는 숯값이 포함됐다고 적혀 있다. 손님이 직접 굽는 가게가 굽는 데 드는 연료를 따로 청구한다. 하루 120명이 앉는다고 보면 한 달에 200만 엔대. 이 층 임대료로 잡은 금액과 비슷한 크기. 둘 다 공개된 숫자가 아니라 여기서 세운 계산이다.

9.무제한 음료가 2시간 반으로 묶여 있고 저녁 영업은 17시부터 23시까지 6시간이다. 산술로는 2회가 상한이고, 실제로는 1.2회쯤 돌 것으로 본다. 굽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 업태의 강점이자 한계다. 익기를 기다리는 20분은 손님에게 즐거움이고 가게에는 팔지 못한 자리.
10.개별실이 세 종류나 되고 테이블마다 화로가 들어가니 좌석 간격이 넓다. 100석이면 330㎡ 안팎. 시나가와구 오피스는 ㎡당 월 6,500엔 선이고 시나가와역 주변은 5,500~6,000엔대이니, 330㎡면 월 190만 엔쯤이 된다.
11.객단가를 자릿세까지 8,600엔으로 보고 저녁만 계산하면 월 2,300만 엔대. 9월에 시작하는 평일 점심을 얹으면 2,600만 엔이 된다. 임대료는 매출의 7%대다.
12.이 자리를 고른 이유는 낮이 아니라 밤에 있다. 시나가와 코난은 대기업 본사가 몰린 업무지구이고, 오피스 공실률은 3.5%까지 내려와 있다. 개별실을 20명까지 열어 둔 건 부서 회식과 접대를 잡겠다는 신호이고, 음료를 묶어 가격을 하나로 만든 것도 같은 목적. 회식 예약을 잡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맛이 아니라 정산이니까.

13.굽는 행위가 파는 물건이라는 걸 가장 잘 보여 주는 건 컴플레인이다. 스테이크집에서 고기가 질기면 주방 잘못이지만, 손님이 직접 올린 고기가 질기면 그건 3분 더 뒀기 때문. 익힘 정도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이 통째로 사라진다. 자기 손으로 태운 고기에는 항의할 데가 없다.

14.화로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는 방식 자체는 새것이 아니다. 일본 민가의 이로리(囲炉裏)는 바닥을 네모로 파고 재를 채운 난방 겸 조리 장치였고, 그 주위에 앉는 자리는 집안의 서열대로 정해져 있었다. 이걸 장사로 옮긴 게 1950년대 센다이(仙台)와 구시로(釧路)의 로바타야키(炉端焼き)다. 다만 그때의 로바타는 굽는 사람이 주인이었다.

15.굽는 일을 객석으로 넘기면 주방 인건비가 줄어든다는 계산은 이 업태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회석 코스라 접시 13개를 짜는 주방은 그대로 있어야 하고, 홀에는 숯을 갈고 불을 살피고 화상을 막을 사람이 새로 붙는다. 야키니쿠집이 홀 인력을 많이 쓰는 이유가 그것. 줄어드는 건 인건비가 아니라 주방이 실수할 기회이고, 그 대신 100개 자리에 불을 넣을 배기 설비가 초기 투자로 먼저 나간다.

16.점포를 줄이던 회사가 오피스빌딩 4층에 100석을 열고, 굽는 손을 객석으로 넘긴 대가로 자릿세 600엔을 받는다. 그 600엔만 모아도 한 달이면 이 층 임대료에 맞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바로 그 600엔에서 걸린다. 테이블 화로와 배기 후드는 고깃집 덕분에 이미 흔한 설비라 오히려 싸게 붙지만, 숯값을 따로 청구하는 순간 자릿세가 아니라 바가지 소리를 듣는다. 굽는 재미에 붙일 돈을 어디에 숨길지가 먼저 풀 문제다.

